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Peace Biography RAW novel - Chapter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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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10로 정벌군(2)
아침이 밝았다. 선수를 친 것은 이통이었다. 그는 과감하게 기동하여 정면으로 우리와 부딪쳤다. 감녕과 진도의 선봉이 그를 맞아 겨뤘다. 병력의 수효에서 큰 차이가 없는 탓으로 진법을 비틀어 그를 궁지로 몰아넣는 것도 불가했고, 평야지대인지라 매복의 계를 도모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저 아까운 목숨으로 적의 목숨을 상쇄하는 병법이 최선이었다. 전선에서는 죽고 죽이는 소리가 맹렬하게 들렸다. 나는 목숨들이 아까웠다. 들판에 버려지는 숱한 목숨들이. 나는 유쾌하지 않은 소리들을 들으며 나와 말 머리를 나란히 한 영자에게 물었다.
“장파로(장훈)의 병마가 지금 어디에 주둔해 있지?”
영자는 곧장 답했다.
“파로의 부장인 염별가가 군의 절반을 이끌고 신양(북의춘의 남쪽에 위치)에 주둔해 있고, 장파로는 나머지 절반을 이끌고 안성(安城, 북의춘의 동쪽에 위치)에 주둔했어.”
“안성보다는 신양이 북의춘에 가깝지.”
영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염 공에게 전령을 띄워야겠군.”
나는 즉각 서신을 써서 전령의 손에 쥐여 주고 그를 신양으로 급파했다. 나는 또한 한 장의 서신을 더 작성하여 이번에는 안성의 장훈에게로 보냈다. 그리고 감녕과 진도의 선봉에 명했다.
“선봉은 방진으로 맞서라! 차봉의 허저와 만지는 안행진(雁行陣)을 이루어라!”
방진은 적의 공세를 최대한으로 둔하게 만드는 진법이었다. 안행진은 기러기가 날아가는 모양으로 여덟 팔(八) 자의 모양과 유사한 형태였다. 군을 둘로 나누어 사선으로 배치하여 원거리 공격의 효과를 최대로 끌어올리는 진법이었다. 나는 선봉의 방진으로 적의 공세를 최대한 지연시키고 차봉의 안행진으로 적의 접근을 차단하고자 했다. 즉, 이 전장을 지구전으로 끌고자 했다.
염상에게 띄운 전갈은 복잡한 내용은 아니었다. 인사치레를 빼면 핵심은 단 한 줄이었다. 군을 신속하게 몰아 낭릉을 치시오.
이통이 유리한 본거지의 이점을 버리고 북의춘까지 요격에 나선 이유를 생각해보자. 그는 낭릉의 토박이이자 이 일대의 백성을 지극히 아끼는 통치자다. 그렇기에 농성에 돌입하지 않고 낭릉을 포함한 서부 여남의 안정을 꾀하기 위해 중립지대에 가까운 북의춘까지 나를 영격한 것이다. 이통은 그토록 지극히 일대의 백성과 전답과 물산을 염려하는 것이었다.
전쟁의 성패는 통상적인 창칼의 얽힘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이것은 다만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성패는 단 하나의 변수에 달렸다. 창칼로 저항하고 화살로 공격하는 것은 그 변수를 내주지 않기 위해서다. 유일한 변수를 타격하면 그 전쟁은 끝나고 만다. 이각과 곽사가 내전한 까닭은 오로지 지고한 명분인 천자를 얻기 위해서였다. 그들에게 천자가 변수였다. 원 역사에서 조조가 원소를 꺾은 관도대전의 승부는 군량창고인 오소(烏巢)가 불타면서 갈리고 말았다. 이러하듯 이통의 변수는 서여남의 백성과 전답이었으며 나는 염상을 움직여 그것을 타격하고자 했다. 이통의 총 병력은 일만 오천가량이다. 개중에 주력은 그가 모두 이끌고 나왔으므로 낭릉에 남은 병력은 약졸들일 터. 내가 주력의 발목을 잡고 염상이 낭릉의 허약한 변수를 타격하면 이통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내가 염상에게 주문한 것은 낭릉성을 공성하는 것이 아니었다. 성이 지키지 못하는 일대의 부락들을 장악하는 것이었다. 이통에게 가장 뼈아픈 것은 백성들의 참륙일 터이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성으로 통하는 길을 원천 차단하고 물산이 성내로 들어가는 것을 막으십시오. 또한 백성들을 장악하고 완벽한 통제 하에 넣으십시오. 낭릉성을 사방으로 에워싸 포위하십시오.”
