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tycoon RAW novel - Chapter (239)
남 전쟁을 대비한 포석
“후배님, 궁금해서 더는 못 참겠어. 어떻게 미국에 차관을 받아 낼 생각인가?”
자신만만한 모습에 경제 부총리가 물어 왔다.
‘뭐, 그에게 들려줘도 상관없지.’
아니, 들려준다면 그가 대통령을 설득하기에 더 쉬울 것이다.
“그들이 가장 원하는 것을 주는 것이지요. 그러면 신항만 건설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됩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이라고? 자네가 군대를 파병할 거는 아니지 않나?”
“한낱 경제인에 불과한 제가 그럴 수는 없지요.”
“그렇지. 그러니 더 궁금하군.”
그에게 힌트를 주기로 했다.
“선배님,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병사와 무기가 아니겠나?”
그의 말도 맞았다. 전쟁에는 명분과 병사의 사기, 병력, 무기 등이 중요했다. 하지만…… 그가 놓친 것이 있었다.
“저는 병참과 보급이라고 생각합니다. ‘작전엔 실패해도, 보급에 실패한 장수는 용서받을 수 없다.’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전쟁에 보급은 만큼 중요한 것이 없었다. 그것이 2차대전에서 미국이 승리한 원동력이었다.
미국은 남북전쟁 이후로 철도나 도로, 항공, 해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보급로를 확보했다.
“그렇지. 하지만 미군만큼 보급이 잘 되는 군대가 없지 않나?”
지금의 미군은 보급에 진심인 군대였다. 엄청난 물량을 베트남전에 퍼부었다.
“그것과 부산 신항만과 무슨 관계인가?”
“미국이 전쟁을 치르게 되는 곳은 베트남입니다. 오랜 전쟁으로 사회 인프라 시설이 망가졌습니다.”
“그것은 한국도 마찬가지이지 않았나?”
비슷한 상황인 한국에서 전투를 잘 치렀다. 미군은 베트남도 그러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미군은 정글과 베트콩이라는 존재를 간과했어.’
항구에 보급품을 내리는 것에서부터 정글 안으로 가져가기까지 쉬운 것이 하나도 없었다. 미국은 이런 전쟁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래도 미군이지.’
결국 자신만의 방법을 찾았다. 해안에 항구와 방어선을 만들고 정글에 도로를 놓으며 전진했다. 대규모 인프라 건설 사업을 벌였다. 그것이 베트남 특수의 시작이었다.
* * *
“미군은 보급의 중요성을 아는 군대입니다. 아니, 지나칠 정도로 집착하지요.”
“음……. 생각해 보니, 6·25 때도 그랬지. 자신이 먹고 남은 것으로 배고픈 사람을 먹였어. ”
“미국은 이번 전쟁에도 많은 물자를 보낼 것입니다.”
“그렇겠지.”
“그런데 베트남은 항구와 철도, 도로 어느 것도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습니다. 미군은 보급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입니다.”
“그들이 베트남에 항구와 같은 인프라 시설을 건설한다는 말이군.”
그에게 스무고개의 정답을 가르쳐 주었다.
“미군이 컨테이너 물류 시스템을 알게 되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들이라면 베트남에 컨테이너 전용 항구를 짓겠지.”
정답이었다. 미군의 군수 장교들은 말콤 맥린이 보여 준 컨테이너 운송 시스템을 보고 한눈에 반했다. 미군은 베트남(Cam Ranh Bay)에 대규모 컨테이너 전용 항구를 건설했다.
“제가 말씀드린 컨테이너 물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꼭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게 뭔가?”
“최소한 두 개 이상의 컨테이너 전용 항구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아!”
컨테이너 물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두 지역을 이어 주는 장소에 각각 컨테이너 항구가 건설되어야 했다.
“미군이 본국에 컨테이너 전용 항구를 지으면 되지 않는가?”
“물론 그렇습니다. 하지만…….”
바로 말하지 않고 뜸을 들였다.
“하지만, 대체 뭔가?”
“미국에서 베트남은 멀지요.”
“아!”
주요 물자는 미국에서 실어 오겠지만, 전쟁은 많은 것을 소모한다. 베트남과 가까운 곳에 병참 기지가 필요했다. 미군에 무기와 물자를 공급해 줄 수 있는……. 저번 회차에서 그것은 일본이었다.
* * *
“그럼, 이번도 일본이 병참 기지가 되겠군. 병력은 한국이 파병하고 일본이 알맹이를 빼먹다니…… 이거 분하군.”
