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078
이런 비상시국에 왕이 쉬면 타인에 모범이 되지 않는다 하여 조조가 세운 법이었다.
참 그 사람은 진짜 대단하다.
가장 높은 곳에 있으면서도 고생이란 고생은 혼자 다 했으니 말야.
난 하라고 해도 못하겠다.
억울해서 다른 놈들 휴가도 다 짤라버릴 것 같은데.
“왕이라는 자리가 진짜… 좋은게 아니야…”
“태상 전하께서는 몇십년을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일하셨습니다.”
“아버지는 아버지. 나는 나.”
조앙은 투덜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옆에 놓은 대야에 수건을 넣은 후 천천히 빼어 그것으로 몸을 적신다.
“얼음은 잘 쓰고 있다. 석빙고 잘 만들었어. 야. 올 겨울에도 몇개 더 만들어 놓는게 어때?”
“안그래도 유주와 삭주 인근에 좀 더 만들어지고 있답니다. 병주 쪽에서도 준비되고 있다고 하니 내년에는 얼음 보급량이 늘어나겠지요.”
“그러냐? 듣자하니 북방의 몇몇 유목민들에게 내려오는 전설이 있던데.”
“뭡니까?”
“북쪽으로 계속 올라가면 만년한설이 있는 곳이 있다고. 그곳에는 빙정이 있어서 항상 얼음이 있다고 하더군. 야. 익주 정벌만 끝나면 빙정을 찾으러 가볼까?”
“그걸 믿으십니까…”
말이 되냐.
아마 그건 북극에 대한 이야기 같은데.
되도 않는 개소리로 국력을 낭비할 생각은 없었다.
난 시큰둥히 답했고 조앙은 다시 널부러졌다.
“으… 더워.”
“나중에 등목이라도 하십쇼.”
“그래야겠군. 으… 차라리 전투를 할 때가 나았지. 그때는 그냥 물에 들어가서 자맥질도 하고 그랬는데… 흠… 그립군. 옛날이 좋았어.”
부대를 운영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보급.
그리고 깨끗한 물을 찾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물을 냇가, 혹은 강이나 우물에서 구하는 것인만큼 부대의 이동은 그것들을 기점으로 잡았다.
미친듯이 싸우고, 말을 타고 달리며 땀을 뻘뻘 흘린다.그리고 해질녘 무렵에 냇가에서 자맥질을 한 후에 나와 뜨거운 국물을 먹는거.
전투부대가 여름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다.
그것을 그리워하는 조앙에게 난 웃었다.
“그것도 좋지만 위정자가 여름을 즐기는 방법에도 익숙해지십시요.”
“그게 뭔데?”
“심두멸각이면 불조차 시원할지니. 잡념을 버리고 무념무상의 경지에 올라 일에 집중하시면 시원해질겁니다.”
“…너 지금 누구 놀리냐?”
성질을 내는 조앙이 죽간을 집어 던지자 난 그것을 받아 책상 위에 올려 놓았다.
“하하! 그럼 저는 이만! 휴가를 즐기러 가보겠습니다. 아. 그런데 오늘 연회하는데. 참가하실 수 있으십니까?”
“가도 되냐?”
“일 다하시면.”
“아오!! 끝나겠냐!?”
버럭 소리를 지르는 조앙을 향해 난 만족스레 웃었다.
저기 탁자에 있는 일을 다 하려면 택도 없을거다.
“하하하. 나중에 전하께는 따로 대접하겠습니다.”
오래간만에 일찍 퇴청하니 발걸음이 가볍다.
십일 정도의 짧은 휴가인데다가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니 나는 업에서 대기해야했다.
하지만 그게 어디냐.
매일 매일 야근과 철야에 시달리다가 단 며칠이라도 쉴 여유가 생기니 좋다.
집에 도착하니 다른 이들이 도착해 있었다.
“오셨습니까.”
“삼계탕을 끓이신다고 들었습니다.”
“오오. 그래.”
다른 이들도 초대했지만 보즐이나 나몽은 자기 가족들과 휴일을 즐기겠다며 오지 않았다.
그 외에도 오라고 했더니 거절했다.
결국 참가한 것은 조충, 등애 정도 뿐인가?
참가자 명단을 확인하고 있을 때 장합이 다가와 말했다.
“종 상서령은 금방 온다고 합니다.”
“그래? 그럼 슬슬 준비해야겠구만.”
장합과 함께 마당으로 향했다.
마당에 놓여진 커다란 솥에는 팥이 보글거리며 끓고 있었다.
“준비 됐니?”
“예!”
음식 준비를 하기 힘든 아내들을 대신해서 장연과 정이가 고생이 많다.
삼계탕은 장연이 끓이고 있는 것 같았다.
날도 더운데 힘들겠구만.
난 정이가 끓이고 있는 팥을 보았다.
