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684
“그쪽의 제안이 나쁜 제안은 아닙니다. 혼인을 통해 동맹을 맺게 되고, 또 강남 쪽에 대한 지배력을 가져 올 수 있는 것이라면 충분히 할만한 일이지요.”
“그렇긴 하지.”
“그럼 왜 혼인을 거절하시는 겁니까?”
“내 나름대로 조사를 해보았다네. 지금 그녀의 나이가 몇인지 아는가?”
“어…”
나보다는 어리다고 들었는데?
내가 의아해하자 조조는 피식 웃었다`.
“지금 손가의 딸, 상향의 나이는 열 여섯이라고 하더군.”
“…예.”
열 여섯이면 조비보다 조금 어린 정도네.
조창보다 한살 정도 많은 셈인가?
딱히 나이도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은데?
청이는 나보다 나이가 많다.
그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나에게 청이를 넘겨놓고 자기 아들은 어린 여자와 결혼시키겠다는 건 아니겠지?
난 뚱한 표정으로 조조를 바라보았고 조조는 한숨을 내쉬었다.
“으음… 뭐라고 해야하나.”
“나이가 딱히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잖습니까.”
“나이의 문제가 아니야. 청이의 일도 있으니 나이를 가지고 이야기 할 생각은 없네.”
“그럼?”
“자네는 모르는가?”
“음?”
조조가 뭐 때문에 이렇게 말하는 것인지 이해를 할 수 없다.
난 떨떠름해하며 그를 보았고 그는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그녀는 그야말로 망나니라고 하더군. 그것도 개 망나니.”
“…하하. 그냥 활기차다고 하시지요.”
사실 주유에게 들었을 때는 그냥 손가의 딸이라는 이야기만 들었을 뿐이지 그녀가 어떤 성격인지, 어떤 외모인지 관심도 없었다.
어차피 내가 결혼할 사이도 아닌데 굳이 궁금해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
“그래서요? 하지만 손가와의 결합은 정략의 문제입니다. 창이나 식이, 충이가 좋아하는 여인이 있다면 두번째 부인으로도 충분한 것 아닙니까?”
“아네. 그들과의 결합이 정략혼의 의미가 강하다는 것 쯤은. 하지만 자네도 알겠지만 화목하지 못한 결혼생활은 결국 파국을 불러일으키겠지. 그리고? 파국이 생긴다면 오히려 더욱 큰 문제가 발생할거야.”
“음… 뭐 그건 그렇다고 치지요. 그래도 창이나 식이가 현명한데다가 자상한 편이니 괜찮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사실 청이도…”
“하하…”
조조가 나에게 청이를 줬을 때 듣기로는 주변에서 굉장히 걱정이 많았다고 한다.
그 뿐만 아니라 조가나 하후가에서도 청이와 결혼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우리의 결혼생활에 대해서 무척이나 걱정했다고 한다.
이유는 간단했다.
청이가 명가의 여인치고는 좋게 말해서 상당히 자유분방했고 나쁘게 말하면 신부감으로는 정말 최악이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딱히 상관하지 않지만 지금 시대상을 본다면 이상적인 여인은 다소곳하며 남자에게 순종적인 여인들이다.
…대체적으로 내 아내들은 이상적인 모습과는 좀 동떨어져 있군.
영이도 그렇고 청이도 그렇고 완이도 그렇고.
그나마 견희가 좀 이상적인 모습과 가깝지만 그녀가 감정 표현을 덜 하는 모습을 보면 그 역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조가라는 엄청난 명문가의 자제가 결혼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개망나니라면 확실히 며느리로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겠지.
“솔직히 말하자면 청이가 자네와 맞지 않을 경우 청이를 데리고 와서 별거를 시키든가, 아니면 어떻게든 자네 둘의 사이를 좋게 하려고 이래저래 준비했었지. 예상 밖으로 둘이 잘 지내서 준비한게 쓸모 없어졌지만.”
도대체 뭘 준비한거야?
