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571
00571 신분의 한계 =========================
“아니 왜 그러나? 혹시 자네도 노리는 건가?”
“무슨 그런 말씀을!!”
이 인간이 진짜.
내가 왜 이러는지 몰라서 그러는거야?
아니면 모르는 척을 하는거야?
내가 성을 내자 조조는 웃으며 능청맞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면 말지 왜 화를 내나?”
“하아… 그런 거 아닙니다. 제가 평생 사랑할 여자들은 이미 충분합니다.”
당장 있는 마누라들 챙기는 것도 힘들어 죽겠구만.
추씨가 얼마나 예쁘든 내 마누라들만 못할거다.
“아니 그리고. 막말로 승상이라는 사람이 여자를 내놓으라고 하는데 누가 그것에 대고 저항하겠습니까?”
“자네는 저항할 것 아닌가?”
“제 마누라 건드리는거면 승상이 아니라 황제라고 하더라도 가만히 안 있을 겁니다. 아무튼 그건 중요한 게 아니고.”
난 난처해하는 조조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은 아랫사람들의 마음을 모르지요. 당장 승상께서 제안이라고 하셨지만 장 군수의 입장에서는 명령이라고 받아들일 수 밖에 없습니다.”
“흐음… 그래서?”
“정식으로 정혼장을 보내고, 그것을 통해 장 군수와 제대로 된 대화를 하는 것이라면 모를까. 그런 것이 아니라면 결국은 부하의 아내를 빼앗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끙…”
“영웅은 호색이라고 하지만 적당히 하십시요. 부하의 가족을 건드리는 것은 폭군들이나 하는 짓. 저는 폭군을 따를 생각이 없습니다. 아무리 제 장인어른이라고 하더라도 말이죠.”
내가 모시고 싶어하는 사람은 현명한 주군, 그리고 나를 완전히 믿어주는 주군이다.
폭군의 밑에서 일할 생각따위는 없다.
이정도로 말했으면 됐겠지.
이 부분에 대해서는 협상의 여지따위는 없다.
내가 으르렁거리며 말한 것을 들은 조조는 난감해하다가 한숨을 내쉬며 투덜거렸다.
“가끔씩 보면 자네가 사위인지, 아니면 꼬장꼬장한 부하인지 의문이 가는구만.”
“아무튼 안됩니다. 결사반대.”
“자네가 그리 말할 정도라면야… 그럼 장 군수에게는 없던 일로 하자고 해야겠군.”
“그러시지요.”
쓸데없는 분란거리는 아예 만들지 않는 것이 낫다.
조조가 허튼 소리는 할 사람은 아니지.
한번 하지 않겠다고 했으면 집착을 이어나갈 사람은 아니다.
“그럼 뭐… 더 할 이야기가 있나?”
그의 대답에 난 웃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예. 오에서 이런 제안을 하더군요.”
“이런 제안? 어떤?”
“조가와 손가의 결혼.”
“정략혼을? 손가의 여식이라면… 내가 알기로는 아직 어린 아이인데. 누구와 정략혼을 하자는 것인가?”
“비슷한 나이대라면 창이나 충이, 식이 정도가 있겠지요.”
“식이는 최염의 딸과 정혼을 하기로 되어 있네만.”
“예. 들었습니다. 그럼 창이나 충이 정도 밖에 없겠군요. 저로서는 충이를 제안하고 싶습니다만.”
“흐음… 손가와 정략혼이라… 이 부분은 나 혼자 결정할 만한 일은 아닌 듯 하군.”
단순하게만 생각한다면 정략을 통해 양 진영을 안정적으로 도모할 수 있다면 매우 좋은 상황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그건 서로간에 신뢰가 있을 때의 이야기다.
손권에 대한 신뢰가 아직까지 전혀 없는 조조의 입장에서는 다짜고짜 결혼을 하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단순하게 볼모로 보내는 것은 아닐 것 아닌가.”
“그렇습니다.”
법도에 따르면 결혼은 신부의 집에서 하고 그곳에서 짧게는 칠일, 길게는 반년 정도를 살아야 한다.
걸리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결혼을 신부의 집에서 한다는 것.
조충이 오에 가서 결혼을 하게 된다면 당연히 조가의 주요 인물들은 참석을 해야 하는데.
그때 오에서 과연 가만히 있을까?
결혼을 빌미로 주요 인물들을 공격하려는 수작일 가능성을 결코 배제할 수 없었다.
조조 역시 그 부분을 걱정하는 듯 보였다.
“자네 생각은 어떤가?”
“나쁘지는 않은 것 같지만… 저도 확신은 못하겠습니다.”
만약 손책과 주유만 있는 상황이라면 나도 괜찮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오는 내가 아는 오와는 달랐다.
손권이 무슨 꿍꿍이를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는데다가 노숙 역시 만만하게 생각할 만한 이가 아니니 말이다.
그렇다면 조심할 수 밖에.