뭉근하게 끓고 있는 팥이 꽤나 달아보였다.
그것을 조금 입에 넣어보았다.
“달짝지근하네.”
“그렇죠? 팥죽 끓이는 건 오래간만이네요.”
“응. 제대로 끓여. 너무 되직하게 끓이면 안된다.”
“예!”
땀을 뻘뻘 흘리며 정이가 팥을 끓이는 사이 난 작게 잘려진 떡을 확인했다.
이정도면 괜찮겠네.
그 외에도 사과라든가, 아니면 앵두, 산에서 나는 과일들이 꿀에 절여지고 있었다.
“가주님. 그런데 이건 왜 가지고 오라고 한거유?”
“약초 캐러 갔다가 가져오기는 했지만.”
당지와 함께 약초 캐러 갔다가 따온거겠지?
난 꿀에 듬뿍 절여진 산사과를 먹어 본 후 만족했다.
이정도 달기면 괜찮겠구만.
“먹으려고 가져오라고 한거지. 아. 서황. 안바쁘면 나랑 잠깐 나갔다가 오자.”
“어디 가십니까?”
“얼음 가지러 간다.”
빙패가 담긴 주머니를 들어올렸다.
서황은 쓰게 웃으며 다른 이들에게 마당에 자리를 까는 것을 지시한 후 검을 챙겼다.
그와 함께 집에서 나섰을 때 해질녘의 더위에 지쳐하는 노인이 걸어오고 있었다.
“음? 어디 가십니까?”
“하하. 오셨군요. 들어가 계십시요.”
“어디 가시는 것 아닙니까?”
“얼음 가지러 가는 겁니다. 연회를 여는데 제대로 준비해야겠지요?”
“하하. 괜찮습니다. 저도 빙패는 가지고 있습니다.”
“종 상서령께도 한번 대접하고 싶었습니다. 들어가 계십시요.”
“으음… 알겠습니다.”
종요는 난감해하다가 주머니에서 빙패 몇개를 꺼내었다.
그리고 그것을 장합의 손에 쥐어주었다.
“승상부주께서 뭘 하시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걸로 얼음을 좀 보태도록 하게나.”
“아니 괜찮습니다만…”
“어허. 받게나. 어른이 주는 것은 받는거야.”
억지로 그에게 쥐어 준 종요가 안에 들어간다.
진가에 꽤 자주 왔던 종요다.
다른 이들에게도 환영을 받은 그가 웃으며 자리하자 난 어깨를 으쓱였다.
“뭐 준다는데 따로 빼기는 그렇군. 가자고.”
“예.”
한수레 얼음을 챙겼지만 아직 빙패는 반이나 남아 있었다.
진가의 빙고에서 가져 온 얼음이라 빙패는 꽤 여유가 있었다.
이정도면 올해 여름은 그럭저럭 시원하게 날 수 있겠는데?
수레에 가득 담긴 커다란 얼음을 본 사람들이 부러워하고 몇몇은 얼음의 하기를 느끼려고 은근히 수레를 쫓기까지 했다.
“그런데 얼음으로 뭘 하시려는 겁니까? 정이에게 준비시킨 것도 그렇고…”
“뭐 좀 만들려고. 대패 준비했지?”
“예.”
내가 대수롭지 않게 말하자 장합은 피식 웃었다.
“괜찮으십니까? 얼음의 가격이 보통이 아닌데.”
“어차피 내버려둬봐야 다 녹아버릴 것들이야. 이런 건 기회가 있을 때 써버려야 한다고.”
“음… 그렇긴 하지만.”
“좋은 거 먹여주는거니까 감사히 먹어.”
“하핫. 알겠습니다.”
진가에 도착하자 준비하고 있던 흑귀대원들이 얼음을 날랐다.
커다란 상자에 담겨 있는 투명한 얼음들을 그들이 작게 마련한 빙고에 얼음을 넣었다.
우리가 빙고에 다녀 온 사이 마당에는 벌써 식사를 위한 준비가 되어 있었다.
“다들 모였냐?”
“예.”
흑귀대원들과 진가의 하인들과 시녀들까지.
그들이 각자의 자리에 앉자 난 웃으며 말했다.
“그럼 먹자고. 아. 그리고 안채에서도 준비 좀 해놔. 아내들은 따로 먹이게.”
“알겠습니다.”
커다란 그릇에 닭이 한마리씩 들어갔다.
마당에 있는 자리에 사람들에게 하나씩 삼계탕이 돌아간다.
거기에 따로 준비된 승상부계까지.
다들 오래간만에 제대로 먹는다는 것에 기뻐하고 있었다.
“잘 먹겠습니다! 부주!”
“감사히 먹겠습니다!”
흑귀대원들과 하인들이 기뻐하며 닭을 먹기 시작한다.
그들을 본 후 나는 종요에게 말했다.
“자. 들어갑시다.”
“저희는 여기서 안 먹습니까?”