나는 그렇게 전언하고 이통을 저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감녕, 진도, 허저, 만지, 영자 등 유수의 맹장들이 이통을 압박했다. 그럼에도 이통은 물러서지 않고 꿋꿋이 우리의 저지선을 뚫고 맹공을 퍼부었다. 수비적인 진형을 고수한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아군의 사상이 적잖이 발생했다. 나는 서둘러 낭릉에서 낭보가 당도하기를 바랐다.
쇠붙이가 부딪쳐 나는 소리 속에서 주먹밥을 씹고 단말마의 비명 속에서 오줌을 싸고 부패해가는 피 냄새를 맡으며 쪽잠을 청했다. 지리멸렬하는 인간군상은 처절했으나 도리어 그 현장에 담긴 가엾은 이들은 처절한 줄을 몰랐다. 창을 베고 잠을 자고 눈곱 찬 눈으로 살육을 자행했다. 부수어진 두개골의 옆에서 하품하고 주검에서 흘러나오는 침출수의 옆에서 코딱지를 팠다. 전장은 고단해서, 야전에서 직접 피를 튀기지 않는 나조차도 짙은 피로감을 느꼈다.
“형님, 부쩍 안색이 좋지 않아지셨습니다.”
량이 우려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억지로 웃었다.
“여기 안색 좋은 이가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 전장에 소홀한 것이니 엄히 치죄하겠다.”
“허나 형님은 군의 핵이시니 건강도 잘 챙기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자사부의 일이 많아 과로하셨는데 전장에 나와 찬바람을 맞으시니 젊은 연치에도 곤란합니다.”
나는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고맙다.”
“군의 지휘는 노치중이나 손토역께 맡기고 우선 몸을 건사하심이……”
“염별가의 전령이 당도하거든 그리 하겠다.”
량의 말로 의식을 해서 그런지 몸이 더욱 느른하고 꽤 심한 감기기운이 느껴졌다. 그렇다고 우는 소리를 낼 수는 없다. 일신의 득이 되지 않는 싸움에 목숨을 내바치는 사람들이 해변의 모래알처럼 허다한 까닭이었다. 나는 나의 득을 위하여 벌이는 싸움에 목숨은커녕 다소 간의 쇠함을 감내할 책무가 있었다.
다음날, 평지보다 높게 세운 간이장대에 올라 전세를 관망하던 내 눈에 바라던 풍경이 펼쳐졌다. 응당 맹용하게 싸움을 걸어야 할 이통이 군을 물리기 시작했다. 전령의 보고도 이와 같았다.
“합비후께 보고! 적장 이통, 전군을 물려 퇴병!”
“첨병을 보내어 혹여 유인하여 복병으로 습격하는 책략이 아닌지 확인하라.”
일대는 평지였으나 신중을 기해야 했다. 내 명에 물러났던 전령이 다시 내 앞에 부복했다.
“순전한 퇴병입니다!”
나와 눈이 맞은 노숙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두 번 기침하고 명을 내렸다.
“군율을 유지하며 추격하라! 결코 진이 뭉개져서는 안 된다. 엄정한 결기 속에 진군하라!”
진군하는 와중에 염상의 전령이 당도했다.
“합비후께 보고! 별가 염상, 낭릉 일대를 성공적으로 장악했습니다!”
