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216
00216 변질된 가치 =========================
실제로 말만 들어봤지 공자원에는 나도 가본 적이 없었다.
양 사형과 다르게 나는 바로 사부님에게 뽑혔을 뿐이다.
공자원은 커녕 공융도 실제로 만난 적이 없던 나는 공도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저는 그리 배운 놈이 아닙니다만… 공자의 가르침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인(仁)아니야?”
“뿐만 아니라 배움입니다.”
공도는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배움이라.
솔직히 말해서 난 공자 잘 모른다.
아니, 공자 뿐만 아니라 성현의 말씀에 대해서 아는 바가 거의 없다.
기본적인 몇가지 정도는 알지만 논어 같은 것을 좔좔 외울 정도로 머리가 좋지도 않았고 수경원에 있는 동안 나는 성현의 말씀을 외울때 거의 대부분 졸았다.
결국 그 보충을 사저나 서복이 해주었고 그때마다 또 졸아 사저를 울리거나 서복에게 화를 내게 만들었었다.
그리고 사부님은 훈훈하게 바라보곤 했었지.
“속수지례라는 말을 아십니까?”
“묶은 육포의 예절이라는 말 아닌가?”
“네. 맞습니다. 제가 낭야군에서 글을 배우며 많은 스승들께 배울 때 그들은 속수지례를 강조했습니다. 배우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육포 한 묶음의 사소한 예를 갖추는 것만이라도 괜찮다. 하지만 공자원은 조금 다릅니다.”
“그게 무슨 소린데?”
“배우기 위해서는 선물을 바침으로써 예절을 갖춘다. 그러므로 공자원에 입원하기 위해서는 예물을 바쳐야 한다… 입니다. 그 예물은 육포 한 묶음 정도가 아닙니다. 과하면 과할 수록 더 많이 배울 수 있고, 크면 클 수록 더 좋은 곳에서 배울 수 있습니다.”
“그게 뭔 개같은 소리야. 해석을 왜 그따구로 했지?”
공도의 말에 난 어이가 없었다.
속수지례의 뜻은 나도 안다.
스승에 대한 공경과 배움에 대한 예를 위해 작은 선물을 하는 것으로 예절을 갖추고 스승을 공경하게 된다는 의미.
거기에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배움을 청할 때 작은 선물이라도 바치며 스승에 대한 공경을 하라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그 예물을 과하게 바치라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어이없어하는 내 표정을 보며 공도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왕 배울 것이면 제대로 배우고 싶어 공자원에 입원하러 북해에 잠깐 들렀습니다. 공자원이 있는 곳은 무척이나 대단하더군요. 좌판 뿐만 아니라 상업적인 시설들. 그들은 공자원에 바칠 예물을 팔고 있었습니다. 그 예물에 수가 적혀 있었는데 그 수가 높을 수록 가격은 비쌌고 높은 수의 예물을 바칠 수록 공자원의 스승들이 더 잘 봐준다고 합니다.”
“와… 진짜?”
이거 생각보다 실망스러운데.
내가 떨떠름히 말하자 공도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를 가르치신 스승님도 공자원에서 가르침을 베풀던 스승입니다만… 그 분께서도 말씀하시길 공자원의 대스승을 제외한 스승들 중 대다수가 탐욕에 물들어 있다고 하더군요. 입으로는 이상을 말하나 행동하지 않는다. 생각은 천하를 품으나 그 마음은 이에 있다고. 청렴한 스승들은 그들의 등쌀과 텃세에 밀려 힘을 잃고 있다고 합니다. 제 스승님도 그것이 보기 싫어 북해를 떠났다고 하시더군요.”
“그렇게까지 썩어버린 건가. 이래서 난세가 재밌다니까.”
그래도 수경원과 대적하는 곳이니만큼 대단한 곳인 줄 알았건만.
난 히죽 웃었다.
고작 그런 곳에 불과하다면 나에게는 더욱 좋다.
결국 그런 이들이 많은 곳이면 설전은 어렵지 않겠는데?
내가 싱글거리자 공도는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예전부터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다만 공자원에 왕흘이라는 자가 스승으로 들어온 이후부터 그렇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왕흘이라… 뭐하는 사람인데?”
