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409
409화
염행과 마초, 그리고 방덕을 따라온 열 명 남짓한 기병들은 화살이 떨어질 때까지 계속 화살을 날렸다. 기마를 막기 위해서 뿌린 마름쇠들이 있었으나, 가장 앞서 달린 마초는 이 함정들을 마치 알고 있던 것처럼 돌파해 나갔다.
그러하니 뒤를 따르는 이들은 그저 마초의 뒤를 쫓아서 움직이면 될 뿐이었다. 물론 욕심을 내겠다고 활을 꺼내어 살짝 옆으로 움직였던 이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푸히히히히힝!
텅 하는 소리와 함께 말의 울음이 울려 퍼졌다. 동시에 무엇인가 부서지는, 혹은 갈려 나가는 듯한 굉음이 들렸다. 그러나 돌진하는 기마들은 옆을 돌아보지 않았다. 몸을 돌리다 속도가 줄어든다면 오히려 폐가 될 뿐이었으니까.
마초의 돌진을 막겠다고 급히 목책을 들고 오며 장애물을 세우려는 이들이 보였다. 방덕은 그들을 바라보며 화살집에 남은 두어 발의 화살을 바로 쏘아 둘의 발목에 맞추었다. 가히 신궁에 가까운 실력이었다.
“으아아악!”
당연히 목책을 세우려는 이들 중 한 축이 갑자기 쓰러지니, 무게가 틀어져 그들은 모두 넘어졌고, 마초는 그들을 그냥 지나가 버렸다. 문을 닫으려는 이들은 염행의 화살이 정확히 그들의 머리를 쏘아 뒤로 넘어가도록 만들었다. 그런데도 문을 닫으려는 이들이 미친 듯이 달려들자, 마초가 인상을 찌푸리고 들고 있던 창을 냅다 던져버렸다.
마초의 창은 화살에 맞아 쓰러진 병사 뒤에 따라온 병사의 머리에 꽂혔고, 문을 잡고 날아가자 문이 닫히지 못하고 흔들렸다.
그리고 허리춤에서 승태가 준 보도를 꺼내어 휘두르기 시작하였다. 보도는 곡도와 직도 사이의 모습을 보였는데 검이 지나다닐 때마다 적들의 피가 터져 나왔다.
휘이익!
마초는 자신이 던진 창이 박힌 곳에 도착하자마자 휘파람을 불었고, 그 즉시 기마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기 시작하였다.
하후연은 급히 나아가 말을 타고 군을 안정시키고 마초의 습격을 피하고자 하였다. 지금의 군세가 다인지, 아니면 추가적인 병력이 더 있을지 알 수 없으니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벗어나는 게 맞았다.
‘이곳을 알 만한 인물은 서황뿐일진데, 서황이 잡혔다는 것인가?’
그렇진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하후연의 머리를 스치긴 하였다. 서황이 쉬이 당할 인사도 아니었고, 당했다고 한들 이곳의 위치를 불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지금은 우선 움직여야 할 때였다.
“모두 이곳에서 빠져나간다!”
하후연의 기마병들은 남은 말을 찾아 그곳을 벗어나고자 하였으나, 마초와 그의 수하들은 서량에서 기마를 상대로 한 습격에 능한 인물들이었다.
하후연이 탈 말을 제외하고는 몇 남지 않았고, 남은 말들도 가장 먼저 마초의 기병들이 우선하고 노려 휩쓸었다.
그렇게 이동 수단을 제거한 마초의 기병들은 곧바로 혼란에 빠진 병사들을 향해 괴성을 지르며 덮쳤다. 이리저리 원을 그리며 마치 올가미처럼 조여드는 기마들은 차분히 말이 없는 하후연의 기마병을 한 명, 한 명 베어 버렸다.
하후연은 갑주도 다 입지 못한 상황에서 이러한 상황에 빠지자, 곡도를 길게 빼어 들고는 급히 기마 위에 올라간 이들에게 물었다.
“이곳을 포기하고 퇴각한다. 옹구 근처까지 도착하면 하후 가문의 군세가 있으니 안전할 것이다.”
“충!”
남은 기마들은 빠르게 하후연의 뒤를 쫓아 움직였다. 기마들의 움직임이 현란해지며 흐름이 바뀌자, 마초는 이를 알아차리고 그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 재빨리 그 뒤를 쫓았다.
“하후연!”
하후연은 마초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더욱 말에 채찍질을 가하였다. 지금 당장 마초를 상대하는 것은 무모한 짓이니 말이다.
