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cension Academy RAW novel - Chapter 272
272화 – 초월의 인과(2)
크아아아아아아아아─!!
고막을 잡아 뜯는 것만 같은 끔찍한 괴성이 울려퍼진다.
실제로 마력이 깃들어 있는 괴성은 듣는 이의 고막을 터트렸다.
“그, 그만!! 그만 둬!!”
“끄아아아아악!”
괴성을 가까이 들어야만 했던 프로 헌터들이 차례로 쓰러져갔다.
잠식하는 공포.
강렬한 살의(殺意).
크아아아아아아아아─!!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끔찍한 폭력이었다.
몬스터는 공포에 떠는 사냥감을 사냥하듯.
쓰러진 사내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저, 저리가···!!”
사내는 공포에 짓눌린 채 뒷걸음질 칠 뿐이었다.
몬스터는 그런 사내가 마음에 드는지 히죽, 웃음을 지어보였다.
“으으···!”
압도적인 공포.
프로 헌터로서 싸워야 한다는 투지조차 일지 않는다.
죽는다.
이것만이 잠식된 공포 속에서 사내가 내릴 수 있는 절대적인 결론이었다.
크르르륵···.
극도로 굶주린 포악한 본능이 터져나온다.
“아··· 아아···!”
사내는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 눈을 질끈 감았다.
바로 그때.
서걱─!
질끈 감은 시야 사이로 섬뜩한 절삭음이 들려왔다.
절삭음?
사내는 순간적으로 의문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원래라면 온몸이 갈기갈기 찢기는 통증과 끔찍한 파육음이 들려와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다시.
키에에에에에에에엑──!!!
고통에 가득찬 몬스터의 비명이 터져나왔다.
뭐··· 지?
사내는 희미하게 눈을 떠보였다.
그리고 보이는 시야.
그곳엔 긴 흑발의 미녀.
다름 아닌 드림팀의 부 마스터, 서윤이었다.
서윤의 몸은 그야말로 만신창이가 되어있었다.
붉게 물든 옷은 애시당초 빨간색 옷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였다.
그렇기에 당장이라도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았건만.
쐐애액!
서윤의 검에 깃든 기세는 여전히 매섭기 그지 없었다.
호흡이 멈추고, 그 멈춘 호흡 속에서 서윤이 움직였다.
마치 검이 춤을 추듯.
눈을 어지러이 현혹시킨다.
파천신검(破天神劍).
제 1식(第 一式).
뇌전검무(雷電劍舞).
사방에서 내지르는 검의 일격들은 뇌전이 갈라지는 것만 같았다.
일격 하나하나에 세상을 갈라버릴 듯한 기세가 담겨있었다.
검성(劍星)을 대격변의 영웅 반열에 이르게 한 검술.
쐐액! 쐐애액!
그 검술이 서윤의 손에서 더욱 매섭게 펼쳐지고 있었다.
키에에에에에에에엑──!!!
터져나오는 몬스터의 비명.
쿠우우우웅!
몬스터의 거대한 몸이 끝내 바닥으로 허물어졌다.
서윤은 검에 묻은 혈흔을 휘둘러 털어내었다.
“가,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사내는 그런 서윤을 향해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감사 인사를 건넸다.
서윤은 살짝 고개를 돌리더니 살짝, 미소를 지어보였다.
“감사를 받기엔··· 아직 이른 것 같네요.”
그리고는 다시 시선을 돌려 정면을 바라봤다.
사내의 시선 또한 그런 서윤을 따라 이동했다.
그리고 바라본 그곳.
키에에에에엑─!!
크오오오─!
끼야아아아악─!!
그곳엔 방금과 같은 몬스터가 감히 헤아릴 수도 없이 밀려오고 있었다.
“마, 맙소사···.”
사내의 머릿속에서 희망이라는 개념이 사라졌다.
저건··· 저건 당해낼 수 없다.
저건 막을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여기서 죽는···.
터벅.
그러나 바라본 서윤은 그런 몬스터들을 향해 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그 걸음에는 한치의 망설임이 없었다.
마치 무언가를 믿고 있다는 듯.