“기주에서 명망을 떨치던 학자이며 장사치입니다. 원가와 거래를 하여 부를 축적했고 그 부를 공자원에 기부하여 공자원의 스승이 된 사람이지요. 그가 공자원의 스승이 되기 전까지 공자원은 작은 학문소에 불과했지만 북해군수가 된 공융을 지원하기 위해 북해에 자리를 잡게 된 이후 북해의 커다란 사원이 되어버렸습니다. 그곳에서 공부하는 이들의 수만해도 꽤 됩니다.”
“하나의 정치 조직이 되어버렸군. 제자백가냐. 무슨.”
“공자원의 대스승인 공융의 수제자들이야 어쩔 수 없지만 공자원에서 다른 스승들에게 가르침을 받는 이들에게 차등을 두어 재능에 맞는 공부를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만…”
“결국은 그게 예물로 바뀌었다는 거지?”
“네.”
“공융은 이 사실을 알까?”
“글쎄요. 그건 저도 잘…”
알든 모르든 중요한 정보다.
아니, 공자원 소속이 아닌 공도도 알고 있는 사실인데 당연히 알겠지.
그가 알면서도 막지 못했다면 그 부분을 공략할 수 있을 것이다.
몰랐다면 몰랐던 대로 좋고.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는 대충 눈치챌 수 있습니다만… 성주님 생각대로 공자원을 공략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많은 부호들과 명사들의 자제가 공자원에 입원해 있습니다. 그곳을 공격한다면 그들을 적으로 돌리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어? 공격 안할건데?”
“그럼…?”
“그냥 주변에 창칼 든 애들만 좀 풀어 놓을 생각이야.”
“그것도 그리 쉽지는 않을 겁니다. 청주의 사람들이 북해를 건드리지 않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그곳에 공자원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습니다만 북해에는 사병을 지닌 명사들이 많습니다. 그들을 상대하는 것보다는 다른 곳을 터는 것이 나았기 때문에…”
“하지만 그건 청주의 도적… 아니 청주의 백성들이 힘이 없었기 때문이지. 하지만 지금도 그럴까?”
“청주의 백성들은 강합니다.”
“아니, 약해. 왜 약하냐면 그들에게는 명분도, 그리고 뒷배를 봐줄 사람도 없었기 때문이지. 가지지 못한 자가 가진 자의 심장을 찌른다? 틀렸어. 가진 자의 심장을 찌를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더 가진 자 뿐이거든. 적게 가진 자는 그 적게 가진 것마저도 잃지 않기 위해서 몸을 사리기 마련이니까.”
“그래서… 뭘 하실 생각이십니까? 청주에 도적들이 많지만 북해를 건드릴 수 있을 정도의 도적은 없습니다. 그들을 규합하지 못한다면… 아니 그걸 떠나서 그들을 어떻게 끌어들이실 생각이십니까?”
“뭘 하긴. 거래를 하는 것이지. 나와 손을 잡는다면 그들을 서주로 끌어들여주겠다. 만약 아니라면…”
“….”
“지금 가지고 있는 것마저도 모두 잃게 만들어주겠다. 내가 눈 뒤집어지면 무슨 짓 할지 모른다는 것 정도는 너희들이 알려줘야겠어. 알잖아? 난 나에게 거스른 낭야군의 백성들을 낭야군에서 모두 뺄 정도로 막나가는 사람이라는 거.”
“…그 막나감 덕분에 구원받은 저희들로써는 딱히 두렵지 않습니다만.”
내 말에 공도는 떨떠름히 대꾸했다.
한마디 말을 내뱉고 한참동안이나 아무런 말 없이 생각하던 그는 결국 내 의견에 따르기로 했다.
“청주의 형제들 중에 연락이 닿는 이가 있습니다. 그와 한번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그렇지만… 아시다시피 청주의 백성들은 군사적인 훈련이 거의 되어 있지 않습니다. 도적으로서의 움직임은 가능하겠지만 명령을 제대로 따를지는 의문입니다.”