“이 제안은 손권이나 노숙이 아닌, 주유의 제안입니다. 일단은 기다려보는 것이 나을 겁니다. 정식으로 정혼장이 오면 그때 회의를 거쳐서 결정하는 것이 낫겠지요.”
“그렇군. 아 그리고 손권에게 양주목의 자리를 내어주자는 이야기는 들었네. 승상부주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당장 이렇다 할 방도가 없으니 그렇게 하자고 하더구만.”
“그거 다행이군요. 당장 오의 목줄을 채울 수 있는 방법이 그것 밖에 없으니…”
형주 일대를 차지하여 오를 공격할 수 있는 길, 그리고 수군의 양성이 되지 않는 이상 장강을 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방통을 내려보내는 것도 오를 상대하기 위한 방책 중 하나인 만큼 당장 그들을 제어할 수 있는 수단을 쓰는 것이 옳은 듯 했다.
순욱도 괜찮다고 했으니 맞겠지.
“그럼 더 할 말이 있나?”
“음… 이정도입니다. 그리고 선물로 술 몇동을 가지고 왔습니다. 야관문이 들어간 술이니 정력에는 좋습니다.”
“에잉. 쓸 곳도 없네.”
“하하하! 장모님들이 계신데 쓸 곳이 왜 없습니까. 아. 마지막으로 한가지 더.”
난 품에서 옥새를 꺼내어 조조의 앞에 놓았다.
그것을 본 조조는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옥새인가.”
“예. 노숙이 주더군요.”
옥새에 대한 이야기는 예전에 조조에게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도 조조가 그 옥새에 집착을 하지 않은 이유는 옥새만 가지고 있어봐야 아무짝에 쓸모가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과연 지금은?
비단 주머니에 들어가 있는 옥새를 들어 천천히 살피던 조조는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옥새… 옥새라.”
“이것을 어떻게 쓰실지는 승상께 맡기겠습니다.”
“이깟 도장 하나가 뭐 그리 중요하다고… 그냥 황제에게 돌려주는게 낫겠지.”
조조가 가지고 있어도 별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는 옥새를 들어 올리며 천천히 말했다.
“잘 됐군. 자네에게 정북장군의 직위를 내릴 때 황제와 황제를 따르는 이들의 불만을 한번에 잠재울 수 있겠어.”
“그렇습니까? 뭐 그렇게 쓰시든…”
“아무튼 고생 많았어. 가서 쉬도록 하게나.”
조조와의 만남을 마치고 나온 나는 청이가 있는 내원으로 향했다.
율이를 안고 조가의 정원에 앉아 있던 청이는 웃으며 나에게 다가왔다.
“이야기는 끝나셨나요?”
“응. 어떻게 할래? 오늘은 조가에서 머무를래? 아니면…”
“후후후. 오늘은 조가에 있을게요.”
“그래? 괜찮겠어?”
“어머님도 율이와 함께 있고 싶어하시고… 저도 오래간만에 어머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려구요.”
그렇다면 할 수 없지.
청이의 품에 안겨 있는 율이를 보았다.
내 얼굴을 보자마자 환하게 웃는 율이.
율이의 이마에 입맞춰 준 나는 청이의 입술에도 입맞춰 주었다.
“나 없다고 울지 말고.”
“힝힝~ 청이는 여보가 없으면 슬퍼요~”
“장난치지마.”
나보다 나이도 많은데 하는 짓은 영락없는 애기다.
술만 안마시면 이렇게 귀여운데.
난 청이와 다시 한번 진하게 입맞춰 준 후 천천히 입술을 떼었다.
조금 달아 올라 있는 그녀의 눈을 마주하며 속삭였다.
“내일은 같이 자자.”
“후후. 알겠어요. 그럼 조심히 들어가세요.”
청이의 배웅을 받으며 진가로 돌아왔다.
진가로 돌아오자 이사의 준비가 끝났는지 분주하게 움직이던 하인들의 움직임이 적어보였다.
내가 방으로 향하려고 할 때 안채에서 한 여인이 걸어나왔다.
깔끔한 시녀복을 입은 아름다운 미녀가 나타났지만 나는 그녀를 심드렁한 눈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워낙 오래 봐서 그런지 감흥도 없다.
나에게 다가 온 그녀는 살며시 허리를 숙인 후 그녀 특유의 편안한 음색의 어조로 말했다.
“오셨습니까. 장군님. 마님께서 식사 준비를 하셨다고…”
“아. 그래?”
이제는 진가의 훌륭한 상급 시녀가 되어 있는 두열이 웃으며 날 반겼다.
나이를 먹어갈 수록 점점 더 아름다워지는 그녀다.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나는 웃으며 물었다.
“요즘 만나는 남자라도 있어? 날이 갈 수록 아름다워지는데?”
“후후후. 농담도 잘하시네요. 그런 남자 없습니다.”
“그래?”
