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132
헐레벌떡 뛰어온 여대를 바라본 조단은 웃음을 지으며 어딘가로 뛰어갔다. 그사이, 여대는 바닥에 무릎을 박고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부인, 반란입니다, 반란! 반란이 일어났습니다! 크흐흠!”
급히 뛰어온 탓에 목이 막혔는지, 여대는 말을 이어 가지 못하고 기침을 토해 냈다. 그러자 마치 이를 예상이라도 한 듯 조단이 물이 담긴 대접을 가져와 내밀었다.
“여 아저씨, 이거 마셔요.”
“아이고, 대공자님. 소인이··· 크음.”
“됐으니까 얼른 마셔요.”
여대가 물을 쭈욱 들이켜자, 조단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저씨, 그거 꿀물이에요. 엄청 달아요.”
순간, 여대는 눈물을 찔끔하며 조단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 귀한 것을 제게··· 흑.”
“우리 집에 많으니 나중에 또 오세요.”
감격한 여대가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자, 조단은 부드럽게 다독이며 말했다.
“여 아저씨, 울지 마요. 꿀물 더 줘요?”
“아닙니다, 아니에요. 제가 영민하신 공자님께 감동하여 그런 것이니 걱정하지 마시지요. 제가 무슨 일이 있더라도 공자만큼은 반드시 지켜드리겠습니다.”
조단은 그런 여대를 바라보며 눈을 껌벅이며 말했다.
“으응? 아니에요. 단이는 강한데?”
자꾸만 엉뚱하게 시간이 지체되자, 여혜는 조단에게 손을 까닥이며 말했다.
“단이는 들어가서 큰 유 선생님이 오기 전에 책이라도 한 번 더 보아라.”
어머니의 지시에 조단은 도도도, 달려 방에 들어가려다 말고 다시 돌아와 여대에게 예를 표했다.
그 의젓한 모습에 여대는 다시금 감동했는지 고개를 숙였고, 그런 모습을 바라보던 여혜는 한심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여대를 보았다.
“여 도위, 반란이 일어났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다면 지금 감상에 젖어 있을 때가 아니지 않습니까?”
“아, 예. 맞습니다. 여장에서 난이 일어났습니다. 작피 일대의 도적과 기주인들이 손을 잡고 난을 일으켰습니다.”
“그 내용은 제가 아니라 노 부조나 주 도위(주환), 아니면 여 현령이 알아서 해야지요.”
“맞습니다. 하지만 위험할 수 있으니 자리를 피해야 할 것 같아 이리 말을 올리는 것입니다.”
“위험하다니요? 이미 예견된 일이니 걱정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그 말에 여대가 턱을 쓰다듬으며 입술을 핥자 여혜는 인상을 찌푸리고 물었다.
“다른 뭔가가 있군요. 무엇입니까?”
“비수의 수문을 저들이 차지했습니다.”
“수문을 점하였다고 해서 수춘을 무너트릴 정도는 아닐 텐데요? 수춘후께서 수로를 틀고 조절하였지 않습니까?”
“하지만 만일 수로가 터지면 수춘 일대가 진창이 될 것이고, 지지부진한 전투가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저들의 능력과 상관없이 장기전으로 될 수 있다는 말이군요. 그뿐 아니라 보급이 어려워질 수도 있겠습니다.”
“그것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노 부조께서 걱정 없다고 말씀하시는 것을 보니, 그렇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럼 걱정 없겠군요.”
“그래도 혹시나 모를 일이 아니겠습니까.”
“흐음, 여 현령은 무엇이 걱정되는 것입니까?”
“혹시나 하는 것입니다. 수춘에 기주 사람들이 꽤 있으니, 만약 저들과 내통을 한다면 어찌 되겠습니까? 아기씨들도 있는데 말입니다. 소인, 진심으로 걱정되어 말을 올리는 것입니다.”
여혜는 물끄러미 여대를 바라보다 마루에서 내려왔다.
“우리가 수춘을 떠나면 얼마나 더 잘 싸우겠습니까?”
“예?”
여대는 당혹스러운 눈으로 여혜를 바라보았다.
“저희를 호위하기 위한 병사들은 늘리지 않는다고 하면 되겠지요?”
“하지만······.”
“여 현령.”
“예, 부인.”
“수춘을 책임지는 수춘후의 집안이 수춘을 떠나면 백성들이 어찌 생각하겠습니까?”
“무지렁이 백성들이 감히 그러······.”
“여 현령!”
여대는 여혜의 불호령에 찔끔 놀라 머리를 숙였다.
“그런 말은 수춘후께서 행하는 일을 모독하는 것입니다.”
여대는 여혜의 말에 머리를 바닥에 붙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부인. 제가 그만 허언을 했습니다.”
