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734
733화 사자묘의 간계(奸計)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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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방금 뭐라 하셨소? 정서 대장군? 짐이 지금 잘못 들은 거요?”
정서 대장군이라는 벼슬은 없었다.
하나 동, 서, 남, 북의 네 방위와 장군이라는 글자가 붙은 장군. 그러니까 정(征), 진(鎭), 안(安) 세 글자 중 정이나 진이 붙고, 그 다음에 네 방위 중의 하나, 그리고 장군이라는 글자가 붙으면 대장군이라고 칭할 수 있었다.
예를 들자면 정서나 진동 장군은 대장군이라 할 수 있으나 안남 장군직에 오른 자는 대장군이라고 부를 수 없는 것이다.
어쨌든 대장군이라 불릴 수 있는 자리라면 무관직 중에서는 가히 삼공에 준하는 고관 중의 고관이라 할 수 있으리라.
“잘못 듣지 않으셨습니다. 분명 신은 정서 대장군이라 말했습니다.”
사자묘의 말에 대한 소제의 반응은 한 마디로 의아함이었다. 소제는 고개를 기울였다.
“짐이 분명 노 정위를 안동 장군직에 제수하겠다 하지 않았소?”
“분명 그리 말씀하셨습니다.”
“한데 여 자사를 대장군직에 앉히라니 이게 지금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오?”
“어찌 말이 안 되는지 소신은 정녕 모르겠나이다.”
소제는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
“상부처럼 현명한 사람이 어찌 그리 단순한 것을 모른단 말이오? 지금 상부의 말대로 하면 노 정위보다 여 자사에게 더 높은 관직을 내리게 되는 거란 말이외다.”
“그러면 안될 이유가 무엇인지 가르침을 주십시오.”
“한관에서 황보숭의 군세를 격퇴시킨 것은 여 자사가 아니라 노 정위외다. 게다가 명을 받지도 않은 여 자사가 군세를 움직여 노 정위를 도운 걸 보면 두 사람은 막역지간인 것이 분명한데······.”
“여포와 노식이 사이가 좋다는 것을 오히려 이용하실 때입니다.”
사자묘의 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인지 소제는 아랫입술을 질근 깨물었다.
“그러니까 상부의 말씀은 노 정위와 여 자사 사이를 찢어놓자 이거 아니오?”
“성상, 영명!”
* * *
“그래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오? 노 정위는 한조의 충신이오. 게다가 군부에서의 인망은 세 중랑장 중 최고요. 뿐만 아니라 동 상국조차 노 정위를 어려워하고 있소. 그런 자의 반감을 살 필요는 없지 않겠소?”
노식보다 여포의 벼슬이 더 높게 되면 사이가 틀어질 수 있다는 것이 사자묘의 간계였다.
질투와 시기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중요한 요소. 이를 이용해 둘 사이를 갈라놓겠다는 말인데 소제는 그래야 할 명분이 필요했다.
“여포를 중용하시어 그에게 정서 대장군의 벼슬을 내리시면 성상께 두 가지 이점이 있습니다. 그중 첫째는 동탁의 출병을 막으실 수 있습니다.”
“여 자사에게 정서 대장군의 벼슬을 내리는 것과 동 상국의 출병이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이오?”
“동탁이 강족토벌을 자신하고 있으나 여포는 용맹으로 천하제일. 동탁 대신 여포에게 관서 평정을 맡기시면 강족의 폐단을 미리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관서에서 동탁의 영향력을 줄게 하실 수 있습니다.”
“묘(妙)······! 묘(妙)······!”
소제는 사자묘의 말을 듣고 있으니 안개가 걷히는 듯했다.
동탁의 기반은 서량이다. 지금 동탁이 강족 토벌을 서두르는 것은 서량에서의 입지를 굳건히 다지기 위함이기도 했다.
그러나 동탁 대신 여포를 보낸다면 강족 토벌도 성공할 것이고, 관서 사람들은 동탁 대신 여포의 이름을 소리 높여 칭송할 터.
사자묘는 두 번째 이점을 논했다.
“두 번째는 명문회의 기세를 누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명문회!”
소제는 그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들은 자신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들이 암중에서 지지하는 자는 진류왕 협. 소제와 진류왕은 한 아비를 두고 태어난 형제이나 결국 둘 중 하나는 제 명대로 살지 못할 터였다.
“노식은 나이가 많고 명문회 사람입니다. 지금은 성상께 충성하는 듯 보일 테지요. 하나 결국은 진류왕을 옹립하려는 자들과 한통속일 겁니다.”
진류왕을 생각하니 소제는 이가 갈릴 지경이었다. 그의 표정을 살피며 사자묘가 말을 이었다.
“노식보다 여포에게 더 높은 벼슬을 주어 그들 둘 사이를 갈라놓으십시오. 그러면 명문회와 여공당이 서로 척을 지고 조정 안에서 대립할 겁니다.”