“걱정마. 그건. 도적으로서 아주 훌륭한 이들이 있으니까.”
“예?”
내가 웃으며 말하자 공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낭야군에 재능있는 사람들은 있디?”
공도와 이야기를 마친 후 밖으로 나와 삼삼오오 모여서 술을 마시거나 농담따먹기를 하고, 개중에는 대련을 하는 흑귀대원들에게 다가가 한가로워보이는 흑귀대 고참들에게 묻자 그들은 탐욕스러운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휴. 인재가 넘쳐나네.”
“마음 같아서는 다 끌고가버리고 싶다.”
흑귀대는 도적, 건달, 그리고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킨 이들로 구성된 정예병들이다.
그런만큼 도적토벌을 하지 않으면 쉽게 인원을 늘릴 수 없었다.
잘만 키운다면 무척이나 강력해지겠지만 잘 키우는 것은 둘째치고 인원 증원이 쉽지가 않았다.
흑귀대가 되려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 잔혹함이다.
다른 군대가 한다면 쌍욕을 떠나서 두려워 접근하지도 않을 정도의 냉정함과 잔혹함을 동시에 지녀야하고 그들과 연합작전을 할 때 능숙하게 연계될 수 있도록 그 잔혹함을 숨길 줄도 알아야 한다.
거기에 체력, 무력, 그리고 지휘관의 명령을 따를 수 있을 정도의 충직함이 있어야 하니 그들을 증원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렇기에 나는 아예 흑귀대의 증원에 손을 떼고 흑귀대원들에게 흑귀대의 증원은 알아서 하라고 맡겨놨었다.
내 명령에 그들은 환호했다.
어쨌든 자신들의 등을 맡길 만한 동료를 구하는 것이다.
나나 다른 이들이 대충 사람들을 우겨 넣어봤자 마음에 맞지 않는다면 같이 작업을 할 수 없겠지.
“정예병 치고는 흑귀대가 너무 적지. 이왕이면 저들을 모두 흑귀대 형태로 만들어놓고 싶은데… 가능하겠냐?”
“여기에 있는 이들을 전부 다? 당장 마을만 걸어도 눈에 살기가 넘쳐 흐르는 놈들이 많은데? 그래도 되겠수? 그러면 우리야 좋지. 흑귀대에 들어오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자질을 가지는 것이니까.”
흑귀대 중에서도 꽤나 고참인 장삼은 웃으며 물었고 난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강제는 안돼. 훈련을 받으러 온 이들 중에서 재능있는 이들을 뽑아. 그리고 그들에게 흑귀대가 되는 것을 추천해보라고. 아마 그들은 대부분 자신들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군사가 되려 한다고 할거야. 그들의 의지를 꺽어. 가족을 지키는 것은 내가 하고 서주목이 한다. 너희는 그들을 지켜주는 나를 지키게 해야 한다 는 형태로 말이야.”
“어렵지는 않겠지만… 그런 것이라면 너무 기대하지 마쇼.”
흑귀대원들이 자신들의 동료를 뽑을 때는 저렇게 말로 안한다.
목에 칼을 들이대고 죽을래? 아니면 같이 갈래. 이게 전부지.
차라리 도적을 토벌하는게 더 수월하겠다며 궁시렁거리는 흑귀대원들에게 난 웃어보였다.
“물론 도적 토벌도 할거야. 청주를 한바퀴 돌 생각인데… 어때? 생각 있나?”
“오오… 청주의 도적! 근데 그 도적들의 대부분은 여기 낭야군에 있는 거 아니요?”
“아냐. 들어보니까 아직 청주에 남은 도적들이 있다더라. 그런데 좀 위험하지 않겠수? 청주는 진짜 무법지대나 다름없는데. 그쪽은 보통이 아니라던데…”
“나도, 그리고 장합도 함께 할거다. 그리고 조청도 올테고. 그정도면 괜찮지 않겠어? 그리고 청주의 병사들 일부와 낭야군수도 갈거야. 대충 수만 따지면 칠천에서 팔천 정도 되겠네. 그리고 보통이 아닌 도적들이라면 너희들도 그렇잖아.”
