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518
517화 여포, 비로소 재물을 걱정하지 않게 되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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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예기의 출전은 가후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아무리 목표가 성이 아닌 영채에 불과하다지만 기병이 공성전에서 무얼 할 수 있으랴 싶었던 것이다.
“저 선생, 당예기를 어찌 출전시키는 것이오?”
“군사 선생, 하내병만 내보내면 아무래도 피해가 클 듯하여 적들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운용하기로 했습니다.”
“화살받이로 쓴단 말이오? 아무리 생각해봐도 하내병보다는 당예기가 더 중할 텐데?”
“당예기를 화살받이로 쓸 정도로 어리석진 않습니다. 한 번 지켜보시지요. 제법 쓸 만한 전법을 준비해두었으니까요.”
저수는 자신만만했다. 하지만 가후는 저수가 너무 의욕이 앞선 건 아닌지 걱정스러웠다. 지금 움직이는 당예기의 수는 움직일 수 있는 자들을 모조리 출전시킨 정도였다.
명색이 공성전이니 기병들은 쉬어도 될 법 했다. 그런데 저수는 무얼 노린 것이기에 부상병들마저도 죄다 끌고 나온 걸까?
답은 교란 전술이었다.
당예기는 여태껏 단 한 번도 방패를 든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저수가 번병에게 명해 신호기를 흔들게 했다. 그러자 부상병들이 무리에서 떨어져 나왔다. 그들은 본대와 거리를 둔 채 다시 또 무리를 작게 나누었다.
한편, 본대의 당예기들은 각기 두 사람이 한 조를 이루었다. 한 사람은 수패를, 다른 한 사람은 쇠뇌를 들었다.
백파적을 격파하고 노획한 쇠뇌가 이렇게 쓰인 것이다. 어차피 마상에서 장전하기 힘들겠지만······.
두두두두!
말발굽이 지축을 두들기며 당예기가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흙먼지를 일으키며 영채를 중심으로 돌기 시작했다. 영채와의 거리는 딱 쇠뇌가 닿을 만큼이었다.
“쏴라!”
영채의 궁사들이 쇠뇌와 활로 당예기를 노렸다. 하지만 당예기처럼 빨리 움직이는 목표를 쏘아 맞추기란 쉽지 않았다.
간간히 강전에 맞아 고꾸라지는 당예기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강전은 애꿎은 바닥에 박혔다. 그나마 용케 갈 곳을 찾은 강전도 당예기가 든 수패에 가로막혔다.
영채의 궁사들이 당예기에 정신이 팔린 사이 보군들은 제법 거리를 좁혔다.
하지만 그들보다는 호복기사들이 먼저였다.
호복기사들은 당예기처럼 영채를 중심으로 돌기 시작했다. 대신 당예기보다는 그 반경이 짧았다. 그들의 활이 적병의 쇠뇌보다 사거리가 짧기 때문이다.
쇠뇌를 든 당예기들은 강전을 쏘고 나면 부상병들이 장전해 전달해준 쇠뇌와 바꿔들었다. 결원이 생기면 부상병들이 그 자리를 채웠다.
부상병들은 돌파는 할 수 없어도 쇠뇌를 쏘는 것 정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호복기사들까지 가세해 성벽 위의 적병들을 견제했다. 그러자 보군들은 어느새 영채의 코앞까지 당도했다.
머리위로 화살들이 빗발쳤다. 하지만 방패병들 덕택에 영채의 성문 앞을 사수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공략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군사와 감군 덕분이오. 하지만 내가 딱히 할 일이 없는 게 아쉽소.”
여포는 자신이 나설 자리를 찾지 못해 안타까웠다.
“총사가 직접 나서지 않을 정도가 좋은 겁니다. 이제는 제가 나설 자리도 없는데 총사가 어찌 나서려 하십니까?”
“가 선생도 할 일이 없단 말이오?”
“보십시오. 저 선생이 기병까지도 공성에 써먹고 있지 않습니까?”
“저 선생도 재주가 많은 사람이오. 내 비록 공성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나 기병을 공성에 동원하는 전법은 들어본 적이 없소.”
궁하면 통한다 했던가. 저수는 용맹스런 당예기와 호복기사들을 공성에 동원할 수 없어 나름 고심했다. 오죽하면 이렇게 마적떼나 쓰는 전법까지 동원했을까.
“소신 역시 생각지도 못한 전법을 들고 나온 저 선생에게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이제 당목으로 성문을 깨뜨리기만 하면 됩니다.”
가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저수는 성문을 깨라는 명을 내렸다.
“고죽군은 당목을 들라! 고순 장군, 고죽군과 함께 성문을 깨뜨리라!”
굵은 통나무를 든 고죽 용사들과 함께 연미패를 든 방패병들이 움직였다. 당목을 든 자들을 날아드는 화살로부터 지키기 위해 방패병들이 나선 것이다.