그녀의 발걸음에는 일말의 주저함이 보이지 않았다.
타닥.
탁.
이윽고 그녀의 뒤로 드림팀의 일원들이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그들 역시 서윤 못지 않게 만신창이가 되어있었다.
서윤은 그들을 슬쩍 돌아보며 말했다.
“마음 같아선 쉬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네.”
그러자 팀원들이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걱정마 언니. 난 아직 쌩쌩하니까.”
“저는 되려 누님이 더 걱정됩니다.”
“나도 버틸만 해.”
그런 팀원들의 모습에 서윤은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다 늙어서 이게 무슨 고생인지···.”
그리고 들려오는 검성(劍星)의 목소리.
그 뒤를 따라 마성(魔星)과 영성(靈星), 암성(暗星) 그리고 의성(醫星)까지 모여들었다.
한 가지, 의성의 뒤에는 콰브나가 딱 붙어있었다.
“언제는 앞으로 살아갈 나날들보다 지금까지 살아온 세월이 더 소중한 늙은이라고 하더니. 이제 와 딴소리느냐?”
“······ 시끄럽다.”
티격태격하는 영성과 검성.
그런 둘의 뒤로 다른 대격변의 영웅들 또한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역시나.
그들 또한 누구 하나 성한 이가 없었다.
키에에에에엑─!!
크오오오─!
그와 동시에 수많은 몬스터들의 포효가 하늘 가득 터져나왔다.
마치 밀려오는 해일처럼.
몬스터들은 주변의 사물을 무조건적으로 부수며 쇄도해오고 있었다.
서윤은 그런 몬스터 무리들을 마주하며 터벅, 걸음을 내딛었다.
그리고는 검을 앞으로 치켜들며 소리쳤다.
“서준씨가 올 때까지 단 한 놈도 여의도 밖으로 새어나가지 못하게 여기서 막습니다!”
차착!
착!
그와 동시에 뒤로 도열한 이들이 무기를 움켜쥐었다.
타오르는 투지(鬪志).
키에에에에엑─!!
크오오오─!
뚫으려는 자와.
“간만에 옛날 생각 나는 구만.”
“옛날은 무슨. 베세르크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어.”
막으려는 자들.
첨예한 두 세력의 기세가 충돌한다.
이윽고 격돌하려던 바로 그 순간.
쩌저저적─!
갑자기 하늘에서 벽력과도 같은 소리가 터져나왔다.
이윽고 서울과 경기권을 뒤덮은 초거대 게이트.
그곳에 수많은 균열들이 쩌저저적, 새겨지며 새하얀 빛이 새어나고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해일처럼 밀려오던 몬스터 군단들도.
이글거리며 투지를 불태우던 드림팀과 대격변의 영웅들도.
키, 키엑···?
끼엑?
“무, 무슨···?”
“이게 대체···?”
모두 행동을 멈춘 채 하늘을 올려다볼 뿐이었다.
쩌저저저적─!!
그 순간 벽력과도 같은 소리가 다시금 터져나왔다.
그리고 균열 사이로 새어나오던 새하얀 빛 또한 더욱 거세지기 시작했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
인간과 몬스터.
그 누구를 가릴 것 없이 모두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 볼 뿐이었다.
#
쩌저저저적─!!
갑작스레 들려온 그 소리는 위대한 목소리의 행동을 멈추게 하였다.
끝없이 펼쳐지는 무(無)의 세계.
쿠구구구궁···!
차원에 얽힌 공간이 떨리기 시작했다.
심한 가뭄에 땅이 갈라지듯.
공간에 새겨진 균열이 쩌저적, 갈라진다.
【······!】
위대한 목소리는 당혹스러운 심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차원의 인과가 얽히는 이곳.
이 안에 얽힌 인과는 결코 존재가 감당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평범한 존재라면···.
일반적인 존재라면 게이트의 입장과 동시에 인과에 짓눌려 존재가 붕괴되어야 했다.
그런데.
쿠구구구궁···!
버티고 있다.
버티는 것을 넘어서 휘몰아치는 인과의 흐름에 저항하고 있었다.