“좋다. 너는 서둘러 돌아가 전하라. 별가께서도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이통의 주력이 낭릉으로 퇴병하고 있다. 병력을 부락의 곳곳에 두라 전하라. 어지러운 시가전을 전개하면 이통의 대병도 완전한 효용을 발휘할 수 없다. 복잡한 부락에 의지해 싸우라 전하라. 곧장 나의 본군이 그의 꼬리를 밟아 치겠다. 전후양면에서 치리라.”
“옛!”
부락에 의지해 싸우면 사나운 이통도 함부로 덤비지 못한다. 그의 변수인 백성들의 터전인 까닭. 이통의 입장에서, 염상을 잡으려면 그곳에 함께 볼모로 잡힌 백성을 해쳐야만 한다. 그렇기에 그로서는 쉽게 무자비한 진군을 명할 수 없을 터였다. 염상 또한 군자의 면이 있는 인물이니 부락에 녹아들었다 해서 백성들을 함부로 해할 인물은 아니었다. 여염을 볼모로 잡는 것이 내키지 않는 결정이었지만, 이통쯤 되는 영걸을 큰 출혈 없이 잡으려면 나로서는 뾰족한 방책이 그것밖에 없었다. 무고한 그들이 피 흘리는 참상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
낭릉으로 향하는 와중에 곳곳의 소식이 당도했다. 영수를 따라 북진하던 장료는 마침내 진등의 제5로와 합하여 진국에 주둔, 원희의 침공을 대비하게 되었다. 여포 또한 내 진언을 받아들여 찬현의 곽공을 치지 않고 대도시인 초현에 닻을 내리고 남진하는 적병의 습격을 대비했다. 만일 내가 낭릉을 성공적으로 접수하고 원희의 병력을 여포와 장료가 방어해낸다면, 원술의 10로 북벌군은 우선 예주의 절반을 훌쩍 넘는 진국·패국·여남 전역을 손에 넣게 되어 소기의 성과를 거두게 된다. 물론 조조의 예정된 남진까지 저지한다면 가능한 얘기지만.
북벌이 성공적으로 종료되려면 내가 서둘러 낭릉을 평정하고 최소한의 수비 병력만 주둔시킨 채 나의 제8로, 원윤의 제4로, 장훈의 제3로를 북쪽의 전선으로 이동하여 조조를 총력으로 저지해야만 했다. 원희의 진궁은 여포를 손바닥 들여다보듯 파악하고 있고, 조조는 이미 여포를 벼랑 끝까지 내몰았던 인물이니만큼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예주를 조조에게 안겨주고 그에게 패권을 향한 날개를 달아주게 될 것이다. 아, 머리 아프다. 북벌을 강력하게 주창하여 관철시킨 나였으니 나에게는 북벌을 성공적으로 종결할 의무가 있었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수. 이미 어떻게 해야 할지 다 계산이 이루어진 일이고 합비후는 그냥 결행하면 될 일이우. 이래저래 고민 맴돌이 하지 말구 그냥 현재에만 충실하시우. 그게 이기는 첩경이우.”
내가 한숨을 팍 쉬니 만지가 나를 흘끔 보고 말했다. 나는 웃음으로 화답했다.
“그리구 혼자서 다 해먹으려 하지 마시우…… 합비후에게는 숱한 부관들이 있으니 그들에게두 생각할 기회와 결행할 기회와… 합비후를 도울 기회를 주는 것이 가당하우.”
만지의 말을 들으니 한결 마음이 가뿐해졌다.
“노인장이 없었으면 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것이오.”
나는 가볍게 웃었다.
“고맙소, 노인장.”
만지는 퉁명스레 받아쳤다.
“똥구멍 간지러운 소리 허시기는…… 집어치우시우.”
그러면서도 고집스러운 얼굴에 옅은 웃음기를 담았다.
낭릉의 근교에는 대병이 주둔해 있었다. 이통의 깃발이 휘날렸다. 교전 상황은 아니었고 고요한 대치만이 이어지고 있었다. 정말로, 고요한 대치였다. 나는 이것으로 낭릉의 소요가 종결되기를 소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