난 조조의 말에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정략혼이라는게 원래 그렇잖습니까. 결혼의 문제가 아닌 전체적인 동맹의 관계로 봐야 하는 것이 맞는 것 아닙니까? 개인끼리의 가정사는 두번째입니다.”
“단순하게 그런 문제만이었다면 웃으면서 어떻게든 넘어갔을거야. 하지만…”
“다른 문제라도?”
“진림이 손가에 다녀왔다네. 정혼의 문제로 상의할 것이 있어서 말이야.”
“아. 그렇습니까?”
저번 일 이후로 조조의 심복이나 다름없게 된 진림이다.
진림이 강동까지 다녀왔다라.
건안의 칠자라고 불릴 정도로 뛰어난 글솜씨를 가지고 있는 진림이다.
비록 관직은 좀 낮지만 그는 많은 문인들에게 존경받는 사람이다.
그런 진림이 갔는데 제정신이 박힌 놈들이라면 그에게 엄한 짓은 못했을텐데?
내가 궁금해하자 조조는 눈쌀을 찌푸렸다.
“진림의 수염을 손상향이 다 태워먹었다고 하더구만.”
제정신이 박힌 놈들이 아니군.
“와… 진짭니까? 아니 손가에서는 그걸 보고만 있었답니까?”
아니 아무리 조조의 밑에 있다고하지만 진림은 존경받는 문인이다.
그런 그에게 그런 미친 짓을 한 것을 알면 강남의 문인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을텐데?
손가가 이정도로 개념이 없었나?
“보고만 있었다고 보기는 좀 그렇지. 나름대로 말리기는 했다만 그녀가 데리고 다니는 호위들이 오히려 미쳐 날뛰었다고 하더군. 그 탓에 결국 진림이 호된 꼴을 당했다고 하네.”
“이런 미친…”
노숙 이 새끼는 도대체 뭘 한거지?
아니지.
손가와의 정혼 문제는 노숙이 아닌 주유가 제안한거다.
어쩌면 노숙이 주유와의 권력 다툼을 위해서 일부러 손상향의 행패를 용인했을 수도 있었다.
“음…”
“또한 문제는 한가지 더 있지.”
점입가경이구만.
난 한숨을 내쉬었다.
“혼인을 하는 것은 좋으나 혼인을 하는 대신 손가의 가주인 손권에게 파촉지방을 다스릴 수 있는 권리를 달라고 하더군.”
“파촉지방이요? 강남도 아니고?”
“그래. 손권 자신이 나름대로의 야욕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지. 강남 쪽은 이미 자신들이 다스리고 있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 듯 하니… 나머지는 파촉이지. 영안을 통해 파촉으로 들어가 그곳을 공략하게 될 경우 장강을 기준으로 남쪽과 북쪽으로 천하를 나눌 생각인 듯 보여.”
“허어…”
파촉에 떡하니 유장이 있는데 그런 제안을 하다니.
파촉은 천혜의 요새다.
물론 조조의 말대로 영안을 통해 들어간다면 파촉의 험난한 길을 이용하지 않을 수 있다지만 그래도 유장이 바보가 아닌 이상 그곳을 통한 길을 잘 막을 것이다.
그걸 이미 먹은 것처럼 이야기를 하다니.
이건 뭐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하는데 김칫국만 들이마시고 있는 듯 보인다.
“그 외에 여러가지 문제가 있는 관계로 손가와의 혼인을 통한 결합은 무리라고 판단했네. 격이 너무 떨어져. 단순히 격이 떨어지는 것이라면 상관없지만 너무 대놓고 야욕을 보이는 대상일세. 혼인을 통해 동맹을 맺어도… 얼마든지 뒤통수를 칠 수 있는 이들로 보여.”
조조가 이렇게까지 말한다면 나로서도 더 주장할 수는 없다.
“음… 알겠습니다.”
이걸로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손책이 실각한 이후 주유의 힘은 크게 낮아져 있다.
