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cension Academy RAW novel - Chapter 288
5화 – 이상한 이방인(1)
정갈한 갑옷 차림의 사내.
물론 세세하게 따지면 많은 부분이 달랐지만 지구의 중세 기사처럼 보이는 사내였다.
서준은 뭔가 싶어 말없이 사내를 바라봤다.
하지만 아무런 말도 없는 서준의 모습이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했던 걸까.
언짢던 사내의 표정이 와락, 일그러지더니.
이내 성큼, 서준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갑옷끼리 부딪히며 철그럭, 소리가 몇 번 들려오고.
사내는 서준의 앞에서 서 보였다.
가까이서 마주한 사내는 어딘가 단단해보이면서도 나쁘게 말하면 고지식해보이는 인상이었다.
게다가 가까이서 마주한 기세를 보아하니,
상당한 수준의 실력자인 것 같았다.
굳이 비교하자면 대격변의 영웅 정도?
“내 말이 들리지 않나?”
그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사내의 목소리에는 서준을 깔보는 듯한 기색이 다분했다.
“토벌대가 움직인다는 사실은 들었을 터. 그런데도 토벌대의 앞길을 가로막다니···.”
토벌대?
사내의 말에 서준은 순간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슬쩍 시선을 돌려보자, 사내의 뒤 쪽으로 수많은 군대.
정확히는 기사단처럼 보이는 일련의 무리들이 질서있게 도열해있었다.
저마다 S급 헌터 수준은 되어보이는 이들.
서준은 다시 시선을 돌려 사내를 바라봤다.
보아하니 이 사내가 저들의 대표격인 듯 싶었다.
그리고 사내의 말대로 현재 서준은 토벌대가 지나는 길목을 떡하니 가로막고 있었다.
물론 서준 혼자서 큰 길목을 완전히 막았다는 뜻은 아니었다.
애초에 막을 수도 없었고,
막았다 한들 슬쩍 피해가면 그만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이곳은 양 옆으로 큰 절벽이 치솟아 있었다.
그나마 지날 수 있는 길목은 수 천의 토벌대로 인해 꽉 막혀있는 상황.
따라서 서준이 길을 지나기 위해서는 토벌대가 잠시 행군을 잠시 멈추어, 서준이 지나갈 길을 살짝 비켜주어야 했다.
하지만 토벌대가 길을 비켜주지 않으면,
서준은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야만 했다.
그리고 역시나.
“설마 토벌대가 움직인다는 사실을 듣지 못했다는 변명을 하려는 건 아니겠지.”
사내는 서준을 위해 길을 비켜줄 생각이 전혀 없어보였다.
대충 분위기를 보아하니 토벌대의 행군 며칠 전.
행군 루트를 사전에 공지를 하는 모양인 듯 싶었다.
토벌대의 진군 속도를 빠르게 하고,
그로 인한 민간인의 피해를 최소하는 목적이겠지.
뭐, 어디까지나 서준의 추측이었고.
그렇기에 자세한 사정은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사전에 공지를 하고 길목을 통제를 하는 모양인 듯 싶었다.
문제는 서준이 그런 사정을 들었을 턱이 있나.
애초에 아렌은 차원의 상황이 흉흉하다고만 했을 뿐.
이쪽 차원에 관련하여 많은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다.
이야기는 커녕, 간단한 사정조차 설명해주지 않았다.
‘그냥 황가를 도와주시면 됩니다.’
그러면서 선한 미소를 지어보이는데···.
물론.
한시라도 빨리 인과를 모아야한다는 생각에 부탁을 받자마자 곧장 텔레포트로 날아온 서준의 잘못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대충 어떤 사정인지는 귀뜸해줄 수 있지 않은가.
‘하아···.’
서준은 저도 모르게 속으로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이긴 했지만 그래도 이쪽 사정에 맞춰야 했다.
알지 못했다 하더라도 사정을 듣지 못한 건 서준이었고,
보아하니 토벌대가 온 방향으로 보아 저들은 황제의 군대인 것 같았다.
힘을 되찾고 지구로 돌아가기 위해 인과를 파밍해야하는 지금.
아무리 아렌의 추천장이 있다고는 하지만,
황가의 도움을 바라야하는 입장에서 괜히 얼굴을 붉힐 필요는 없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제국의 소드 마스터, 칼스님께서 지휘하는 토벌대의 행군이다. 썩 비키지 못할까!”
스릉─!
갑자기 눈앞에 있던 사내가 검을 뽑아들더니, 이내 서준에게 겨누었다.
스파아아앗!
검에 깃드는 마력의 힘.
어째, 단순히 겁을 주려는 것이 아닌,
비키지 않는다면 정말로 죽일 듯한 살기가 깃들어 있었다.
