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tsky and our Joseon Royals RAW novel - chapter 9
그런데 어느 날 친한 친구가 팔을 잃어 한 푼도 못 건지고 공장에서 쫓겨나려 할 때, 누군가 다가왔다.
그는 사람을 도구처럼 쓰고 버려선 안 된다고 말했다.
공장에 가끔 얼굴이나 비추는 양복쟁이들보다 일하는 자들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힘을 모으면 친구에게 퇴직금을 안겨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노조를 만들었고, 이겼다. 친구는 지폐를 한 무더기 안고 모두의 헹가래를 받으며 공장을 나왔고, 공장에 남은 사람들은 임금을 쥐꼬리만큼이나마 올릴 수 있었다. 얼마 안가 깡패들이 노조원들을 두들겨 패기 전까지는 공장엔 웃음꽃이 피어 있었다.
피에르는 계속 이기고 싶었다. 이웃들의 집 벽이 멀쩡한 벽돌담으로 바뀌고, 가족들이 제대로 된 식사를 하게 되고, 자기 동생들이 학교에 갈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이기고 싶었다.
그래서 공산당에 입당했고, 지금 이곳에 서 있었다.
노동자의 손아귀 아래 세계가 벌벌 떨리라는 어느 연사의 연설을 들었을 때까지만 해도 이 순간을 상상하지 못했다.
피에르. 피에르의 검지 손가락. 그 손가락이 움직인 다르느 기관총의 방아쇠. 비산하는 수백의 총알.
그리고 사라지는 수백의 목숨.
지금, 세계는 몰라도 피에르는 확실히 벌벌 떨고 있었다. 종잇장보다 가볍게 날아가는 목숨들의 덧없음에.
지금 피에르는 수백의 인생에 마침표를 찍었다. 수백 명의 생살여탈권을 쥐었다. 여기 있는 그 누구보다도 중요한 사람이다.
그 압박감에 피에르는 정신을 잃고 스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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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의 보고들은 모두 같은 사실만을 전하고 있었다.
적군 사상자: 셀 수 없음.
아군 사상자: 셀 필요 없음.
한 방울의 피도 흘리지 않고 강물처럼 넘치는 핏물을 거두었다.
처음 전장에 나와 기관총을 쥔 어린 병사들은 까무러치거나 덜덜 떨면서 말을 잃었다.
그건 당연한 결과다. 그들이 인마(人馬)가 검붉은 덩어리로 뒤엉킨 잔인한 광경을 보고 제정신을 유지하기는 힘들었으리라.
문제는, 전과 그 자체.
“아니··· 치안유지 수준의 무장만 갖추고 온 것 아닐까요? 단순히 제압을 위해서···.”
“관료를 살해한 무력집단을 보고서 말입니까? 제대로 된 총 한 발 없이?”
“맞습니다. 중세 박물관에 들어갈 구식이기는 해도 핸드캐논을 소지했고, 병력 대부분이 기마병이니 그렇게만 보기도 어렵습니다. 또, 단순 제압 목적이었다면 사절은 왜 죽였단 말입니까?”
이 기묘한 대승에 모두가 혼란에 빠져버렸다. 어떤 가설로도 감히 설명하기 어려웠다. 수많은 추측들이 나왔다가 덧없이 기각되었다.
셜록 홈즈가 말했던가.
“그렇다면···이걸 한번 보도록 합시다.”
불가능한 모든 가능성을 제거한다면, 아무리 말이 안 되더라도 남는 것이 진실이라고.
“여기, 중국의 문어체로 쓰인 서신을 보면.”
미국 공산당의 메리먼이 지난번에 발견한 문건을 다시금 꺼내 왔다. 그들의 방문이 도적떼의 침입으로 둔갑해 있는, 김밀이 죽기 전날에 쓴 글이다.
“옛 중국의 역법에 따라 연도가 표시되어 있는데, 해독해보면 ‘검은 원숭이의 해(임신년)’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올해는 1936년, 이 역법으로는 ‘붉은 쥐의 해(병자년)’입니다.”
잠시동안, 회의장의 모두 그 의미를 깨닫지 못하고 멀뚱히 메리먼과 낯선 동양문자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러다 점차 각자 머릿속의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하자···.
“이건 말도 안 되오!”
“무···무슨 싸구려 소설집에나 나올 법한 이야길!”
“하···하지만···.”
마지막 말은 트로츠키의 것이었다.
“우린 이미, 지중해에서 조선으로 뛰어넘어 오지 않았나?”
시간을 움직인 게 이상할 건 또 뭐란 말인가?
그 지적에 다들 할 말을 잃었다. 더 말을 덧붙였다간 마치 자기 혼자 이상한 시간으로 떨어져버릴 것 같은 두려움에 빠진 듯했다.
“그, 그 서신이 이상할지도 모르잖소.”
“이미 포로들의 품에서 나온 문서들과 비교, 대조해 보았소. 결과는 모두 일치하오. ‘임신년’”
임신년. 메리먼이 그 낯선 이국의 단어를 발음하자 다들 지각해버렸다.
완전히 낯선 시대로, 완전히 다른 세계로 떨어져나와 버렸다.
“그렇다면···그, 임신년이란 게 대체 언제요?”
“일본학 전공자의 말에 따르면, 이 중국의 역법은 60년을 주기로 반복된다는군요. 적들은 화약무기를 지녔으니, 추정되기로는 이 연도 중 하나입니다. 1932년···이건 현대와 너무 가까우니 빼고···.