“수춘후께서 지금껏 학청(學廳)을 설치하고 유학의 도리에 따라 가르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모든 이들이 가르치고 배우면서 이루어 나간다는 게 유학을 받드는 일 아닙니까? 학문에는 높고 낮음이 없다고 누누이 후께서 이르지 않았습니까.”
“소신이 무지하여 그런 것이니, 부디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고개를 드세요.”
“예, 부인.”
“수춘의 조가는 떠나지 않습니다. 조부는 수춘을 지키며 백성들과 함께할 것입니다. 그리한다면 백성들도 우리를 보고 끝까지 자리를 지킬 것입니다. 또한, 가문의 창고를 열어서라도 성민과 성으로 올 이들을 먹여 살릴 것이니, 준비해 두세요.”
여대가 그저 머리를 숙인 채 입을 떼지 못하자, 여혜는 발을 한 번 굴렀다.
“여 현령, 알아들었습니까?”
“예, 알아들었습니다. 이는 주 도위(주환)과 노 부조(노숙)에게 전하겠습니다.”
여대가 예를 표하고 빠져나가자, 조단이 빼꼼 고개를 빼며 여혜에게 달려가 물었다.
“어머니, 화가 나셨어요?”
“아니다. 도적들이 우리 단이 아버지를 시기하여 반란을 일으켰다는구나.”
“나쁜 사람들이네요. 아버지를 좋아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러니까 이제 밖에서 노는 것은 힘들게 되었구나.”
“흐음.”
조단은 불만스럽다는 듯 볼을 부풀리다가 이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여혜의 품에서 나와 공손히 예를 취하며 말했다.
“어머니의 말쯤에 따르겠습니다!”
여혜는 그 귀여운 모습에 조단을 안아 들며 볼에 입을 맞춰 주었다.
“우리 단이는 누구를 닮아 이렇게 이쁠까? 선생님은 언제 오시지?”
“신시(辛時)에 오신다고 하셨어요.”
“얼마 시간이 남지 않았구나. 그럼 이제 예습을 하고 있어야지?”
조단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방으로 도도도 달려갔고, 여혜는 순가의 고수들에게 말을 전하기 위해 몸을 옮겼다.
***
여대는 관청으로 들어오는 순간, 그의 곁으로 다가온 유엽이 질문을 던졌다.
“여 공, 혹시 여부인께서 무어라 하십니까?”
“당연히 노 부조의 말대로 되었지, 어찌 되었겠는가.”
“하아, 역시 여장부이시지 않습니까?”
“그것이 뭐가 좋다고 그러는가. 나는 수춘 내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걱정되어 죽겠는데 말이야.”
“설마 큰일이야 벌어지겠습니까?”
“그 생각이 틀렸다는 것이네. 항병(降兵) 기주민들에게 땅과 집까지 만들어 주었는데 은혜도 모르는 것들이 칼을 거꾸로 잡지 않았는가.”
“그래도 의병을 자처한 이들 중에서도 기주민이 많지 않습니까. 다른 곳에서는 그렇게 융통성이 넘치는 분이 어찌 기주민에게만 그리 야박하십니까?”
“난 못 믿겠네만.”
“예이, 그래도 의용병들을 그리 말하면 어찌합니까.”
“군을 몰아 적병들을 공격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닌데 의용병이 몇 많이 나오든 무슨 상관인가. 다 군량만 잡아먹는 식충이들이지.”
“그런 말이 또다시 조부에 들어가면 어쩌시려 하십니까?”
“뭐가! 내가 틀렸는가? 성 지키는 데 필요한 병력이야 정해져 있는데, 병사가 얼마나 더 필요하겠는가.”
“그렇다면 밖에서 진 광릉을 돕게 하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누가 그를 이끌고 가겠는가. 주 도위는 이곳을 지켜야 하고, 다른 장수들은 모조리 주공을 수행하기 위해 나갔는데 말이네. 유 여강(유복)께서는 따로 말이 없는가?”
“합비를 정상적으로 돌리는 데 시간이 좀 걸리지 않겠습니까?”
원래 역사에서는 양주목을 받아 아무것도 없는 합비를 재건하는 일에 전담해야 하는 유복이지만, 지금은 그저 승태의 휘하에서 강하의 황조와 오의 손가를 감시하며 장강 이남의 이들이 뚫기 힘든 방호책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못 도와줄 것이라는 말 아닌가.”
“그렇지요.”
“쯧, 지금껏 수많은 물자를 대 준 것이 누구인데. 그리고 합비에 터를 잡은 것도 수춘후께서 한 것 아닌가. 이놈이자 저놈이나 은혜를 몰라.”
유엽은 그런 말을 하는 여대를 빤히 바라보았다. 거의 협박이나 다름없이 등용을 당한 여대가 그런 말을 꺼내니 기분이 좀 묘한 탓이었다.