“이 쥐새끼 같은 놈!”
마초가 말고삐를 잡고 도망가는 하후연을 잡기 위해 움직였고, 그 뒤를 염행이 따랐다. 방덕은 잠깐 마초가 가는 것을 보고 따르려 했지만, 염행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이내 지금 이곳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겨우 열도 안 되는 기병을 이끌고 왔다. 그뿐 아니라, 말을 바꿔가며 달려왔는데, 묶어 둔 말도 가져와야 하지 않겠는가?
‘도망가는 인간에게 잡힐 사람도 아니고, 염행과 호위 둘 정도면 충분하다. 누군가 하후연을 구하고자 했다면 벌써 나타났을 것이니.’
사고가 생기더라도 충분하다는 생각에 방덕은 진지를 손보도록 명을 내렸다. 그러고 나서 방덕은 잠시 주변을 둘러보고 서황을 생각하였다.
“기습도 아닌데 무슨 일인지 모르겠군.”
솔직히 의심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병사가 이러한 곳을 알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의심이 가지 않을 수가 없으니 말이다.
하여 급히 움직이기는 하였으나 혹여나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면 이를 막았을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곳은 기습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곳이었고, 도리어 기마들이 움직이기 편하게 만들어놓은 상태였다. 이런 곳에서 기습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는 어려웠으니 자신들이 들이닥친 것이었다.
은근한 불안감이 방덕의 몸을 조였지만 이내 마음을 내려놓았다.
“그런다 한들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하후연은 잡힐 듯 잡히지 않으며 계속 추격전을 이어나가는 중이었다. 이미 화살은 다 떨어졌으니 하후연을 멀리서 노릴 것은 창 정도인데, 회수가 힘든 창이 맞지 않으면 낭패이니 어려운 점이 있었다.
그때 하후연과 병사들의 말이 갑자기 비명소리를 내며 거꾸러졌고, 하후연은 순간 이에 대응하여 말에서 내렸으나 주변의 마름쇠가 몸에 틀어박힌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피를 흘리는 하후연의 앞에 마초와 염행, 그리고 그의 호위 둘이 천천히 나타났다. 하후연은 빨리 무기를 찾았으나, 시력이 돌아오지 않아 그저 뿌연 시야로 주변을 돌아보며 바닥을 쓸며 움직일 뿐이었다.
그러나 익숙한 말발굽 소리와 지면의 흔들림이 가까워져 오는 것이 느껴졌다. 하후연은 빠르게 허리춤에서 칼을 꺼내기 위해 팔을 들려 하였으나 팔이 잘 움직이지 않았다.
“빌어먹을.”
마초의 병사들이 빠르게 말에서 내려 마름쇠를 치우자 마초가 천천히 하후연의 앞까지 왔다.
“죽일 것이냐?”
“잡아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어찌 죽이겠습니까?”
“하, 이런 치욕을 당할 바에야 차라리 싸우다 죽을 것을.”
마초는 그런 하후연의 말에 웃음을 지었다.
“싸우다 죽었으면 무엇이 달라졌을 것 같소이까?”
“최소한 치욕은 없었겠지.”
하후연은 자신의 몸 상태를 느끼며 다시는 무기를 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수춘에도 역시 조가가 있잖소? 치욕이 아니라 대접을 받을 것이오,”
“대접? 하후가와 조가가 친밀하다고 하지만, 우리는 명공의 장자께 모든 것을 걸었네. 내 혹여나 수춘후에게 영합하여 일을 돕지 않을 것이니 기대하지 말게. 차라리 목을 베어 효수한다면 능히…….”
그때 반대편에서 서황이 나타나 다가오기 시작하였다.
그것을 본 하후연은 아픔을 참으며 외쳤다.
“물러나게! 나를 구한다면 위험할 것이네!”
서황은 무표정한 모습으로 하후연의 모습을 바라보았고, 서황의 눈이 마초에게 향하였다.
“아직 죽이지 않았군. 느린 것인가? 아니면 달리 무엇을 생각하는가?”
하후연의 눈이 크게 떠졌고 마초는 인상을 찌푸리며 서황에게 물었다.
“이 상황, 네가 만든 것인가?”
“나는 그 정도의 능력이 되지 못하네.”
“어째서…….”
하후연의 자조적인 말에 서황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하후의 힘도 힘이거니와 조정에 충심을 보이지 않지 않습니까?”
