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574
00574 신분의 한계 =========================
옥새를 황실에 돌려 준 것은 내가 아니라 조조다.
그렇다면 조조에게 감사를 해야 할텐데?
내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고개를 든 순욱은 편안한 미소를 지었다.
“물론 자네가 직접 황실에 바친 것은 아니지만 자네가 옥새를 승상께 바쳤고, 그로 인해 황실의 물건이 황실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어.”
“뭐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그렇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러니 자네의 공이 크다고 밖에 할 수 없겠지. 허나 옥새는 굉장한 보물. 그것을 바치는 것이 아쉽지 않던가?”
“뭐가… 아쉽습니까?”
“하하. 여전하구만. 옥새 정도 되는 기물을 가지고 있으면 그것을 빌미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을텐데 말이야.”
“옥새를 바침으로써 얻어낼 수 있는 것들은 바치지 않아도 얻을 수 있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옥새만으로 구할 수 없습니다.”
옥새를 주고 태사의 자리에 오른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의미가 없다.
아직까지 천하는 안정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중원과 하북 지방을 조조가 차지하고, 또 형북 쪽을 끌어들였다고 하더라도 오와 촉, 그리고 서량지방에 대한 정리가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태사의 자리에 올라봤자 다시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할 것이 분명했다.
전쟁이든, 혹은 점령작업이든, 그것도 아니면 지역의 부흥이든.
내가 해야 할 일들은 많기 때문이다.
“그 외적인 부분에서 솔직히 제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대부분 들어주시잖습니까. 돈이나 식량이 없는 것도 아니고…”
나, 그리고 아버지, 그리고 감녕과 요화, 청이가 소유한 봉작을 합치면 일만호 가까이 된다.
그정도면 하나의 현이다.
산양군의 창읍현 정도 되는 거대한 현의 수입을 모두 가질 수 있을 정도라면 돈에도 딱히 욕심을 내지 않을 수 있었다.
“하긴 그렇지. 자네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받을 수 있을테니까. 그렇다고 특별한 정예병력이 또 필요한 것도 아닐테고 말이야. 이미 자네에게는 흑귀대와 백귀대가, 그리고 철갑기병대와 철갑보병대가 있으니.”
흑귀대, 그리고 이제는 정규군에 속하게 된 백귀대까지.
정북장군이 되면 다시 백귀대를 돌려받게 될 것이고 철갑기마대와 철갑보병대까지 내 소속으로 할 수 있다.
잘하면 현재 기주에 있는 곽가가 보유한 강노병도 내 편제로 넣을 수 있을 것이다.
그정도면 몇년만 내가 하북 지방에서 버틴다면 거의 하나의 세력이라고 봐도 될 정도의 힘을 갖추게 된다.
그리고 내가 세력을 일으켜서 천하를 노릴 것이었으면 그냥 서주에서 했다.
“가지고 있어봤자 저에게 득 될 것도 없는 것인데 그럼 주인에게 돌려주는 것이 맞는 것이지요. 저는 도리대로 했을 뿐입니다.”
옥새는 황실의 것이다.
그러니 돌려준다.
하지만 천하가 황실의 것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내 말 뜻을 눈치챘는지 순욱의 표정은 잠시 어두워졌다.
“그렇지. 옥새는 황실의 것이지. 흐음… 뭐 좋네.”
지금 당장 나에게 황실의 장수가 되라는 말을 하지는 않았다.
순욱은 중립을 표방하며 황실과 조조 사이를 중재하는 일이 자신의 사명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나에게 황실의 뜻을 받들자고는 하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아무튼 난 그저 고맙다고 생각할 뿐이야.”
“그런 것이라면야…”
“하하하. 내가 너무 시간을 뺏는 것 같군. 자네도 이제 슬슬 가봐야 하지 않겠나?”
“예. 승상부주께서도 너무 무리하지는 말아주십시요. 혹여 부주께서 아프시기라도 하면 그거야말로 큰 일 아니겠습니까.”
“날 너무 띄워주는구만.”
진짠데.
순욱이 아파서 일을 못하면 여기에 쌓이는 일을 누가 처리하냐.
그는 여유롭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자. 오늘은 즐겁게 놀고, 내일 정북부의 개설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세나.”
“그냥 진동부를 그대로 유지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이 사람아. 반란 제압 업무와 외정사령관의 업무가 다른데. 당연히 편제부터 개편을 해야하네. 그러니 너무 과하게 마시지 말게나.”
“알겠습니다.”
편제가 크게 바뀌게 되고, 내 밑에 있는 이들의 관직도 좀 올려야 한다.
당연히 승상부와 얽힐 수 밖에 없겠지.
그것에 관련하여 내일 상의를 약속하고 승상부에서 나왔다.