그사이, 여대가 다시 물었다.
“그런데 자네는 부조에게 안 가고 왜 내 곁에 붙어서 신경을 긁는가?”
유엽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유 종사(유파)께서 조부의 큰 공자 교육이 끝나면 제 차례라서 말입니다.”
유엽의 자랑에 여대는 피식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 교육 잘하게. 나는 공자님께서 주신 꿀물이나 먹으러 가야겠네.”
유엽은 급히 그를 잡으려고 했으나, 여대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손에 들고 온 것도 없으시면서 무슨 꿀물이야? 공자님 만나서 꿀물이나 좀 얻어먹으셨나 보구만.”
그때, 죽간들을 잔뜩 들고 구시렁거리면서 걸음을 옮기던 노숙이 다가와 불쑥 손을 내밀었다.
“허억!”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란 유엽은 겨우 중심을 잡으며 자신을 놀라게 한 상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가 노숙임을 알아본 후, 급히 예를 취하려 했다.
“친우끼리 무슨. 일단 이 죽간이나 받아 들고 날 따라오게.”
“그런데 무슨 일로 부조께서 이렇게 많은 죽간을 들고 가십니까?”
“우리 율령사(서서)와 부조서좌(유엽)께서 만날 밖으로만 나돌아다니니, 종사 나부랭이가 직접 주목 대리(진궁)께 죽간을 날라다 바쳐야 하는 것 아닌가.”
노숙의 처량한 말에 유엽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뒤를 따랐다.
“이거, 어찌합니까. 수춘후께서 간곡한 부탁을 하시니, 제가 큰 공자님 교육의 일익을 담당하여 그런 것이니 말입니다.”
노숙은 존대하며 놀리는 유엽의 얼굴이 그렇게 얄밉게 보일 수가 없었다. 그 말에 노숙은 갑자기 발걸음이 빨라지며 콧김을 내뱉었다. 확실히 삐친 모양새로 유엽은 그저 말없이 뒤를 따르며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진궁의 집무실에 도착할 때가 되어 유엽이 다시 입을 열었다.
“여장에서 반란이 일어났다고 하는데, 무섭지 않으십니까?”
“반란도가 얼마나 된다고 무서워하겠는가. 그저 그놈들이 수로를 틀어쥐고 앉아 문제인 것이지. 솔직히 일만도 안 되는 잡졸들 상대하는 것이야 일도 아니지.”
“그럼 왜 토벌에 지지부진한 것입니까? 황건적처럼 들불처럼 일어나면 안 되지 않습니까.”
“대가리에 똥만 찬 놈들이 시간 지나면 알아서 무너질 거라 생각하고 그냥 둔 것이지. 사실 주공께서 주신 것이 많은데, 욕심 때문에 더 받아먹겠다고 일어난 것 아니겠는가.”
“하긴 그렇지요.”
“결과가 없으면 그놈들도 막막하겠지. 쌓아 놓은 군량이 얼마나 되겠는가. 무기나 제대로 들었을지 의문이군.”
“그럼 자멸을 바랐는데, 지금은 상황이 약간 달라진 것입니까?”
“지금도 다를 것은 없네. 진 광릉께서 여장을 포위하기만 해도 알아서 무너질 일이네. 그보다는 이 일로 강남에 신경을 쓰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지.”
“이럴 줄 알았으면 정보를 살려 둘 걸 그랬군요.”
“그래 봐야 도적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그 잔당들이 작피에 남아 수문을 장악한 것이고. 아무튼, 수문을 관리한 놈이 누군지 찾아야겠어. 피해가 막심할 터인데. 쯧, 난 들어가겠네. 그리고 재무종사(유파)께서 오면 대리께서 찾으셨다고 전해주게.”
“그리하겠습니다.”
집무실에 들어서니 죽간에서 무엇인가를 옮겨 적는 진궁이 보였다. 그리고 그 옆에는 의학부에서 나온 의원이 공손히 서 있었다.
“부조종사, 들어왔습니다.”
그제야 진궁은 노숙을 보았다. 그와 동시에 노숙의 두 손에 들린 죽간 바구니를 확인하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휴, 분명 의원들이 좀 쉬라고 했는데, 도무지 쉴 시간이 없군.”
“원래 그런 자리이지 않습니까.”
“주공께서는 잘만 놀러 다니시던데 말이야.”
“그냥 책임만 지고 믿을 만한 사람에게 모두 맡기시니 그렇지요.”
“나도 그래야 하나?”
“일일이 다 보셔야 마음이 편안해지지 않습니까?”
“그렇기는 하지. 그래, 여장은 진 광릉이 알아서 할 것이고, 강남의 이야기가 중요하겠군. 태사 장군에게서 달리 온 이야기는 없는가?”
“손가가 군을 움직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