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80
00180 가문을 위하여 =========================
팽성군으로 돌아갔던 방통이 또 왔다.
쟤는 여기에 꿀발라놨나.
왜 이렇게 자주 와?
내가 뚱한 얼굴로 바라보자 방통은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이야~ 교완이 일을 아주 잘해~”
“…..”
“그래서 말인데 하비에…”
“야. 헛소리하지마.”
영이의 시선을 알고 있는건지 모르겠다.
지금 계속 영이가 빤히 바라보는데도 방통은 긴 의자에 누운 채 육포를 씹으며 능글맞게 말했다.
너 그러다가 영이한테 혼난다.
“군수님. 여기요.”
“아. 고마워.”
두열이 빈 육포를 채워주고 술병을 올려주자 방통은 싱글거리며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냥 술마시고 놀거면 남 일하는 거 방해하지 말고 집에 가라고 하고 싶다.
“그냥 술마시고 놀거면 남 일하는 거 방해하지 말고 집에 가라.”
마음이 이끄는대로 말했지만 방통은 들은 척도 안했다.
진짜 확 때려버릴가?
“야. 그러고보니 지금 정혼장이 엄청 들어오고 있는데 잘됐다. 너 이번 기회에…”
“그보다 다른 얘기를 하자고.”
말을 돌려버리다니.
방통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날 보았다.
“수춘의 원술이 지금 서주를 노리고 있다.”
“그거야 뭐 예상했던 일이잖아. 새삼스럽게 말 돌리지 말라고. 지금 서주 명사인 유광의 딸이…”
“그건 나중에 이야기하자니까. 나 지금 진지해.”
저건 지 필요할때만 진지해진다.
어쨌든 이 부분에 대해서도 한번 정도는 방통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았다.
원술에 대한 대응을 어찌 할 것인가.
천하는 지금 어느정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었다.
어떻게든 간신히 균형이 맞아 있었지만 그 균형은 돌멩이 하나 던지는 것만으로 깨질 수 있는 것이었고 우리는 그 돌멩이를 던질 사람을 원술이라고 생각했다.
유표와의 싸움에서 밀려 꽤 타격을 입은 원술은 재기를 꿈꾸고 싶을 것이다.
그리고 그 중 가장 만만하다 생각되는 것이 서주겠지.
“사실 제일 만만하지 않지만 말야.”
조조가 원소를 상대하고 있으니 그 틈을 노려 공격하겠다는 것이다.
아직 정식 서주목이 없으니 그것을 빌미로 서주를 차지하고 자신이 서주목이 되겠다는 의지를 듬뿍 보이고 있는 것이다.
“도겸이 있을때라면 모를까…”
“아무튼 그래서?”
“그냥 원술 정도라면 어떻게든 방어가 가능할텐데 말이지… 문제가 하나 있어.”
원술이 서주를 노릴 것 정도는 간단하게 예측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준비도 어느정도는 해둔 상태고.
이미 방통, 그리고 양 사형과 이야기해서 당분간은 군사 중심의 내정형태로 가자고 말해 병사들의 훈련과 징집을 우선적으로 시행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얘는 뭔 얘기를 하려는 걸까.
“뭔데?”
“손가의 자식이 원술의 부하로 있다는 거다. 한번 만나봤는데 결코 만만하지 않았어. 그때 죽였어야 했는데.”
아쉬워하는 방통을 보며 난 붓을 움직이던 손을 놓았다.
손책을 만난 것인가.
손책…
하긴 손책에 대한 대응도 정하기는 해야 했다.
“흐음… 야. 잠깐 나와봐.”
“왜?”
“둘이서 얘기 좀 하자. 영아. 좀 부탁할게.”
“알겠어요.”
방통을 데리고 하비성의 뒷편에 있는 정원의 정자로 향했다.
넓은 곳이고 숨어서 누군가가 엿들을 수 없다.
호위로 따라 온 조청을 멀찌감치 보내놓고 난 방통에게 물었다.
“왜 못죽였는지는 감이 잡히니까 그렇다고 치고. 어떻디?”
“글쎄… 손책은 좀 취해 있어서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보통 놈은 아닌 것 같았어.”
방통에게 손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취해서 관우와 시비가 붙었던 이야기.
