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Peace Biography RAW novel - Chapter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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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노란 샤쓰 입은
영자는 괜한 목숨 상하지 않게 사마구와 서화에게 먼저 항복의 서한을 전달하자고 했다. 노구는 이제 버릇처럼 나를 돌아봤다. 이 인간, 나 없을 땐 어떻게 살았데. 나는 완강하게 고개를 저었다.
“저놈들은 항복하지 않아. 무주공산인 청주에서 마음껏 날뛰고 저희들이 제일 잘난 줄 알지. 일단 정신이 바짝 들게 볼기짝을 좀 때려주자고. 대장의 무용이면 저놈들은 금세 추풍낙엽이야.”
우리의 목표는 제남이 아니라 청주의 치소인 제군의 임치다. 출혈을 최소화해야 한다. 사마구와 서화를 가뿐하게 넘고 전해가 비워놓은 임치를 점거해야 한다. 출혈을 최소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간단하다. 머리만 따면 된다.
머리만 따면 네 활개와 가슴과 창자들은 그대로 멎는다. 사마구라는 눈알을 도려내고 서화라는 두뇌를 정지시키면 그들의 네 활개와 가슴과 창자, 제남의 군중은 민중이 된다. 제남의 병력을 온전히 두고 사마구와 서화만 제거하려면 정공법으로는 어렵다. 병법은 기만술, 적을 기만해야 한다.
나는 군의 지휘 경험이 없다. 내가 어디 소위 계급장이라도 달고 휘하에 병사 몇이나 굴려봤어야지. 하다못해 분대장이나. 지금 고백하건대, 나 상근이다…… 그러니 내가 오천이나 되는 병력을 등 뒤에 두고 군략이니 전술이니 논할 주제는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노구의 휘하에서 참모 노릇을 하는 것은 다 박 영감 고서점에서의 부단한 독서 탓이다. 서점가에 불어 닥치는 불경기를 위해서 건배다. 열국지, 손자병법이니 나폴레옹의 전술이니 일본 전국시대의 이야기라든지 하는 이야기들은 글자 하나하나 세세히 기억나지는 않아도 그럴 듯한 본새를 갖춰서 작전을 논할 정도의 양분은 되었다.
나는 노구에게 진언했다.
“도적의 잔당이 낮에는 눈을 번득이며 군율이 흐르는 체 하지만 밤이 되면 그 비천한 속성이 드러나 군기가 문란하고 경계함이 무뎌질 터이니 대장은 그때 출병하여 단숨에 서화와 사마구를 주살하면 돼.”
노구는 나를 돌아보지 않은 채로 들릴 듯 들리지 않을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산채에서 놀고먹지만은 않은 모양이군. 옳다.”
제발 그런 말은 크게 해달라고!
어둠이 내리고 우리는 간단하게 주먹밥으로 끼니를 때웠다. 제남의 성 안에서는 시끌벅적한 소리가 이어졌는데, 이따금 여인의 비명소리가 찢어질 듯 밤하늘을 갈랐다. 못된 놈들. 나는 아랫입술을 악물었다.
자정이 돼서야 저들의 왁자함이 잦아들고 개중에 대단한 코골이를 지닌 이가 있는 듯 드르렁거리는 소리가 성벽을 타고 넘어와 내 귓전까지 희미하게 들렸다. 나는 노구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노구는 칼을 번쩍 들었다. 그러자 군진의 병졸들이 일제히 횃불을 밝혔다. 우리의 본영은 낮처럼 밝아졌다. 암노는 상체를 벗은 채 양손에 북채를 잡고 마구 두드렸다. 우레 같은 북소리가 대뜸 고요한 새벽공기를 박살내고 사방에 울렸다.
“진공하라!”