“에… 늦기 전에 나도 가봐야겠군.”
집에 잠시 들렀다가 기다리고 있는 관평을 데리고 화중관으로 향했다.
전에 진림과 함께 갔었던 여영루보다 더 화려하고 더 큰 건물이다.
아무나 함부로 들어 올 수 없는 곳임을 밝히는 곳이라 그런지 수레에 탄 나와 관평을 입구에서부터 막았다.
“죄송합니다만. 오늘은 화중관에 아무나 들어 올 수 없습니다.”
“나는 아무나가 아니니까 괜찮아. 진유하다.”
“그렇습니까. 실례했습니다. 화중관의 관주인 중각이라고 합니다.”
검은색 문의를 입고 있던 그는 나에게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한 후 내 뒤를 가리켰다.
수레에 담겨져 있는 커다란 술동이를 본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혹시 술을 따로 가져오신 것입니까?”
“음. 반입하면 안되는 건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만… 그 술동이를 옮겨야 하는 것이라면 사람을 부르겠습니다.”
“그래 주게나. 귀한 술이니 조심하도록 하고.”
“예.”
준비한 것은 야관문주다.
이렇게 대접받는데 나도 뭔가 하나는 내놔야겠다 싶었다.
사람이 받기만 하면 쓰레기가 되어버린다.
베풀 때는 베풀고, 받을 때는 받고.
그래야만 적과 아군을 확실하게 구분해나갈 수 있다.
관평과 함께 안으로 들어갔을 때 1층에는 이미 아는 얼굴들이 꽤나 흥겨운 얼굴로 기녀들이 연주하는 음악을 들으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
“으하하하! 마셔! 마셔! 엇!? 오셨수?”
조조의 조카인 조휴에게 술을 따라주던 감녕은 날 보고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표하 형님! 오셨습니까!! 들었습니다! 정북장군이 되셨다구요!?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조휴는 나에게 웃으며 다가와 고개를 숙인 후 술잔을 내밀었다.
“제 술 한잔 받아주십쇼!”
“하하. 뭘. 잘 받겠네.”
다른 이들을 대표해서 나온 것이라서 그런지 다른 이들은 나서지 않았다.
조휴가 준 술을 단번에 들이마신 나는 그에게 잔을 돌려주고 쭉 둘러보았다.
그러는 동안 나와 눈이 마주친 서황과 장합이 나에게 목례하는 것을 본 나는 중각이 하인들과 함께 술동이를 가지고 들어오자 천천히 말했다.
“이거 날 축하해주기 위해서 이렇게 모여준 것이 고마울 뿐이군. 원래대로라면 이번 연회는 내가 내는 것이 맞지만… 하하. 다른 분께서 내주신다고 하니 난 이것을 주겠네. 두동이는 여기에 놓게나.”
“예.”
조인과 조홍이 없는 것을 보니 그들은 이층에 있나보군.
그럼 한동이 정도만 빼놓으면 되겠지.
“무슨 술입니까? 아! 혹시 죽엽청?”
죽엽청에 대한 것을 알고 있는 무관들이 감탄했다.
죽엽청이라니.
그것보다 더 귀한 술이다.
“남자에게 참 좋은 술이네. 야관문주라고 하는 것이니 한잔씩들 들게.”
“오오오!?”
“이야!! 감사합니다! 정북장군님!”
“아~ 나는 힘이 강해서 별로 필요가 없는데… 그래도 정북장군님께서 하사하시는 것이니 마셔야지.”
“여기서 더 늘어나면 내 아내가 힘들어하겠는데? 으하핫!”
“저는 약하니까 두잔 먹어야겠습니다. 위 교위께서는 드시지 마십시요.”
상서부 소속인 장제가 왜 여기에 있는거지?
하긴 뭐.
이 자리가 무관들만이 모이는 자리는 아니다.
내 승진을 축하해주기 위한 자리인만큼 내 부하라고 할 수 있는 장제도 자리에 낄 수 있는 것이겠지.
장제가 나서서 내 앞에 오자 난 그에게 웃으며 말했다.
“자네는 처도 없으면서…”
“처가 없어도 쓸 곳은 많습니다. 하하하! 감사합니다.”
그의 잔에 야관문주를 듬뿍 따라주었다.
그것을 마신 장제가 부르르 몸을 떨며 잔을 다시 내밀려고 하자 장제에게 기회를 빼앗길 뻔한 위 교위가 나섰다.
“아니. 장 주부. 절대 내가 약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다 내가 집안을 평화롭게 하기 위해서이니까… 응? 이봐. 듣고 있나?”
“어휴… 벌써부터 불끈거리는게. 응? 위 교위님은 이런 거 필요 없다 하지 않으셨습니까.”