“승상이 그리 말하느냐? 이 모든 것이 승상이 바란 것인가? 하후가가 지금까지 해 온 것이 얼마인데, 어찌 이럴 수 있단 말이더냐!”
“장군, 하후가가 충성을 바치는 것은 한조가 아니라 조씨 가문이지 않습니까? 하후가의 모든 힘을 꺼내게 하려면 승상께서 뭐라도 이유를 만들어 내야 할 터입니다.”
“그것이 나의 죽음이더냐?”
“걱정하지 마시지요. 그대는 마초와 함께 죽을 것이니 말입니다.”
서황의 말에 마초는 그를 비웃으며 창을 들었다.
“영명(令明)도 잡지 못한 인물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가?”
“나는 나 혼자 잡는다는 말은 하지 않았네. 오래 기다려야 했기에 밤이슬을 피하지 못하여 활은 준비 못 했지만…….”
휘이이익!
서황의 말이 끝나자마자 여기저기 숨어있던 이들이 갑자기 나타나 났다. 그들은 마치 더는 볼 것 없다는 듯이 자세를 잡자마자 마초를 향해 투창을 날렸다.
이에 기병들이 빠르게 마초를 보호하기 위해 주위를 둘러쌓았으나, 이미 조금 늦은 감이 있었다. 무예가 부족한 이들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몸으로 막아내는 것뿐이었고, 순식간에 염행과 마초만 남아 주변을 살피었다.
마초는 다시 하후연을 보았지만 하후연은 이미 투창에 맞아 바닥을 기고 있었다. 그의 표정은 너무나 억울하다는 듯 보였지만, 마초가 무언가를 할 수는 없었다.
염행은 이 상황을 보며 슬쩍 입꼬리를 올렸다.
“태보께서 말씀하신 쓰임이 이것이었나 보구려. 가시오.”
마초는 염행의 말에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이제 원한은 없는 것이오. 그대를 죽이려 한 일, 지금처럼 내 목숨으로 구했으니 말이오. 그러하니 그대의 말처럼 량주의 사람들이 뭉칠 수 있게 해주시오.”
염행은 그 말을 하고 바로 서황에게 달려들었고, 마초는 빠르게 말머리를 돌려 그 자리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어차피 하후연도 죽었으니 목적을 완수한 바였고, 원래는 껄끄러웠던 염행이 자신의 목숨을 구해주겠다는데 거부할 것도 아니었다. 이런 자리에서 죽는다면 관우를 어찌 잡겠는가?
마초가 굉장히 빠르게 사라지는 그때, 염행의 예측하지 못한 행동에 병사들이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서황은 대부로 염행의 공격을 막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투창 하나가 염행의 허벅지에 박혀 있었다. 그리고 그 날은 반쯤 꺾여 있어 더욱 위태로워 보였다. 다리 힘으로 말 위에서 지탱하지 못하니 공격이 엉성하기 그지없었고, 서황에게 이는 지루한 공격일 뿐이었다.
“하나는 실패하였군.”
이미 투창을 던져봐야 의미가 없는 거리까지 멀어진 마초의 모습에 서황은 약간 분노심이 올라왔다. 하후연과 마초, 둘 모두가 죽어야 지금의 전세를 바꿀 수 있으니 말이다.
탕!
다시금 염행의 공격을 막아내며 서황은 죽어 가는 하후연을 바라보았다.
“길동무는 데려가 주겠소.”
“흐읍!”
서황은 숨을 한번 들이켠 뒤 염행을 향해 대부를 내리찍었다. 염행은 피하고자 몸을 틀었는데, 갑자기 도끼가 꺾이더니 다리에 박혀 버렸다.
“끄으으읍!”
염행이 창으로 반격을 하려고 하자 서황은 그의 창을 잡고 끌어당겨 가까이 오게 했고, 한 손으로 그의 명치를 세게 후려쳤다.
“크허어어!”
거의 유린에 가까울 정도로 서황은 염행을 공격하기 시작하였다. 과거 마초와 비견될 정도라 부르던 염행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모습이었다.
피가 줄줄 새며 허리를 곧게 세우기도 힘들 터인데, 꼿꼿이 서 있는 염행을 보며 서황이 웃음을 지었다.
“역시 량주의 무인이오. 무인의 자격이 있는 이오.”
“아군의 등을 노린 이에게 듣고 싶지 않은 말이군.”
염행은 서황에게 창을 내질렀으나 이미 맛이 간 그의 공격이 서황에게 위협적일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