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tycoon RAW novel - Chapter (220)
애미에서 앤더슨과 만나다
“미국에서 크리스마스 초대는 중요한 일이야.”
앤더슨의 요트 파티에 초대받아 가는 일이 마음에 걸렸다.
‘그렇다고 이런 기회를 놓칠 수는 없어.’
나도 모르게 말이 많아졌다. 명분이 필요했다.
“가족이나 자신에게 중요한 사람을 초대하지.”
크리스마스 시즌은 가까운 지인들과의 소중한 시간을 보내는 시간이었다.
“그걸 거절하는 것은 초청한 사람에게 실례가 될 수 있어.”
그것은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힘들어도 연말에 중요한 송년회 모임에 가는 이유였다.
“알겠어요. 조심해서 잘 다녀와요.”
초유진은 선선히 미국행을 허락해 주었다.
아야―
“3번째 부인은 안 돼요. 그건 약속해 줘요.”
“당연하지. 오빠 못 믿어?”
아야―
괜히 사족을 달아 한 번 더 꼬집혔다.
“이번 일은 중요한 일이야. 앤더슨은 미군 군납과 미래 그룹의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사람이야.”
사람에 따라 변명도 달라졌다.
“가서 딴짓하면 안 돼요.”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닌 건 잘 알잖아.”
아야―
“아이에게 약속해요.”
“그래. 약속할게.”
가능하면 그녀들과의 약속을 지킬 생각이었다.
‘이번 일은 놀러 가는 게 아니라, 일하러 가는 거야.’
자기 합리화를 하고 미국으로 떠났다.
* * *
“LA로 가는 직항이 생겨 편해졌습니다.”
김포를 이용하는 항공 여객 수요가 늘어나자, 변화가 생겼다. 서울에서 미국으로 가는 직항 노선이 생겼다.
“하네다를 거쳐서 가는 것이 매번 번거로웠는데. 잘되었어.”
일주일에 한 번이지만…… 직항 노선이 생긴 의미가 컸다.
“대한민국이 그만큼 미국에 중요해진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런 셈이지. 항공 수요가 그 나라의 힘을 반영하기도 하니.”
여객 수요는 국력과 경제 수준과 비례하는 면이 있었다.
도쿄 올림픽에 맞추어 취항하는 팬암(팬 아메리카)의 707―320C가 일주일에 한 번 하네다 대신에 김포에 들렀다. 미주 직항이 9년은 더 빨라졌다.
‘미래 항공도 상황을 보고 미주 노선에 취항해야겠어.’
여객의 수요는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에 맞추어 빠르게 성장했다.
LA에서 마이애미로 가는 비행기로 갈아탔다. 창밖으로 에메랄드빛 카리브해가 보였다.
‘카리브해가 아름답긴 아름다워.’
* * *
카리브해는 지중해와 함께 전 세계의 요트가 모이는 곳이다. 아름다운 해안을 따라 많은 요트가 떠 있었다.
“쿠바 사태가 났는데도 해변에 요트들이 많네요.”
“미국인의 감각을 이해하기는 어려워.”
핵전쟁을 대비한 방공호와 마이애미 해변의 평온한 분위기는 서로 대조적이었다.
‘그럼 한국도 마찬가지인가? 북한이 아무리 미사일로 도발해도 주말에 잘만 놀러 가잖아.’
쿠바의 카스트로와 소련의 흐루쇼프는 1962년 7월 7일에 공식적으로 핵미사일 기지 건설에 합의했다. 핵전쟁 바로 전까지 갔던 쿠바 미사일 위기(검은 토요일)가 1년 전이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기도 하지.”
마이애미는 쿠바에서 도망쳐 온 난민들로 더 북적거렸다. 항구에는 손(Son)과 재즈 선율이 가득했다.
“학수, 카리브해와 지중해가 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로 꼽히는 줄 알아?”
“자연 경관이 아름다워서 그런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본다면 태평양과 인도양의 많은 지역도 그에 못지않아.”
“왜 그런 차이가 납니까?
