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cension Academy RAW novel - Chapter 97
97화 – 맑고 깊은 물엔 고기가 모인다(3)
“검성님?”
갑작스러운 검성의 등장에 서준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간 서준이 드림 아카데미에 있으면서 검성이 찾아온 경우는 상당히 드물었기 때문이었다.
“……”
그런데 어째 검성의 분위기가 지난 번, 마성(魔星)을 만났을 때와는 사뭇 달랐다.
아니나 다를까 암성의 표정 또한 뭐라 표현이 불가능 한 모습으로 일그러졌다.
마주치는 둘의 시선.
기묘한 대치가 이어졌다.
단지 대치만 하고 있는 것 뿐이었음에도 분위기가 무겁게 내려앉았다.
그 순간.
“왜 네가 여기에 있냐고 물었다.”
화아아아악!!
갑자기 검성에게서 소름끼치는 기운이 터져나왔다.
한국을 대표하는 5인의 영웅, 검성(劍星).
무려 대격변의 영웅이 내뿜는 기운은 단순히 기운으로서만 여겨질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도 평범한 이들은 그 기운을 견디는 것만으로도 실신할 수 있었다.
S급 헌터들조차 그 압박감을 견디기 위해서 긴장을 해야할 정도였다.
서준 또한 곁에서 느끼는 것에 불과했음에도 피부가 저려오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암성도 검성과 같은 대격변의 영웅 중 한 명이었다.
“볼 일이 있어서 찾아 왔다고는 생각이 들지 않는건가?”
화아아아악!!
검성에게 질세라 암성에게서도 엄청난 기운이 터져나왔다.
저릿저릿한 두 기운이 충돌하며 주변의 공기가 잘게 떨리기 시작했다.
마치 피부를 바늘로 찌르는 듯한 압박감.
‘그러고보니… 두 분이 만나면 자주 싸웠다고 했었지.’
서준은 그때서야 지난 번 서윤이 했던 말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건 다름 아닌 민율의 스승이 아직 암성임을 몰랐던 때.
서윤에게서 둘의 사이가 썩 좋지 못하다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있었다.
서윤도 그 이유는 잘 모른다길래 그때는 그냥 그런가보다 넘겼었다.
하지만 막상 마주한 둘의 사이는 썩 좋지 않은 게 아니라, 상당히 좋지 않아 보였다.
“네가 무슨 낯짝으로 여길 기어들어온 거지?”
“마치 내가 너를 찾아온 것처럼 들리는군. 네가 무슨 상관이지?”
이건 칼부림만 안했을 뿐이지 사실상 웬수를 보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리고 둘의 격돌은 더욱 격해져만 갈 뿐, 누그러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서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기··· 그만들 싸우시죠?”
하지만 서준의 말은 들리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안들리는 척 하는 것인지.
“진리회 핑계를 대고 배신한 주제에 그 입은 여전히 살아 있군.”
“배신이 아니라 경고를 했던 것뿐이다. 내 말을 듣지도, 믿지도 않은 것은 너고.”
둘은 싸움을 멈추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서준도 둘의 싸움을 말리고 싶지 않았다.
어쨌거나 둘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으니, 둘 사이에서 해결할 문제였다.
무엇보다 서준은 둘 사이에 무슨 사정이 있는지 몰랐다.
지난 검성과 마성과의 관계를 보면 대격변의 영웅들은 서로 친분이 돈독한 것 같았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사이가 틀어졌다면 필시 그럴 만한 일이 있을 터.
자세한 사정을 알지도 못하면서 개입하는 건 쓸데없는 오지랖.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서준이 이렇게 나서는 건 딱히 거창한 이유가 아니었다.
“싸우시는 건 좋은데… 나가서 싸우시는 건 어떨까요.”
쿠구구구구궁···!
그저 둘의 기운이 충돌하면서 드림 아카데미 건물이 무너지게 생겼기 때문이었다.
검성(劍星)과 암성(暗星).
S급 헌터들조차 감히 꿈도 꾸지 못하는 대격변의 두 영웅들은 충분히 그럴만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쿠구구구궁···!
이대로 내버려두었다간 정말로 드림 아카데미가 무너질 수도 있었다.
