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498
00498 책사들이 모여서 하는 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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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남길 말은?”
“흐흐…”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독기가 실려 있는 원상의 얼굴을 마주하며 곽가는 무덤덤히 말했다.
곽가를 올려다보던 원상은 침을 뱉었다.
“사세 삼공의 명가를 이렇게 몰락시키는 것인데… 네놈은 아무런 감흥이 없어보이는구나. 최소한 기뻐하기라도 해보지 그래?”
치기어린 말이다.
단두대에 목이 걸린 주제에.
곽가는 비웃음을 던졌다.
“내가 잡아야 할 것은 너따위보다 더 위에 있는 자거든.”
원상 뿐만 아니라 남피에 모여 있는 원가의 씨족들을 모조리 처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곽가는 별다른 기쁨도, 두려움도 없었다.
천천히 몸을 돌린 곽가는 자신을 바라보는 이들을 향해 외쳤다.
“기회는 이미 제공했다! 원가에 빌붙어 살아가던 역적들에게 살아남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단두대에 목이 걸려 있는 이들을 가리켰다.
원상.
마지막 남은 원소의 핏줄.
그런 그를 내세우며 다시 한번 원가의 천하를 노리던 이들이다.
그들의 마지막을 지켜보며 곽가는 단호히 외쳤다.
“살고 싶다면 스스로 나와 자수하라 말했거늘! 끝까지 원상을 이용해서 제 욕심을 챙기려 한 이들까지 용서할 수는 없다!”
남피를 점령하고 원상과 원상을 따르는 일파를 잡았다.
그들을 처형하는 대신 관청의 지하감옥에 가둬두고 시간을 때웠고 그런 그들을 구하기 위해서 원가를 따르던 이들이 움직였다.
그리고 방통과 서복은 기다렸다는 듯 그들을 잡았다.
원상을 미끼로 위험한 이들을 차례대로 제거해나간 것이다.
얼추 정리가 되었으니 이제 남은 것은 청소 뿐.
그 청소를 맡은 곽가는 주변을 둘러보며 외쳤다.
“승상의 뜻을 곡해하며 천하를 어지럽히려 한 이들! 그들을 그대로 놔두지 않겠다!! 원가를 따르는 모든 이들이여!! 원가의 비루한 망령에 잡혀 있는 이들이여!!”
마치 선전포고를 하듯.
곽가는 검을 뽑으며 외쳤다.
“어디 덤빌테면 덤벼 보거라!! 원가의 씨는 이 곽가가 끝내주겠다!!”
그의 외침이 끝나기가 무섭게 병사들은 당기고 있던 단두대의 줄을 놓았다.
묵직한 날이 떨어지자 사람들은 눈을 감았다.
오랜 기간 남피에 자리잡으며 백성들에게 영향력을 끼치던 원가의 사람들이 처형당하는 것이다.
그들이 한순간에 나락에 떨어져 단두대의 이슬이 되는 것을 볼 수 없었던 그들이 눈을 감는 동안에도 차례대로 처형은 집행되었다.
그리고.
곽가는 그것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처형장의 위에서 사람들을 지켜보았다.
아직까지 잡지 못한 이가 있었다.
심배 그리고 봉기.
원소에게서 도망친 그들이 과연 어디로 갔을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상관없다.
‘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원가는 없다. 힘 없는 책사는 그 실력의 반조차도 끌어낼 수 없지. 그렇다면…’
곽가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어이구~ 수고하셨수다.”
원상에 대한 처형식을 마친 곽가가 집무실로 들어오자 탁자에 드러누워 있던 방통은 손을 들어올리며 방만히 인사했다.
“수고랄 것도 없지. 해야 할 일을 한 것 뿐인데. 그보다 서 군수는 어디갔나?”
“오겠지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아름 죽간을 들고 들어 온 서복은 방통의 몸 위에 죽간을 떨어트렸다.
그것을 받은 방통이 누운 채 죽간을 펼쳐서 읽는 것을 본 곽가는 자신의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이제 원상도 잡았고. 저번에 나누던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지.”
원상을 잡았으니 이제 남은 것은 그 일당들이다.
아마 건드리지 않아도 자기들끼리 세력다툼을 하다가 자멸할테지만 언제 누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것이 천하이니 방심할 수는 없었다.