영자가 군의 선두에 서서 쩌렁쩌렁하게 외쳤다. 새삼 그가 달리 보였다. 영자는 말의 허리를 걷어찼다. 놀란 말이 눈알을 뒤집으며 급하게 기동했다. 그의 뒤를 오백의 기병이 따랐고, 간단한 공성기구를 갖춘 자들이 뒤따랐다. 어떤 이들은 무기 없이 양손에 횃불만 들었는데, 주위가 더욱 밝아 멀리서 보면 실제 수효 이상의 대군으로 보였다.
성벽 위의 놈들은 확실히 당황했다. 허둥지둥하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영자는 병사들을 다그쳐 성벽에 사다리를 걸고 충차로 성문을 두드렸다. 급습에 정신을 못 차리는 황건 잔당들은 덜 깬 눈으로 서둘러 방비를 갖추었다.
우리의 잘 조련된 병사들은 사다리를 넘어 메뚜기처럼 성벽 위로 튀어 올랐다. 하루 약탈해 하루 빌어먹는 도적의 잔당하고는 격이 달랐다. 물론 우리도 도적이나 진배없는 집단이 아니냐고 반문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상황적 우위와 압도적인 기량을 갖췄다지만 분명 우리 쪽의 피해도 적지 않았다. 이대로는 나를 죽여 남을 죽이는 뺄셈의 전장이 된다. 아까는 머리만 따면 된다고 해놓고 왜 애꿎은 아랫것의 목숨만 축내냐고? 말했듯 병법은 기만이다.
밝은 횃불을 들고 놈들에게 정면으로 달려드는 영자의 군대는 일부에 불과했다. 영자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를 때 노구는 손가락만 빨고 있던 게 아니다.
삼십육계의 제육계 성동격서(聲東擊西). 동쪽에서 실컷 변죽을 울리고 예리한 칼날을 서쪽에 찔러 넣는 계책이다. 적이 동쪽의 소란에 집중하는 틈을 타 배후를 급습하는 것으로, 이것이 주효하면 곤하태상(坤下兌上)의 상이라고 했다. 곤과 태는 우리가 흔히 태극기의 4괘, 건곤감리로 잘 알고 있는 8괘에 해당한다. 곤은 곧 땅이요 태는 곧 물이니 곤하태상이란 즉 땅이 아래에 있고 물이 그 위를 덮치는 형상이다.
노구의 군대는 깃발을 버리고 불을 밝히지 않고 영자의 반대편으로 잠행했다. 은밀히 사다리를 올리고 성벽 위로 오를 때까지 적들은 눈치 채지 못했다. 물론 그 방면의 경비병 몇몇이 소리를 꽥꽥 질렀지만 비몽사몽의 와중에 영자의 맹공을 받는 사마구와 서화가 그들의 소리를 들을 리 만무했다.
노구는 맨 앞에서 날랜 걸음으로 적들을 향해 육박했다. 사마구는 애첩과 관계하다가 급히 뛰쳐나왔는지 윗통을 벗고 있었고 아랫도리도 급히 가릴 곳만 가린 티가 역력했다. 장패는 순식간에 사마구를 향해 다가가 그 터질 듯 부풀어 오른 배때기에 칼을 꽂았다.
“네놈들의 수괴 사마구가 죽었다! 투항하라!”
노구의 뒤를 따라 노아가 말라깽이 서화의 목을 베어버리니, 가뜩이나 수세에 몰렸던 황건의 잔당은 일제히 무기를 버리고 투항했다. 제남의 치소 동평릉현은 그 날 밤에 우리의 손에 떨어졌다.
“투항한 자는 모두 삼천. 나머지는 죽거나 다른 곳으로 도주했어.”
영자는 전황을 보고했다. 우리 쪽의 전사자는 백 명가량이었고 전투불능이 된 자는 이백 정도였다. 새벽녘에 끝난 전투였다. 전투의 긴장이 풀리자 해일 같은 피로가 몰려왔다. 그래도 전후처리는 확실하게 해야 했다.