“조정이 시끄러워지겠군.”
“사사건건 부딪힐 것입니다. 서로 계속해서 부딪히다보면 결국 어느 한쪽은 깨질 것이고, 남은 자들도 세가 약해질 것입니다.”
사자묘는 그리 말하고선 깊이 읍하며 충언을 올리는 듯한 모양새를 갖추었다.
“신하들은 결코 무리지어 행동해서는 안 됩니다. 군주는 마땅히 그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그래야 사직을 보존할 수 있습니다. 한조의 천하를 다른 성을 지닌 자에게 빼앗겨서야 어찌 선제들을 바로 볼 수 있으시겠습니까?”
“으음······! 상부의 말을 듣고 보니 짐은 눈이 번쩍 뜨이는 듯하오. 상부의 말대로 하리다. 여 자사를 정서 대장군에, 노 정위를 안동 장군에 봉해 그들의 사이를 갈라놓으리다.”
“신의 하찮은 지모를 높이 사주셔서 망극합니다. 자, 이제 비술을 펼칠 터이니 정좌하시지요.”
그 때부터 사자묘는 부적을 들고 알 수 없는 주문을 웅얼거리며 조견을 지루하게 만들었다. 결국 사자묘는 부적을 태운 재를 물에타 소제에게 마시게 했다.
그 모습을 보며 조견은 소리 없이 실소를 흘렸다.
‘저 따위 사술에 홀리는 자가 있다니······. 저런 자에게 나라를 맡겼다가는 천하가 절단이 나고 말리라.’
상식을 떠나서 작은 논리만 따져도 엉터리다. 분명 사자묘는 자신의 입으로 천기를 누설하면 다시 목욕재계하고 노자 오천 자를 읽어야 한다고 했다. 그런 후에 다시 부적을 써야 한다고도 했다.
그런데 천자에게 재물과 관직을 약속받자마자 술술 책략을 늘어놓았고, 주문을 외우고 부적을 태운 재를 물에 타 마시게 했다.
하나 소제는 이에 대한 것을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앞뒤만 따져 봐도 말이 안 되는 것을 천하를 경략해야 하는 천자가 눈치 채지 못했으니 어찌 그에게 자격이 있다 할 수 있으랴.
그 사이 사자묘의 비술이 끝났다.
사자묘는 지친 듯 감히 천자 앞에서 다리를 쩍 벌리고 의자에 늘어졌다.
그런데도 소제는 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말이 없었다. 대신 그에게 수고했다며 술과 음식을 권하는 것이 아닌가.
* * *
사자묘는 소제에게 술까지 받았다.
소제가 천자의 몸으로 손수 평민인 사자묘의 술잔을 채워준 것이다.
천자가 신하의 술잔을 채워 주는 것도 드문 일이다.
원정에 나서거나 외적을 물리치러 가는 무장에게 혹은 시책이나 큰 외교적 성과를 거둔 문관들에게나 한 잔 따라 줄 뿐이다.
그런데도 소제는 사자묘의 술잔이 빌 때마다 손수 술잔을 채워 주었다.
사자묘는 취기가 오르자 음식을 질겅질겅 씹어 먹으면서 발을 까딱여 마치 장단을 맞추는 듯했다.
조견은 소매 안에 감추고 있던 손을 빼내어 뭔가를 사자묘의 발 아래로 던졌다. 네모나게 썰린 삶은 고기조각. 고기에 묻은 양념이 사자묘의 신발 바닥에 짓눌려 납작해졌다.
‘비밀통로의 입구도 알았고, 사자묘가 어떤 길로 오가는지 알아낼 준비도 마쳤다. 이제 슬슬 퇴장해야 할 시간이로구나.’
조견은 당장에 할 일이 끝났기에 이곳에서 오래 머무르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여차하면 사자묘의 뒤를 밟는 것도 좋겠지만 굳이 타초경사의 우를 범할 필요는 없었다.
조견이 천자에게 충성하는 환관도 아니고, 그렇다고 조도에게 목숨을 걸고 충성할 자도 아니다. 환관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안위가 최우선이었다.
이를 무시하고 사자묘의 뒤를 밟으면 최소한 두 가지 위험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나는 이곳에서 제 때에 나가지 못하면 두 번 다시 이곳에 오기 힘들 뿐만 아니라 호분에게 발각될 위험이 있었다.
지금 문 밖에는 모란전의 상궁이 엎드려 천자의 식사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와 함께 이 전각을 나서야만 호분이 의심하지 않을 터.
들어갈 때 두 사람이었는데 나올 때 한 사람이면 어찌 의심을 피할 수 있으랴.
다른 하나는 비밀통로가 위험한 곳이라는 점이다.
조충 일파의 환관들 역시 궁 안의 비밀통로 일부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조등조차도 황궁의 비밀통로를 모두 꿰고 있지 못했다.
비밀이 많은 곳. 그것은 곧 위험이 도사린 곳이라는 걸 의미했다.