“여건, 그리고 견초. 여광과 여상을 북평으로 보내기로 했습니다. 또한 태사자와 조순이 함께 움직이기로 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만…”
“감 교위와 여 도위는 내려간건가?”
“음. 굳이 데리고 있을 필요는 없잖수. 남피를 먹었으니 나머지는 우리가 할 일이고. 으쌰…!”
몸을 일으킨 방통은 죽간에서 수정해야 할 부분을 먹으로 쓱쓱 지운 후 첨삭하기 시작했다.
서복과 방통이 잠자코 일을 하기 시작하자 곽가는 쓴웃음을 지었다.
“어떤가? 내 제안이?”
“창천기사? 솔직히 나쁘지는 않은데 말이지.”
남피를 점령하고 원가의 잔당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낚시질을 하고 있을 때 허도에서 소식이 들려왔다.
황족들이 대거 처형당했다는 소식.
그 소식이 전해진 날 곽가는 방통과 서복을 불러 한가지 책략을 제안했고 그때 방통과 서복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좀 더 생각을 해봐야겠다고만 할 뿐.
“괜찮기는 하지만 너무 이릅니다.”
방통도, 그리고 서복도.
나쁘지 않은 책략이라고는 생각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지금 시행하기에는 너무 이른 책략이다.
“지금 당장 시행하자는 것이 아니야.”
“그렇다고 하더라도 괜한 움직임으로 다른 이들을 자극할 필요가 있을까요?”
“맞아. 내가 생각하기에도 너무 일러. 황족들이 잡힌 이유는 그들이 너무 개념없이 날뛰었기 때문이지. 그런 상황에서 이런 수를 쓰자고? 에이~ 그건 좀 심했다.”
“하지만 지금이기에 이런 수를 써야하는 것인데.”
서복과 방통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곽가는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잘만 쓰면 좋은 수다.
“하지만 준비차원이라면 나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겠지?”
“그런데 그 책략을 시행하기 위한 자금은 어쩌고? 그리고 걸리면 잘못했습니다로는 끝나지 않을텐데?”
곽가가 아쉬워하자 서복은 쓰게 웃으며 말했다.
그의 말에 곽가가 반색하자 방통은 손사레를 쳤다.
“하지만 해야 하는 일이야.”
“꼭 그렇게까지 해야겠수?”
“왜?”
“창천기사… 황건적이 내세우던 것인데. 그것을 다시 내세운다? 그럼으로써 한 황실을 부정한다. 새로운 천하를 만든다. 그리고 그 천하의 주인은…”
곽가가 내세운 책략이다.
창천기사.
창천은 이미 죽었다.
그리고.
“조공… 아니, 이제는 승상이겠지. 승상에 의해서 새로운 하늘이 나타난다. 다 좋아. 딱히 내가 한에 대한 열망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하지만 지금은 좀 일러.”
“그러니 준비만 해놓자는 것이지.”
방통의 대답을 받으며 서복은 차분히 대꾸했다.
“그리고 준비만 해놓는 것 자체는 좋아. 전국 각지에 우리의 사람들을 심어 놓는다는 의미도 되니까. 잘만하면 그들을 연락책이나 허보를 위한 요원으로도 쓸 수 있어.”
“물론 그렇긴 하지만… 아까도 말했다시피 그 비용은 어쩔 생각인데? 만만치 않을걸?”
방통의 말에 서복과 곽가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당연한 일이다.
창천기사의 책략.
천하 곳곳에 숨어 둔 부하들이 창천기사를.
백성들 스스로가 떠들게 만들어야 한다.
관에서조차 감히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교묘하게 그것을 인식하게 한다.
민심이 한에서 벗어나 새로운 하늘을 바란다는 명분을 만드는 행위다.
결코 쉬울리 없었다.
“그리고 기껏 만들어 놓았는데 다른 이들이 그것을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지. 절대 대놓고 할 수 없는 수이니까. 그것을 이용하는 이들이 없다는 보장을 할 수 없는 이상. 준비는 더 필요해. 믿을 수 있는 이들을 보내지 않는다면, 그리고 사람들의 소문을 제어할 수 있는 이를 보내지 않는다면 오히려 역습을 당할 가능성이 높아.”