“그걸 바꿀 방법이 있습니다. 부산에 컨테이너 전용 항구를 짓는 것입니다.”
“컨테이너 전용 항구 하나로 일본을 대신할 병참 기지가 될 수 있겠는가? 아직 일본과 한국은 경제력에서 차이가 커.”
“미래 그룹이 있지 않습니까? 거기에 대한민국에 많은 기업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미래 그룹에 의해 대한민국이 바뀌고 있었다.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기업들의 덩치가 저번 회차와는 달랐다.
“미래 그룹과 그들이라면 전쟁에 필요한 많은 물자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 컨테이너 물류 시스템이 결합되면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 됩니다.”
컨테이너 물류 시스템은 기존의 방식보다 수십 배 이상 처리할 수 있었다. 미군의 보급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
“이번에 건설하는 고속도로와 철도와 연결되면 엄청난 파괴력을 보여 줄 것입니다.”
“아! 그것도 후배님의 포석이었군.”
“캄란항과 부산항에 컨테이너 전용 항구가 생기면 일본도 자신의 물자를 부산항에서 옮겨 실어서 싣고 가야 합니다.”
캄란항에 물자를 하역하기 위해서는 부산에서 컨테이너선에 실어 보내야 했다. 모든 해운 업체가 표준화된 이쪽 규격에 맞추어야 했다.
표준이 된 업체는 경쟁에 큰 우위를 가졌다. 그래서 모두 자신의 기준을 표준으로 사고 싶어 했다.
미군은 캄란항에 설치된 컨테이너 시스템을 표준으로 삼았다. 그것으로 시랜드가 크게 도약했다. 이번엔 미래 그룹과 대한민국이 그 기준을 가지게 될 것이었다.
‘시랜드는 미국으로 돌아가는 배에 일본의 상품을 싣고 갔었지. 이번 회차에서는 미래 해운이 대한민국의 상품을 싣고 미국으로 가게 될 거야.’
일본은 이번 회차에서 베트남 전쟁으로 큰 이득을 보지 못할 것이었다.
‘망해 버린 시랜드도 인수하고, 이건 일거양득이지.’
* * *
“이번 일은 대한민국에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후배님의 말이 맞네. 일본과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야.”
일본과 한국은 영토와 인구, 경제 수준에서 많은 격차가 있었다. 체급의 차이로 따라잡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일이 성공한다면 그 격차를 많이 줄일 수 있었다.
“미군은 운송이 편하고 가격이 저렴한 한국에서 더욱 많은 물자를 구매하게 될 것입니다.”
“국내의 많은 사업이 발전하겠군.”
미군은 전쟁 물자만 병사들에게 보급하는 것이 아니었다. 베트남에 있는 미군 PX가 본국의 백화점보다 더 크고 물건이 다양하다고 말할 정도였다.
“울산에 대규모 화학 공장이 곧 완공됩니다. 그곳에서 많은 제품의 원료 물질이 생산될 것입니다. 그것이 국내 기업들에 의해 많은 상품으로 만들어져 미국으로 팔려 나가게 될 것이고요.”
소비재 산업을 위해서는 중화학 공업의 육성이 필수였다.
“곧 대규모 제철소도 건설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국내에 필요한 철강을 공급하고도 남아서 해외에 수출도 가능할 것입니다.”
이것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 있었다. 기간 산업이었다.
“곧 충주 댐이 완성될 것입니다. 더불어 경남에 짓고 있는 화력 발전소에서도 전기를 생산할 것입니다.”
댐과 발전소 건설로 전력 문제도 해결되었다.
“고속도로와 철도, 항만 등 물류 시설만 확충된다면 대한민국은 크게 도약할 것입니다.”
베트남 전쟁으로 한국은 경기 침체를 벗어나 성장의 기회를 잡았다. 그 기회를 제대로 살리기로 했다.
‘베트남 전쟁의 특수는 많은 장병의 희생으로 얻어 낸 결과야. 그것을 헛되이 쓸 수는 없어,’
전회차의 베트남전은 그 수익 활용에 있어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그런 부분을 내 통제 아래에서 효율적으로 진행하면서, 참전 군인들과 베트남 현지인들에게도 이익을 나눠 줄 것이다.
‘나라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사람들에게는 마땅한 보상이 필요해.’
베트남전 참전 군인들에게는 장차 해외로 나갈 미래 건설의 우선 고용, 사상자를 위한 기금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그리고…… 전회차에서 사회적 문제가 되었던 라이따이한과 그 부모를 위한 대책도 준비했다.
