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137
아무리 운철로 만들어진 갑옷을 입고 있다고 하더라도 장철은 생각보다 잘 싸우고 있었다.
하지만 수에는 장사가 없다.
아무리 실력 좋은 이들이 있다고 하지만 이미 수에서는 우리가 압도한다.
내가 데리고 간 병사들의 지원까지 받았기 때문일까?
장철의 부하들이 하나 둘씩 죽어가고 장철은 관평과 하후상에게 밀렸다.
결국 그가 성벽의 구석진 곳에 등을 기댔을 때는 그의 남은 부하들은 단 한명도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후우… 부상자들 뒤로 빼!”
진짜 정예들이 모인 것일까?
도적들 주제에 엄청 강하네.
삼백여명 쯤 되는 도적들을 겨우 다 죽이고 나서야 장철을 몰아 넣는데 성공한 나는 조금 마음 편히 싸움을 구경했다.
“그나저나 진짜 잘 싸우네. 솔직히 좀 데려가고 싶을 정도다.”
관평도, 하후상도 결코 약하지 않다.
그런 그 둘을 상대로 고전을 하고 있지만 이렇게나 버티다니.
역시 세상은 넓고도 넓구나.
저런 인재가 고작 도적이라니.
난 확성기를 들었다.
“관평! 하후상! 잠시 휴식!”
한참 그를 공격하던 관평과 하후상이 훌쩍 뛰어 뒤로 물러난다.
한참 밀리던 상황에서 벗어난 장철이 씩씩거리며 날 바라본다.
땀 투성이에 여기저기 베인 상처들이 많다.
급소들만 운철갑으로 보호했을 뿐 다른 부위는 일반 철인가보다.
“나는 위국 승상부주 진유하다. 네가 장철이지?”
“카악! 퉤! 그렇다면?”
“제안하지. 위국의 산하로 들어와라.”
“뭐?”
“약속해주마. 만약 내 밑으로 들어온다면. 너에게 작위를 주고 관직에 올려주마. 부와 명예 내어주마. 너 정도 되는 실력으로 도적이라니… 아깝지 않나? 나에게 와라.”
능력이 있다면 쓴다.
그게 도적이든 뭐든.
관평과 하후상을 상대로 저만큼 버텨줬다면 솔직히 기본 이상은 하는 것이다.
물론 도적단의 수령이라는 것이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흑귀대나 백파병, 수귀단을 생각한다면 딱히 문제 될 것은 없었다.
내가 웃으며 권하자 그는 어처구니 없다는 듯 나를 바라보다가 가래침을 뱉었다.
“니 좆이나 빨아라.”
“내가 허리가 그렇게 유연하지는 않아서 말야. 난 재능있는 자를 좋아해. 인성이야 뭐. 그 부분은 나중에 생각하자고.”
“하하하하!! 그럼 이렇게 해볼까? 내 앞으로 나와라! 그렇다면 너의 부하가 되어주마!”
“아니. 솔직히 나도 너를 그렇게까지 믿지는 않으니까. 그리고 지금 네가 뭔가를 요구할 입장은 아닌 것 같은데?”
내가 손을 들자 강노병들이 노를 들어 겨눴다.
자신에게 수십발의 강노가 겨눠지자 장철은 빠득 이를 갈았다.
“네 상처를 보니 운철? 뭔지는 모르겠지만 복부와 급소만 가려 놓았군. 그렇다면 강노가 뚫지 못할리는 없다. 선택해라. 항복이냐? 아니면 죽음이냐.”
일반 철이라면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강노를 막을 수 없다.
아니.
막아낸다고 하더라도 결국 그의 결말은 죽음 밖에 없었다.
내가 웃으며 말하자 그는 하늘을 쳐다보며 크게 웃었다.
“하하하하!!!”
내가 농담하는 줄 아나?
난 그를 심드렁한 눈으로 바라보았고 한참 웃던 장철은 다시 가래침을 뱉고 철봉을 잡았다.
“위국 승상부주 진유하가 입만 산 어설픈 개자식이라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이정도로 입만 살았을 줄이야! 까불지 마라! 겁쟁아!”
“겁쟁이가 뭐가 나쁘냐?”
