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570
00570 쉽게 허락할 수는 없다 =========================
“어서 오게나.”
“오래간만에 뵙습니다. 그간 무탈하셨습니까.”
일하는 거 방해하는 것 같아서 일부로 관청으로 가지 않았더니만.
오늘은 일찍 퇴청한 모양이다.
사공일때는 그래도 업무 시간은 지켰던 걸로 아는데 승상이 되고부터는 완전히 자기 멋대로다.
하긴 뭐.
나도 서주목일때 저랬는데.
승상 정도 되는 사람인데 일찍 퇴청한다고 뭐라고 그럴 사람이 누가 있겠냐.
내 인사를 받은 조조는 피식 웃으며 자리를 권했다.
내가 자리에 앉자 조조는 여유로운 어조로 말했다.
“그러게 말이야. 크게 다친 구석은 없는 것 같아 다행이구만.”
“보고는 받으셨겠지만…”
“아아. 그래. 유표를 잡았다고? 잘했네.”
빙긋 웃은 조조는 나에게 돌돌 말려 있는 두개의 교지를 보여주었다.
뭘까.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조조는 천천히 말했다.
“하나는 황제의 임명장이고, 다른 하나는 내가 내리는 임명장일세. 언제까지 진동장군일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백날 천날 미끼를 들이대봤자 상대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의미는 없을테니까…”
“맞아. 그런 만큼 자네도 진급을 해야 할 것 같네.”
교지를 내려주는 대신 그는 그것을 자신의 옆에 놓았다.
어차피 저걸 지금 주지는 못할 거다.
하후돈이나 정욱이 올라오지 않는 이상 형주 정벌에 대한 공을 내가 인정받아야 하니.
형주에서 진동부의 병사들과 장수들이 전원 복귀하기 전까지는 진동장군의 자리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도 이걸 나에게 보여준다는 것은 이것에 관련되어 할 말이 있다는 것이겠지.
이어질 말을 기다리자 조조는 황제의 교지를 들어보였다.
보라색 비단과 금색 수실로 장식되어 있는 교지를 보인 그는 그것을 톡톡 치며 말했다.
“폐하께서 자네에게 사예교위의 직책을 내리려하더군.”
낙양이 있는 사예주만은 특별히 주목을 두지 않고 사예교위를 두었다.
과거 영제때까지만 하더라도 거의 사공과 비벼 볼 정도의 막강한 권력을 가진 위치였고, 또 원소의 직책이 사예교위이기도 했었다.
원소가 사예주의 명가와 명사들에게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가 그가 사예교위였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 자리를 나한테?
승진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너무 과한데.
내가 떨떠름해하자 조조는 씩 웃었다.
“거절하는게 좋네.”
“그래도 됩니까?”
솔직한 심정으로 말하자면 거절하고 싶다.
사예교위라는 자리는 그냥 주목과는 하는 업무부터 그 위상까지 다른 관직들과는 좀 달랐다.
주목의 자리를 하다가 나와 중앙관직에 속하여 관직의 위상을 높여 승진을 할 수 있지만 사예교위의 경우는 대부분 거기서 관직이 끝난다.
너무 막강한 위치이고, 또 중요한 자리이기 때문에 함부로 퇴직할 수도, 또 그 자리에서 승진할 수도 없는 것이다.
아무리 지금 낙양이 수도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사예주의 위상을 생각한다면 쉽게 물러날 수도 없고, 또 쉽게 자리를 비우는 것 조차도 불가능한 것이 바로 사예교위였다.
내가 임시 서주목일 때 여기저기 돌아다닐 수 있었던 것도 지방 관리자인 주목에게 주어지는 자율권 때문이었는데 사예교위는 그나마도 쉽게 쓸 수 없다.
“비록 지금 사예교위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지만 그 자리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이들은 많다네.”
“그렇겠죠.”
“자네가 사예교위의 자리에 오른다면 막을 이는 아무도 없을거야.”
사예교위의 자리는 진동장군 수준이 아니다.
내가 진동장군의 직위를 얻었을 때도 꽤 말이 많았다.
아무리 많은 공적을 쌓았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적었기 때문에.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왜냐하면 임시이기는 하지만 서주목의 경험이 있고, 또 서주를 엄청나게 발전시켜 놓았기 때문이다.
서주를 발전시켰다는 공적.
그 공적과 경험은 날 싫어하는 이들도 인정할 정도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만큼 내가 사예교위에 오르면 사예주를 발전시킬 것이라 생각할 것이고 그리 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웃으며 이것을 긍정하겠지.
“자네가 사예교위가 되면 사예주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많은 이들이 자네에게 달라붙게 될 것이고, 그리 되면 결국 사예교위로서 밖에 활동할 수 없게 되겠지.”
“그럴겁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태사의 자리지 그런 골치아픈 자리가 아니다.
주목이나 관리자가 되고 싶었으면 그냥 서주목이나 청주목 했다.
