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tsky and our Joseon Royals RAW novel - chapter 123
그렇게 호조즈성 아래까지 점령하여 성 내외의 반역자들을 참수하고 나니, 한몫 노리고 이 반란에 끼어들었던 주위의 소영주들은 정신을 차리고 급속히 퇴각하였다.
물론 온갖 총알 세례를 맞고 병력 대부분을 잃었으니 한동안 각자의 성채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벌벌 떨기만 하고 있으리라.
그 외에 나머지 반역자들은? 마찬가지로 자신의 영지와 성곽에 틀어박혔으나 차이가 있었으니….
그들은 엣추의 제1 공격대상이었다는 것이다.
“아, 아마 못해도 1년은 버틸 수 있을 게다. 우리가 얼마나 군량을 많이 쌓아 놓았더냐? 그동안 저들이 공략해야 할 성이 몇 개인데 중립 상태라 동맹할 세력도 없으니….”
“푀(Feu, 프랑스어로 ‘발사’)!”
―쾅! 콰쾅!
굉음과 함께 소반 위의 그릇들이 흔들리는 잘그락 소리.
“…이, 이게 대체 뭔가?”
“화포인가?”
급히 나와 보니 굉음과 함께 곳곳의 담장이 무너진 채 불꽃이 오르고 있다.
담장이 무너진 사이로 적들이 밀고 들어오니 밖에 언덕을 깎아 만든 절벽도 무너진 듯하다.
방금까지 자부하던 그 ‘1년은 버틸 수 있을’ 군량이 쌓여 있는 건물이다.
“부, 불을 꺼라! 불을 꺼야 한….”
―쾅!
그리고 동일한 위치에 고폭탄 한 발이 더 날아가니, 군량미는 숯가루가 되어 사방으로 흩날릴 뿐이었다.
까꿍. 프랑스제 1897년식 75mm 야포다.
댐의 건설과 함께 돌아가기 시작한 화약 공장 덕에 10년 넘게 간단한 정비와 함께 잠들어만 있던 야포들이 제 기능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거기에 이전의 야포를 복제해서 새로 만든 포도 몇 문 끼어 있었다.
“끄아아아악!”
“안 돼, 뛰쳐나가면!”
―탕. 타당!
1차 세계 대전 때 무기를 지금 만나 보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을 텐데, 반역을 저지르는 덕에 수백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쉘쇼크를 겪는 호사를 누리게 되었다.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반역자의 성채들이 성채였던 돌덩어리들이 되어 가면서, 반역자들 역시 반역자였던 고깃덩이들이 되어 갔다.
그 모든 과정은 일본 전역의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었고, 특히 인근 성들의 낙성 소식에 소영주들은 다시금 경악하여 어떻게든 방비를 더하려 안 그래도 없는 자산을 박박 끌어 모아 성채의 보강에 투자하는 애처로운 몸부림을 보였다.
그 모든 선택이 그들의 몰락을 앞당길 뿐이었으니 어찌 안타깝지 않으랴?
그렇게 호쿠리쿠 지역 전체가 겁에 질리는 이 상황은,
“의장 동지! 근방의 반역 수괴들이 모두 일소되었습니다!”
“…옛날 생각 나는구먼.”
트로츠키 입장에서는 오랜만에 현장에서 뛰어 보며 추억을 되새기는 계기에 지나지 않았다.
아군 인명 피해도 100명 아래로 유지되었고, 패색이 완연해지자 많은 경우 반역자들은 내분으로 자멸하였다.
반역의 주모자들은 목숨을 부지하려는 내부 인사들에게 반역에 반역을 당하여 트로츠키 앞에 관공처럼 목만 덩그러니 돌아오고는 했다.
뿐만 아니라 트로츠키의 입장에서는 모든 전투가 향상된 조선―원산의 국력을 확인해 보고 그를 인근의 15세기적 국가들과 비교하는 귀중한 경험들이었다.
북방에서 만주족의 준동을 상대하고, 치안을 관리하며, 해수를 때려잡다 보니 실전 경험이 쌓인 꽤 규모 있는 원산의 상비군.
그리고 그들이 조선의 군대와 연계하면서도 괜찮은 조직적 화학 작용을 일으킬 수 있도록 끊임없이 정비된 지휘 체계.
한편 조선국의 시선에서 바라보자면 원산에 결코 뒤처지지 않게 된 근대적 화약 무기 사용 능력이 눈에 들어온다.