“하아···”
서준은 짙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말로 해서는 이 싸움을 멈출 것 같지가 않았다.
“별 수 있나.”
서준은 정신을 집중하여 하단전(下丹田)을 활성화시켰다.
그러자 뜨거운 불길이 하단전에서 치솟아 올랐다.
화르륵!
하지만 몸 속으로 흩어진 기운들을 아직 모으지 못했기 때문인지 그 크기가 상당히 작았다.
물론 처음 하단전을 뚫었을 때의 그 기운보다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힘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러나 교류전에서 공청석유(空淸石乳)를 막 복용했을 당시보다는 상당히 작은 불길이었다.
쐐애애애액!!
뒤이어 써클이 맹렬하게 회전하며 그 힘을 혈류와 함께 전신으로 흩뿌렸다.
그러자 서준의 전신으로 극진하면서도 웅혼한 기운이 들끓기 시작했다.
“경고? 신뢰를 저버리고 돌아선 변명이 고작 경고인가?”
“그래서 결과는 어떻게 되었지? 결국 진리회의 수작에 놀아난 꼴밖에 더 되지 않았나? 너는 그 대가로···”
“닥쳐라!!”
서준은 그 기세를 긁어 모아 아직도 싸우고 있는 두 영웅을 향해 표출시켰다.
그 순간.
파아아아아아아앙!!
서준의 몸에서 어마어마한 기세가 터져나오며 격돌하던 암성과 검성의 기운을 일순간 소멸시켜버렸다.
“…!!!”
“…!!!”
그 소름끼치는 기세에 검성과 암성의 시선이 홱, 돌아갔다.
이어 멀뚱히 서있는 서준을 발견하고는 검성과 암성의 눈이 부릅 떠졌다.
‘이 기세는···’
‘대체 무슨···’
검성과 암성은 지금 이 광경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방금 서준이 터트린 그 소름끼치는 기운.
그건 자신들과 견주어도 결코 밀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전력을 내비치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둘의 그 기운은 현역 S급 헌터들일지라도 견디는 것이 고작일 뿐이었다.
이렇게 소멸시키는 건 어림도 없었다.
애초에 대격변의 두 영웅이 격돌한 기운이 그렇게 쉽게 꺾일리가 없었다.
게다가 검성과 암성이 마지막으로 본 서준의 실력은 이렇지 않았다.
수강생을 뛰어넘는 어떤 이레귤러적인 면모는 돋보였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세간에서는 서준을 범접불가의 이레굴러 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둘 또한 어느 정도 동감하는 바도 있었지만, 딱 그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이 둘은 하늘 위의 하늘이라 불리는 대격변의 영웅들.
평범한 이들의 시선과 두 영웅이 바라보는 시선은 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건 아니었다.
이 정도는 아니었다.
방금 그 기운은 대체…
‘그 짧은 시간에 이렇게까지 성장을···?’
‘그 짧은 시간에 이렇게까지 성장을···?’
부릅 떠진 검성과 암성의 눈은 좀처럼 작아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휴, 드디어 멈추셨네. 하마터면 건물이 무너질 뻔 했잖습니까.”
서준은 눈을 흘기며 암성에게 말했다.
“아카데미 무너지면 민율이는 어쩌시려고요. 설마 또 산 속에 쳐박으시려는 건 아니시죠?”
“······”
암성은 그저 놀란 눈을 뜨며 서준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암성이 모습에 서준은 이번에 검성에게 말했다.
“검성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카데미 건물 무너뜨리면 서윤씨를 무슨 면목으로 보실려고 그러신 겁니까?”
“……”
역시나 검성 또한 눈을 동그랗게 뜨며 서준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까와는 다른 의미로 내려앉은 묵직한 정적.
서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두 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으셨던건지는 모르겠지만 싸우실 거면 다른 데서 싸우세요.”
마주치는 두 사람의 시선.
“……쯧.”
“……쯧.”
결국 두 영웅은 기세를 거둘 수밖에 없었다.
사이가 좋지 않아 보여도 둘은 대격변의 영웅으로서 생사를 함께 했던 동료였다.
무엇보다 영웅이라는 타이틀은 실력의 고하만으로 붙여지지 않는다.