“네. 후후. 왜요? 좋은 남자가 있으면 소개라도 시켜주시려고 그러시는 건가요?”
“너라면 두 손을 들고 반길 만한 남자들이 많을껄?”
두열의 미모라면 신분 정도는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할 사람들도 꽤나 있을거다.
그녀와 농담을 주고받으며 안채로 들어갔다.
방에 마련된 탁자에 앉아 기다렸을 때 영이와 시녀들이 음식을 가지고와 탁자에 놓았다.
“음? 이건 처음 보는 건데.”
“아아. 요 근래 촉 지방의 요리가 유행한다고 해서 좀 사왔어요. 매워보이죠? 좀 쌀쌀한 날은 매운 요리를 먹고 땀을 빼는게 나을 것 같아서요. 그리고 좀 매운 음식이 남자한테 그렇게 좋다네요?”
“그, 그래? 그… 내가 보기엔 그것 뿐만이 아니라 다른 음식들도 남자한테 참 좋아보이는데.”
마련되어 있는 요리를 보았다.
대부분이 정력에 좋은 음식들 뿐이다.
“….”
싱글거리는 영이의 시선을 피하며 차를 한모금 마셨다.
쓰다.
이거 야관문 차잖아!?
“크, 크흠!”
“왜요?”
“아냐. 아무것도.”
오늘 그냥 잔다고 하면 등짝 몇대 맞는 걸로는 안끝나겠구만.
오래간만에 단 둘이 잘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 때문인지 영이는 준비가 단단히 되어 있는 듯 보였다.
“자. 드세요. 당신이 좋아하는 거잖아요?”
“좋아하지…”
장어구이다.
장어는 또 언제 사온겨?
잘 익어 있는 장어의 꼬리 부분을 입에 넣고 우물거리던 나는 영이의 뒤에 서서 싱글거리는 두열에게 말했다.
“두열. 잠깐 앉아봐.”
“예? 예.”
그녀가 자리에 앉자 난 차분한 어조로 물었다.
“혹시 재가할 생각 없어?”
“…재가요?”
내 질문에 두열의 표정이 굳었다.
머뭇거리면서 말을 잇지 못하는 그녀의 모습에 난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지?
“그게… 끄악! 왜 꼬집어!?”
“여보오…?”
“아, 아냐!”
영이가 심각한 오해를 하고 있다.
아니 내가 두열을 첩으로 받아들이겠다게 아니다.
얼음장같은 눈으로 날 바라보는 영이를 황급히 끌어안고 그녀의 입술에 입맞춰 주었다.
평소라면 혀까지 움직이며 받아주겠지만 이번에는 좀…
빨리 말해야겠다.
“아냐!! 네가 미녀인 건 알지만 너를 첩으로 받아들이고 싶다는게 아니라고! 난 내 아내들을 사랑한다!!”
“…그렇죠? 그 중 첫번째는 누구?”
“다, 당신이죠.”
영아 나 무서워.
그렇게 좀 보지 마.
아직도 내 옆구리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고 있던 영이는 베시시 웃었다.
“그렇죠? 그런데도 첩이라니… 좋네요. 첩이라…”
“워워. 진정하렴. 영아. 첩같은 건 들일 생각이 없단다.”
영이는 촛점없는 눈으로 바라보며 내 옆구리를 천천히 만졌다.
무서워 죽겠네.
빨리 얘기를 끝내야겠다.
“두열. 내가 너한테 이런 질문을 한 거는 네가 그동안 진가에서 꽤 오랫동안 머물렀던 것 때문이야. 그거에 대해서는 충분히 감사하고 있어.”
“예에…”
“시녀로서 계속 살아가는 것도 막지는 않겠지만… 혹시라도 재가를 하고 싶다고 한다면 내가 나서서 혼처를 알아봐주려고 그래.”
“정략… 때문이십니까?”
“아니. 그냥 순수한 의돈데. 만약 네가 싫다고 하면 마는 거고. 오랫동안 영이를 도와서 진가를 보살펴 준 너를 정략의 도구로 쓸 생각은 없어.”
“딱히 아직까지는 재가에 대한 생각이 없는데… 괜찮은 혼처라도 들어 온 건가요?”
두열의 질문에 난 어깨를 으쓱였다.
“혼처라기보다는. 네가 좀 더 편하게 살 수 있는 방향을 마련해주려는 거지.”
조조가 추 부인을 노렸던 것도 결국은 추 부인이 혼자라는 것 때문이다.
혼자 사는 과부는 이런 식으로 많이 노려진다.
제대로 된 지원이 없다면 첩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고.
“만약 네가 원한다면 괜찮은 혼처를 알아봐주지. 물론 첩… 은 좀 그렇지?”
“후훗. 장군님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음… 그렇지만 아직까지는 이렇다 할 생각이 없습니다.”
두열은 차분히 말한 후 부드럽게 미소지었고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더는 말하지 않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