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Peace Biography RAW novel - Chapter 295
미간을 태워버리는 인두에 유비는 멍한 정신을 일거에 각성시켰다. 지독한 고통이 유비의 이마에 가해졌다. 고통에 몸을 비틀어보았지만 단단하게 옥죈 오라가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罪人(죄인). 너무나도 간명한 모욕이 유비의 이마에 새겨졌다. 유비의 눈은 실핏줄이 다 터져 토끼눈처럼 충혈 되었다. 감녕은 인두를 바닥에 팽개치며 명했다.
“죄인은 곧장 합비로 압송할 것이다! 일만의 병력을 동원하여 상용, 양양을 경유할 것이다. 잡인들이 감히 범하지 못하도록 잘 지키도록 하라.”
감녕의 엄명을 사졸들이 받들었다.
“존명!”
유비는 손가락으로 땅을 움켜쥐었다. 단단한 흙이 손톱으로 침투하여 피가 새었다. 유비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인두로 지진 상처에서 흐른 피와 합쳐져 붉은 눈물이 되었다. 붉은 눈에서 흐르는 붉은 눈물은 처절했다.
“이놈…… 이놈……”
붉은 물방울이 흰 베옷에 떨어져 번졌다. 사졸들의 억센 손길에 질질 끌려가 유비는 하옥되었다.
소식은 파서의 방통에게도 전해졌다. 방통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어째서 가맹관에 감녕이 있었단 말인가. 경동맥이 경칩을 맞은 개구리처럼 펄떡거렸다. 방통은 최악의 소식을 다시 확인했다.
“주군께서는 놈들의 손에 잡힌 것이 맞느냐……?”
“그렇습니다……”
방통은 두 손으로 이마를 붙잡았다. 활발하게 움직이던 그의 두뇌가 우뚝 멈춰버렸다. 답이 없다. 감녕의 손에 주군이 잡혔다. 대체 무슨 수로 주군을 구제한단 말인가.
“감녕이 어찌 가맹관에……”
방통은 덩어리 진 침을 꿀꺽 삼켰다. 유비가 없이는 방통도 없다. 모든 계획의 시작과 끝은 유비였다. 파서에 주둔한 이 많은 병력과 그것보다 많은 백성들은 오로지 유비만을 바라보고 분연히 일어났다. 유비가 없으면, 그들은 손에 쥔 모래알처럼 다시 스르르 빠져나가고 말 것이다.
“공명(서황의 字)! 주군을 구해야만 하오!”
저간의 사정을 들은 서황도 고개를 끄덕였다.
“반드시 구해내겠소!”
서황이 막 병력을 인솔하여 나서려는 찰나, 급히 안으로 들어오는 부장과 맞닥뜨렸다. 그 부장은 방통과 서황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다급한 목소리로 보고했다.
“보고 드립니다!”
방통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무슨 일이냐!”
“신의 익북부도독 문빙이 병마 이만을 이끌고 파서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또한 부도독 유반이 병마 일만으로 마명각도(馬鳴閣道)를 차단하였습니다!”
“뭣이!”
방통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벌써 선수를 친 것인가……! 북쪽으로 향하는 잔도인 마명각도마저 적이 손을 썼다면 완전히 대비를 갖췄다는 뜻이었다. 감녕은 파서의 병력이 문빙과 다투는 틈을 타 유비를 상용을 통해 형주로 압송할 것이고, 형북도독 노숙이 병력을 증원하여 철통같은 방비를 통해 합비의 신왕부로 유비를 대령할 터. 방통은 갑자기 타는 듯한 갈증을 느끼고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어찌해야 좋단 말인가……”
감녕은 물 샐 틈 없이 방통이 구사할 수 있는 모든 책략을 차단했다. 한중으로 올라오는 두 가지 길목을 문빙과 유반으로 하여금 봉쇄시켰고, 두터운 호위를 붙여 속히 유비를 상용으로 넘겨버렸다. 유비는 도중에 혀를 깨물고 자진을 시도했으나 재빨리 제압되었고, 그의 입에는 재갈이 물려졌다.
상용의 신탐과 신의는 시한폭탄을 돌리듯 황급히 형주의 노숙에게로 유비를 넘겼다. 오래 쥐고 있다가 괜한 화를 입을 염려가 있는 탓이었다.
번갯불에 콩 구워먹는 듯 재빠르게 이뤄진 유비의 압송 작전에 방통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결국 그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단 하나에 불과했다. 그는 눈물을 뿌리면서 탁자에 이마를 찧었다.
“주군! 주군을 버리겠습니다……”
스스로 뱉은 말이 폐부를 찔렀다. 방통은 한참 울다가 서황을 바라봤다.
“공명!”
서황은 말없이 음울한 표정으로 방통을 바라봤다.
“우리는 전군을 몰아 성도로 갈 것이오.”
서황이 천천히 되물었다.
“성도로……?”
방통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살 수 있는 방법은 이것이 유일하오. 성도로 가서 법정과 사마의의 도움을 받아야 해. 주군께서 피랍되었다는 사실이 퍼지기 전에 서둘러 결행해야만 하오!”
서황은 피식 웃으면서 중얼거렸다.
“젠장, 팔자 한번 사납다.”
“그대는 주군만을 바라보고 투신하였으니 내 생각을 따르기 싫다면 떠나도 좋소, 공명.”
서황은 가만히 방통을 바라보다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떠나면 어디로 떠난단 말인가! 이미 무부의 일생을 여기에 바쳤소이다!”
서황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시간이 없다고 하질 않았소! 서둘러 떠납시다!”
방통은 깊은 한숨을 쉬고 서황을 따라 일어났다.