사예주에 있는 그 꼬장꼬장한데다가 잘났다는 공신들, 전관들을 상대하느니 그냥 진동장군에 만족하는게 낫지.
그리고 서주를 발전시키고 청주를 안정화시킨 내가 사예교위가 된다면 당장 사예주를 서주 이상으로 발전시키고 한의 위상을 바로 세우자는 소리가 나올거다.
만약 그렇게 되면 가 사형이 날 잡아먹으려고 하겠군.
“황제가 직접 내리는 것인데 거부해도 괜찮습니까?”
“아. 물론 그냥은 곤란하지. 합당한 이유 없이 황제의 명령을 거절하는 것은 항명이고, 또 더 나아간다면 반역죄로 몰릴 수 있기 때문이야. 그러니 자네는 이걸 받아야 하네.”
황실의 것이 아닌 승상의 교지다.
그것을 들어 올린 조조는 차분히 말했다.
“승상부주와 이야기를 나눠봤어. 현 업성주인 방통을 형주로 보낼 생각이라면서?”
“예. 방통이라면 양양이 고향이기도 하고, 그곳에 간다면 많은 호족들과 명사들을 끌어들여 양양에서 승상의 세력을 공고히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 것이라면 나쁠 것은 없겠지만… 자네가 대신 북방으로 갈 생각이라는 것이겠지? 각오는 되어 있나?”
북방을 공략하러 간다는 것은 꽤나 고생을 각오해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뭐 누군가 해야 한다면 하는게 낫겠지.
각오도 이미 다 한 상태고.
“예.”
“그럼 잘 됐군. 나는 자네를 정북장군으로 임명할 생각이네. 그리고 유주의 정벌과 북방 이민족들을 안정화시키고 그들을 흡수하는 정책을 펼치게 할거야.”
“그 권한은 저에게 주시는 겁니까?”
“물론. 동이족이든, 혹은 흉족이든, 그것이 아니면 다른 이들이든. 상관없네. 자네의 판단에 맡기지.”
내 지금의 직책인 진동장군 같은 사진장군의 주요 업무는 반란을 진압하는 것이 주임무이다.
하지만 정북장군과 같은 사정장군은 외정 사령관.
사진장군보다 위상이 더 높은데다가 부의 개설 뿐만 아니라 독립적인 병권까지 허락되는 자리다.
외부에서 병력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은 막강한 신뢰 없이는 쉽게 내릴 수 없는 자리다.
특히나 외정사령관이나 다름없는 정북장군의 관할은 유주와 기주, 병주.
즉, 거의 하북 일대를 혼자서 관리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가진다는 것이다.
그 말은.
“업으로의 이동이 결정되었군요.”
“맞아. 그러니 자네에게 이런 자리를 준다는 것에 다른 이들도 크게 반발하지 않았지.”
현재 도읍은 허창. 도읍을 변경하게 된다면 업이 도읍이 될거다.
그리 된다면 업에 있는 병력 마저도 내가 움직일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는 건데.
“저야 말씀대로 따르겠습니다만… 황제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 같군요.”
“하하하하!!”
내 질문에 조조는 크게 웃었다.
“맞아. 사실 황제는 아직도 꿈틀거리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더군. 황족들이 싸그리 몰살당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세력을 모으려고 하고 있어.”
징그러워 죽겠다.
마음 같아서는 빨리 황제를 그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싶을 정도다.
“그가 내세우려는 정북장군은 누구입니까?”
애초에 나는 황제파가 아닌, 대표적인 조조 파벌의 사람이다.
그런 나에게 사예교위직을 주려고 한다는 것 자체가 수작을 부리는 것이겠지.
조조 역시도 그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정북장군의 자리를 나에게 넘기려는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글쎄?”
“모르십니까?”
“그야 모르지. 하지만 예상가는 인물들은 몇명 있기는 한데 말야.”
“누굽니까?”
“일단 첫번째는 서영이야.”
“…서영이라면 그… 동탁의 부하였던 사람 아닙니까? 아직 살아 있습니까?”
조조와 손견을 꺽은 동탁의 명장인 서영.
그가 살아 있었단 말야?”
이건 또 예상 밖의 이야기다.
죽은 것 아니었던 건가?
내가 당황하자 조조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왕윤이 동탁의 밑에 있을 때 반란을 일으켰지. 하지만 그는 결국 서영을 설득하지 못했어.”
“그렇군요.”
“그가 동탁을 죽였음에도 불구하고 이각과 곽사에게 밀릴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장안에 있던 강족병들과 병사들을 이끌지 못했기 때문이야. 왜? 군권이 서영에게 있었기 때문이지.”
“그래서. 그가 어떻게 된겁니까?”
“동탁의 사후 이각과 곽사가 들어오자 그들에게 병사를 내어주고 떠났다고만 들었네. 일설에는 서영을 두려워한 이각과 곽사가 암살자를 보내 죽였다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그는 아직 살아 있었더군.”
“누가 그를 발견했습니까?”
“조비.”
“…..”