“아니 그래도 그렇지…”
“야! 감녕! 넌 거기 줄 서지 말고 이리 와서 따라줘!”
산양군에서도 마시고, 또 이당지나 화타와도 인연이 있어서 쉽게 약을 구할수 있는 주제에 줄을 서고 있다니.
내가 인상을 구기며 소리치자 감녕은 아쉬워하며 내 대신 철과를 받았다.
“이렇게 좋은 술을 그냥 줄 수는.없지! 자자! 노래 한곡들 뽑으시오!”
“감 교위! 이러긴가!?”
삶이 유쾌한 녀석이다.
그의 외침에 자리에 있던 이들은 짜증을 냈지만 감녕이 그런 걸 신경 쓸 놈이 아니다.
“그럼 알아서들 마시라고.”
야관문주가 좋기는 하지만 한두잔 마신다고 정력이 확 좋아지는 건 아닌데 다들 저렇게 줄을 서서 감녕에게 사정을 한다.
이래서 남자는 몇살을 먹어도 애라는 얘기가 나오는거다.
“너도 가서 즐겨.”
“예.”
사람들의 모습에 쓰게 웃은 관평이 하후상이 있는 탁자에 가서 앉았다.
적당히 알아서 즐기겠지.
그들을 내버려두고 2층으로 올라갔다.
1층보다 더욱 화려한 2층의 끝방에 들어갔을때 이미 꽤 마신듯한 이들이 날 반겼더.
“어서 오게나. 하하 무슨 이야기를 그리 하고 오신겐가?”
조인과 조홍, 종요, 그리고 최염이다.
밑의 놈들과는 다르게 여긴 아직 조용하구만.
“별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결혼 선물과 승진 축하 선물을 받고… 뭐 그 외에 이런저런 이야기?”
“그런 것이면 나중에 하셔도 좋을텐데. 일단 한잔 받게. 늦었으니까 벌주야. 벌주.”
조홍은 웃으며 나에게 술 석잔을 주었다.
꽤 큰 잔에 가득 따라져 있는 술을 연거푸 마시고 나서야 겨우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그나저나 별가종사께서 이리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이렇게 인사를 드리는 것도 처음이지요? 진유하. 어르신께 인사드립니다.”
최염의 잔에 술을 따라주었다.
비록 관직은 내가 더 높더라도 최염은 유학자들에게 인정받는 명사다.
단순히 관직의 높낮이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인물이기에 그에게 존대했고 최염은 웃으며 내 잔을 받았다.
“정북장군께 이리 존대를 받게 될줄은 몰랐습니다.”
“아뇨.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인데… 아직 제가 많이 어려 어르신들의 눈에 차지 않을 수 있습니다. 부디 많은 지도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제가 지도할 것이 있겠습니까? 정북장군의 유능함이야 이미 천하에 다들 알려져 있지 않습니까. 많은 이들이 정북장군을 존경하고 있습니다. 오죽했으면 사예주나 연주의 명가에서 자제들에게 정북장군만큼만 하면 소원이 없겠다고 하겠습니까.”
“으하하하! 조카사위가 대단하긴 하지. 서주의 기반을 만들어 놓기도 했으니까 말야!”
분위기는 매우 훈훈했다.
그럼 더 훈훈하게 해야겠군.
“가지고 오거라!”
문이 열리며 하인들이 들어왔다.
남겨 둔 한동이의 야관문주다.
그것을 본 모두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난 천천히 말했다.
“절 위해 이렇게 모여주샸는데 약소하지만 나름 명주를 준비했습니다. 이번에 산양군에서 새롭게 만든 술입니다.”
“오… 산양군의 술이라면 명주라고 인정할 만 하지. 그런데 무슨 술인가?”
조인은 술동이의 주둥이에 얼굴을 가져간 후 고개를 갸웃거렸다.
“죽엽청은 아닌 듯 한데…”
“야관문주라고. 남자에게 아주 좋은 술입니다. 하하하!”
“오오! 그런 술이!?”
훈훈하던 분위기가 뜨거워졌다.
다들 흥미있어하며 술동이를 보았고 난 철과를 들어 주전자에 따른 후 모두에게 한잔씩 대접했다.
“어르신들께 진유하가 올립니다.”
“역시 우리 조카 사위가 사람은 참 됐어. 그렇지?”
“암만. 암만.”
감탄하는 조인과 조홍.
그리고 종요와 최염 역시 웃으며 야관문주를 단번에 들이마셨다.
“허어… 몸이 뜨거워지는구만.”
“이거 참 좋네. 한잔 더 주게나.”
“예. 많이 있습니다. 다만 독함이 죽엽청보다 심하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알겠네. 알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