아니, 단순히 저항하는 것이 맞는 걸까?
위대한 목소리는 그 의문에 확답을 내릴 수 없었다.
바로 그 순간.
꽈르르르릉···!
일순간 서준의 전신에서 뇌운(雷雲)이 터져나왔다.
파지직! 거리며 튀어나가는 푸른빛의 뇌전은 이윽고 검붉은 뇌전으로 화한다.
그 안에서 느껴지는 끔찍한 죄악의 힘.
콰지지직!
그 죄악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공간을 잠식한 혼돈이 무너져내렸다.
그와 동시에 서준을 억누르던 인과의 압박이 부서지고 있었다.
휘몰아치는 인과의 흐름이 끊어지고 있었다.
그로 인해 차원 간의 융합이 끊어지고 있었다.
차원 간의 융합이 끊어진다···?
【······!!!!】
위대한 목소리의 얼굴에 드리운 어둠이 심하게 일렁이기 시작했다.
이건··· 이건···!
정말 말이 안 되었다.
최초의 초월자도 불가능하다.
초월이라는 개념을 처음 창시한.
구속된 인과로부터의 해방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낸 최초의 초월자도 이건 불가능하다.
태초부터 인과에 얽매인 존재.
넘어설 수 없는 한계의 벽은 분명 존재한다.
그러니 그 찰나의 시간에 넘어섰을리가 없었다.
그런데 대체 어째서···!
아무리 인과가 측정되어있지 않은 존재라 한들 이건···!
꽈르르르르르릉···!!
다시금 뇌운이 터져나온다.
혼돈의 공간이 쩌저적, 갈라진다.
이윽고 균열 사이로 새하얀 빛이 터져나오며 공간이 금방이라도 깨질 것처럼 뒤틀린다.
아직 인과의 흡수가 부족했지만··· 어쩔 수 없다.
위대한 목소리는 의문을 길게 가져가지 않았다.
이대로 두어서는 안된다.
서준을 살려두어서는 안된다.
자그마한 소리가 들려오며 위대한 목소리의 손이 움직였다.
키이잉!!
기이한 소리와 함께 위대한 목소리의 손이 백색으로 물들었다.
눈부신 백광에 휘감긴 손.
혼돈으로 얽힌 공간이 한 번 백색으로 물들었다.
공간의 축이 당겨지듯 백색의 마력이 서준에게로 쇄도했다.
바로 그때.
쩌엉!
롱기누스의 창과 백색의 마력이 맞닿으며 폭음이 터져나왔다.
서준은 기어코 인과의 구속을 떨쳐버렸다.
파지지직!
그와 동시에 터져나오는 검붉은 뇌전.
그것은 세상을 하얗게 칠하던 백색의 마력을 유린하고 있었다.
그로 인해 백색의 마력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꽈아아아아앙!!
천지를 진동시키는 폭발이 터져나왔다.
그리고 튕겨져 나간 것은 다름 아닌 위대한 목소리였다.
주르륵, 뒤로 밀려나는 위대한 목소리의 신형.
어둠으로 일렁이는 그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경악이 깃들어 있었다.
“이 세계의 결말이, 미래가 정해져 있다고 했었지···. 그런데 정해진 결말이니, 운명이니. 뭐니. 사실 난 그런 거 잘 몰라.”
그 사이로 서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로한 시야.
서준은 롱기누스의 창을 든 채, 위대한 목소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인과에 억눌려 허덕이고 있었건만.
확실히 억압된 인과로부터 완전히 해방을 맞이한 듯한 모습이었다.
마주하는 두 시선.
“의미가 없으면 좀 어때. 쓸모가 없으면 좀 어때.”
사람인데.
다 그렇게 사는 세상인데.
서준의 목소리가 나지막히 들려왔다.
【······】
위대한 목소리는 그런 서준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정해진 결말.
결정된 운명.
나의 생각 하나조차 의지대로 할 수 없는 세계이거늘.
그 무의미한 삶 또한 하나의 가치가 있다고 말하는 건가.
위대한 목소리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주변을 훑어보았다.