“사마구와 서화의 수하 중 그들과 긴밀했던 자들을 색출하여 모두 목을 치고, 성미가 사납고 굴하지 않는 자도 모두 목을 치는 게 좋겠어, 대장.”
나는 매정한 말을 했다. 사람을 죽이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지껄이게 된 내 자신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 편이 맞았다. 그들은 반란을 모의할 충분한 동기와 역량이 있고, 반란이 일어난다면 더 큰 인명이 다치니까. 인명을 셈법으로 다스리는 내 방식이 내 자신도 못마땅했지만, 그렇게 해야 했다. 이 방법이 옳은 줄은 모르겠지만. 영자도 그렇게 말하는 내 입을 씁쓸하게 바라봤다.
“제법 냉정하네, 찬이……”
노구는 내 처분을 따랐고, 사마구와 서화 휘하의 부장 스무 명의 목이 잘려 성내에 효수되었다. 그들에게 먹을 아침밥마저 빼앗겼던 백성들은 아침 일찍 나와 그들의 목을 향해 짱돌을 던졌다. 그들의 힘없는 분노가 나를 더 슬프게 했다.
나는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나는 사람이 죽어나가는 걸 눈앞에서 난생 처음 봤다. 아주 자극적인 새빨간 피를 흘리면서. 너무 나약하고 감상적이라고 욕하지 말기를 바란다. 나는 지금 게임을 하고 있는 게 아니야. 사람의 목숨을 내 장기판의 말로 쓰고 있다. 내 말 한 마디에 수천 개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한다.
그리고 방금 내 말에 따라 몇 백 개의 목숨이 칼날에 휩쓸려갔다. 닭 모가지 하나 제대로 비틀지도 못하는 이십일 세기의 사내놈들 중에 나 같은 처지에서 마음 편히 큰대자로 누워 잘 수 있는 자가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 주먹감자를 먹여줄 테다.
우리는 최소한의 휴식을 취한 뒤 곧장 동평릉에서 출병했다. 우리는 기반을 다지면서 진군할 수 없었다. 전해가 서주로 향했지만 이미 조조는 도겸을 사지로 몰아넣고 있다. 전해가 최소한의 지모를 갖춘 이라면, 저 불지옥에 숟가락을 얹는 것은 명을 재촉하는 일이란 걸 알 것이다. 그 와중에 멍청한 그의 부관 유비는 불지옥에 뛰어들 테지만, 전해는 그러지 못할 것이다. 전해가 오기 전에 임치를 점령해야만 한다.
우리는 전사자의 장례를 간단히 치르고 전투불능에 처한 이들을 우선 동평릉에 남겨두었다. 백성들은 제법 우리를 열렬히 환대해주었는데, 그것은 우리가 잘난 탓이 아니라 사마구와 서화가 그만큼 악질이었다는 방증이다. 우리는 백성들로부터 적으나마 양식을 제공받고 그들에게 전투불능이 된 부상자의 간병을 당부했다.
무려 삼천의 황건 잔당이 우리에게 투신했지만 우리는 그들을 모두 품을 여유가 없었다. 노구는 그들 중 눈이 빛나고 몸매가 다부진 일천오백을 선발해 본영에 편입했다. 삼백이 빠지고 일천오백을 더하니 우리의 군대는 도합 육천이백이 되었다. 우리는 임치를 향해 강행했다. 시간이 부족했고, 이들을 모두 먹여 살릴 군량도 넉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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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인물열전 7. 사마구(?~?)
황건적의 잔당. 관도에서의 참전 기록이 있어 관도대전 이후에 격파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 글에선 이번 화에 끔살당했다. 서화와 함께 제남과 낙안에서 함께 활동하며 관원들을 살해했다. 그러나 이후 하후연이 창희의 난을 제압하고 장패와 함께 그를 공격하자 순식간에 몰락했으며, 서화는 참수되었는데 사마구의 행방은 묘연하다. 원 역사에서 장패는 이 사마구를 몰살한 공으로 조조에 의해 서주자사에 임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