물론 아직까지는 화기 자체의 공급이 적으니 이곳에 파견된 이들은 조선 내 소수 정예였지만 앞으로 수만의 군대가 이렇게 변모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이들을 무리 없이 해외 원정에 파견할 수 있도록 받쳐 주는 국가적 역량.
이들의 장비를 준비하고, 이들의 봉급과 군량을 마련하며, 이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생산력과 관료제가 확고히 자리 잡아 가고 있다.
그리고 그 국력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당사자 렌뇨는,
“트로츠키 동지, 주위 다이묘들의 동향이 심상치 않습니다.”
그에 대한 반응들을 수집하여 트로츠키에게 전해 주었다.
* * *
“…다이묘들의 동향이?”
“그렇습니다. 마극종에 대해서 외견상으로나마 배외적인 태도를 취하던 이들이, 몰래 밀서들을 보내옵니다.”
그리 말하며 렌뇨는 머뭇거리다, 품 안의 종잇장들을 하나씩 꺼내 보인다.
그것들을 펼쳐보던 트로츠키는 잠시간 충격에 빠진다.
“…아는 이름들이군. 에티앙블과 일본학자들이 내게 전해 주었던 그 이름들이오. 심지어 슈고(守護, 막부에서 파견한 무사 신분의 지방 행정 관리)까지 밀서를 보낸다니 놀랍군.”
“이번 난의 진압 상태를 보고 모두들 두려워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지금껏 조선이나 원산과 마극종의 관계는 간접적인 지원으로 대부분 비공식적인 것이 아니었습니까?
그런데 이리 전면으로 동맹 관계를 내세우니….”
“아, 그 점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를 나눠야 하겠소.”
트로츠키는 서신들을 다다미 바닥의 한쪽으로 내세운 채 정좌한다. 그의 눈매가 날카로워진다.
“왜, 우리가 개입해야 했던 거요?”
“…그 점에 대해선 입이 열 개라도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그렇다. 해명이 이어져야 할 시간이다.
렌뇨가 조선에서 공신으로 책록되고, 그가 원산으로 잠시 도피했던 경험이 있는 바와 별개로, 일본 내에서 마극종과 조선의 관계는 어디까지나 비공식적인 동맹 관계일 뿐이었다.
당연하다. 안 그래도 불적이라며 배척받는 것이 마극종의 현실이며 이득을 보던 영주들이 개인적이고 간접적인 방식으로 그들을 지원할 뿐 공식적으로 마극종은 일본 체제 공공의 적이다.
그런데 해외 세력과의 연관성까지 드러낸다? 그렇다면 불적에 더하여 외세 침략의 앞잡이라는 오명까지 씌워지게 될 터가 아닌가?
“특히 이번 사태가 일본 내에서 조선의 ‘내정 간섭’ 또는 더 나아가 ‘침공’으로 받아들여지게 될 시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 않소?
아무리 오닌의 난으로 일본이 분열되어 있다 한들, 이런 대대적인 ‘공격’을 맞아 저들이 일치단결하여 반(反)마극종의 기치를 들기라도 한다면?”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마극종은 살아남을 것이다.
이미 너무 많은 이들이, 너무 많은 이익을 마극종을 통해 얻었다. 마극종이 물리쳐질 수 있는 대상이 되기에는 이미 임계점을 한참이나 지났다.
그러나 해방구 건설과 같은 가시적인 활동을 다시 재개하려면 또 얼마나 오랜 세월을 기다려야 할지는 아무도 모르리라. 10년? 20년? …아니면 100년?
이번 문제가 렌뇨 개인의 판단 문제만은 아니었다.
전란이 일어나서 일본이 반으로 쪼개지는 와중에 이렇게라도 가시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더라면 마극종 또한 갈기갈기 찢어질지 어떻게 알겠는가?
다만 기존 세력의 저항감이 생각보다 훨씬 강렬했고, 마극종이 전면에 드러나자마자 공격을 감행할 만큼 뿌리 깊은 것이었다는 게 문제였을 뿐.
두 사람은 마극종과 일본 혁명의 미래를 두고 나란히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의 문제가, 전혀 의외의 장소에서, 전혀 의외의 인물에 의해 해결되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 * *
양아버지, 그리고 이세 가문의 가독께 나아가 사직을 권하는 것은, 자발적인 낙향을 권하는 것은 너무도 지난한 과정이었다.
곧 전란이 있을 터이고, 아마 야마나 소젠과 호소카와 가쓰모토 양측이 본격적으로 싸우기 전에 거치적거리는 쇼군의 친위 세력들을 치워 버릴 거라고.
당연히 그 친위 세력의 선두인 이세 가문은 가장 먼저 치워 버릴 것이니 자발적으로 낙향해야 한다고.
