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707
교사원에 소속된 이들 중에는 교사원이 설립되기 전부터 사람을 고문하는 법에 능한 이들을 꽤나 뽑았었다.
거기에 의원들의 도움을 받아 고통을 주되 생명에는 영향이 없을 정도의 고문을 하는 법에 대해서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었다.
즉.
“끄아아아악!!”
“아직 한쪽 손의 거죽만 벗겼을 뿐인데… 이거 참.”
왕충의 오른쪽 손은 피로 붉게 물들어져 있었다.
그 위에 달라붙어 있는 것은 거머리들.
흐르는 피를 탐욕스럽게 먹어 빵빵해진 거머리들을 떼어낸 교사원의 고문관은 날카로운 칼을 내려 놓은 후 소금을 들었다.
“그래도 왕 시중 쯤 되는 분이니 이런 것을 쓰는 겁니다. 소금이 얼마나 귀한데.”
즐거움 따위는 없다.
마치 그냥 일을 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듯 그는 무척이나 무덤덤한 표정으로 그의 상처에 소금을 조금씩 뿌려나갔다.
상처부위에 소금이 녹아들며 만들어지는 고통에 왕충은 다시 한번 비명을 내질렀다.
“아악! 아아아악!!”
사람을 죽여야 하는 전장에서 살아야 하는 호표기들조차 제대로 보지 못하고 눈을 돌리는 광경 속에서 평정을 유지하는 것은 몇명 되지 않았다.
나.
그리고 가 사형.
조조.
나를 도우러 온 방통과 감녕.
그리고 그 외 호표기의 장들 몇몇 뿐.
특히 궁녀나 귀인들 같은 경우는 하얗게 질려 바닥에 주저앉은 이들이 몇몇 있을 뿐 이었다.
“그만… 그만해라… 그만…”
잔뜩 쉬어버린 목소리로 황제는 계속해서 무의미한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만하란다고 그만하겠냐.
고문관은 힐끔 나를 보았고 난 어깨를 으쓱였다.
“잠깐 쉬자고.”
숨을 헐떡거리고 고통을 호소하는 왕충에게 다가갔다.
“왕충. 어때? 이제 진실을 말할 마음이 들었나? 아니면 좀 더 시간을 줘야 하나?”
“으…으…지…독한 놈이…”
“오. 그래? 좀 더 고생해주게. 괜찮지?”
“거뜬합니다. 사람의 모든 가죽을 벗길때까지도 죽지 않게 했습니다. 이정도야…”
다시 왕충의 팔에서 가죽을 벗겨낸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왕충이 고통을 호소하며 비명을 내지르자 조조는 술을 한모금 마시며 말했다.
“이보게! 진 시중!”
“예. 승상.”
“거 너무 급하게 하지 않아도 되네. 그러다가 죽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러나.”
“알겠습니다.”
가 사형이 고개를 끄덕이자 난 손을 들어 고문관을 말린 후 왕충의 상처를 쿡쿡 찔렀다.
그것만으로도 또다시 고통을 받은 왕충은 비명을 터트렸고 난 주변을 둘러보았다.
내 시선을 마주한 죄인들이 하얗게 질리며 어떻게든 자신의 차례를 피하려는 듯 보였다.
“왕 시중이 너무 힘들어하는데… 어때. 대신 말해 줄 사람이 있으려나 몰라?”
“….”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이정도는 예상했던 일이다.
난 어깨를 으쓱인 후 유풍에게 다가갔다.
예전 처음 만났을 때 나를 증오의 눈으로 노려보던 그의 얼굴을 공포로 질려 있었다.
그런 그를 마주하며 난 천천히 물었다.
“태자마마. 태자마마께서 주도하신 일입니까?”
“나, 나, 난… 모, 모르는…”
“음. 그렇군요.”
단검을 들어 그의 볼에 가져갔다.
어린아이의 깨끗한 피부다.
“히익…”
그의 작은 몸이 부르르 떨린다.
바닥이 점점 축축해진다.
공포에 질려버린 유풍이 오줌을 지려버린 것이다.
자신이 싸버린 것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유풍은 두려워했고 난 어깨를 으쓱인 후 그의 옆으로 이동했다.
“이런. 한 중랑까지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한 중랑. 한 중랑께서는 뭐. 하실 말씀 없으십니까?”
한빈은 나를 말없이 바라보다가 눈을 감았다.
나름대로 의연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 역시 두려워하고 있는 듯 보였다.
에이~
이각의 밑에 있을 때는 더 심한 꼴을 봤을텐데.
자기들이 그런 처지에 빠지니까 모르겠다는 건가?
“다들 이렇게 태자마마에게 충심이 이리 깊을 줄이야. 이왕이면 폐하께 이런 충심을 보일 것이지. 어쩔 수 없군요.”
그들에게서 벗어난 나는 조조에게 다가갔다.
내가 오자 조조는 웃으며 말했다.
“얼마나 걸릴 것 같은가?”
“다들 의리와 신의로 똘똘 뭉쳐져 있습니다. 진실을 말하려 하지 않고 있는데… 어쩝니까?”