도대체 뭘 하고 다니는건지.
내가 한숨을 내쉬자 조조는 껄껄 웃었다.
“괜찮은 사람이야. 한때이기는 하지만 나를 이기기도 했고. 몇번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아직까지는 황제도, 나도 따르지는 않더군.”
“임관조차 하지 않은 이에게 정북장군의 자리를 넘긴다라…”
“황제 입장에서는 지금 그럴 수 밖에 없어.”
“그렇군요. 그럼 두번째는 누굽니까?”
“두번째는 바로 황보숭의 조카. 황보력이네.”
“….”
황보씨를 멸문 시켜버리는게 나으려나.
동승의 반란때 황보숭은 우리의 손을 들었는데.
이제와서 황제의 밑으로 들어가려는 건가?
내가 이를 드러내자 조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글쎄. 그 일 이후 황보숭 역시 하야하여 가문으로 돌아가 얌전히 있지. 황보력도 그때 하야했었고. 하지만 황보가는 명가야. 충분히 많은 이들을 끌어안을 수 있을 정도의 힘은 가지고 있지.”
“하아… 진짜 방심 못하겠네요. 그래서… 둘 중 하나라는 겁니까?”
“내 예상일 뿐이야. 둘 다 아닐 수도 있지. 완전히 새로운 인물일 수도 있고.”
진짜 황제의 멱살이라도 잡아야하나.
그냥 얌전히 있지 왜 이렇게 개수작을 부리려는 건지 모르겠다.
“황제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 밖에 없을거야. 내버려 두자고. 그의 행동을 이용해서 해야 할 일도 있고…”
“하아… 그리 말씀하신다면야.”
“아무튼 나는 자네가 정북장군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겠네.”
“네.”
“그래. 뭐 그건 그렇다고 치고. 가져 온 그건 뭔가?”
“아. 이거요.”
자신의 두통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말을 들은 이후 의술에 꽤나 관심을 가지게 된 조조다.
“선물입니다.”
“선물 치고는 좀 많이 험하게 생겼군. 빗자루를 만들 때 쓰는 풀 같은데… 맞나?”
조조가 이걸 알 줄은 몰랐네.
난 고개를 끄덕이고 야관문을 내밀었다.
“남자한테 무척 좋다고 하더군요.”
“남자한테… 하하. 그런 것이라면 환영이지. 안 그래도 첩을 한명 더 두려고 했는데 말야.”
“뜬금없이 왠 첩입니까?”
“하하하하하!!!”
너털 웃음을 터트린 조조는 살짝 입맛을 다셨다.
“혹시 자네 장수의 숙모를 알고 있나? 저번에 완에 잠깐 갔을 때 보았지.”
추씨?
설마 그 추씨를 말하는 건가?
와 이 인간 진짜.
남은 밑에서 개고생하고 있었는데 여자나 만나고 다녔단 말야?
“혹시 장 군수에게 말하셨습니까?”
“아니. 아직. 은근히 운을 띄워봤는제 제 숙모가 아직까지 장제를 잊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만 하더군.”
그거 거절이지?
거절한 거라고 생각하는게 맞지?
“그래서… 어쩌시려구요?”
“어쩌기는?”
불길한 소리를 하고 있네.
내가 인상을 구기자 조조는 즐거운 어조로 말을 이어나갔다.
“그녀가 아주 절색이더군. 그래서 내 부인으로 맞이하려 하는데 말야. 다시 한번 장 군수가 알아듣게 이야기해보려고 하네만.”
“아니 많고 많은 여자들 내버려두고 왜 미망인입니까? 아니 미망인인 건 둘째치고 왜 부하의…”
“자네가 뭘 모르는구만. 여자는 말일세. 적당히 농익어야 하는 법이지.”
알고 싶지도 않다.
그냥 있는 여인네들이나 잘 챙기면서 살 것이지.
“일단 다 제쳐두고. 장 군수에게 허락은 받았습니까? 허락 받지 않으면 전 반대입니다.”
“허락? 뭐 굳이 허락까지야… 자네가 이렇게 반대할 줄은 몰랐구만.”
당황하는 그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원래대로라면 허락따위는 필요가 없지.
추 부인이 남편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남편을 잃은 여인이 재가하는 일 정도는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장수는 지금 상용이라는 전략적 요충지를 관리하고 있는 자.
그리고 그는 장가의 가주이다.
즉 추씨가 완전히 장가와 연을 끊고 자신의 가문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면 아직까지 그녀의 혼인에 관련된 부분은 장수의 허락이 필요한 것이다.
그 허락을 받지 않고 멋대로 추 부인을 얻어버리겠다고 나선다면 장수는 분노할 것이고, 당연하겠지만 상용이 위험해 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괜히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다.
“저 하야하는 꼴 보고 싶으시면 그냥 취하시고 아니면 장 군수에게 허락 받고 하십시요. 아니, 제가 나중에 한번 운을 띄워서 물어보겠습니다. 그때까지는 건드리지 마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