그리고 그 관우에게 얻어맞고 정신을 차렸을 때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모두에게 사죄했다는 것.
자신의 잘못을 알고 그것을 모든 이에게 사과하는 일은 쉽지 않다
특히나 손가의 후손이라는 이름까지 가지고 있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럼 됐고. 그게 다야?”
“아니. 한명 더 있었지. 손책의 부하인 주유. 그 자도 위험인물이라고 생각해.”
역시나.
손책과 주유는 같은 편이 되어 있었다.
방통의 말에 난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 할까?”
“제일 좋은 방법은 죽이는 것. 그 다음은 아군으로 만드는 것, 세번째는 어중간하게 적으로 만드는 것.”
“아예 상관을 하지 않을 수는 없을테니까…”
방통의 말에 난 곰곰히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문제는 지금 우리 상황이 어디 원정을 보내고 할 상황이 아니라는 거지. 물자나 병력의 문제가 아니라…”
싸움을 회피할 방법이 없다면 싸움을 해서 이기는 것이 낫다.
하지만 원술도 그렇게 만만한 상대가 아닌 이상에야 그들과 단기결전을 낼 수 없고 싸움이 길어지면 길어질 수록 원소만 좋아할 것이다.
단번에 끝낼 수 없는 이상 싸우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단번에 끝낼 수 있는 방법은 방어고 나발이고 다 때려치고 바로 돌격해서 수춘을 치는 것.
서주의 전력을 동원한다면 원술을 한달에서 두달 안에 물러나게는 할 수 있을 거다.
문제는 지금 그 수를 쓸 수 없다는 것이다.
물자나 병력의 문제가 아니다.
연주목 휘하 다른 군수들의 시선 문제다.
만약 내가 하나의 군벌을 이끄는 상황이라면 원술을 냅다 공격하겠지만 지금의 나는 군벌도 아닌, 그저 연주목 조조의 부하에 불과했다.
어린 내가 임시나마 서주의 주목이 된 것에 불만을 가지는 조조의 부하들이 없다고 할 수 없는 이때 연주목의 명령없이 다른 주를 공격하여 전투 상황을 만들어낸다면 다른 부하들이 얼씨구나 하고 달려들 것이다.
안그래도 그들이 날 찍고 수근거리는 통에 짜증나는데 괜히 입방아에 오를 필요는 없지.
“그렇긴 한데… 이건 이렇다 정하기 어렵겠는걸? 뭔가 방법이 없을까?”
내가 떨떠름히 말하자 방통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글쎄… 원술과 싸워서 우리가 이득이 될만한 일은 원술은 반드시 선봉으로 손책과 주유를 내보낼 것이라는 거고 전장에서 당당히 그들을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정도지. 그 외에는 원술과 싸워서 이겨도 손해야. 아무 의미가 없어.”
“그거야 당연한 것이지만 그들이 선봉으로 오지 않는다면? 비록 유표에게 패배해 밀리고 있다지만 원술은 쉽게 생각할만한 인물이 아닌데. 그의 부하인 기령 뿐만 아니라 장훈 등도 역전의 장수다. 그들이 이끄는 부대를 상대하면 우리도 큰 이득을 얻을 수는 없을거야.”
“그냥 식량을 주고 돌아가주세요 하면 돌아가주려나?”
“가겠냐…”
으아! 진짜 싸우기 싫다.
싸워봤자 남는게 뭐가 있나.
원술이 우리를 공격해서 패배했다고 치자.
그를 죽이든 죽이지 않은 원술의 세력은 약화될 것이고 그것을 누가 좋아하겠는가?
바로 유표다.
어부지리의 상황에서 어부가 되었으면 되었지 학이나 조개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나마 얻을 것이라고는 손책과 주유를 잡을 기회가 있다는 것인데 그들을 잡을 수 있다는 확신도 없는 이상 아무리 생각해도 손해라는 것 외에는 답이 없었다.
병법에서도 가장 최고로 치는 병법은 싸우지 않고 승리하는 것이다.
나와 방통은 서로를 보며 골머리를 썩혔다.
“제일 좋은 것은 원술이 오기 전에 조조가 황제를 구하는 것이지만…”
“그건 힘들겠지.”
원술이 서주를 치기 전에 구하기는 힘들 것이다.