나는 솔직히 겁이 많다.
힘도 약하고 무술에는 자질도 없다.
그런만큼 최대한 안정적인 것만 추구할 뿐이다.
지금 내 앞에 있는 방패병들의 어깨를 잡은 후 난 웃었다.
“모든 것에는 적재적소라는 것이 있지.”
“닥쳐!! 내 앞에도 나오지 못하는 놈의 말을 들을 이유는 없다!”
“오. 그래? 정녕 피를 봐야 정신을 차리겠다?”
“네놈의 밑으로 들어가느니 차라리 법정. 그 개새끼의 다리 사이를 기겠다. 아니면. 네가 내 밑으로 오지 그러냐? 아니… 위왕 그 인간도 내 밑으로 들어오고. 위국이 아니라 장국으로 만들어준다면 한번 생각해보지.”
“…하아. 어쩔 수 없나. 그럼 한가지만 묻지. 너. 그 장비들, 그리고 네 부하들에게 입힌 중갑들. 그거 어디서 났냐?”
“길가다가 주웠다! 이 새끼야!!”
“장난하냐…”
어떤 미친놈이 운철갑을 버려놔?
나도 길가다가 운철석 좀 주웠으면 좋겠다.
“와라!! 같잖은 놈들!”
더 이상 대화는 하고 싶지 않은 듯 보인다.
잠시 숨을 돌린 것에 만족한 그가 철봉을 들어 우리에게 겨눴다.
“아까운 인재를 이렇게 보내게 되나.”
적대감이 워낙 커서 회유할 수 없어보인다.
그가 철봉을 휘두르기 시작하자 난 한숨을 쉬었다.
“저격병들. 준비해라.”
“예.”
적절히 틈을 이용해서 관평과 하후상을 지원하자.
또다시 시작된 전투.
장철과 다르게 관평과 하후상에게 큰 상처는 없어보였다.
그들이 빠르게 움직이며 장철을 몰아 넣고 저격병들이 장철의 머리를 노리는 전투가 계속된다.
가끔씩 창병들이 긴 창을 이용해서 지원하여 그의 신경을 흐트러 트리고 있을 때.
결정타가 나왔다.
“읏!!”
“한심한 놈!!”
비틀거린 하후상을 끝장내기 위해 내리쳐진 철봉.
낭패한 얼굴이던 하후상은 히죽 웃으며 잽싸게 자세를 바꿨다.
그리고 내리쳐지는 철봉을 가볍게 피한 후 그것을 밟고 뛰어 올라 그의 팔을 내리친다.
철봉을 한번 밟힌 탓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한 장철이 그 공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크아아아악!!”
그의 두툼한 팔이 덜렁거리며 쥐고 있던 철봉을 놓자 하후상은 강하게 외쳤다.
“관평!!”
왼팔을 잃어 철봉을 쓰지 못하게 된 장철이 비틀거리자 관평은 참마도를 강하게 쥐고 뛰었다.
달려오는 속도를 이용한 내려치기.
참마도는 장철의 머리를 일격에 박살내버렸다.
장철의 거구가 허물어진다.
신음조차 내지 못한 그가 툭 쓸어져 죽어버리자 관평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강한 놈이군.”
“감 교위님 정도인가.”
“무슨 나 정도냐?”
감녕이 걸어온다.
그는 쓰러져 죽은 장철을 내려다보며 피식 웃었다.
“갑옷 좋은 거 입었네. 이건 또 어디서 난거야?”
운철갑만 아니었다면 이미 관평과 하후상의 합공에 전투는 끝났을 것이다.
그 도움으로 여기까지 상황을 끌고 오게 되었던 장철을 보며 난 입맛을 다셨다.
“다른 쪽은?”
“항복하고, 저항하는 놈들은 잡고. 정리는 끝났수. 장합이 이끌던 애들이 피해가 좀 있는 모양이야. 함정과 기습이 많았나 보던데?”
“그래? 장합은?”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피곤한 것 같아. 소규모이기는 하지만 전투를 계속 이어갔으니까.”
나를 응시하는 관평에게 고개를 끄덕이자 관평은 말없이 참마도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숨을 몰아 쉰 하후상은 의천검의 피를 털어낸 후 검집에 넣고 외쳤다.