“그것은 개발이야.”
지중해와 카리브해는 개발된 바다였다. 사람은 자연에 인간의 손길이 들어간 것을 더 좋아했다.
“태평양과 인도양의 많은 섬을 개발하실 생각이시군요.”
“응. 그곳을 개발하면 지중해와 카리브해만큼 인기 있는 곳이 될 거야.”
괌과 팔라우, 필리핀과 인도네시아의 많은 섬, 인도양의 몰디브와 세이셸 등 관광 자원으로 개발할 곳이 많았다.
‘리조트와 크루즈 사업도 나름대로 돈이 돼.’
* * *
이카루스 호가 캐리비안베이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주위의 요트와 비교되는 압도적인 크기를 지녔다. 유선형의 선체가 빼어나게 아름다웠다.
이카루스 호로 크리스마스 파티를 즐기기 위해 미국 각지에서 사람이 모여들었다. 정치, 경제, 언론계 인사들과 유명 스타였다.
선착장에서부터 경호원과 안내원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앤더슨 님에게 안내하겠습니다.”
초청장을 보여 주자, 앤더슨이 머무는 선내로 안내되었다.
“아이언, 오랜만이야.”
“잘 지내셨죠.”
“미래 그룹이 이렇게 커질 줄은 생각도 못 했어.”
“앤더슨도 만만치 않은데요.”
처음은 그와 미군 군무원과 군수 장교로 만났다. 지금은 미래 그룹 부회장과 유명 로비스트로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격세지감이었다.
“엘비스 프레슬리 섭외와 LST 전함 발주는 감사해요.”
“내가 고맙지. 이렇게 멋진 요트도 받았는데……. 이곳에서 재미있게 즐기고 가.”
이카루스 호에서 앤더슨의 개최하는 화려한 선상 파티가 열렸다.
‘뭐야. 기대하는 것과 조금 다르네.’
참석한 인물들이 그런 만큼 광란의 파티는 일어나지 않았다. 점잖은 사교 파티에 가까웠다.
물론 서로 담소를 나누다 눈이 맞으면 선내에 준비된 객실을 이용하지만…… 부인들에게 약속한 게 있어 참았다.
학수와 멋진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데 누군가 다가왔다. 엘비스 프레슬리였다.
“한국에서의 공연은 덕분에 즐거웠습니다.”
“아닙니다. 와 주신 덕분에 성대하게 행사를 치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한동안 한담을 나눈 후 사업 이야기로 들어갔다.
“정기적으로 한국에서 공연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저야 좋지요.”
“그런데 얼굴이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조금 속이 안 좋아서요.”
엘비스 프레슬리는 변비로 고생했다. 그의 사망과 체중 증가도 변비와 관련 있었다.
‘엘비스를 도와줄까?’
“속이 안 좋을 때 물을 자주 드십시오. 그것이 효과가 있습니다.”
변비에 다양한 치료법이 있지만, 가장 효과적인 것은 수분이었다. 물은 자주 마시면 수분 공급에 도움이 되었다.
“마그네슘 제제를 꾸준히 드십시오.”
“그거 많이 먹으면 설사하지 않습니까?”
“적당히 먹으면 괜찮습니다.”
마그네슘은 장에서 수분 흡수를 막는다. 장에 수분 보충과 흡수를 동시에 줄이면 변비에 큰 효과가 있었다.
“조언 감사합니다. 주치의와 상담한 다음에 한번 고려해 보겠습니다.”
그에게 강요할 수는 없었다.
‘이 정도의 간섭이 좋아. 운명은 그에게 달렸어.’
그가 건강히 오래 살아 한국에서 공연을 많이 해 주면 좋았다.
그렇게 엘비스에게 간단하지만 큰 도움을 주고, 계속해서 여유를 즐겼다.
다음 날 밤에는 앤더슨이 준비한 메인 파티가 열렸다.
“이카루스 호를 찾아 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이 호화로운 메가 요트에서의 시간들이 영원한 추억이 되시기를 바라며, 특히 지금 이 파티를 더 신나게 즐겨 주십시오.”