전란 속에서 불개입 원칙을 지키며 힘을 온존해야 한다고.
가문에 양자로 입적했다 한들, 고작해야 낭인이었던 그의 말을 믿어 준 것은 양아버지 이세 모리사다였다.
그의 말에 이세 가문은 무리하게 교토에서의 세력 기반을 청산해야 했고, 그로 인해 크나큰 손실들을 입어야 했다.
그런데 전란이 급작스럽게 꺼지는 듯 보이면? 비록 잠깐의 휴전일지라도 화평의 시늉이라도 보이면?
만일 지금 엣추에서의 사태가 양측의 갈등 봉합을 낳는다면?
그러면 이 모리토키 님의 지위란 완전히 무너지지 않겠느냐 이 말이다.
이세 모리토키, 한때 마극종 토벌의 영웅이었던 자. 그 명성 덕에 이세 가문의 일원이 된 낭인.
그는 칼끝을 걷는 심정으로 한 장의 서신을 보낸다.
“…날세. 요사이 야마나가에서의 일은 어떻게 되어 가는가? 다름이 아니라 이번 엣추에서의 ‘사소한 반란’에 관하여….”
* * *
“옳거니!”
엣추에서의 난리를 전해 들은 야마나 소젠의 첫 반응이란 그런 것이었다.
생각보다 전황이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기나이(機內, 교토 인근의 지역)에 동맹이 더 많았던 호소카와 가쓰모토가 교토로 동원해 내는 병력이 더 많았고, 심지어 얼마 전에는 쇼군을 구워삶았는지 야마나 소젠을 역적으로 선포하기에 이른다.
그런 상황에서 저들의 편에 설 것만 같았던 진보 나가노부가 중립을 선언했다?
심지어 소문만 돌던 마극종과의 동맹을 공식적으로 밝히고서 조선의 지원까지 등에 업었다?
이건 기회였다.
어쩌면 최후의 기회.
꽤나 하타케야마의 주요한 가신이었던 진보 가문이 저들의 진영에서 빠져나왔다.
그를 진압하느라 호쿠리쿠 일대에서 적들의 세력이 크게 소진된 데다, 모두가 조선의 개입에 경악하는 이때가 적기다.
전란을 빠르게 마무리하고 화목(和睦)으로 매듭지을 적기 말이다.
이번 사태를 조선의 침공으로 극화하고, 더하여 마극종 같은 침략자들의 주구(走狗)와 동맹 맺은 반역자 진보 나가노부에 대한 토벌을 선언하는 것이다.
그렇게만 되면 반역자로 몰린 자신의 열세 또한 뒤집을 수 있다.
게다가 그런 반역자를 가신으로 두었으면서도 방치했던 하타케야마 마사나가와 그 동맹 호소카와 가쓰모토에 대한 비난 여론을 조성할 수 있다!
물론 이미 불태워 놓은 각자의 저택이 있고 죽여 놓은 원수들이 있으니 전란을 아예 끝낼 수는 없다.
아마 어정쩡한 구도로 휴전이 성립되겠으나 시간을 끌면 유리한 것은 멀리서 동맹군이 상경해 올 야마나 소젠 쪽이다.
“…여봐라. 이마데가와도노(아시카가 요시미의 별명)께 보낼 사절을 준비하거라.”
“예, 알겠습니다!”
저들이 지지하는 쇼군 후계자인 요시미… 작금의 상황에서 그자부터 마음이 흔들린다면 이미 전란은 끝이 난 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그렇게 며칠에 걸쳐 편지들이 오간다.
전쟁에 대한 이야기, 화평에 대한 이야기, 반역과 외세에 대한 이야기….
마침내 그 지루한 서면 대화의 끝에 도달한 한 줄의 글.
―“이마데가와도노께서 사절의 방문을 허락하셨습니다.”
“되었다!”
시간을 버는 데 성공했다! 저들이 정신 못 차릴 때 휴전을 질질 끌고 마극종을 때려잡은 뒤 그 주축에 서서 세력을 규합하면?
지금의 불리한 정황은 금세 뒤집을 수 있다!
기쁜 마음으로 야마나 소젠은 옷을 차려입었다. 과자와 후추와 도자기와 향목 등 귀한 선물들을 꾸러미씩 챙긴 기나긴 행렬이 반쯤 폐허가 된 교토 시내를 지났다.
그리고 도착했을 때,
“야마나가의 가독께서 직접 방문하실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아닙니다. 큰 물고기를 잡으려면 어부는 낚싯대를 눈앞에 있는 듯 주시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요시미의 환대 아래 저택 내부로 들어왔을 때,
그때까지만 해도 야마나 소젠은 아무것도 몰랐다.