그 살기에 겁을 먹었는지 멘토가 손아귀에 안겨 몸을 움츠렸다.
동시에 서준은 순간 당황스러운 심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고작 길 하나 막았다고 죽이려들다니?
애초에 길을 막았다고 할 수도 없었다.
그렇기에 서준은 뭐라 한 마디 하려 했지만 금방 고개를 저었다.
상태를 보아하니 대화가 통하지 않을 것 같았으니까.
괜히 일이 커지는 것은 서준으로서도 원치 않은 바였다.
그렇기에 서준은 순순히 물러나려 했으나 딱 하나.
서준의 신경에 거슬리는 것이 하나 있었다.
다름 아닌 방금 사내가 했던 말 중 ‘소드 마스터’라는 말이었다.
서준은 시선을 내리까는 척,
살며시 검을 겨눈 사내의 뒤 편을 바라봤다.
질서정연하게 도열한 기사단들.
그 중심으로 척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존재가 서준의 시야에 비쳐보였다.
아마 저 자가 방금 사내가 말한 칼스라는 소드 마스터인 모양인 듯 싶었다.
그리고 칼스 또한 서준의 시선을 의식한 것일까.
칼스의 시선이 서준에게로 향했다.
마주치는 두 시선.
그와 동시에 칼스의 전신으로 어마어마한 기세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궁···!
터져나온 기세는 주변의 대기를 진동시키더니, 이내 서준에게로 쏘아져왔다.
그리고는 마치 서준을 압박하려는 듯.
서준의 전신을 옭아매기 시작했다.
하지만.
“엥?”
서준은 저도 모르게 고개가 갸웃, 기울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서준을 옭아매는 섬뜩한 기세.
‘저게 소드 마스터라고?’
소드 마스터라 하기엔 너무도 수준이 처참했으니까.
서준이 알고 있는 소드 마스터는 다름 아닌 초월자였다.
물론 9급의 직종으로 초월자라 부를 수 있는 마지노선이었으나 그럼에도 초월자는 초월자였다.
간단히 말해 개미가 드래곤을 이길 수 있는 최소한의 경지.
0%의 확률을 뒤집는 초월적인 수준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건 뭐···.
초월자의 발톱 때 정도라면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까.
서준은 이걸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감이 서질 않았다.
그리고 그런 서준의 상태를 알아챈 것일까.
“······!”
일순간 칼스의 눈에 이채가 띠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토벌대의 길을 막은 것도 모자라 충고 또한 무시하다니!!”
서준에게 검을 겨누었던 눈앞의 사내가 노호성 가득한 외침을 터트렸다.
아마 서준과 칼스가 신경전을 하는 것도 모르고,
서준이 자신들을 무시한다고 생각한 듯 싶었다.
“그 죄, 즉결참형으로 묻겠다!”
아니나 다를까 사내는 마력이 깃든 검을 크게 휘둘렀다.
쐐애애애액!!
사내의 검이 섬뜩한 파공음을 흩뿌리며 쇄도해왔다.
서준은 별 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그저 눈을 들어 칼스를 바라보고 있을 뿐.
그리고 바로 그때.
“그만.”
뚝.
나지막한 목소리와 함께 사내의 검이 뚝, 하고 멈추었다.
“배짱 하나는 두둑한 놈이군.”
그리고 들려오는 칼스의 목소리.
칼스는 성큼, 걸음을 옮겨 서준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천천히 서준의 전신을 훑어보았다.
눈가에 미약한 마력의 힘이 느껴지는 것이 마치 서준의 수준을 가늠하려는 듯 해보였다.
그렇게 조금의 시간이 지나고.
피식.
“별 볼 일 없는 놈이었군.”
비웃음 가득한 실소를 흘려보였다.
이윽고 칼스는 서준에게 검을 겨누었던 사내에게 말했다.
“레리트. 이 사내가 지나갈 수 있게 길을 터주어라.”
“하, 하지만 그러면 토벌대 행군이···.”
“방금 길을 터주라고 했을텐데.”
칼스의 번뜩임에 레리트라 불린 사내가 몸을 움찔, 떨어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레리트는 칼스를 향해 고개를 한 번 숙여보이고는 서준에게 말했다.
“칼스님께서 아량을 베푸셨다. 고개 숙여 감사해하도록!”
그리고 그런 레리트의 말에 서준은 순간 정신이 멍해졌다.
이걸··· 감사해야 하는 건가?
“이 놈이 감히!”
“그만하라고 했을텐데.”
움찔.
칼스의 중얼거림에 레리트는 다시 한번 몸을 움찔거리며 행동을 멈추었다.
이윽고 서준에게 향하는 칼스의 시선.
칼스는 서준을 스쳐지나가며 나지막히 말했다.