“어쩌기는. 자네는 자네의 일을 해야지. 이번에는 내가 개입할 수 없지 않은가. 나는 그저.”
조조는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승상부의 승상에 불과하니까 말이야.”
“흐음.”
“승상! 승상!”
황제는 자리에서 일어나 조조의 발 밑에 엎드렸다.
그는 조조의 바짓가랑이를 잡으며 말했다.
“제발. 제발 용서해주시게! 제발!”
“폐하께서 그동안 규정과 명분, 그리고 법으로 저를 그리 얽메셨는데… 이제와서 그것을 저에게 어기라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그, 그래. 제발…”
황제는 조조에게 필사적으로 말했다.
왕충에 대한 심문이 끝나고 나면 다른 이들을 심문하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리고 그 다음 차례가 유풍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황제는 나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오직 조조 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조조에게 이렇게 매달렸고 조조는 난처해하며 나에게 외쳤다.
“이보게! 진 시중!”
“말씀하십시요.”
“폐하께서 이리 말씀하시는데 좀 어떻게 넘어갈 수 있겠나?”
그 말을 기다렸다.
“하. 이거 뭐라고 해야하나. 폐하께서 그리 말씀하시는 것에 대한 그 마음을 이해가 갑니다. 허나 원리와 원칙이 무시되면 어찌 되겠습니까? 과거 동탁도 법과 질서를 무시하고 자신의 뜻대로 권력을 휘둘렀지요.”
“그, 그건.”
“그리하여 이루어진 것이 무엇입니까. 반동탁 연합군이 생겨났지요. 동탁 스스로가 자신이 가진 권력에 취해 법과 질서를 무시하고 명분에 어긋난 행동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건, 그럼 그 명분과 잘못은 내가 받을테니!”
“그럴 수 없지요. 선례가 남습니다. 선례가 남게 된다면 그것은 후대에 많은 악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폐하. 비록 마음은 아프시겠지만.”
“안돼…”
“한을 위해서라도 참아내셔야 합니다.”
황제는 털썩 주저앉았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하루만에 모두 끝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임시로 운현궁을 조사장소로 잡은 나는 운현궁의 심처에 있는 호사스러운 방에 앉아 입맛을 다셨다.
“이거 참.”
“별 짓을 다하네.”
방통은 시큰둥한 어조로 말한 후 푹식한 의자에 몸을 눕혔다.
얘는 어딜가도 변하는 구석이 없구만.
그가 널부러져 있는 꼴을 보던 나는 교사원에서 준 죽간을 이리저리 살폈다.
아무리 봐도 이번 일과 관련되어 있는 것은 황제 뿐이다.
“황태자를 이런 식으로 엮어버리다니. 순 억지잖아.”
“세상은 다 억지 뿐이지.”
죽간을 내려 놓았다.
적당히 교사원에 말해서 증거를 위조하라고 해놔야겠군.
해야 할 일을 정리하고 있을 때 문이 열렸다.
서복이다.
방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 온 그는 긴 의자에 앉아 있는 방통을 향해 인상을 찌푸렸다.
“켁. 넌 왜 여깄냐?”
“뭐 임마? 내 덕에 맹달을 잡았는데 어디서 그따위 말을.”
“아. 그래. 소가 뒷걸음질을 쳤군.”
방통의 항변에 무심하게 대꾸한 서복은 내 책상 위에 죽간을 올려 놓았다.
“허도에서 일어난 일은 대부분 정리가 끝났어. 다만…”
“위연은 발견하지 못했다?”
“그래. 아직까지는…”
“성문을 막기는 했잖아. 아직 허도에 있는 것 아닐까?”
짧게 혀를 찬 서복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도 그놈을 산채로 씹어먹고 싶기는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가 허도에 남아 있을 가능성은 그리 많지 않아.”
“그러냐…”
“일이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시체를 허도 밖에 뭍기 위한 수레가 나갔다고 하더라고. 검사를 하기는 했는데.. 아마 거기에서 빠져나간 것 같아.”
“한심하기는.”
허도의 경계병력들을 좀 더 조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투덜거리자 서복은 어깨를 으쓱였다.
“왕충과 맹달에게 포섭된 경비관도 있다보니까… 어느정도는 경비가 허술해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해야겠지.”
조조가 알면 피눈물을 흘리겠군.
과거 귀신 북부위라 불리며 규칙을 어긴 건석의 삼촌까지 때려죽였던 조조다.
자신의 부하가 뇌물을 받고 경계근무를 대충 선다는 것을 알면 분노로 이를 갈 것이다.
“작전에 실패한 장수는 용서해도 경계에 실패한 장수는 용서 못한다는데… 다 참수해야겠네.”
“일벌백계를 노리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야.”
위연을 놓쳤다는 생각은 지울 수 없었다.
난 방통을 보았고 방통은 시큰둥히 말했다.
