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691
690화 기책(奇策)의 결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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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가는 당예기 열 기만을 이끌고 보급대의 기병들을 와해시켰다. 보급대에 기병들이 많지 않았다고 해도 수십 기는 되었건만 속수무책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수레를 버리고 촉진세!”
보급대의 총사 ‘임만’은 보군과 인부들을 중앙으로 집결시켰다. 수레들을 이용해 기병들을 막는 벽으로 삼고 버티겠다는 속셈이리라.
하지만 상개군은 보급대의 병력만 잘라먹고 공세를 멈췄다. 신호기나 뿔피리를 부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곽가가 물러나니 그의 호위를 맡은 상개군이 퇴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문제는 적병들이 이러한 사정을 알 리 없다는 점이다. 임만 역시 마찬가지.
‘아무리 일백여 기에 불과하다고는 하나 명령 없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걸 보니 오늘은 길보다 흉이 많겠구나!’
임만은 이렇다 할 용맹을 지닌 장수는 아니다.
게다가 나이도 이제 물러나 손주나 보아야 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보급대를 이끄는 임무가 그에게 맡겨진 것은 그의 지휘력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전장에서 병략을 세우고 병사들을 부려 적과 싸우는 일은 능하지 못해도 어중이떠중이들을 데려다가 급습을 막는 일에는 능했다.
지금만 해도 큰 피해 없이 병력을 중앙으로 집결시키고 수레로 벽을 만들어 상개군의 공세를 막아내지 않았던가.
하지만 이 역시도 곽가의 예상을 벗어나지는 못했다.
곽가가 움직일 수 있는 군세는 고작해야 상개군 일백여 기에 불과했다. 이 정도 병력으로 보급대의 병력을 궤멸시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곽가가 굳이 이번 공격을 감행한 것은 보급대를 몰아 홍문으로 보내기 위함이었다.
곽가군이 물러나자 보급대 총사 임만은 품속에서 지도를 꺼내 펼쳐 들었다.
그러자 수하 장수 하나가 물었다.
“총사, 이제 어찌 해야 합니까? 명을 내려주십시오!”
이에 임만은 고민에 빠졌다.
‘적사사가 돌아올 때까지 이곳을 지켜야 하나? 아니면 지금이라도 수비에 마땅한 지역으로 이동해야 하나? 그것도 아니면 돌아가?’
선택지는 세 가지. 그 중 첫 번째는 적사사가 돌아올 때까지 이곳에서 버티는 것이다.
사실 관서군이라면 누구도 적사사의 용맹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그들이 궁기라는 점이 문제였다.
뿐만 아니라 관서군의 주력은 여포와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한관에서 중앙군과 싸우고 있었다.
당장에 싸울 적이 없는 여포가 대군을 움직였을 수도 있는 것이다.
보이는 적들이 전부가 아니라 우회하여 이곳을 급습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었다.
실제로 곽가군의 공격을 받지 않았던가.
‘여포군이 정말로 일만의 적사사에 비해 그 병력이 오분의 일 밖에 되지 않는다면 따로 병력을 빼서 보급대를 쳤을 리 없다. 만약 여력이 안 되는데도 억지로 병력을 빼서 우리를 쳤다면 왜 수레에 불을 놓지 않았는가?’
임만의 추리는 논리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세상 일이 어디 논리적으로 돌아가던가.
임만은 곽가의 미끼를 덥석 물고 말았다.
‘적사사는 빨리 돌아오지 않을 테고, 이곳은 수비에 적합하지 않은 지형이니 벗어나야 한다.’
임만의 시선이 지도를 훑었다. 그러자 다시 수하 장수가 재촉했다.
“총사, 명을 내려 주십시오. 지체하면 병사들을 통제할 수 없게 될 겁니다.”
* * *
임만은 좀처럼 화를 안 내는 사람이지만 지금만큼은 수하 장수의 멱살을 쥐고 흔들고 싶은 욕망을 참기가 어려웠다.
그의 손이 순식간에 수하 장수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고작 백 명이다. 우리 병마가 몇인데 고작 기병 일백 기가 나타난 걸 가지고 이리 호들갑을 떤단 말이냐?”
“초······ 총사! 우리는 보급대입니다. 전투에 경험이 있는 자들은 몇 되지 않고 대부분 노병과 인부들뿐이란 말입니다.”
적사사 일만이 보급대의 호위를 맡았다. 그런 이상 보급대의 보군과 인부들까지 싸움에 능한 자들로 꾸릴 필요는 없었다.
하기야 보급대는 보급물자만 잘 옮기면 되는 것이니 당연한 얘기다.
“어차피 시작된 싸움이다. 노병과 인부들뿐이라고 적병의 창칼이 절로 피해간다더냐? 홍문······. 홍문으로 간다. 적병들이 오기 전에 어서 서둘러라!”