“하하. 저희가 있으면 저들이 불편하겠지요.”
아무리 내가 살갑게 대한다지만 그래도 윗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밥 먹는데 옆에 있으면 밥이 목구멍으로 제대로 넘어가겠나?
난 웃으며 내 직속 부하들을 데리고 안채의 식당으로 향했다.
안채의 식당에는 벌써 아내들과 유, 석이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와요. 여보.”
“죄송해요… 저희가 당신을 챙겨야 하는데.”
“워~ 아냐. 아냐.”
원래 여름에는 영이나 희, 완이가 보양식을 준비해줬었다.
하지만 임신한 아내들에게 어떻게 보양식 준비하라고 하겠나.
가끔은 내가 이렇게 준비를 해줘야지.
“장연. 아내들거는 따로 준비했지?”
“예.”
기혈을 돋구고 원기 회복에 좋은 약재들 중 일부는 임산부에게 좋지 않았다.
덕분에 그녀들 것은 따로 만들 수 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더 좋은 것이 들어갔으니까.
잠시 후 커다란 그릇들이 나온다.
황기와 삼이 들어간 삼계탕이 자리잡았다.
“충아. 많이 먹어라.”
“으…”
내가 이렇게 먹이는 이유가 일 시켜먹기 위함임을 아는 조충은 떨떠름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를 보며 등애는 작게 말했다.
“먹어라. 먹는게 남는거다.”
“아, 알겠습니다.”
“하하하. 승상부주. 잘 먹겠습니다.”
“맛있게 드십시요.”
다들 삼계탕을 먹는 사이 장연은 다른 그릇을 가지고 왔다.
영이는 그것을 지켜보다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왜 저희거는 따로?”
“당지에게 물어보니 기혈을 높여주는 약재 중에 임산부에게 좋지 않은 것이 있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따로 준비했지.”
준비하느라 힘들었다.
서주에 요청해서 건해산물 구하는 것도 일이었으니까.
아내들을 위한 특제 삼계탕이 자리잡자 난 웃으며 말했다.
“많이 먹어. 귀한 것들로만 끓인 거니까.”
“우와… 이건 전복 아닌가요?”
“응. 서주에 요청해서 받은거야.”
업 같은 내륙에서 해산물을 먹는거.
진짜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생색낼 필요는 없겠지.
난 웃으며 그녀들을 보았고 아내들은 서둘러 수저를 들었다.
“맛있겠다~ 우와. 굉장히 크네요.”
“좋은 것만 넣었어.”
아내들과 부하들을 차별한다고 뭐라고 해도 할 말 없다.
당연히 차별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아내들이 더위 때문에 고생하는게 뻔히 보이는데.
난 웃으며 그녀들이 먹는 것을 보았다.
“당신은요?”
“아. 난 해산물 별로 안좋아해서.”
거짓말이다.
사실 나 해물 좋아한다.
그렇지만 가격은 둘째치고 구하는게 너무 힘들어서 아내들 먹일 것 밖에 못구했을 뿐이다.
내가 웃으며 말하자 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당신…”
“자자. 어서 먹으라고. 석이랑 유도 많이 먹으렴.”
“네!”
“아버지~”
정이가 가져다 준 일반 삼계탕을 한입 먹었다.
이것도 맛있네.
해산물은 없지만.
삼계탕은 다 먹고 나니 해는 완전히 져 주변이 어두웠다.
하지만 여전히 더위는 남아 있었다.
뜨거운 삼계탕을 먹은 덕분인지 다들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이제 시작하면 되겠군.
“얼음 꺼내와라.”
커다란 얼음이 탁자에 놓인다.
그것을 본 이들이 감탄했다.
“이야~ 크다~”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해지는구만.”
“그럼 너희는 보고만 있어.”
“아니 말이 그렇다는거지. 뭐 하시려고? 화채만드시게?”
“화채보다 더 괜찮은 거 만들려고 한다.”
난 아내들을 보며 히죽 웃었다.
전에 진가윤에서 마음에 들어했던 의자에 앉은 아내들이 싱긋 웃자 난 대패를 들었다.
“서황. 장합. 와서 좀 도와라.”
“어… 알겠습니다.”
의아해하던 그들이 나오자 난 대패로 얼음을 툭 쳤다.
“갈자.”
“…부수는게 아니라 가는 겁니까?”
다들 의아해한다.
그렇겠지.
내가 알기로 지금까지 이런 음식은 없었으니까.
“화채를 만들거라면 잘게 부수는게…”
“화채 만들려는 거 아니야. 군소리 말고 빨리 하자. 날도 더운데 다들 기다리잖냐.”
장합과 서황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리고 망설임없이 얼음을 대패로 밀기 시작했다.
두터운 얼음이 갈린 새하얀 눈꽃들이 쌓이기 시작한다.
난 그것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이정도면 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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