고순과 묵태구가 각기 방패병과 당목병의 지휘를 맡았다. 하지만 순조롭던 영채 공략은 이내 난관을 맞이하게 되었다.
* * *
성문이 깨지면 끝이라는 걸 알기 때문일까? 하동 호족군은 당목이 성문을 두들기자 더욱 격렬하게 저항했다.
“아아악!”
끓는 기름이 뒤집어쓰고 병사하나가 비명을 질러댔다. 그러자 묵태구가 비수를 휘둘러 죽여 버렸다.
어차피 십중팔구는 고통 속에서 죽게 될 터. 운이 좋아 살아남는다고 해도 죽느니만 못하게 될 것이니 고통 없이 보내준 것이다.
당목병들을 향해 불화살이 빗발치고, 성문 바로 아래로는 끓는 기름과 돌덩이가 쉴 새 없이 떨어졌다.
연미패로는 막는데 한계가 있었다. 연미패로는 강전은 막을 수 있지만 끓는 기름을 막을 수는 없었다.
게다가 적들은 그 구하기 어렵다는 맹화유를 물처럼 쏟아 부었다. 맹화유는 불에 닿으면 검은 연기를 잔뜩 피워내며 그 불길을 사납게 만들었다. 순식간에 당목 하나가 거센 화염에 휩싸여버렸다.
당목을 들었던 고죽 용사들 몇 명이 화염에 휩싸였고, 동료들은 불길을 잡으려 애썼다.
“저런 쳐 죽일 놈들을 보았나! 내 병사들이 당하고 있소. 가 선생, 무슨 방도가 없겠소?”
여포는 자신의 병사들이 불길에 덮쳐져 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가후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그는 여포를 훈계했다.
“장군, 침착하십시오.”
“지금 침착하게 되었소? 내 병사들이 계속 죽어나가고 있소.”
“어느 싸움에 희생이 없습니까? 특히나 공성은 적병의 수 만큼 아군이 전사할 것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창칼도 맞대어 보지 못하고 저리 당하는 걸 보니 속이 타서 그렇소.”
여포는 공성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개미떼처럼 성벽을 오르게 하는 의부(蟻傅) 전술은 사실상 병사들을 사지로 내모는 것이다.
창칼로 싸우다 죽으면 죽었지 머리위로 떨어지는 돌덩이나 끓는 기름을 뒤집어쓰고 죽는 꼴은 차마 눈뜨고 봐줄 수가 없었다.
“꼭 창칼을 맞대고 상대의 피를 뒤집어써야만 싸움입니까? 장군, 저것도 싸움의 한 방식입니다. 사실 장군께서 천하를 목표로 하신다면 이 같은 싸움은 피할 길이 없습니다.”
“······.”
“아마 지금보다 몇 배나 더 큰 공성과 수성을 수도 없이 겪어야 할 것입니다. 천하 십삼 주에 성이 몇 개고, 요새가 몇 개이며, 영채는 또 얼마나 많겠습니까?”
“그럼 성을 하나 얻을 때마다 저렇게 허무하게 병사들을 잃어야 한다는 거요?”
지금은 작은 영채 하나를 얻는데도 아까운 병사들이 죽어나가고 있었다. 당예기도 호복기사도 결원이 생기면 채워 넣는 게 쉽지 않다. 하내병 역시 호족들이 사병을 달달 긁어 모아온 것이다.
넓은 땅을 얻으면 그 땅을 지켜야 할 병사들은 많다. 하지만 여포가 움직일 수 있는 정병은 수만에 불과했다.
지킬 땅은 넓고 사람은 부족하니 여포의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아무래도 내가 나가야겠소.”
“안 된다 하지 않았습니까?”
“내가 나서면 병력의 손실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소. 사람 목숨은 귀한 것이오.”
“사람의 목숨은 분명 귀한 것입니다. 하지만 범부처럼 늙어 죽는 것은 천명이 아닙니다. 대의를 이루기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이야 말로 정녕 목숨을 값지게 쓰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포의 생각은 달랐다.
“살아야 부귀영화도 의미가 있는 것이지 죽고 나면 아무 의미가 없소. 내가 사슴을 좇는 것은 나와 함께 하는 이들이 다 같이 부귀영화를 누리기 위함이오.”
“그 과정에서 저런 희생은 피할 수가 없다는 얘깁니다. 병사들의 죽음에 무덤덤해지실 필요가 있습니다. 전장에서 만큼은 사람의 목숨을 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집에서 키우는 개가 죽어도 마음이 아픈 법이오. 하물며 내가 나서지 않고 병사들을 죽게 한다면 내 어찌 사람이라 하겠소? 말리지 마시오.”