정말로 웬수 같은 사이였다면, 검성은 암성을 보자마자 검부터 뽑아들었을 터.
배신이니 뭐니 해도 겪어온 경험과 추억들은 그들 사이에 깨지지 않는 신뢰를 형성하고 있었다.
어느덧 진정된 분위기에 서준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럼 다시 하던 이야기를 마저하자면··· 암성님. 제게 할 말이 있으시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암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검성을 한 번 슬쩍 쳐다보더니 말을 내뱉었다.
“오래 있어봐야 좋을 것 없으니 본론만 간단히 말하지. 진리회가 베세르크와 관련된 무언가를 꾸미고 있는 것 같다.”
“…!!”
“…!!”
갑작스러운 암성의 말에 서준뿐만 아니라 검성 또한 상당히 놀라보였다.
대괴수 베세르크.
대격변 시절의 괴물로서 전 세계의 모든 영웅들이 힘을 합하여도 상대가 불가했다 알려진 괴물이었다.
어떤 의미로 대격변 그 자체라 봐도 무방한 끔찍한 괴물.
베세르크는 결국 진리회에 의해 사라졌고 대격변의 종언이 공식적으로 선언되었다.
그렇기에 세간에는 진리회에 의해 베세르크가 죽었다고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곳에 모인 3명은 잘 알고 있었다.
“확실한 건 아니야. 다만··· 사도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고작 사도가 움직인 것만으로 베세르크와 연관시키기에는 비약적인 추측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나?”
“그래서 말하지 않았나. 확실한 건 아니라고. 그리고 내가 고작 그것만으로 베세르크와 연관시켰다고 생각하나?”
암성은 검성의 의문을 일축시키고는 서준에게 말했다.
“그래서 지금부터 제대로 조사해보려 한다. 그러니… 네가 도움을 좀 줄 수 있겠나?”
“네? 제가요?”
“그래.”
암성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저번에 말했다시피 나 혼자서는 무리가 있다.”
그런 암성의 말에 서준 또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암성은 현재 진리회의 추적을 받고 있는 상태.
무엇보다 지난 암성의 말에 따르면.
오직 서준만이 진리회의 주시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변수로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제가 뭘 도와드릴 수 있는 거죠?”
“지금까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진리회 놈들은 특정 던전을 대상으로 어떤 실험을 반복적으로 하고 있더군. 그곳을 네가 조사해주었으면 한다.”
하지만 이어지는 암성의 말에 서준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 아직 수강생입니다만? 갈 수 있는 던전에 한계가 있어요.”
“알고 있다.”
암성은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말을 이었다.
“곧 있으면 프로 헌터 시험을 치르지 않나?”
“네. 얼마 안 남았습니다. 어··· 그런데 알고 계셨네요?”
“한국에서 가장 큰 행사인데 모를리가.”
“그건 그렇긴 한데··· 영웅들은 뭔가 프로 헌터 시험 같은 것에는 관심 없으신 줄 알았습니다.”
암성은 실소를 한 번 흘리며 말했다.
“도와줄 수 있나?”
“그거야···”
그 순간.
“그걸 왜 저 놈에게 부탁하는 거지?”
가만히 듣고만 있던 검성이 불쑥 끼어들며 물어왔다.
검성의 표정은 지금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묘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암성은 그런 검성을 슬쩍 바라보며 답했다.
“저 놈밖에 할 수 없으니까.”
“……그게 무슨 말이냐.”
하지만 암성은 그런 검성에게 무심하게 말했다.
“말해준다 해도 그때처럼 믿지 않을 것이 뻔한데 내가 말해야 할 이유가 있나?”
“……”
어째 분위기가 또 심상치 않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서준은 황급히 나서며 둘 사이를 가로막았다.
“어어? 또, 또 싸우시려고! 이번엔 나가서 싸우세요 나가서!”
“……쯧.”
“……쯧.”
그러자 둘은 다시금 혀를 차며 돌아섰다.
‘이거 원 애들도 아니고···’
서준은 짙은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그건 그렇고. 검성님은 왜 오신겁니까. 아, 혹시 서윤씨를 찾아오신 겁니까?”