“와아아아!”
지금까지의 잔잔함과는 다르게, 메인 파티에서는 크게 음악을 틀고 초대된 가수들은 자신의 유명 곡들을 열창했다. 파티가 열리는 연회장 곳곳에서는 샴페인이 터졌고, 사람들은 한편에 마련된 댄스 스테이지에서 신나게 춤을 추었다. 모두의 얼굴에는 즐거움과 만족감이 자리했다.
자유와 부유함의 나라, 미국의 느낌이 물씬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파티를 즐기던 중, 댄스 스테이지 한가운데서 앤더슨이 갑자기 나를 불렀다.
“아이언! 올라오게!”
“갑자기요, 앤더슨? 하하.”
살짝 당황스러웠지만 그를 무안 주고 싶지 않아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여기 제 옆에 선 사람을 아시는 분들도 많이 계실 겁니다. 우리의 혈맹인 사우스 코리아, 그곳의 경제를 이끌고 있는 기업 미래의 부회장이자, 그리고 우리가 지금 타고 있는 이카루스 호를 만들어 준 친구입니다! 모두 환호해 주세요!”
“우와아아아아!!”
주위에서 사람들이 속닥였다.
“저 사람이 한국의 기업가라고? 한국에 이런 요트를 만들 수 있는 기업이 있었어?”
“당신, 그렇게 소식이 어두워서야……. 미래 워커힐 호텔 개관식에서 비틀스, 엘비스 프레슬리, 루이 암스트롱이 축하 공연을 한 것도 몰라요? 그 전에, S.P.A 주식 상장으로 저 사람이 억만장자가 된 얘기도 못 들어봤어요?”
“아니, S.P.A 얘기는 들어 봤는데…… 그 사람이 한국인이었어?”
“하하, 자네. 한국의 미래를 주목해야 할걸? 자네 회사의 제품에 들어가는 트랜지스터도 미래에서 대량 생산하고 있다고.”
“헉, 그렇습니까? 이럴 때가 아니라, 어서 인사라도 해야겠군요.”
앤더슨은 윙크를 찡긋 하고 나를 다시 내려보냈다. 다소 당황스러웠지만, 앤더슨의 소개로 사람들이 내가 누구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미국에서 새로운 인맥을 많이 만들고 여러 건의 협력 사업도 추진할 수 있었다. 앤더슨은 역시나 능구렁이답게, 내가 원하는 부분을 잘 긁어 주는 인물이었다. 메가 요트를 선물한 것이 아깝지 않았다.
* * *
그렇게 바쁘게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시간이 금방 흘러갔다. 떠나야 시간이 다가왔다. 그전에 앤더슨을 다시 만났다. 비즈니스를 이야기할 때였다.
“미군에 납품하는 상품의 종류와 양을 더 늘릴 수 있을까요?”
“그게 쉽지만은 않아. 나도 사정이 있어.”
그가 미래 그룹만 거래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늘려달라는 말은 아니에요.”
“조건은?”
“수수료는 다른 곳만큼 챙겨 줄게요.”
“그건 좀 약한데.”
친분은 친분이고 일은 일이었다.
“다른 곳보다 더 나은 상품을 공급해 줄게요.”
미래 그룹이 그에게 줄 수 있는 이점을 제시했다.
“미군에 납품하는 사람이 앤더슨만이 아니잖아요. 그게 얼마나 중요한데요.”
회사에 좋은 상품이 있어야 영업 사원이 활동하기 좋았다. 그건 로비스트도 마찬가지였다.
“그건 좀 끌리네.”
“가격도 다른 곳보다 더 저렴할 거예요.”
“음…….”
“물량도 안정적으로 공급할게요.”
좋은 상품을 저렴하게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로비스트로서 입지를 다지는 데 필요한 것이었다. 그의 마음이 움직였다.
“추가로 원하는 게 뭔데?”
“저희가 새로운 군용 트럭을 만들었어요.”