여포는 화극을 지면에 꽂아 넣고 보요궁을 든 채 적토마를 몰아 달려나갔다.
가후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아직은 무리인가? 하긴 그래서 더 마음이 가는 분이지만······. 시간이 더 필요하겠구나.”
가후는 여포가 모든 싸움을 혼자서 해결하려는 것을 고치게 하고 싶었다. 어차피 전선이 길어지면 모든 전장에 여포가 나설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 * *
당목이 두 개째 불타고 있었다. 남은 당목은 하나 뿐. 아직 영채의 성문이 깨지지 않았으니 남은 당목으로 반드시 성문을 깨야만 했다.
“‘구’! 당목을 들어라!”
고순이 당목의 앞부분을 들며 소리쳤다. 그러자 뒷부분을 묵태구가 들었다. 십 수 명이 간신히 들 정도의 무게이건만 고작 두 사람의 힘만으로 당목이 번쩍 들렸다.
투둑!
고순의 가슴팍에 두 대의 화살이 꽂혔다. 엄심갑을 하지 않았다면 목숨을 장담할 수 없었을 터. 그야말로 아찔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고순은 조금의 동요도 없이 살대를 꺾어버리고는 당목을 들고 달렸다.
쿵!
당목이 성문을 때려박으며 둔탁한 충격음을 만들어냈다.
“다시 한 번! 이야압!”
고순과 묵태구는 뒤로 물러났다가 다시 전력으로 달려 당목을 성문에 때려박았다.
쿵!
영채의 문을 안쪽에서 밀며 버티고 있던 적병들 몇몇이 그 충격으로 튕겨져 나갔다. 하지만 금세 그들의 빈자리가 채워졌다.
“영문을 지켜라! 문이 깨지면 끝장이다!”
하동의 호족들은 영채를 지키려 안간힘을 썼다.
그들의 말대로다. 영채의 성문이 깨지면 그걸로 끝장. 싸움에 능한 여포군 정병들을 상대로 백병전을 벌이면 이길 수 없다는 걸 아는 것이다.
성곽 위에서는 당목을 든 고순과 묵태구를 노리며 궁사들이 쉴 새 없이 시위를 당겼다. 당목을 지키기 위해 여포군 방패병들이 분전했다. 날아드는 화살과 강전이 이따금 방패를 몇 치쯤 뚫고 들어올 지경이었다.
운 없는 방패병 하나는 날아든 화살이 수패를 뚫고 수패를 쥔 손에 틀어박히자 그만 방패를 아래로 내리고 말았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몇 대의 화살이 그를 향해 날아들었다.
눈과 가슴에 각기 한 대씩의 화살을 맞고 널빤지처럼 그대로 뒤로 넘어가 버렸다.
다시 고순을 향해 궁사 하나가 시위를 팽팽히 먹였다. 하지만 시위를 놓기도 전에 당예기 쇠뇌병 하나가 쏜 강전이 머리에 박히며 그대로 성문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쿵!
다시 한 번 당목이 성문을 때려 박았다. 몇 번의 충돌에도 멀쩡하던 성문에 균열이 생겼다.
“좋다! 몇 번만 더 두들기면 깨지겠구나!”
고순은 작은 성과에도 뛸 듯이 기뻐했다. 하지만 적군의 저항은 더욱 거세어져만 갔다.
고순의 머리 위로 큼지막한 돌덩이 하나가 떨어져 내렸다.
우지끈! 하는 소리와 함께 고순의 주먹이 돌덩이를 쳐 가루로 만들어 버렸다.
묵태구는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특이한 체질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몸이 온전한 것은 아니었다. 강전 하나가 그의 팔뚝을 꿰뚫었다.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고순이 다시 한 번 기합을 지르며 달려나가자 묵태구는 당목을 제대로 들지 못해 놓치고 말았다.
당목의 밑부분이 바닥에 떨어졌고, 고순은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여포는 보요궁으로 명궁의 솜씨를 한껏 뽐내며 전장에 난입했다. 신형의 쇠뇌보다도 더 멀리 화살을 쏘아 날리면서도 백발백중의 명중률을 보이는 그의 궁술은 가히 신기에 가까웠다.
묵태구가 몸에 몇 대의 화살을 맞고 비틀거리며 물러서는 모습이 여포의 눈에 들어왔다. 그는 적토에서 내려 빈 몸으로 치달렸다.
연미패 하나를 주워들고 전진을 거듭해 묵태구의 곁에 당도할 수 있었다.
“꼭 쥐어라!”
여포는 묵태구에게 연미패를 쥐어주었다. 그리고는 그의 뒷덜미를 붙잡아 질질 끌고서 아군 병사들에게 후송을 맡겼다.
여포는 냉큼 달려와 당목의 밑부분을 붙잡아 들었다.
“고순, 같이 한 번 달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