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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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길고 하얀 목에 걸린 목걸이.
꽤나 세밀한 세공이 되어 있는 것에 장춘화는 살며시 눈을 감았다.
저 사람은 항상 저런다.
늘 퉁명스럽고, 또 차가운 태도를 보이며 막대하는 듯 싶지만.
실제로는 정말이지.
“귀여워.”
“뭐?”
뚱한 얼굴로 자신을 응시하는 사마의를 꽉 끌어안은 장춘화는 거칠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
“정말이지 이렇게 사랑스럽다니. 왜 이런 거에요? 당신이 나쁜 거니까. 응? 당신이 나빠.”
“…뭐하는 거지? 이거 놓지 못해?”
“가만히 있어봐요. 선물의 답례를 해야 하니까.”
“자, 잠깐!”
사마의의 외침을 무시하며 장춘화는 즐겁게 웃었다.
“오늘 당신에게 극락이 무엇인지 보여줄게요.”
“등청하셨습니까. 행군사마 어르신.”
“음… 그래.”
“어째 피로해보이시는데… 오늘은 쉬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되었네.”
묘하게 히죽거리고 있는 정북부 도위에게 투덜거리며 사마의는 자신의 집무실로 들어갔다.
북방의 많은 지도들과 각 거점, 그리고 아직도 처리하지 못한 공손강의 후예들의 위치까지.
새롭게 온 유주목인 조홍은 진유하와 꽤나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탓인지 자신의 움직임에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고 있었다.
“흐음…”
오늘 정북부에 소속된 장수들의 움직임은 어떨까.
사마의는 임무표를 꺼내어 확인해보았다.
관평은 오늘은 영내에서 대기하며 휴식과 정비를 취한다.
장료는 환족들과의 전투에서 구한 백성들을 원래 지역으로 보내주는 임무를 맡는다.
그리고 새롭게 합류한 정북부 소속의 문관인 장기는…
“오늘 쯤 오겠군.”
막장으로 흘러가고 있는 북방이라고 해서 의인(義人)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사마의가 정북부의 병사들을 이끌고 도적들과 이민족들, 인신매매범들을 소탕하기 시작했을 때 그에게 투신한 이가 있었다.
백여명의 젊은 이들을 이끄는 사내.
병주에서 끌려간 백성들을 구하기 위해서 사람들을 모아 이곳까지 왔다는 양습이 바로 그 의인이었다.
예주 출신에 무인이라기보다는 정치가에 걸맞는 이였지만 그렇기에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리는 연설을 하여 백성들을 구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였다.
그런 그이기에 북방에서 이민족들과 싸우는 사마의와 죽이 잘 맞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흐음…”
사마의는 남은 죽간들을 확인하다가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동경을 보았다.
자신의 생일 때 장춘화가 선물해준 것이다.
“…쳇.”
확실히 얼굴이 좋지 않다.
피로한 것일까?
사마의는 서랍을 열어 작은 환약을 꺼내었다.
얼마 전에 산양군에 있는 자신의 쌍둥이 누이 동생이 보내 준 약이다.
남자의 양기를 북돋아주는 약.
그녀의 남편인 진유하와 시아버지를 위해 만들었고 좀 남아 보낸 것이라는 서찰의 내용을 떠올린 사마의는 그 약을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청량한 약의 향기와 은은한 쓴맛이 코끝에 감돈다.
“후우…”
결국 새벽까지 장춘화와 해버렸다.
좋냐 싫냐 말한다면 확실히 좋았지만.
그래도 조금 심하다 싶었다.
“허도로 돌려보내는 것이 나을 수도 있겠군. 저러는 것도 결국 쌓인 화를 풀지 못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으니 말이야.”
북방은 험난한 곳이다.
아무리 정북부와 유주목, 그리고 각 군의 군수들이 필사적으로 안정을 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완전히 치안을 다질 수는 없었다.
북방 이민족들을 제압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자신의 아내가 이곳에 있는 것이 사마의는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만약에 북방에서 이민족들이 힘을 합쳐 한번에 밀고 들어온다면?
아니.
당장 공손강과 협력관계에 있었던 부여에서 그 복수를 하겠다며 공격해들어온다면?
유주는 전쟁터가 될 것이다.
자신이라면 상관없었다.
전장에서 몸 하나 빼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질 생각도 없었고.
하지만 장춘화는?
아니 그걸 떠나서 바깥 출입을 하는 것이나 물건을 사는 것도 허도나 업, 온현에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치안이 좋지 않은 곳이다.
공손강이 패배한 이후로 나름 치안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시장을 갈 때조차 병사들과 동행해야 하는 만큼 장춘화의 화는 쌓였을 것이다.