동남아에서 미래의 영향력이 커진 만큼, 곧 베트남으로 진출하게 될 미래 그룹의 현지 직원으로 고용해서 생계를 보장해 줄 생각이었다.
그들은 어려운 상황에서 미래가 손을 내밀어 준 것인 만큼, 회사에 충성을 다할 것이 분명하다.
최고 재벌의 모범을 보여 주면서, 애사심이 보장된 인력을 충원할 좋은 기회였다.
‘일거양득의 기회인데, 이걸 놓칠 수가 있나.’
* * *
“선배님의 많은 도움이 필요합니다. 제가 드린 자료로 정부 인사를 설득해 주십시오. 고속도로, 철도 현대화, 신항만 건설은 대한민국의 도약을 위해 꼭 필요한 시설입니다.”
“알겠네. 이번 일은 내가 책임지고 성사해 보겠네.”
“그럼, 저는 미군 쪽 인사를 만나 보겠습니다.”
이 일은 한국 정부뿐만 아니라 미군의 협조도 필요했다. 날씨가 더워지는 여름이 성큼 다가왔다. 미국의 본격적인 참전에 앞서서 미국행을 결정했다.
“부회장님, 앤더슨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저번에 만났던 마이애미에서 보자고 합니다.”
“잘됐군. 미국으로 출발 준비를 하지.”
엔더슨이 이카루스 호에 미국 정부의 주요 인사와 미군 장성을 불러 모았다. 앤더슨에게도 이번은 큰 건이었다. 이번 전쟁에 수십억 달러 이상의 돈이 오갔다. 로비스트로서의 역량을 총동원했다.
“모형은 잘 준비되었나?”
“네. 컨테이너 물류 시스템의 모형이 완성되었습니다.”
‘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만 못하다.’라는 말이 있었다. 물류 시스템은 말과 글로 설명하기 힘들었다. 그들에게 말이나 글이 아닌 눈으로 보여 주기로 했다.
모형의 명가 반다이와 미래 기계 공업, 전자가 실제로 움직이는 컨테이너 시스템 모형을 만들었다.
네모난 사각 판에는 컨테이너 트럭과 크레인, 선박이 있었다.
“한번 보시겠습니까?”
“그래. 작동시켜 봐.”
“그럼, 스위치를 켜겠습니다.”
이학수는 재미있는 장난감을 얻은 아이처럼 즐거워했다.
‘기차놀이보다 더 정교한 장난감이기도 하지.’
스위치가 커지자 모형으로 만들어진 컨테이너 차량이 항구의 지정된 장소로 이동했다. 그곳에 도착하자 크레인이 선박에 컨테이너 박스를 쌓았다. 선박의 반대편에는 다른 크레인이 선박의 컨테이너를 차량에 얹었다. 그 차량이 반대편 지정된 장소에 도착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그런 상태에서 스위치를 반대로 켜면 반대 방향으로 같은 프로세스가 진행되었다. 한눈에 컨테이너 운송 시스템의 장점을 알 수 있었다.
“다른 모형들도 준비되어 있나?”
“네. 건 트럭과 최신 LST 상륙함, 컨테이너로 만든 병영과 차단벽 등의 여러 가지 모형을 준비했습니다.”
“화약과 의약품, 제초제의 샘플과 성분 조사표도 첨부했지?”
“네. 그것도 꼼꼼하게 챙겼습니다.”
이번 미국 방문에는 짐이 많았다. 그만큼 얻을 것도 많았다. 탐스러운 과실은 봄부터 열심히 농사를 준비한 농부만이 얻을 수 있었다.
그 과실을 따러 미국으로 향했다. 김포 공항에는 새로운 항공기가 도착해있었다. 저번에 보잉에 주문한 707―320C였다.
김포―도쿄 항로에 투입되기 전에 먼저 미래 그룹의 직원을 태우고 L.A에 먼저 가기로 했다.
비행기 안에는 건설과 자동차, 전자, 조선 등의 사장과 임원들이 타고 있었다.
모두 전투에 나서는 병사와 같이 이번 일에 사활을 걸었다. 장장 5년간 이어지는 베트남 특수의 시작이었다.
“자, 이제 출발하지.”
미국발 비행기가 활주로를 벗어나 상공을 날았다. 마침내 미국이나 일본의 비행기가 아닌 미래 항공, 대한민국의 국적기가 미국으로 가는 기념비적인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