“뭐. 나보고 잡으라고? 야야. 내가 보기엔 글렀어. 진가를 공격하고나서 실패한 후에 바로 도망쳤다면서? 위연 그 놈이 도망치는 건 솔직히 인정해야 해. 걔는 상황이 불리하다 싶으면 바로 몸을 빼는 놈이라고.”
“상대해봤나보지?”
“몇번. 유표전 이후 유표의 부하들 중에 익주로 넘어가거나 그를 지지하던 호족들 중에서도 익주로 간 놈들은 꽤 있어. 그들은 길을 알고 이쪽의 상황을 어느정도는 파악할 수 있으니 공격이 자주 들어왔지. 그거 막는 것도 일이었다.
“흐음…”
유표를 잡을 때 황충과 위연을 잡지 못했던 것이 아쉽네.
내가 신음하자 서복은 자리에 앉으며 방통의 앞에 놓여져 있는 차를 당겨와 마셨다.
“이제 어쩔 생각이냐?”
“글쎄. 황제가 슬슬 올 때가 되었는데 말이지.”
이만큼 해줬는데 황제가 와서 설설 길 때가 되지 않았나?
설마 개념없이 지금도 자존심을 내세우고 있는 것은 아닐테고.
난 웃었고 방통은 편하게 발을 들어 까딱거렸다.
“이야~ 이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겠네.”
“무소불위는 무슨. 그랬으면 좋겠다.”
“왜?”
“서량 쪽이나 익주, 그리고 강남까지.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은 산더미라고.”
“흐음… 뭐 그렇다고 하더라도 내부에서 문제를 일으킬 만한 이를 크게 누를 수 있잖아?”
지금까지 외부적으로 날 골치아프게 하는 요인은 많았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날 골치아프게 하는 요인은 단 하나.
바로 황제였다.
끊임없이 기회를 엿보며 정권을 가져가려고 하는 그의 행동 때문에 말도 못하고 속만 썩인 것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런만큼 이번 기회에 제대로 눌러서 내우를 최대한 억제해야겠다는 생각 뿐이다.
“그렇기는 한데 말이지. 억눌러봤자 또 기어나오지 못한다는 생각은 할 수 없다고. 그렇다고 다 쳐죽일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말야.”
황제와 황실은 어쨌든 아직 유지시켜야 했다.
마등과 유장의 움직임을 막을 수 있는 명분일 뿐더러 그의 효용가치는 아직 상당히 있으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생각한다면 속 편하게 바깥을 움직이는 동안 황제를 견제하며 그가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게 할 이가 필요했다.
“맘 편하게 계속 시중 짓이나 했으면 좋겠지만. 절대 그리 되지는 않을 것 같고.”
제일 좋은 것은 내가 황궁에서 시중직을 계속 하며 황제가 까불 때마다 눈 한번 부라리면 되는 것이겠지만 그건 현실적이지가 않다.
조조 입장에서는 여기저기 굴릴 수 있는 몇 안되는 장수인데 황제만 맡게 하기는 싫을 테니까.
“뭐. 아마 자수형님이 경조윤자리에서 물러나시고 후계자로 지정된다면 그 자리를 내가 맡게 되겠지.”
“장안?”
“응. 파촉지방과 서량지방을 동시에 담당하는 곳이니까. 나 만한 사람도 없을거야. 물론 그 전에 좀 쉬기는 해야겠지만.”
그동안 너무 달렸다.
나도 가끔씩은 쉬고 싶다는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난 느긋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방통을 옆으로 굴렸다.
“뭐야!?”
“나도 좀 눕자. 피곤해 죽겠다. 서복. 온 김에 저것 좀 처리해줘.”
“뭔데?”
내가 앉아 있던 책상으로 간 서복은 죽간을 확인한 후 인상을 찌푸렸다.
“이게 뭐야?”
“뭐긴 뭐야. 승상의 왕위 즉위식을 위한 준비지. 상서부쪽에서 생각하는 일이라든가 또 새로운 승상이라든가.”
“승상이라…”
이리저리 살피던 서복은 씩 웃었다.
“너 승상은 안하냐?”
“못해.”
아무리 나라지만 승상까지는 무리다.
당장 순욱도 있는데다가 나보다 더 인망이 높고 경력이 많으며 조조에게 충성하는 이들도 널려 있다.
그리고 승상 해봤자 골치만 아프지.
이미 권력적으로 황제의 기를 이렇게 꺽어버린 이상 나를 건드릴 수 있을만한 이는 극히 드물다.
그리고 그 극히 드문 이들은 나와 무척이나 친한 편이고.
내 대답에 서복은 여유롭게 웃은 후 죽간을 내려 놓았다.
“알았어. 야. 방통. 너도 와서 좀 도와.”
“에잉.”
투덜거리면서도 일어난 서복과 방통이 죽간을 살피는 것을 본 나는 긴 의자에 몸을 눕혔다.
어이구.
오래간만에 맘 편하게 쉬네.
“어이~ 도련님!”
이런 씨.
쉴 틈을 주질 않는구만?
내가 몸을 일으키자 감녕은 떨떠름한 어조로 말했다.
“폐하가 찾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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