사마의는 크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쓸데없는 생각을.”
처음에는 그저 서로간의 이득에 의해서 손을 잡았다고 생각했을 뿐이지만.
점점 그녀에게 빠져들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니 한숨이 나왔다.
어찌 남자가 되어서 큰 일을 앞두고 여인의 치마폭에 빠져 있어야 하는가.
“크흠!”
낮게 헛기침을 하며 마음을 다잡은 사마의는 붓을 들었다.
해야 할 일은 많이 있다.
이렇게 쓸데없는 잡념으로 시간을 날리고 싶지 않았던 그가 죽간에 북방의 성벽에 대한 보고를 적기 시작했을 때 바깥에서 근엄한 어조가 들렸다.
“행군사마. 장 교위 입니다.”
“들어오게나.”
그의 말에 문이 열리며 건장한 사내가 걸어들어왔다.
여기저기 흠집이 나 있는 갑옷에 짙은 수염.
그리고 얼굴과 드러난 팔 부분에 나 있는 작은 상처들까지.
유주에 머무르며 숱한 전투를 해쳐나가며 북방 이민족과 도적들에게 말 그대로 ‘공포’가 되어버린 장료였다.
그가 자신에게 고개를 숙이자 사마의는 가볍게 손을 휘저은 후 말했다.
“지금쯤이면 우북평에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어제 장 도위가 찾아왔습니다. 그래서 그에게 임무를 인수인계 해주었습니다.”
“장 도위 혼자서 되겠나?”
“조 교위가 함께 할테니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조 교위.
장료에게 묘하게 경쟁의식을 느끼며 장료 이상으로 험지를 다니고, 또 전투를 치루는 조조의 조카인 조휴였다.
활솜씨가 대단해서 북방의 예라는 이름이 점점 알려지고 있는 그가 함께 한다면 문제는 없을 것이다.
사마의가 고개를 끄덕이자 장료는 자리에 앉다가 그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왜? 뭐라도 묻어 있는 건가?”
“아니… 어제 무슨 일이 있으셨습니까? 안색이 많이 안좋아보이는데…”
“…별 일 아니니 신경쓰지 말게. 조금 피곤할 뿐이야.”
장료마저 알 정도라니.
사마의는 얼른 서랍에서 환약 하나를 더 꺼내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그런 그를 향해 장료는 선선히 웃었다.
“너무 무리하지는 마시지요. 그러다가 몸이 상하시기라도 한다면 위국에 큰 손해가 됩니다.”
사마의의 책략과 통솔력, 그리고 전투에도 나설 수 있는 지휘력까지.
개인의 무력도 낮지 않은 사마의는 유주에 머물고 있는 정북부에 있어서 반드시 있어야 할 존재였다.
아니.
그것을 떠나서 이 위국에 사마의는 반드시 있어야 할 인재였다.
그의 걱정어린 말에 사마의는 작게 웃었다.
“하하하… 딱히 크게 무리하는 것은 아니니 너무 걱정말게. 그보다. 무슨 일이길래 장 도위가 오밤중에 자네를 찾은 것인가?”
“들으셨습니까? 정북장군이 탁군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이야기를?.”
“그거야 알고 있지. 유주에 들어와 장성 이북으로 치고 올라갈 것이라고 하던데.”
조조가 위왕으로 등극하며 구석을 받고, 또 전 정북장군이었던 진유하 시중이 되며 공석이 된 정북장군의 자리를 진유하의 친우이며 북방 정벌에서 큰 공을 세웠던 서복이 부임했다는 이야기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것을 장료가 언급하자 사마의는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그런데 왜?”
“허도에서 명령서가 왔습니다.”
“허도에서?”
정북부 소속인만큼 명령서라면 정북부에서 보내줘야 할텐데.
허도의 명령이라니.
사마의가 의아해하자 장료는 손에 들고 있던 죽간을 사마의에게 건네주었다.
그것을 받은 사마의는 죽간을 펼쳐보며 피식 웃었다.
“호오…”
흥미로운 이야기다.
죽간을 전부 읽은 그는 죽간을 내려 놓으며 장료를 보았다.
그는 이 명령에 딱히 반감이 없어보였다.
“장안으로 이동에… 자네는 합비로 가라는 명령서군. 괜찮겠나? 자네 혼자만 따로 떨어지는 것인데?”
“문제는 없습니다. 다만… 걱정이 되는 것이 북부의 일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는 것인데.”
“새로운 정북장군을 무시하지 말도록. 거기에 조가와 하후가의 사람들이 꽤나 많이 몰릴 것이야. 그리고… 조만간 좌풍익에서 우북평군수를 돕던 이들이 몰려 올라 올 것이고.”