어떤 협잡에 대해서는.
“주, 죽어라, 반역자 요시미!”
자신의 사절단에 심어진 협잡.
얼굴도 잘 기억나지 않는 하급 무사가 갑자기 칼을 들고 달려와 요시미의 얼굴을 향해 크게 칼을 내지른다.
“크아악!”
요시미의 얼굴에 피가 쏟아진다.
그러나 상처가 얕다. 이마에서 약간의 혈류가 콧대를 타고 떨어질 뿐.
“어… 어어…?”
그러나 그 약간의 피가,
“암살 시도다! 야마나 소젠의 수하가 이마데가와도노를 공격한다!”
모든 것을 망쳐 놓았다.
“막아라!”
“제, 젠장! 가독 님을 지켜!”
요시미는 몸을 피하고, 소젠도 칼날들의 난무 속에서 급히 피신하는 데 성공한다.
화목은… 휴전은… 전세의 역전은…?
모두 끝장이다.
“으하하하! 일이 성사되었다!”
그리고 이 소식을 듣고 기쁨에 찬 함성을 내지르는 단 한 사람.
신병(身病)을 핑계로 잠시 요시미의 곁을 피해 있던, 그의 심복.
자신의 간계가 성취되었음에 더할 나위 없이 기뻐하는 남자.
이세 모리토키.
* * *
“이것이 모두 자네들 덕이니. 크나큰 보상이 자네들을 기다리고 있을 걸세.”
“감사합니다, 신쿠로(모리토키의 이명) 님!”
낭인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인적 연결망은 길고도 복잡했다. 권세를 쥐어 볼 구석을 좇아 교토를 이 잡듯이 돌아다니던 시절이었다.
야마나 소젠의 수행인 하나쯤이야 몇 다리를 걸쳐서든 선만 닿으면 꼬여 낼 수 있었다.
개중 미숙한 이를 꼬드겨서 이렇게 속삭이는 것이다.
“소젠, 그 작자가 감히 불적 무리의 이름을 빌려 엣추에서의 ‘사소한 반란’을 제 보신을 위해 이용하려 하지 않는가? 허나 기실 그자야 말로 마극종의 수하이니….”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일지라도 모리토키는 이미 교토의 독실한 불자들에게는 영웅이다.
그 ‘영웅’이 자신에게 밀명을 내린다는 사실에 취했으니,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그 멍청이는 능히 모리토키의 뜻대로 움직여 주었다.
지금은 죽었겠지. 그 난리통에서 살았을 리가.
아무튼 자신을 형님 대접하는 교토 뒷골목의 낭인들이 여전히 그를 올려다보고 있다. 대체, 무슨 일로 불러냈는지 기대감에 찬 표정이다.
이들에게 한 가지 지시 사항을 내릴 시간이다.
“이제, 이런 소문을 퍼뜨릴 생각이라네. 한번 들어 보게나.”
* * *
“교토에서 이런 소문이 돈다고 합니다.
‘엣추에서의 반란이 일어났으니 진보 나가노부가 어쩔 수 없이 마극종과 손을 잡았다. 이는 진보씨에 대한 반란이 더 큰 문제이지 외세의 개입은 부차적 문제다.’”
제자의 말에 렌뇨는 턱을 쓰다듬는다.
“흠… 호소카와 진영에서 치부를 감추려고 낸 소문인가? 모르겠군. 아무튼 호재일세.”
옆자리에 앉은 트로츠키 또한 화색을 보인다. 이렇게만 여론이 흘러가 준다면 마극종은 위기에서 빗겨 가리라.
렌뇨는 이 고마운 기회를 붙잡기 위해 명한다.
“모든 인력망을 동원해서라도 해당 소문을 퍼뜨리게! 거기에 더해 야마나 소젠이 꾸민 암살 시도를 선정적으로 꾸며 놓게! 우리에게서 여론의 관심을 돌려놓아야 하네!”
렌뇨는 아마 영원히 모르리라.
교토에서 자신의 세를 영원히 꺾어 놓았던 모리토키가, 자신의 목숨을 살렸음은.
이세 모리토키, 그는 누구도 모르는 일본 마르크스주의의 수호자였다.
공명의 갈림길 (2)
“…공산주의 세계라.”
“여기 계셨군요! 다들 걱정하였습니다! 언제 반역자들이 돌아와서 가독님의 목숨을 노릴지 모릅니다! 돌아가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