아니, 구한다치더라도 원술을 막기는 쉽지 않을 것이기에 나와 방통은 인상을 찡그렸다.
“어떻게 보면 원술은 마지막 기회를 쓴 것 같은데…”
“그래. 만약 조조가 황제를 성공적으로 구하게 된다면 천하의 모든 명분이 바뀌어버릴테니까…”
“여러모로 생각해봐도 지금 당장은 싸울 수 밖에 없겠군.”
우리야 알고 있지만 조조가 황제를 구하기 위해 움직였다는 것을 아는 이가 몇이나 있을지는 아무도 몰랐다.
만약 원술이 알고서 한 것이라면 그는 정확히 틈을 노린 것이다.
조조가 황제를 보유하게 된다면 조앙이 정식으로 서주목에 취임할 수 있게 된다.
그런 조앙을 공격하는 것은 황제에 대한 반역이라고 할 수 있었다.
지금이야 이각과 곽사가 하도 개판을 쳐서 황제의 명분을 개무시한다고 치더라도 조조가 황제라는 엄청난 명분덩어리를 그냥 놔둘리 없다.
그를 최대한 활용해서 조조군의 세력을 키워나갈 것이고 그것은 곧 천하 전체를 상대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내부에서 배신하게 할 수 없을까? 아니면 싸우는 도중에 다른 사람한테 본거지를 털게해?”
가장 쉬운 전투는 바로 빈집털이.
원술이 서주를 공격하러 병력을 보내는 동안 원술군의 본거지를 치는 것이다.
우리가 상대하는 동안 산양군에서 공격하게 해볼까?
하지만 산양군도 지금 마땅히 보낼만한 병사가 없었다.
병사를 뽑아 어느정도 훈련을 시킨 이후 곧장 북쪽으로 보낸다.
데려올 수 있는 병사라고 해봐야 사천여 정도의 일반병에 불과할 것이다.
그거 가지고는 원술의 본진을 치는 것은 무리다.
“조조에게 너무 준 것 같네.”
“그렇다고 하더라도 원소를 아주 무시할 수는 없으니까.”
만약 우리가 서주를 먹지 못했다면 조조는 황제를 얻는 순간 거대한 명분을 손에 넣게 되지만 그만큼 거대한 위험에 빠진다.
조조는 이각이가 곽사와는 다르다.
“삼보의 난 이야기는 들었지?”
“관중 쪽은 거의 멸망 상황이라고 하더군.”
방통이 질린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흉작 두번과 대흉작 한번.
고작 세번의 흉작만으로 백성들은 서로를 잡아먹었다.
그정도로 끔찍한 상황 속에서도 이각과 곽사는 그들을 구원하는 대신 자신들의 배를 불려나갔다.
그렇기에 그들은 다른 군벌들에게 인정받지 못했다.
하지만 조조는?
조조는 성공적으로 연주를 잘 다스리고 있었다.
또한 조조의 부하인 나 역시도 서주를 잘 다스렸고.
그렇기에 조조가 황제를 손에 넣게 되면 모두는 긴장하게 되는 것이다.
명분도, 능력도. 지금까지의 업적이나 실적도.
그 모든 것이 조조의 손아귀에 들어갈테니까.
잘못된 정치를 지적할 수도 없고 백성들의 인기를 건드릴 수도 없으며 하다못해 황제의 적통에 대해서 떠들 수도 없게 된다.
“조조가 황제를 보유하고 시간이 흐르면 흐를 수록 조조의 힘은 강해져. 그런만큼…”
“곧장 원소가 움직일 수 있지. 그때를 대비해도 모자랄 판국에 쓸데없이 원술과의 싸움으로 힘을 낭비하고 싶지 않은데.”
“공손찬과 유우가 어떻게든 북방에서 버텨줘서 원소를 견제할 수 있지만 그것도 얼마 못갈거야.”
“그러겠지. 요새 흉노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고 하니까. 흑산적도 식량 때문에 긴장하고 있고… 원소가 있는 기주보다는 마땅한 지배자가 없는 사예주를 공격할거야. 원소를 잡아 둘 패가 마땅치가 않아.”
“원소가 서주로 오는 건 낭야군에서 막을 수 있어. 다만 좀 아쉽네. 아직까지 그들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해서 써먹을 수 없는 것이…”
한해가 지나서 그들이 만족할만한 식량을 얻는다면 청주병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아직 낭야군의 청주인들은 날 신뢰하지 않았다.