장료의 말에 사마의는 무덤덤히 답한 후 죽간을 톡톡 쳤다.
죽간에 적혀 있는 명령서는 임지의 변경에 대한 명령이 적혀 있었다.
사마의와 관평은 장안으로.
그리고 장료는 합비로.
나머지 인원은 사마의의 판단 하에 임지를 결정한다는 내용.
사마의는 팔짱을 끼고 생각했다.
“데려갈 수 있는 이들은 얼마 되지 않겠군.”
많아야 한명 정도 밖에 없다.
진유하가 자신과 관평을 장안으로 부르는 이유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조앙의 후계자 수업 때문에 경조윤의 자리가 공석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좌풍익이나 우부풍이 있었다면 그들이 대신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좌풍익도, 우부풍도 공석인 상황.
그런만큼 새로운 경조윤은 필요했고 지금 허도에서 경조윤을 맡을 만한 이는 몇명 되지 않았다.
“진유하가 경조윤이 된 듯 싶은데…”
“그거 축하할 만한 일이군요.”
“글쎄. 과연 축하할 일인지는 의문이군. 결국 험지로 가는 것이니 말이야.”
북방에서 서복을 도와야 할 자신까지 부를 정도라면 정말 사람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사마의는 앞으로의 일을 곰곰히 생각을 하다가 장료에게 말했다.
“나와 관평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자네는 상당히 피곤해지겠구만.”
“…명령이니 따를 뿐입니다. 합비든, 어디든. 그곳에서 제 임무를 수행할 뿐이지요.”
“강동 삼군이 오에 넘어갔다고 들었어. 그런만큼 오의 움직임을 막을 만한 이가 필요한데 그 임무를 자네에게 맡기려는 듯 보여.”
“그렇군요.”
“그런만큼 꽤나 무게가 막중할 것이야. 물론 그곳에 정 대사농이 있으니 큰 문제는 없겠지만… 그래도 주의하도록 하게나.”
“알겠습니다.”
장료는 성실하며 충직하다.
하지만 무뚝뚝하며 호감을 제대로 표시하지 않는 탓에 오해를 많이 사는 성격이었다.
지금까지 그가 만난 상관들처럼 알아주는 이와 함께 했기에 망정이지 그것이 아니었다면 중하게 쓰이지 못할 수도 있었다.
괜히 명검을 엄한 사람의 손에 쥐어주어 꺽게 되는 것은 아닐까 싶었지만.
진유하의 인선인 만큼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사마의는 빠르게 명령서를 작성한 후 장료에게 주었다.
“이것을 관평과 곽회에게 주고 자네도 떠날 준비를 하게. 나는 유주목을 만나고 준비를 할 테니까. 급하게 가야 하지만 준비는 철저히 하도록 하게.”
“예. 행군사마.”
업무는 일단 멈춰 놓는다.
내일 쯤이면 정북부에서 자신을 대신할 인물을 파견할 것이니 문제는 없겠지.
사마의는 곧장 유주목의 치소로 향했다.
어제와 다르게 유주목 조홍은 웃으며 사마의를 받아들였다.
“어서 오게나. 무슨 일로 여기까지 온 것인가?”
어제의 일 때문에 화를 내러 온 것 같지는 않다.
만약 그런 일이라면 사마의는 화를 내기보다는 업무를 잔뜩 들고 올테니까.
하지만 그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은 한통의 죽간에 불과했다.
조홍이 웃으며 묻자 사마의는 한걸음 다가가 자신의 손에 들려 있던 죽간을 올렸다.
“허도에서 명령장이 왔습니다.”
“허도에서?”
유주목은 모르는 것인가?
사마의는 장료가 가지고 온 명령장을 조홍에게 건네주었다.
그것을 받아 차분히 읽던 조홍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거 참. 아쉽게 되었군. 자네가 일을 잘 해주어서 무척이나 편했는데 말이야.”
“언제까지 북방에 있을 수만도 없는 노릇이니 말입니다.”
“쩝. 그래도 그렇지. 아무튼 명령이라면 어쩔 수 없지. 언제 떠날 생각인가?”
“최대한 빨리 오라고 했으니 오늘 당장이라도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연회라도 열어주고 싶네만.”
조홍이 웃으며 말하자 사마의는 정중히 거절했다.
연회도 좋지만 북방에서 장안까지는 가는데만도 한세월이다.
“유주목의 성의를 무시하는 것 같지만… 인수인계의 준비를 하려면 시간이 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연회까지는 힘들 것 같고 차나 한잔 즐기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쩝. 자네도 조카사위와 비슷하구만. 술이 싫은건가?”
“싫은 것은 아닙니다만.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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