그럼 앞으로 손가의 행보는 결국 노숙이 쥐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겠군.
나는 눈을 감고 생각하다가 피식 웃었다.
“아쉽게 됐습니다.”
“솔직히. 최소한 하나라도 마음에 드는 구석이 있다면 어떻게든 하겠다만, 며느리감, 그리고 사돈이 될 이들까지. 전부 마음에 들지 않아. 굳이 우리가 그것을 참아가며 혼인을 할 필요는 없지 않나?”
“그렇지요.”
이 혼인의 제안은 주유가 한 것이다.
우리가 나서서 조가와 손가의 결합을 이야기 한 것이 아니다.
그런만큼 우리가 양보를 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특히나 이렇게까지 일부러 상황을 악화시키려 한다면 말이다.
“간이 부었군요.”
“나름대로의 책략일 수도 있지. 우리를 도발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파촉의 유장과 어느정도의 관계를 맺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 관계를 기반으로 영안 쪽의 방비를 느슨하게 한 후 공략하려는 수일 수도 있고.”
나와 주유의 친분 관계를 생각한다면 주유는 주화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노숙은?
그의 능글맞은 성격, 또 행동 방식을 생각하면 그는 주전파다.
물론 책사이며 정치가인 그로서는 쓸데없는 전쟁은 오히려 손해이니 피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전쟁을 해야 한다면?
그는 결코 망설이지 않을거다.
반드시 이길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하고 그리 움직이겠지.
“파촉과는 여전히…”
“음. 좋은 관계는 아니야. 형주쪽에서 보내진 보고서를 보면 영안에서 들어오는 병력들과 소규모 전투가 자주 일어나고 있다고 하더군.”
그럴 수 밖에 없을거다.
황제를 데리고 있는 이상 유장은 황실을 보호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도전을 할 것이다.
이번 저족과 강족의 움직임도 어쩌면 유장의 수일지도 몰랐다.
“결국 끊임없이 도전을 받는군요.”
“그래. 후계자를 결정한다고 하더라도 내가 쉽사리 물러날 수는 없어.”
조조는 씁쓸한 어조로 말한 후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위에 있는 사람은 이래서 골치아픈거다.
그 짓을 내가 안해서 다행이네.
무거운 숨을 내쉰 조조는 고개를 돌려 화타를 보았다.
“아직 멀었나?”
“그동안 고생이 많으셨나보군요. 꽤나 뭉쳐 있습니다.”
“그런가. 하하. 문약이 없으니 그 공백을 메우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었어.”
그동안 순욱이 일을 많이하긴 한 모양이다.
느긋하게 말한 조조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깔끔한 정원을 지켜보던 그는 작게 중얼거렸다.
“어쩌면 자네들 말대로 빨리 휴식이나 취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네.”
“예?”
“이렇게 정원을 꾸며 놓은 것 역시. 내 몸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어.”
조조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무척이나 지쳐 있었다.
치료를 마친 화타가 정리를 하고, 조조는 피곤하다며 잠을 자러 가버렸다.
어차피 여기 더 있을 필요는 없다.
해도 져 가고 슬슬 돌아가야겠다.
화타와 함께 터덜터덜 진가로 돌아왔을 때 진가의 앞에 익숙한 마차가 보였다.
의아해하며 안으로 들어갔을 때 율이를 안고 있는 덩치 큰 사내가 보였다.
조홍이다.
왠일이지?
“숙부님. 무슨 일이십니까?”
“아아. 자네 왔는가?”
“예.”
“임명장이 나왔네.”
“빠르군요.”
“양 태위 어르신이 오늘 전해주더구만.”
조홍은 자신의 손에 들려 있는 임명장을 들어보이며 히죽 웃었다.
차림새를 보니 벌써 떠날 준비를 마친 모양이다.
뭐 이리 급해?
“숙부님. 식사라도 함께 하시고 가시는 것이…”
“으음. 아니야. 한시가 급한 일이니만큼 어서 가는 것이 낫겠지. 북방에는 지금 제대로 관리하는 이가 없다면서?”