“배짱은 좋다만 오늘 같은 행운은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제 명대로 살고 싶다면 꼭 기억해두도록.”
그렇게 칼스는 서준을 지나 걸음을 옮겼다.
그 뒤를 이어 레리트가 따라붙었다.
그렇게 시야에서 멀어질 때 쯤.
멘토가 손아귀에서 폭, 하고 튀어나왔다.
그리고는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소리쳤는데···.
뭐, 그건 서준도 동감하는 바였다.
서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도열한 기사단들에 다가가자 촤촤착!
바닷물이 갈라지듯 서준이 지나갈 길을 터주었다.
서준은 그 사이를 가로지르며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서준이 지나갈 때마다 어째 탐탁치 않은 시선들이 느껴졌다.
꼭 너 따위가 감히.
혹은 너 때문에 지금.
같은 뉘앙스가 풍기는 듯한 시선들이었다.
그 역시 멘토 또한 느껴지는지,
서준의 손아귀 안에서 방방 날뛰기 시작했다.
문제는 손아귀 안에서 절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었는데···.
서준은 그것을 딱히 문제 삼지 않았다.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었으니까.
아니, 정확히는.
키에에에에에에에엑─!!!
그럴 만한 상황도 되지 않았다.
“······!”
“······!”
일순간 터져나오는 괴성에 기사단원들이 몸을 움찔, 떨어보였다.
그리고 일제히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가 돌았다.
서준 또한 그를 따라 시선을 돌리자 청명한 하늘 위.
그곳엔 털이 수북한 날거미 떼가 먹구름처럼 몰려오고 있었다.
“어, 어째서 저것들이 여기에···?”
“영역까지 가려면 아직도 한참 남았을텐데···?”
“서, 설마! 수도 부근까지 영역을 확장했단 말인가!”
갑작스러운 괴생명체의 등장에 기사단원들이 크게 당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기사단 전원 전투 태세!”
“모두 무기를 들어라!”
앞쪽으로 터져나오는 칼스와 레리트의 외침에 기사단원들이 일제히 무기를 뽑아 들었다.
그와 동시에 뿜어져나오는 섬뜩한 투기.
“걸리적 거리지 말고 비켜!”
“살고 싶으면 빨리 도망가란 말이다!”
기사단원들은 서준을 스쳐지나가며 앞으로 뛰쳐나갔다.
위이이이이이잉─!!
그를 마주하며 날거미 떼 또한 짙은 살기를 피어올렸다.
슈슈슈슈슈슉!!
그리고 쏘아지는 기다란 송곳의 독침들.
그것은 하늘에서 내리는 검은 장떼 비처럼 기사단원들을 향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기사단 무리에서 일련의 사람들이 튀어나왔다.
이윽고 폭사하는 마력과 함께 반투명한 막이 생성되며 기사단원들을 감싸안았다.
콰콰콰콰콰콰콰쾅!!
터져나오는 폭음.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습니다! 크아악···!”
“이런 젠장!”
피를 토하는 기사단원들의 모습에 칼스가 이를 까득, 깨물며 소리쳤다.
뭐라도 해야하건만.
쏟아지는 저 소나기 같은 독침 세례를 뚫기란 여간 쉽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하늘을 뒤덮는 날거미 떼는 느껴지는 기세가 일반적인 등급의 몬스터 수준이 아니었다.
과장 조금 섞어서 이탈리아에서 마주했던 데모고르곤, 그와 수준이 비슷했으니까.
진짜 소드 마스터라면 모를까.
대격변의 영웅을 조금 뛰어넘는 수준의 칼스로는 버거웠다.
서준은 멀찍이 떨어져 그 광경을 지켜봤다.
그리고 같이 그 모습을 지켜보던 멘토.
멘토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서준에게 말했다.
에이, 설마.
서준은 그럴 리가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가슴 한 켠에 피어오르는 의구심은 차마 지워버릴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하늘을 뒤덮은 날거미 떼들.
슈슈슈슈슈숙!
콰콰쾅!
“수, 수가 너무 많습니다! 더, 더 이상 버틸 수가···! 크학···!”
“어떻게 방법을···!”
저건 아까 전, 아렌과의 첫 만남 당시.
서준이 쫓겼던 바로 그 날거미 떼였으니까!
“대체 왜 레트라 떼들이 수도 부근에 있단 말인가!”
게다가 저 거미 떼는 사실 이곳에 있으면 안되는 족속들인 것 같았다.
“상황은 나중에 판단하셔도 늦지 않습니다! 지금은 어서 도망치셔야 합니다 칼스님!”
“말도 안 된다! 어찌 내가···!”
“지금의 병력으로는 저 레트라 떼들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젠장···!”
긴박하게 흘러가는 상황.
멘토가 눈을 흘기며 서준에게 물었다.