임만이 선택한 곳은 홍문이었다.
이곳에서 가장 가깝고, 탁 트인 곳이기에 매복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는 곳이다.
“총사, 수레는 어찌 할까요?”
“수레도 가져간다.”
“수레를 가져가면 그만큼 시간이 지체될 터인데······. 총사, 재고해 주십시오. 적병들이 돌아오기 전에 움직여야 합니다.”
하지만 임만은 수하의 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어차피 보급물자를 제 때에 가져가지 못하면 우리 모두 죽은 목숨이다. 화공에 당하면 모를까 우리가 먼저 수레를 버리고 도망치는 일은 없을 게야!”
임만은 보급대를 다시 움직여 홍문으로 향했다.
홍문까지의 거리는 고작 십 리 정도. 하지만 수레를 끌고 움직이는 속도를 생각하면 십 리 길도 천 리 길처럼 길게 느껴졌다.
“적들이 언제 다시 공격해올지 모르니 주위를 철저히 경계하라!”
관서군 보급대가 홍문 쪽으로 방향을 틀자 멀리서 이를 살피던 상개가 곽가에게 떠들어댔다.
“선생, 놈들이 홍문 방향으로 이동을 시작했습니다. 이제 지금이라도 대형을 구원하러 가시지요.”
상개는 곽가가 원하는 대로 보급대가 홍문으로 향했기에 여포를 구원하러 가자고 졸라 댔다. 하지만 곽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곳의 일이라면 위월 장군이 나섰을 터이니 걱정 마시오.”
“어찌 걱정을 안 합니까?”
“여 장군에게 적토와 화극이 있는데 무슨 걱정이란 말이오? 상 장군, 우리는 계속해서 보급대를 몰아야 하오. 거리를 두고 따라 붙으시오. 이는 군령이오.”
곽가가 거듭 자신의 청을 무시하자 상개의 눈이 분노로 물들었다.
상개가 곽가 하나를 어찌하는 것은 쉽다. 곽가가 검 한 자루 짊어지고 유협 노릇을 했건 어쨌건 상개의 상대는 될 수 없었다.
하지만 하극상을 일으키고 싶지는 않았다. 다만 책임 소재 정도는 확실히 해두고 싶었다. 그래야 경우에 따라서 나중에 곽가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상개는 이를 깨물며 입술만 놀려 말했다.
“선생, 지금은 명에 따르겠지만 만약 대형에게 변고가 생긴다면 이, 상개가 결코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이에 곽가도 지지 않고 말했다.
“지금 이 얘기는 싸움이 끝난 연후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겠소.”
칼을 들이밀어야만 하극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일개 장수가 군사의 권위에 도전한 것이니 상개의 말도 하극상이라면 하극상인 것이다.
하지만 곽가는 사실 상개의 말을 문제 삼을 생각이 없었다.
‘총사의 안위를 걱정해야 할 사람은 상 장군이 아니라 군사인 나이거늘······.’
곽가 역시 상개만큼이나 여포의 안위를 걱정하고 있었다.
이번 작전 또한 여포를 미끼로 삼은 것이고, 상대는 관서 제일의 궁기인 적사사가 아닌가. 아무리 여포의 용맹이 하늘에 닿았다고 해도 적사사가 여포부터 제거하려 든다면 위험을 피할 길이 없었다.
* * *
여포와 궁기들의 사정은 분명 좋지 못했다.
오직 여포만이 빗발치는 화살들을 뚫고 달려 나갈 뿐 나머지는 적사사의 거센 궁격에 많은 병력을 잃었다. 살아남은 자들은 말을 멈추고선 돌격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대신 그들은 모두들 말에서 내려 자신의 말을 방패 삼아 화살비를 피하며 곡사로 활시위를 당기는 정도의 소극적인 반격만을 하고 있을 뿐이다.
여포에게로 궁격이 집중되었지만 적토는 한 대의 화살도 맞지 않고 달렸다. 반대로 여포는 당연하게도 십여 대의 화살이 몸 곳곳에 박혀 있었다.
화극을 쉴 새 없이 휘둘러 화살들을 쳐내고 있기는 해도 워낙에 그 수가 많다 보니 이 꼴을 면치 못한 것이다.
십여 대의 화살을 맞았으나 그나마 다행인 것은 치명상이라 부를 만큼의 부상은 없다는 점이었다.
물론 적토를 지키기 위해 내어준 팔뚝에만도 세 대의 화살이 박혀 있었다.
적토는 여포의 배려에 화답이라도 하듯 신기를 보여주었다. 적토는 절벽의 경사면을 따라 달려 적사사의 궁격을 고스란히 피해버렸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척종왕은 눈알이 튀어나올 듯 놀랐다. 세상 천지에 어떤 말이 적토처럼 달릴 수 있단 말인가.