서준은 퍼뜩, 생각났다는 듯 계속 말을 이었다.
“서윤씨는 볼 일이 있다고 먼저 가셨는데··· 여기 아카데미에는 없어요. 어디있는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검성은 어째서인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물끄러미 서준을 바라볼 뿐.
서준은 그런 검성의 모습이 의아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그런 서준의 심정과는 달리 검성은 지금 한 가지 생각에 잠겨 있었다.
‘대체 이 놈이 뭐길래···’
서윤도 그렇고 마성도 그렇고.
이 놈팽이가 대체 뭐길래 그런 말들을 하는 것인지 검성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래서 직접 그것을 확인하고자 찾아왔지만 이번엔 암성까지.
현재 검성의 심정은 상당히 혼란스러웠다.
“왜, 왜 그러시죠···?”
그리고 그런 검성을 바라보는 서준의 심정 또한 혼란스럽기 그지 없었다.
혹시 지난 청룡검 사태에 대한 앙금이 아직 남아 있는 건가 싶은 그때.
흠칫.
갑자기 서준의 감각에 무언가 이질적인 느낌이 걸려들었다.
마치 누군가 이쪽을 염탐하고 있는 듯한 느낌.
서준은 황급히 롱기누스의 창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검성과 암성 또한 느꼈는지 곧장 행동에 나섰다.
암성은 스르륵, 황급히 자신의 몸을 숨겼고.
검성은 타닥, 몸을 박차며 감각이 느껴지는 그곳을 향해 쇄도했다.
그리고 찰나의 시간이 지나.
콰앙!
“넌 누구냐.”
둔탁한 굉음이 들려오며 검성이 무언가를 들고 다시 돌아왔다.
그건 사람 형체를 한··· 아니, 사람이었는데 서준도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아···?”
다름 아닌 이하윤이었다.
“아, 아···?”
이하윤은 검성의 손아귀에 붙들려 버둥버둥 거리고 있었다.
지금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 당최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만 지을 뿐.
“……또 뭔데?”
서준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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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윤은 사실 서준의 뒤를 밟고 있었다.
아니, 뒤를 밟고 싶었지만 귀신같이 눈치챌 것을 뻔히 알았기에 먼 발치로 따라가는 것이 전부였다.
그렇기에 정확히 말하자면 서준이 향하는 드림 아카데미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 옳은 표현이었다.
‘쫓아가는 게 아니야. 마침 가는 길에 우연히 들르는 거야. 말 그대로 우연히.’
어떻게 그런 강함을 가질 수 있는지 궁금했고 또…
그렇게 이하윤의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드림 아카데미로 향했다
소문으로는 드림 아카데미에 쓸데없이 기웃거리면 검성한테 맞아 죽는다는 말이 있었다.
하지만 이하윤은 그 소문을 믿지 않았다.
검성이 아무리 손녀를 생각해도 정도가 있었다.
검성은 한국을 대표하는 5인의 영웅 중 한 명.
고작 손녀가 운영하는 아카데미를 기웃거렸다고 움직일 존재가 아니었다.
그렇게 어느덧 도착한 드림 아카데미.
그런데 안에서 거대한 기운들이 느껴졌다.
이하윤은 뭔가 싶어 기척을 숨기고 안을 들여다 봤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콰앙!
“아, 아…?”
빛처럼 쇄도해온 무언가가 순식간에 자신의 멱살이 틀어쥐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뭘 반응하고 싶어도 말 그대로 찰나와 같은 엄청난 속도여서 뭘 할 수가 없었다.
이하윤은 반항할 틈도 없이 그 우악스러운 손길에 끌려가버렸다.
그렇게 다시 눈을 떴을 땐.
“넌 누구냐.”
진짜 검성(劍星)이 눈앞에 있었다!
“……또 뭔데?”
그 옆에 얼빠진 표정을 짓고 있는 김서준까지!!
스르륵.
“누군가 했더니 거만한 년이었군.”
게다가 암성(暗星)까지!!!
이하윤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네가 왜 여기에 있는 건데?”
“아는 사람인가?”
이어지는 검성의 물음에 서준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모르는 사람입니다. 그냥 패버리셔도 돼요.”
“자, 잠깐···!”