“예.”
“내 다른 짐들은 차근차근 옮기면 되니까.”
“예에…”
떠날 준비를 이미 마친 모양이다.
갑옷을 입고 있던 조홍은 율이를 내 품에 안겨 준 후 씩 웃었다.
“자네 덕분에 팔자에 없을 주목 노릇도 해보는구만.”
“묘재 숙부님 대신 주목의 업무를 많이 하셨다고 들었는데.”
“하하. 그래도 주목의 업무를 하는 것과 주목이 되는 것은 다른 일이지. 혹시 주의해야 할 일이 있는가?”
조홍의 질문에 난 턱을 쓰다듬다가 손가락을 튕겼다.
“탁군 군수인 염유가 도움을 줄 것입니다. 또한 정북부 행군사마인 사마의는 제 사람이니 숙부님에게 큰 도움을 줄 것이고…”
“그리고?”
“어… 그리고. 야채를 많이 드십시요. 북방에서 야채를 많이 먹지 않으면 병에 걸립니다. 첫 북방 원정군이 원정에서 실패한 이유가 병에 걸렸기 때문임은 아시겠지요?”
“그런가? 그게 야채 때문이었어?”
“예.”
“흐음… 그렇구만. 알겠네. 그 외의 부분에 대해서는 뭐, 염유라는 이에게 들으면 된다는 것이겠지?”
“예.”
북방에서의 주의해야 할 사항은 염유와 사마의가 알아서 말해줄 것이다.
콩나물 재배법은 염유와 사마의에게 이미 가르쳐줬고.
그리고 북방에서 내려오기 전에 순무를 왕창 심어놓고 왔다.
순무의 청 부분도 먹으려고 한다면 충분히 먹을 수 있으니 문제는 없겠지.
염유에게 다른 지역에도 순무를 심게 하라고 말해놨는데 잘 했으려나 모르겠네.
조홍은 어깨를 으쓱인 후 진가의 정문으로 향했다.
“아. 그리고 조카사위.”
“말씀하십시요.”
“듣자하니 비가 북방으로 온다던데. 사실인가?”
“하하. 누가 그런 말을 하던가요?”
“비 녀석이. 그 녀석이 나에게 빚을 많이 졌거든. 북방에 가면 거기서 벌어서 갚겠다고 하더구만.”
자식이 진짜 가고 싶은가 보네?
아직 명령장을 내리지도 않았는데 유주목인 조홍에게 그렇게 말하다니.
조홍의 말에 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그럴 것입니다. 좌풍익 일대는 어찌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구관이 명관이라고 조비와 함께 일하던 이 중 공적이 있는 이를 임시 좌풍익으로 삼게 될 것 같습니다만.”
“하하하. 그래도 믿을만한 사람이 옆에 붙는다 생각하니 그나마 안심할 수 있겠군. 알았네. 그럼 다음에 볼 때까지 몸 건강히 있게나.”
“부디 숙부님께서도 건강하시길 빌겠습니다.”
조홍이 나가자 화타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북방의 병? 그게 무슨 소리냐?”
“아. 북방에서는 제대로 야채를 먹지 못하게 되더라구요. 그것 때문에 병에 걸립니다.”
“그건 나도 알아. 야채를 먹지 못해서 병이 걸린다라… 그건 또 재밌는 의견이구나.”
“어르신은 모르십니까?”
“나야 모르지. 애초에 내가 채식을 못하는 경우는 없었으니까.”
하긴.
화타 같은 경우는 단체로 이동하는 것이 아닌 소규모 인원만 데리고 다니면서 산과 들의 풀을 마음대로 먹어대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괴혈병에 걸릴 이유가 없지.
난 그의 말에 쓰게 웃었다.
화타라고 하더라도 모르는 병은 있구만.
“뭐 그렇다고 합니다. 유 의원님은 알고 계시던 것 같은데.”
“그래? 후… 그 녀석도 나름대로 성장하고 있나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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