사자묘는 배를 두드리며 다시 비밀통로로 사라졌다. 소제는 모란전의 상궁을 불렀다.
“밖에 있느냐?”
소제는 직접 문 밖의 상궁을 불렀다. 사자묘를 만나기 위해 호분은 물론이고 중상시와 궁녀들까지 모두 전각 밖으로 내보냈기 때문이다.
“예, 폐하. 들어가겠사옵니다.”
상궁이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녀가 조심스레 발을 옮기며 기둥을 지나는 순간 조견이 그의 뒤에 따라붙었다.
“치워라. 황후에게는 맛있게 잘 먹었노라 전하라.”
“예, 폐하. 황후마마께 그리 전해 올리겠습니다.”
상궁과 조견은 남은 음식을 모두 챙겨 침전을 나섰다.
* * *
중연은 조견을 데려와 조도와 다시 회합했다.
조견은 침전에서 보았던 사자묘와 천자의 일을 하나도 빠짐없이 고했다.
“수고했다.”
“소황문, 오늘 밤이라도 천자의 침전으로 숨어들어 사자묘가 지나간 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럴 것 없다.”
“사자묘를 붙잡아야 하지 않습니까? 그런 자가 천자의 어심을 흐리니 나라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을 리 없습니다.”
그러자 조도의 한쪽 입고리가 호를 그렸다.
“어르신께서 신중하게 움직이라 하셨느니라.”
“만산향(滿山香)의 향기는 길어야 사나흘입니다. 그 시간이 지나면 사자묘의 종적을 확인하는 것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겁니다.”
조견은 자신이 어렵게 일구어 낸 기회를 그냥 날려 버리기가 싫었다. 조도 역시 마찬가지지만 결코 서두르거나 흥분하지 않았다.
“조견, 네 아무리 날고 긴다고 해도 호분 셋을 당해 낼 수 있느냐?”
조도의 물음에 조견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자신은 제법 검예를 익혔다 자부했지만 호분 셋과 동시에 싸워 그들을 이길 자신은 없었다.
셋이 다 무어냐. 둘만 되어도 승패를 장담할 수 없으리라.
“천자의 곁을 호분이 밤낮으로 지키고 있습니다. 소황문을 따르는 환관들을 모두 불러 모아 밀고 들어가도 그들을 당해 낼 수는 없을 겁니다. 하나 은밀히 숨어드는 것은 얘기가 다르지요.”
조견은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의 장기는 역시 잠행술이니까. 하지만 조도는 이를 경계했다.
“자신하지 마라. 사자묘를 만나는 때가 아니면 천자를 중심으로 삼십 보 안에도 발을 들여놓을 수 없을 것이다. 호분이 뉘집 개이름인 줄 아느냐?”
그러자 조견은 신경질이 났다. 대놓고 대들 수는 없지만 비아냥거리는 것은 가능했다.
“그러면 소황문께선 어떤 복안이 있으신지요? 호분들이 지키는 천자의 침전에 숨어들어 비밀통로를 확인할 방법 말입니다.”
“흥! 내 화를 돋워서 좋을 게 없을 텐데?”
단번에 간파당한 조견은 고개를 조아렸다.
“오해십니다, 소황문.”
“네 아직 멀었느니라.”
조도는 그리 말하고는 중연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액정령과 만날 약속은 잡으셨습니까?”
액정령(掖廷令).
열국의 시절에는 영항령(永巷令)이라 불리던 관직. 경학이 국학이 된 후로 여인이 벼슬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었다. 천자의 눈에 들어 후궁이 된다든지 하는 방법이 아니면 여인은 관직을 얻을 수 없었다.
하나 단 하나 예외가 있었으니 바로 액정령이라는 관직이 그것이다.
액정령은 후궁전을 관리하는 벼슬이다.
후궁전의 개보수 같은 것을 다루는 자리가 아니다. 태사국과 태의국 사이를 긴밀히 오가며 천자가 오늘밤 누구와 동침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자리다.
액정령을 쥔 자야말로 다음 보위를 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액정령 양화는 이미 우리와 뜻을 같이하기로 오래전부터 약속한 사이다. 어르신께서 그리 공을 들이셨는데 마음을 돌릴 리가 있겠느냐?”
“듣던 중 다행입니다.”
“한데 어째서 액정령과 만남을 주선하라 했느냐? 우리의 일과 상관이 있느냐?”
”물론입니다. 중 공공, 천자는 여인을 선택할 권리가 없습니다.”
중연은 고개를 기울였다.
”후궁들 중에는 우리의 입김이 닿은 자가 없다. 태사령과 태의령 역시 우리 쪽 사람이 아님을 잊지 말라.”
”날짜만 알면 됩니다. 천자가 후궁을 침전으로 불러들이지는 않잖습니까?”
그러자 중연은 무릎을 쳤다.
”옳거니! 천자가 후궁전에 거하면 침전이 빈다 이거로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