장료에 연전연패를 거듭한 황권은 영안에 이어 임강, 평도, 황석을 차례로 내주었다. 장료는 그곳까지 얻은 뒤 더 나아가지 않았다. 황석에서 조금만 더 나아가면 치였고, 치에서 더 나아가면 익주 동부의 대도시인 강주였다. 강주까지 이르게 되면 적의 본진에 지나치게 근접하게 된다. 협로를 따라 진군한 터라, 보급이 원활하지 않았고 배후에서 적의 급습이 이뤄질 수도 있었다. 장료는 황석에 파로장군 서성을 주둔시키고 자신은 영안으로 물러났다.
장료가 물러나자 황권은 치에서 한숨을 몰아쉬었다. 그동안 정신없이 몰려다녔다. 이제 그의 주변에 남은 병력은 고작 일만에 불과했다. 물론 장료의 병력도 상당수 사상했지만 황권이 입은 피해에 비하자면 생채기 수준이었다.
겨우 숨을 돌리는 그에게 파서의 소식이 뒤늦게 당도했다.
“유비가 파서를 점유하고 난을 일으켰다?”
되묻는 말에 전령이 정보를 갱신시켜주었다.
“그러나 가맹관을 접수하던 중 감녕의 습격을 받아 포박 당했다고 합니다.”
“응?”
황권은 전령의 말을 곧장 이해하지 못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속내를 파악하고 파안대소했다.
“크핫핫! 유비 그놈이 신왕부의 포로가 되었다는 말이냐!”
“그렇습니다.”
“거 어려운 와중에 참으로 기쁜 소식이로구나. 그놈, 실컷 나대더니 꼴좋다!”
“파서에 남아있던 유비의 잔당인 방통과 서황 등이 병력을 인솔하여 성도로 들어오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그 소식에 황권의 머리털이 쭈뼛 곤두섰다. 그의 기분이 전령의 말을 따라 온탕과 냉탕을 여러 번 바꾸어 들어갔다.
“뭐라! 그놈들이 성도로 오고 있다니!”
잠자코 듣고 있던 장임이 말했다.
“이판사판으로 촉왕부를 전복시키겠다는 의지가 아닐는지요.”
엄안이 콧김을 뿜으며 분개했다.
“어림도 없지! 호군, 당장 병마를 거두어 성도로 가야합니다!”
장임이 차분한 말투로 조언했다.
“우선 이곳 치에 적절한 병력을 남겨두시고, 저를 사자로 보내시어 장료와 교섭하게 해주십시오.”
엄안이 혀를 끌끌 걷어찼다.
“또 그놈의 화친론이시오?”
장임은 엄안을 바라봤다.
“놈들 역시 더 깊숙이 들어오기 어려운 것을 나도 알고 있소. 그러나 전쟁을 벌였으면 그 끝을 명확히 해두어야 안심할 수 있는 것이오.”
황권이 고개를 끄덕이며 장임의 말에 동의를 표했다.
“그대의 말이 옳소. 당장 영안으로 가서 장료를 만나고 오시오. 아마 장료도 우리가 사자를 보내리란 걸 잘 알고 있겠지. 그리고 엄안 장군은 나와 함께 성도로 갑시다. 유비의 잔당을 깨끗이 청소해야만 하오.”
“여부가 있겠습니까! 당장 성도로 가시지요!”
황권은 즉각 군을 거두어 성도로 귀환했다.
“전하!”
청금령 유엽이 밝은 표정으로 내당에 급히 입시했다. 나는 그의 표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어떤 소식인지 알아챘다. 내 입가도 유엽을 따라 벌어졌다.
“유비를 잡은 것입니까?”
유엽은 바닥에 엎드리며 오래 희구하던 말을 해주었다.
“익북도독 감녕이 숙적 유비를 토포하여 합비로 압송하고 있나이다! 경하드립니다, 전하!”
나는 울음기를 입에 문 까닭으로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눈두덩에 고이는 물기를 손등으로 슥 닦고 나는 곧장 중궁으로 향했다. 자수를 놓던 시영은 벌컥 열리는 문소리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어깨를 움츠렸다. 그녀는 나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창 정무를 돌보실 시간이 아닙니까? 어찌 이 시간에……”
그녀는 내 얼굴을 찬찬히 살피다가 몸을 일으켜 다가왔다.
“우, 우십니까, 전하?”
나는 벌게진 눈으로 말했다.
“유비를 잡았다오.”
“네?”
“유비를 잡았다오, 중궁. 장인의 원수이며 이 땅을 둘로 나누었던 원수 유비를 잡았다오.”
시영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싱긋 웃으며 내 품에 안겼다.
“감축 드립니다, 전하.”
나는 시영의 두 팔을 얌전히 잡으면서 말했다.
“감축 드리오, 중궁.”
나는 중궁에서 물러나와 원씨의 사당으로 걸음을 옮겼다. 원술의 사당에 술을 올리고 향을 피웠다. 그의 위패 앞에 절을 올리면서 나는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편히 쉬소서……”
촉왕부는 시시각각으로 달라지는 소식에 하루에도 여러 번 뒤집어졌다. 신왕부가 유비를 생포했다는 소식, 그리고 뒤이어 방통이 파서의 병마를 동원하여 성도로 오고 있다는 소식, 호군 황권이 급히 전선에서 철수하여 성도를 수호하고자 한다는 소식이 연달아 쏟아졌다. 일가족을 잃은 방희는 아예 자리에 드러누워버렸다. 그런 고로 이제 모든 결정은 유장이 내려야만 했다. 성도령 동화 등 문관들은 그다지 쓸모가 없었다. 그들은 산수나 말싸움에는 능할지언정 작두 위를 걷는 시국에서는 무용했다. 유장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버, 법정과 사마의를 소환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