서준은 잠깐의 고민 끝에 롱기누스의 창을 움켜쥐었다.
“뭐··· 그래야 하지 않을까요? 보아하니 저 때문인 것 같은데.”
무엇보다.
“저분들 황가에서 파견 나온 것 아닐까요? 그럼··· 이것도 도와준 걸로 칠 수 있잖아요.”
그럼 돈도 따블로 받을 수 있을 테고.
멘토는 말을 끝맺지 않고 입을 꾹, 다물었다.
현재 서준은 대부분의 힘이 봉인된 상황이었다.
비록 아렌 덕분에 대략 5%정도의 힘을 사용할 수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5%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거의 모든 힘을 사용하지 못한다고 보는 것이 옳았다.
하지만 5%는 어디까지나 비율의 수치일 뿐.
절대적인 수치를 본다면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었다.
간단히 예를 들어 100의 5%는 고작 5에 불과 하나,
100,000의 5%는 무려 5,000에 달한다.
제천대성만 하더라도 서준을 가르칠 당시.
인과의 제약으로 인해 수치적으로 대략 98~99%정도의 힘이 봉인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당시의 서준은 무슨 수를 써도 제천대성을 이길 수 없었다.
물론 독 바나나로 한 방 먹이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한 방’이었지.
각잡고 싸운다면 절대로 이길 수 없는 상태였다.
초월자란 바로 그러한 경지였다.
그리고 지금.
번─쩍!
터져나오는 티알피의 신속과 함께 서준의 신형이 일순간에 사라졌다.
멘토는 그런 서준의 모습에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서준의 경지는 전투 초월자들 중에서도 감히 범접할 수 없었던 경지.
제천대성은 물론이고,
초월자 학원의 원장인 이리나.
그리고 관조자마저 어찌할 수 없었던 존재이거늘.
저딴 날거미 떼 따위.
콰르르르릉!!!
꽈아아아앙!!
키에에에에에에에엑─!!!
아무리 많아도 그냥 숫자에 불과한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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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날거미 떼를 쓸어버리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5%의 힘이 돌아오면서 그간 서준이 습득했던 모든 기술들 또한 돌아온 상황.
힘을 완전히 잃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상태였다.
“이, 이 무슨···!!”
“마, 말도 안돼···!”
순식간에 쓸려버리는 날거미 떼에 기사단원들의 표정이 경악으로 일그러졌다.
“이, 이, 이, 이럴 수가···!”
특히나 칼스의 표정은 그들 중 단연 압권이었다.
칼스는 정신이 혼미하다 못해 아찔한 지경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소드 마스터라 불리는 자신이었다.
대륙 어디를 가도 인정받는 고위의 실력자.
자신보다 뛰어난 실력자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건 손가락을 꼽을 만큼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데 방금 서준이 보인 무위는 미친···.
저건··· 저건 말이 되지 않았다.
아니, 말이 되어서는 안 되었다.
어떻게 저게 존재가 가질 수 있는 무위란 말인가!
저건 이 차원의 지배자인 황제 정도는 되어야 가능할까.
그런데 말 그대로 황제 정도가 되어야 했다.
하지만 저 어벙한 놈팽이가 대체 어떻게!
“어, 어억···!”
칼스는 아무런, 정말 아무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칼스를 더욱 미치게 팔짝 뛰게 하는 건 따로 있었다.
콰직.
퍽!
멍한 정신 사이로 일순간 섬뜩한 파육음이 들려왔다.
뭔가 싶어 바라본 그곳.
“자동으로 힘 조절이 되어서 그런가. 해체하기 딱 좋게 부서졌네.”
그곳엔 서준이 날거미 사체를 붙잡고 해체하고 있었다!
“······?”
“······?”
“······?”
일순간 사람들의 표정이 벙찌기 시작했다.
뭐, 저딴 짓을···.
그런데 그 손놀림이 어찌나 빠른지.
콰직.
퍽.
거진 마리당 2초 정도도 걸리지 않았다!
“저, 저게 무슨···?”
칼스는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런 중얼거림을 들은 것인지 서준이 고개를 퍼뜩, 지켜들었다.
그리고는 한다는 소리가.
“이거 제가 다 잡았으니까 제가 가져도 되죠?”
“······”
칼스는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러고보니 여기도 몬스터 사체를 거래하나요? 제가 돈이 좀 많이 필요해서··· 흐음, 안 그럼 조금 곤란한데···.”
이어지는 서준의 말.
혹시 놀리는 건가?
싶었지만 바라본 서준의 표정은 정말 세상 심각해보였다!
“······”
“······”
벙찌는 칼스와 레리트.
그리고 기사단들의 표정.
그 사이로.
멘토의 허탈한 목소리만이 공허히 울려퍼질 뿐이었다.
외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