붕괴하는 시공간.
일그러진 균열 사이로 공간이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혼돈으로 휘몰아치는 인과의 흐름.
얽매이던 인과의 흐름이 하나 둘씩 흩어지고 있었다.
동시에 차원 간의 융합 또한 같이 무너지고 있었다.
위대한 목소리는 다시 천천히 시선을 돌려 서준을 바라봤다.
전 우주에서 유일하게 인과의 한계가 측정되지 않은 존재.
그 단 하나의 변수가 만들어낸 틀어진 결말.
위대한 목소리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계획은
실패했다.
하지만.
【운명을 벗어났다고 생각하나.】
모든 계획이 어긋난 것은 아니었다.
일순간 위대한 목소리가 두 손을 양옆으로 펼쳐들었다.
이윽고 펼쳐든 양손에 눈부신 백광이 물들었다.
그리고 찰나.
키이이이이잉···!!
서준이 끊어내며 흩어지던 차원의 인과가 흐름을 바꾸어 위대한 목소리의 양손으로 흡수되기 시작했다.
【끄으으윽···!!】
고통에 찬 위대한 목소리의 의지가 들려온다.
번쩍!
서준은 곧장 티알피의 신속을 터트리며 위대한 목소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위험하다.
서준은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위대한 목소리는 어째서인지 흩어지는 인과의 흐름을 자신에게로 집중시켰다.
그로써 무슨 일을 하려는지는 자세히 알지 못했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했다.
위대한 목소리가 이대로 인과의 흐름을 흡수한다면.
그는 그 어떤 누구도 감당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린다.
그건 제약의 해방을 넘어,
존재가 갖는 한계를 아득히 뛰어넘을 수 있을테니까.
하지만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이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존재는 존재가 감당 가능한 근원의 한계이자 인과(因果)의 한계가 있다.
그리고 그 한계를 넘어 과도한 인과를 받아들인 존재는 그 존재가 붕괴되어 소멸한다.
즉, 위대한 목소리는 지금.
자신의 존재를 걸고 도박을 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물론 단번에 흡수할 수는 없을 터였다.
이 공간에 드리운 인과는 말 그대로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차원의 인과였으니까.
그렇기에 서준을 필터로 그 인과를 흡수하려 한 모양이었지만···
서준이 인과의 흐름을 끊어냄으로써 그 계획이 완전히 틀어졌다.
결국 위대한 목소리는 존재의 붕괴를 감안하고, 인과를 흡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인과의 흐름을 모두 흡수하기 전에 여기서 위대한 목소리를 막아야한다.
망설일 필요도, 이유도 없었다.
찰나 간에 가까워지는 거리.
서준은 바로 삼단전(三丹田)의 마력을 폭사시켰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
터져나오는 초월의 마력.
그와 동시에 혼돈의 공간이 일그러진다.
그리고 폭발하는 초월의 힘과 함께 시공간이 무너져내렸다.
천월유성창(天月流星槍).
제 1형(第 一形).
진(眞) – 만상붕괴(萬狀崩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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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쩌어엉─!!!
공간을 진동시키는 폭음이 터져나오더니,
알 수 없는 무형의 힘이 쇄도하는 초월의 힘을 흩어버렸다.
진(眞) – 만상붕괴(萬狀崩壞)의 힘이 닿지 못했다.
‘뚫어내지 못했다고···?’
서준은 저도 모르게 눈이 크게 떠졌다.
주변은 분명 만상이 붕괴되며 혼돈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진(眞) – 만상붕괴(萬狀崩壞)의 초월적인 힘은 확실히 작용했다.
【이제는··· 그 어느 누구도 되돌릴 수 없다···!】
그러나 위대한 목소리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건재했다.
의문을 던질 시간이 없다.
지체할 시간도 없다.
서준은 다시 한 번 삼단전의 마력을 끌어내었다.
폭사하는 초월의 마력.
하지만 바로 그때.
쩌저저저적─!!
충돌하는 힘을 버티지 못한 공간의 균열이 더욱 심하게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찰나.
챙그랑─!!
일그러진 균열이 끝내 산산히 부서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