이하윤은 살기 위해 버둥버둥 거렸다.
검성이 팬다는 것은 다름 아닌 죽이겠다는 말과 동의어로서 취급되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이하윤이 프로 헌터 사상 역대급의 재능이라 하지만.
대격변의 영웅은 그 격이 달라도 한참이나 달랐다.
하지만 서준은 관심 없다는 듯 등을 돌려버렸다.
그리고는 암성에게 말했다.
“그런데 이렇게 모습을 드러내셔도 돼요?”
“네가 관여되어 있다면 큰 상관은 없다. 아주 문제가 없는 건 아니지만…”
마주치는 암성의 눈빛.
이하윤은 진정한 살기(殺氣)가 무엇인지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암성은 그런 이하윤을 뒤로한 채 서준에게 물었다.
“어쨌든. 그래서 할거냐 말거냐.”
“그런 거라면 당연히 해야죠.”
“그럼 프로 헌터 시험 이후에 다시···”
이어지는 서준의 한 마디.
“물론 돈은 두둑히 챙겨 주시는거죠?”
“……어째 네가 그냥 받아들인다 싶었다. 얼마를 원하지?”
“이러면 단가가 좀 쎄지는데···”
이하윤은 순간 멈칫거렸다.
지금 김서준이 뭐라고 한 거지?
아니, 뭐하는 거지? 설마 돈을 뜯고 있는건가?
그것도 다름 아닌 암성한테?
“이런 미친···”
이하윤은 눈앞의 광경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고작 수강생 따위가 감히 대격변의 영웅에게 저런 소리를 지껄인다니.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란 말인가.
당장이라도 죽임을 당해도 이상하지 않을 말이었다.
그런데 그런 이하윤을 더욱 미치고 팔짝 뛰게 하는 건.
“아까 말했던 100억은 어떠하냐.”
그게 말이 되고 있었다!!
“좋습니다. 100억이면 뭐…”
“그럼 조만간 처리해주지.”
“당연히 양육비 30억은 별도인거죠? 그러니까 총 130억?”
“……매번 느낀다만 네 양심이야 말로 진정한 무아(無我)가 아닌가 싶군.”
암성은 질린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다시 한 번 묻는다만 돈 대신 내 비급은 정말 필요 없나? 네가 원한다면 비급이 아니라 내가 직접 가르쳐줄 수도 있다.”
이하윤은 그만 정신을 놓아버렸다.
암성이 누구인가. 자그마치 대격변의 영웅이다.
그리고 지금 저 암성의 말은 김서준을 제자로서 받아들이겠다는 말과 다름없었다.
영웅들의 제자가 된다고 함은 단순히 돈으로서 환산할 수 없는 천문학적인 값어치를 지니고 있었다.
이하윤 본인부터가 암성이 저런 말을 한다면 다 때려치고 당장 밑으로 들어갈 생각이 있었다.
“그런 거 필요없다니까요.”
“어억!”
그런데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튀어나오는 서준의 대답에 이하윤은 현기증이 일어버렸다.
심지어.
“네가 얼마나 쓸모가 없으면 돈으로 달라고 할까.”
“너라고 다를 것 같나?”
뒤이어 느껴지는 소름끼치는 기세의 격돌.
이하윤은 저도 모르게 온몸이 사시나무처럼 덜덜 떨려왔다.
그저 옆에서 기세만을 느끼는 것에 불과했지만 이하윤은 어떠한 행동도 취할 수가 없었다.
그 순간 김서준이 인상을 팍, 찡그리며 소리쳤다.
“아, 글쎄. 싸우실 거면 나가서 싸우시라니까요!”
미친 놈이다.
저건 미친 놈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어떻게 감히 수강생 따위가 대격변의 영웅들에게 저런 망발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정확히는 한국에서 어느 누구도 저렇게 말할 수 있는 자는 없었다.
이하윤은 곧 김서준이 죽음을 면치 못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쯧.”
“……쯧.”
김서준의 말 한 마디에 두 영웅이 기세를 거두며 몸을 돌렸다.
이건 마치… 두 영웅이 김서준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내, 내, 내가 대체 누구한테 개겼던거지···?’
이하윤의 정신은 혼미해져만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