창천이 이미 죽었고 새로운 하늘이 열릴 것이다.
그 새로운 하늘은 절대로 조조를 특정지어서는 안된다.
자연스럽게 백성들이 조조라고 생각할 만 하게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그 말은 바꿔말하면 다른 세력들이 그것을 자신들의 명분으로 삼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성공하기만 하면 백성들이 가지고 있는 한이라는 쓰잘데기 없는 썩은 밧줄을 완전히 잘라내게 할 수 있을텐데 말이지.”
원소를 잡았다.
황족을 잡았다.
그럼으로써 하북과 중원 일대를 보유하게 된 이상 조조의 세력은 시간이 지날 수록 막강해질 것이다.
그리고 그의 세력이 강해지면 강해질 수록 허튼 생각을 하는 이는 반드시 생겨나게 될 것이다.
“한은 승상이 가지는 최강의 무기이기도 하지만… 차후 세력이 막강해지면 막강해질 수록 최악의 무기가 될 수도 있어. 최대한 빨리 한을 없애야 해.”
“음. 그렇긴 하지만.”
“그 의견에는 동의합니다.”
그동안 조조가 한 황실을 지키고 황제를 보호하려고 애쓴 이유가 무엇인가.
결국 명분 때문이었다.
충신이라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다른 신하들을 끌어들임과 동시에 다른 세력들을 역적으로 규정하여 그들이 함부로 움직이게 못하게 한다.
함부로 움직인다 하더라도 그들을 역적으로 몰아붙이기 위한 수를 쓸 수 있다.
하지만 조조의 세력이 강대해지면?
그것이 반대로 될 수 있다.
조조가 동탁이나 이각처럼 한 황실을 능멸하는 자라고 떠드는 반대 세력이 나올 것이고 그리 된다면 조조는 자신의 명분을 위해서 한 황실에 많은 것을 내어줘야 한다.
그리 되면 결국 또다시 반복이 될 수 밖에 없다.
“한 황실은 잘라내야 해. 황족 뿐만 아니라 황실 전체를. 황제 역시도 갈아치워야하고.”
“그러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은 나쁘지 않은 수입니다만. 아무튼 지금 당장은 힘들 것 같습니다. 천천히 하시지요. 천천히.”
“음. 맞아. 사부님께서도 그러셨다고. 급히 먹다가 체하면 답도 없어. 위험하고 큰 일일 수록 한걸음씩 차근차근 나아가야 하는 법이지.”
황제를 압박해서 선양을 받는다.
그것이 가장 좋은 것이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런 것을 받아봤자 남는 것은 한 황실을 뒤집어 엎어먹은 천하의 역적 소리 밖에 듣지 못한다.
그것을 막으려면 천하의 백성들을 끌어들여야 한다.
백성들이, 그리고 각 지역의 유지와 호족들이.
명가의 사람들이.
천하의 많은 이들이 황제 스스로 물러나는 것을 인정하고 바래야 한다.
그래야 뒷 말이 나오지 않게 조조가 황제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
“그리고 최소한 유표, 혹은 마등 정도는 흡수를 해둬야 한다고. 고작 원소 하나 잡았다고 그런 수를 쓰기는 너무 무리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나? 내 생각은 이런데. 서복. 너는 어때?”
“나 역시 동의. 적어도 유표는 제거한 후에 그런 이야기를 하시지요. 그리고 지금 저희는 옥새조차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동탁의 낙양 천도 이후 사라진 옥새를 찾아내지 못한다면… 선양을 받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가. 하지만 한 황실을 끝장내는 것에 대해서는?”
“그것도 동의.”
“저도 동의합니다. 한은 없어져야 합니다.”
곽가든 방통이든 서복이든.
이 셋 모두 한에 대한 충성심따위는 조금도 없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자신들의 책략을 위한 것들 뿐.
괜한 공격을 맞을 위험이 있는 한 황실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에 동의하는 이들이었다.
그렇기에 충성심을 이유로 계획을 막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좋아. 그럼 마음이 편해지는… 쿨럭!”
“거 고뿔이라도 걸리셨수? 업에서부터 계속 기침하더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