나와 함께 양양에서도, 그리고 산양군에서도 도적토벌을 꽤나 많이 한 만큼 이제는 흑귀대로 끌어들일 만한 배짱 넘치고 인간 쓰레기들이 없었다.
산양군에 있을 때만 해도 넘치는게 인간 쓰레기, 도적, 양아치, 건달들이었는데.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인력 보충이 이렇게 힘드나.
“하… 저번에 산양군때가 좋았지.”
“그러고보니 너도 산양군 출신 아니냐?”
“나도 나름대로 폐기물 수준이었는데 이만큼 사람이 되었잖수.”
“아무튼 흑귀대의 인재를 구하는 것이니만큼 너희들이 움직여줘야하지 않겠냐? 낭야군수와 낭야군 군승인 공도가 같이 가서 대화를 하고, 대화로 안되면 바로 습격해서 수를 늘려야 한다. 가능하겠지?”
“평소 하던 일이네.”
내 질문에 흑귀대원들은 별다른 불만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말로 해서 안들으면 팬다.
패다보면 말을 듣고 그러면 그때부터 훈련을 하고 각인시켜나간다.
자신의 주인이 바로 나라는 사실을.
“가끔씩 생각하는 건데 너희들 용케 배신 안한다. 나 같으면 벌써 반란은 몇번씩 일으켰을 텐데.”
싱글거리며 도적들 때려잡을 생각을 하는 장삼과 다른 고참병들을 보며 난 그동안 궁금했던 것을 물었고 장삼은 시큰둥히 대꾸했다.
“반란도 이유가 있어야 하지. 흑귀대에 있으면 도적질 할때보다 더 재밌는데다가 보람도 차고 여자 꼬시기도 쉽고 보수도 빵빵한데 뭐하러 반란을… 적응 못하고 탈주해도 봐주잖수. 반란보다 탈주가 더 쉬운데 그걸 선택하지.”
흑귀대도 군대다.
당연히 군 생활이 싫은 이는 있을 것이고 탈주하는 이들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탈주를 했던 이들 중에 절반 정도는 다시 뻘쭘해하며 돌아와 탈주에 대한 처벌을 받고 다시 흑귀대로 복귀한다.
이유?
간단했다.
흑귀대는 정예병이고 그만큼 대우를 받는다.
흑귀대로서 살아가며 그 훈련량과 위험한 임무를 하고 그만큼 보상을 받으니 당연히 그게 아까운 것이다.
어차피 천하는 지금 난세다.
각지에서 도적들이 일어나고 있고 싸움이 벌어진다.
어딜 가든 위험하고 힘든 것은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양민으로 살아갈 생각이 아니라면 결국 군인이 되어야 하는데 흑귀대가 되면 다른 곳의 정예병 이상의 보상을 받을 수 있으니 당연히 흑귀대에 남기를 원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탈주병을 잡는 짓 같은 것은 하지 않았다.
탈주한 놈들 말고도 흑귀대나 백귀대에 들어가려고 애쓰는 이들은 많은데 뭐하러 잡냐.
일반병들도 정예병이 되고 싶어하고 공을 세워 더 나은 관직을 얻길 원하는 이는 있다.
신분상승의 꿈?
단순한 꿈이 아니다.
그러니 스스로 쟁취해라.
그리고 그 신분상승의 벽은,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정예병이 되면 될 수록 더욱 쉽게 넘을 수 있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은 절대로 무시할 수 없다.
나는 그것을 열어줌으로써 강병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었다.
잔혹한 행동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
그것을 아군에게만 털지 않는다면, 그 흉포함을 적에게만 발산한다면 그만큼 대접받을 수 있다.
전투 한번 치루고 났을 때 손에 들어오는 것을 생각한다면 어지간한 도적질 따위보다 오히려 이게 더 나을 수 있다는 것을 흑귀대는, 아니 흑귀대 뿐만 아니라 나를 따르는 모든 병사들은 알고 있었다.
“그럼 힘들겠지만 좀 더 고생하자고. 보수는 하비로 돌아가면 지급할테니까.”
난 웃으며 말했고 흑귀대원들은 킬킬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