말로는 신뢰한다고 하지만 뭔가 일을 시킬 때 시큰둥히 반응했고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려 하자 대놓고 불만을 표현한 것이다.
아직 이곳이 안정화되지도 않았고 우리들이 살아갈 기반도 완전하지 않다.
그저 우리를 이용하기만 할 생각이라면 당신이 말한 대로 우리의 계약은 끝이다.
북방의 공격은 막아주겠지만 약한 이들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다른 공격을 막지 않겠다.
장패마저도 난처해할 정도로 그들은 내게 당당히 말했고 난 그들의 대답에 어깨를 으쓱일 수 밖에 없었다.
당장 저들이 칼을 들고 서주에서 분탕질을 친다면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의 손해였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내년에 풍작을 이뤄내기라도 한다면 청주병들은 내 지휘를 받게 될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조앙의 지휘를 받겠지.
“청주병을 제대로 쓸 수 있다면 좋을텐데.”
삼만이 넘는 강병들을 놀려 먹으려니 짜증이 나지만 어쩌겠는가.
지금은 그냥 원소의 움직임을 막음과 동시에 그들을 견제하기 위한 칼날로 밖에 쓸 수 없다.
안되는 거 잡고 징징거려봐야 될리가 없다.
일단 청주병은 포기하자.
“그럼 실질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병력은 사만여에 남짓하다는 거네. 이래저래 빼면 삼만 정도… 이걸로는 좀 힘들겠는데.”
“음…”
수성만 생각하고 버티기로 나간다면 상관없겠지만 문제는 우리의 땅이 공격받는다는 것이다.
내년의 농사를 대비해서 밭을 다 갈아 놓았고 농작물을 뿌려 이제 수확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하비성 바깥에도, 팽성군의 성 바깥에도 농지는 많았다.
단순하게 수성만 하면 그 농지들을 원술이 가만히 두고볼까?
나도 가만히 두고보지 않을거다.
“오기 전에 쳐버릴까?”
“그것도 나쁘지 않은데… 뭔가 더 좋은 방법이 없을까…”
오기 전에 쳐버리는 것도 손해는 있다.
제일 좋은 것은 적 세력 중에 누군가가 반기를 들게 하는 것인데…
그리고 더 좋은 것은 아예 서주를 포기하게 하는 것이고.
하지만 미친 놈에게 뭔 약이 있겠는가.
지금의 원술은 자신의 패배에 대한 실책을 만회하고자 서주를 공격하려 하고 있었다.
특별한 목적의식과 분노, 감정이 그를 쥐고 있는 이상 그에게 명분을 떠들어봤자 귓등으로 넘긴다는 답 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
“미녀를 보낼까?”
두열을 떠올리며 방통에게 말을 걸었다.
내 말에 그는 피식 웃었다.
“원술의 첩 중에 두열과 비슷한 수준의 미녀가 있다더라. 괜히 미녀만 날려먹지 말자. 그리고 보낼 수도 없잖아. 두열은 일단은 네 사람인데. 너의 몇 안되는 장점이 네 사람을 절대 버리지 않는다는 것 아니야? 그 장점을 뭉갤 생각이면 차라리 원술을 습격하자.”
“알아. 농담으로 해본 소리야.”
두열을 보낼 생각은 없다.
난 팔짱을 낀 채 생각하다가 그에게 다시 물었다.
“으으음… 그럼 뭐… 원술의 취미나 그런 거 몰라?”
“취미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가 순순히 물러날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데. 지금 원술은 서주에 눈이 뒤집혀져 있는 상황이야. 어지간한 것으로는 눈도 돌리지 않을걸? 그의 관심을 돌릴만한 것은 아쉽지만 없어.”
우리는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뭐가 있을까?
원술이 지금 서주보다 더 관심을 가질만한게…
“안되겠다. 술 한잔 하고 생각해보자.”
“너 정말 그러다가 술에 완전히 중독되서 몹쓸 인..간이 된다…”
방통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하자 인상을 구기며 대꾸하다가 손가락을 튕겼다.
“아. 야. 나 잠깐 나갔다가 올테니까 너 여기 있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