“영안의 악적! 장철을 관평이 베었다!!”
“와아아아!!”
후문 쪽의 전투도 꽤나 거칠었던 모양이다.
공성장비가 제대로 갖춰진 정문과 다르게 후문에 있는 공성장비는 수상노 하나 뿐.
그것을 이용해서 성문을 뚫었다 하더라도 쉽게 싸울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사상자의 수가 은근히 많다.
“그런데 왜 장철이 후문에 있었을까?”
“후문을 통해 나가서 후퇴하려던 것이 아닐까?”
후문에 보내진 병력은 고작해야 삼천여.
그의 말대로 관평과 하후상, 손상향만 있다는 것에 방심하고 그들을 공격하여 빠져나가려는 것일 수도 있었다.
“공성장비가 나오고 전황이 불리해지는 상황이었으니까. 그리고 포로를 잡으면 자신들의 안전까지 보장할 수 있다… 라고 판단했을지도 모르지.”
“그런가? 흠. 뭐 죽은 놈들을 잡고 물어 볼 수도 없으니. 그 의도를 파악하기는 어려울 것 같구만.”
잠시 후 하후상이 커다란 갑옷 하나를 가지고 왔다.
생각보다 큰 갑옷이다.
난 그 갑옷을 이리저리 살피다가 물었다.
“운철 맞지?”
“그런 것 같습니다.”
장철의 시체에서 얻은 운철갑을 툭 치며 내가 묻자 하후상은 고개를 끄덕였다.
의천검과 관평의 참마도에 몇번이나 맞았는데 흠집만 조금 나 있을 뿐 이었다.
“운철이 진짜 물건은 물건이네.”
“의천검과 같은 철이니까요.”
난 하후상을 향해 두툼한 가죽 갑옷을 던졌다.
그것을 허공에서 가볍게 벤 것만으로 두개로 나뉘어져 뚝 떨어진다.
저런 보검에 당했는데 흠집만 좀 나다니.
진짜 감탄스럽군.
“이걸로 검이나 몇자루 더 만들어야겠다. 다들 좋아하겠네.”
“그러게 말입니다. 이정도면 적어도 여섯자루는 만들 수 있겠군요.”
“운철석을 더 구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내가 히죽 웃었을 때 손상향이 복귀했다.
그녀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아보였다.
“수고했다. 다친 데는…”
“부주. 큰일입니다.”
“응?”
“정찰병이 복귀하지 않고 있습니다.”
“…응? 정찰? 정찰을 보냈어?”
“기습을 대비해서 정찰병을 따로 운용하여 보내놨는데… 돌아 올 시간이 되었는데도 복귀하지 않습니다.”
그녀의 심각한 어조에 나와 하후상, 관평의 표정이 굳었다.
위국의 병사가 탈영을 할 리는 없다.
그렇다면 정찰병이 복귀하지 않는 이유는 둘 중 하나다.
죽었거나, 혹은 잡혔거나.
하지만 영안성은 우리가 차지했고 이곳에 있는 위기는 장철 뿐 이었다.
그때 방통이 장합을 데리고 다급히 달려왔다.
“야!!”
“뭐야!?”
“이거 봐봐! 관청에서 찾은거다!”
방통이 준 문서를 확인했다.
법정이 보낸 문서였다.
“영안성을 돌려받으러 올 것이니 목을 꺼내고 기다리고 있어라…?”
“왜 이런 짓을?”
어떤 미친놈이 도적에게 선전포고를 한단 말인가.
아무리 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빠르게 공격하여 성을 취해야 하는 것이 옳은데.
나와 방통이 머리를 굴리고 있을 때 손상향은 관평을 잡았다.
“관 도위. 정찰을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게 낫겠군요. 주군. 저는…”
“아. 그래.”
불안감이 감돈다.
하후상과 관평, 손상향이 기병들을 이끌고 나간다.
나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난장판이 되어 있는 영안성.
박살난 성벽.
뚫려져 있는 성문.
정문과 후문 모두 개방되어 그곳을 고치려면 적어도 이틀 이상의 시간은 걸릴 것으로 보였다.
“…설마.”