장식이 척종왕의 허락도 받지 않고 수하들을 데리고 나아가 여포를 막으려 했다.
“우리 적사사가 그저 평범한 궁기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임을 알게 해주마! 쳐라!”
장식의 호령에 적사사 병사들은 활 대신 검을 쥐고 여포에게 대행해갔다. 하지만 그들의 검예가 궁술만큼 대단하다고 한들 적토에 올라 방천화극을 휘두르는 여포에게 당할 수는 없었다.
“오냐! 바라던 바다! 이, 여포가 육전 하나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자임을 천하가 다 알게 해주마!”
후웅! 후웅!
화극이 매서운 바람을 일으키며 적사사들을 토막냈다.
“고작 한 기를 어쩌지 못해 이리 고전을 한단 말이냐? 여봐라! 여포의 수급을 가져오는 자에게 큰 상을 내리고 주공께 상주하여 벼슬을 내리라 청할 것이다!”
척종왕은 이렇게 병사들을 희생시키더라도 어떻게든 여포의 목을 얻고자 했다.
그것은 여포가 적 총사이기 때문이 가장 큰 이유였다.
과정이야 어찌 되었건 결국 지금의 싸움은 누가 먼저 적 총사의 수급을 얻는가에 따라 그 승패가 정해지는 것이 아니던가.
척종왕의 말에 주위 적사사들의 눈빛이 탐욕으로 번들거렸다.
“여포의 목은 내 것이다!”
“여포는 내 칼에 목이 떨어질 것이니 탐내지 마라!”
적사사 병사들은 저마다 호기롭게 소리치며 여포를 향해 앞다투어 밀려들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여포의 흥만 더해주는 격이 되었다.
“나야 많이 오면 올수록 좋지. 자, 덤벼라! 얼마든지 상대해주마!”
협곡의 폭은 장정들이 어깨를 나란히 선다고 해도 채 서른 명을 세울 수 없을 만큼 좁았다. 더욱이 매서운 궁격이 그친 이상 이곳은 여포의 세상이라고 봐도 좋았다.
하지만 상대는 적사사. 여포가 여태껏 상대해온 자들 중에서 가히 최강이라고 할 만큼의 정병들이었다.
여포에게 적사사 병사들이 쉴 새 없이 당해 쓰러지고 있었지만 장식은 이대로 단기에 돌파되어 태사록에 부끄럽게 이름을 남길 생각이 없었다.
그는 수하들에게 눈빛으로 명을 내렸다. 척하면 척이라는 말은 지금 이들을 두고 하는 말이리라. 그저 눈빛 한 번 보냈을 뿐이건만 수하들은 장식의 뜻을 알아차렸다.
천하에 내로라하는 군벌들은 장살대라는 것이 있었다.
이름 그대로 장수를 요격해 제거하는 특수한 부대, 장살대. 수노병이나 중갑병 같은 병종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적사사의 수법은 남달랐다.
그것은 바로 쇠그물을 이용하는 방법이었다.
* * *
‘시간은 내 편이다! 이 좁은 협곡에 발을 들여놓은 이상 놈들은 전멸을 면치 못할 터.’
여포는 적병들을 베어 넘기며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기뻐했다. 위월이 이끄는 경노를 든 당예기들이 차곡차곡 전공을 쌓아 올리고 있었다.
게다가 이 협곡은 입구와 출구가 하나이니 적사사들에게는 희망이 없었다.
돌파라면 당예기 쪽이 절대적인 우세에 있으니 여포군이 바라던 바다.
그러나 적사사의 저항은 거셌다.
그들은 병력의 우위를 바탕으로 협곡의 출입구를 뚫으려는 한 편, 여포의 수급을 취하고자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장식의 장살대가 있었다.
적사사 장살대의 비책은 다름 아닌 쇠그물. 여포가 적사사 병사들을 쓰러뜨리는 사이 장살대는 여포와의 거리를 좁혀갔다. 그리고 일제히 여포를 향해 쇠그물을 던졌다.
처음 몇 장의 그물은 화극의 월아에 찢어발겨졌으나 여포는 쇠그물들을 모두 베어버릴 수가 없었다. 화극이 쇠를 무처럼 베는 보도의 칼날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니 당연한 결과였다.
여포는 쇠그물에 걸려 오도가도 못하는 처지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물에 뒤엉켜 적토와 함께 바닥을 나뒹굴었다.
“아하하하! 쇠그물 맛이 어떠냐? 여봐라! 어서 여포의 수급을 가져오라!”
장식은 의기양양하게 소리쳤다. 하지만 여포에게는 검중지왕 녹로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