미래 정공에서 건 트럭을 개발했다. 양산되면 미군에 팔아먹을 생각이었다.
“트럭은 힘들어. 경쟁자가 많아.”
군용 트럭은 GMC뿐만 아니라 포드를 비롯한 많은 곳에서 만들고 있었다.
“그러니 저희 트럭을 파는 게 도움이 될 거예요. 경쟁자와 차별화될 수 있어요.”
건 트럭에 대해서 앤더슨에게 설명했다.
“앤더슨도 알잖아요. 전장에서 눈먼 총탄에 죽는 병사들이 많다는 것을…….”
“그런데 그런 목적이면 병력 수송 장갑차가 있잖아.”
“그건 무겁고 기동력이 떨어져요.”
병력 수송 장갑차 M113은 10~12톤 정도였다. 미래 정공에서 만든 건 트럭은 6~8톤이었다. 무거운 만큼 기동력이 떨어졌다.
“탑승할 수 있는 병력도 더 많아요. 기존의 병력 수송 트럭과 비슷한 수준이에요.”
곧 많은 병력을 정글로 수송해야 했다. 건 트럭은 큰 인기를 끌 것이었다.
“음……. 해볼 만은 하겠는데…….”
그의 고민에 쐐기를 박았다.
“이건 먹혀요. 건 트럭을 미군에 납품한다면…… 앤더슨이 애국자가 되는 거예요.”
“애국자?”
“병력의 희생을 줄이고 전투력을 강화할 수 있어요. 그것보다 더한 애국이 어디에 있겠어요.
“그건 그래……. 내가 애국자이긴 하지.”
각자의 기준은 다르지만, 누구나 자신이 하는 일에 변명(명분)이 필요했다. 죽음의 상인이라 불리더라도 자신은 애국자이기를 원했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라는 말은 전가의 보도(傳家寶刀)야.’
“알겠어. 관련 자료를 보내줘 봐.”
“이미 준비했어요.”
그에게 미리 준비한 자료를 건넸다. 마음에 드는지 꼼꼼히 살펴보았다.
* * *
“이번에 저희가 스타키스트를 인수했어요.”
“아! 그 참치 통조림 회사?”
“이번 기회에 생산 물량을 늘릴 거에요. 납품 수량을 더 늘려 주세요.”
“그건 군납을 받을 수 있는 수요가 한정되어 있어.”
“영양과 건강을 생각해야죠.”
“병사들의 건강?”
“전투력 향상을 위해서는 병사들에게 균형 잡힌 영양을 제공해야 해요.”
전투 식량의 목표가 그것이었다.
“그런 자료가 있어?”
“당연히 준비해 왔죠. 한번 읽어 보세요.”
스팸보다 참치 통조림이 영양학적으로 더 우수하다는 연구 자료를 제시했다. 미국의 유명 대학의 식품 영양학과에서 분석한 자료였다.
“이것도 보세요.”
거기에는 어육 소시지에 대한 자료도 포함되었다.
“아이언의 말대로 스팸보다는 전투 식량에 이것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 낫겠네.”
“무엇보다 가격이 저렴해요. 좋은 제품을 더 싸게 미군에 공급하는 것보다 더 나은 애국이 어디에 있겠어요.”
그에게 군복을 포함하여 새로운 상품 자료를 내놓았다. 앤더슨이 타당성 여부를 꼼꼼히 검토했다.
“알겠어. 이것들도 성사해 볼게.”
앤더슨과의 친분만 믿고 미군 군납을 진행하는 것은 아니었다. 인간관계는 그것을 부드럽게 진행되게 하는 윤활유였다.
‘이렇게 계속 물량을 늘리다 보면 앤더슨의 로비스트로서 입지도 좋아지겠지.’
베트남에서의 건설 공사와 고엽제, 의약품, 화약, 석유 제품도 이런 식으로 팔 것이었다. 좋은 제품을 싼값에 파는 것은 어디에나 중요했다.
마이애미에서 일을 마치고 미국 남부로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