방통은 이를 갈았다.
그리고 다급히 외쳤다.
“전투 준비해!!”
“뭐? 야. 지금 전투 끝나서 다들 힘들어하는데…”
아무리 쉬웠다고는 하지만 공성전을 치룬 것이다.
그리고 병사들의 절반 이상이 시내를 돌며 적들을 잡느라 바쁘게 움직였다.
정비조차 하지 못한 상황에서 전투 준비라니.
하지만 방통은 그런 것을 신경 쓰지 못했다.
“본대에 남아 있던 이들! 그들부터 움직인다! 장합! 보병 삼천을 이끌고 영안성에서 승상부주와 대기! 감녕! 기병 이천을 이끌고 전투 준비!! 흑귀대!! 승상부주를 호위하라! 이당지! 의원들을 이끌고 부상자를 한곳에 모아! 중, 경상자의 구분을 마치고 경상자는 바로 전투를 할 수 있게 하도록!”
방통은 거칠게 지시했다.
그의 지시에 다들 의아해하면서도 바삐 움직였다.
난 방통을 꽉 잡았다.
“법정! 이 영악한 자식!!”
“잠깐만. 무슨 생각인거야?”
“법정은 장철이 차지하고 있는 영안성을 공략할 생각따위는 없었어.”
“뭐?”
“그놈은…”
“큰 일입니다!!”
피투성이가 된 병사가 달려온다.
그는 상처에서 흐르는 피를 닦을 생각도 하지 못한 채 힘겹게 외쳤다.
“반 시진 정도 거리에서 거대한 흙먼지를 발견! 적어도 이만 이상으로 보이는 적들이 공격해들어오고 있습니다!”
그의 외침에 방통은 까득 이를 갈았다.
“그놈은… 우리가 차지하고 있는 영안성을 공격할 생각 밖에 없었던 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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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움직이는 전차에 탄 채 법정은 강하게 외쳤다.
“빨리! 더 빨리!!”
“군사! 보병이 따라오지 못합니다!”
“적들이 성을 복구시키기 전에 최대한 빨리 들어가야 한다!!”
법정은 오랜시간 위국을 연구했다.
그들의 전투는 무척이나 안정적인 방식을 택한다.
부상자를 늘리고 병력의 체력을 저하시키더라도 사망자의 수를 최대한 줄인다.
압도적인 물량과 물자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방법이다.
정치가인 진유하는 병력의 생존에 대해서 꽤나 민감했다.
그가 정권을 잡게 된 이후 물자를 좀 더 소모하더라도 병사들의 생존에 대해 위국은 생각하게 되었다.
‘공성전에서 병사의 수를 아끼려면… 그들은 성벽과 성문을 공격할 수 밖에 없지.’
성벽을 투석기로 두들겨 적의 사기를 깍고, 성문을 복구하기 힘들 정도로 박살내어 수성의 이점을 줄인다.
그것이 위국의 공성전이다.
그렇다면 그것을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은 분명 존재했다.
“장철에게 경고문을 보냈다. 그런만큼 위국 놈들도 체력 소비가 컸겠지.”
용력이 있고 꾀가 많지만 야심이 많으며 욕심을 챙기는 자.
그에게 영안성을 넘기고 영안성의 방비를 하게 한다.
영안성의 성주 자리를 한번 차지한 그이기에 거기에 더욱 집착하게 될 터.
그때 서찰 하나만 보낸 것으로 장철이 잔뜩 경계하게 할 수 있었다.
독이 올라 있는 장철을 상대한 것이니 위국 역시 꽤 체력을 소비했을 것이다.
“비 종사의 복수를 할 수 있겠군요. 망할 위국 새끼들.”
왕평은 까득 이를 갈며 검을 잡았다.
그리고 그의 옆에서 말을 몰던 진도 역시 담담히 말했다.
“목표를 잊지 마라.”
“안다.”
달려가는 그들을 보며 법정은 무감정한 어조로 말했다.
“일계가 실패하면 바로 이계로 들어갈테니 긴장 풀지 말고 있어. 지금 영안성에 있는 것은 방통과 진유하. 결코 얕볼 수 없는 이들이다.”
“명을 따르겠습니다!”
“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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