1872년, 1812년, 1752년, 1692년, 1632년, 1572년, 1512년, 1452년, 1392년.”
14세기 말부터, 19세기 말까지. 거의 500년에 육박하는 시간의 범위.
회의 참석자들은 그 상상을 초월하는 광대함에 빠져 허우적댔다. 대체 어떻게 대책을 수립할지, 집으로 돌아갈 수는 없을지에 대한 무익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그러나 다들 어느때보다도 격렬하게 논쟁했다.
입이라도 놀리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만 같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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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그 얘기 들었나?”
“그런 헛소리가 진짜일리가 없지 않겠나!”
“내가 서기 일 맡는 친구한테 물어봤는데, 이미 수뇌부 측은 다 확인했다고 하던데. 공표할 일정까지 고르고 있다더군.”
“그래, 애초부터 말이 안 되는 일일세. 스페인에서 일본으로 이동한다니!”
“이건···다 거짓말이야···. 전부···거짓말···.”
충격적인 소식은 발표되기도 전에 알음알음 퍼져 나가고 있었다.
어쩔 수 없는 면도 있었다. 많은 이들이 적군과 대면했고, 적의 무장과 장비를 살펴볼 여지가 많았다. 지휘관의 그 기묘한 갑옷과 일반병들의 초라한 모습을 보고도 그들이 근대 일본의 군대라고 생각하기 어려웠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인사들은 다소 어처구니없는 현 상황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있었지만 예외도 있었다.
“자네들까지···저 헛소리를 믿는 건 아닐 거라 믿네···. 다들···정신이 어떻게 된 건가?”
“오히려 심적으로 흔들리는 건 자네일세. 심정은 이해한다만···.”
“이해는 무슨 좆 까라 그러게! 자넨 가족들이 다 함께 왔지! 난 부모형제도 없이 홀몸으로 왔는데! 그런 걸 믿으라고?”
두고 온 것들이 많은 이들은 가족, 친구, 고향을 떠올리며 애써 현실을 부정했다. 그러나 다들 이미 알고 있었다.
“리 선생님, 선생님도 저 환자가 든 무기 보셨죠?”
“아, 미스 스토우···아마도 그 소식이 사실인 것 같습니다.”
적 포로들을 치료하고 보호 중인 의사, 간호사, 보초병들.
“내가 일본이랑 조선에 여행 온 적이 있었는데. 아무리 봐도 이건 그때 본 원산항이 아냐!”
“정말 소문이 맞다면 그 의문도 해소되지 않겠나!”
몇몇 지식인들을 비롯한 비전투인력들까지도.
막다른 쪽을 향해 걸으면 언젠가 벽을 마주하게 되듯, 다들 각자의 방식으로 진실에 닿아갔다.
그리고 결국에는,
[여러분, 스페인의 민주주의라는 대의를 좇아 이 낯선 땅에까지 오게 된 여러분.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조차 어렵습니다만···]선내 방송이 울리고,
[우리는···아마 중세 또는 근세 코리아에 도착하게 된 것 같습니다.]모든 것이 공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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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사태를 공표한 이후에도, 의외로 커다란 일탈이나 무질서는 없었다.
비록 자원자들 개개인의 심리적 동요는 있었을지 몰라도 트로츠키가 우려한 대규모 항명이나 반란 같은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는 반쯤은 트로츠키가 제안한 군제 재편 덕이기도 했다.
군제 재편이라고 뭉뚱그리기는 했지만, 그 안에는 비전투인력들까지 포함해 자원자들 간의 문제, 자원자와 현지인들 간의 문제를 어떻게 예방하고 처리할지에 대한 방책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그를 위해서 조직 체계와 책임 소재를 간명하게 만들었고.
가령,
“우리 프랑스어권 자원자 소비에트(평의회)에서는 앞으로의 생활과 이 땅에서의 정착에 대해 투표를 시행하고자 합니다. 우선 배 바깥으로 나가는 건에 대하여···.”
“오늘 11시 35분, 독일어권 소비에트는 현지인들과의 마찰을 피해 무주지에 정착촌을 세울 것을 결의하겠습니다. 이의를 제기하실 분은 24시간 이내에 의제 신청과 15인 이상의 서명을···”
“이탈리아어권 지도부는 이미 독일어권 정착촌과 우물을 함께 팔 것을 결의했으며 이에 따라 인력 차출을 위한 제비뽑기를 진행하겠습니다. 첫 번째 당첨자는, 알베르토 그레코!”
이런 저런 생활 문제를 처리하고,
“미하우 비에드론과 로베르트 하람사. 두 사람은 배식 시간 동안 몸싸움을 벌였으니 폴란드어권 임시 법정은 전체 지도부 회의와의 협의 결과 두 사람에게 독일어권 거주지에서의 우물 건설에 사흘간 종사하는 처벌을 내리겠소.”
사소한 일탈을 제어하며,
“지도부 회의는 프랑스어권 정착촌과 미국인 정착촌 사이의 경계를 이 개울로 정하기를 제안합니다. 양측 모두 이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주십시오.”
“프랑스어권 대변자로서 지도부 회의의 제안을 승낙하겠습니다.”
“미국에서도 중재안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소.”
집단간 갈등을 중재했다.
이런 일처리 방식이 모두, 이 지역에서 장기적으로 생존을 이어가기 위한 토대가 될 것이다.
문제는 가끔 미친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우리는 스페인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뭐라고 하셨소?”
“우리는 이 땅에 있을 사람들이 아닙니다. 하루 빨리 선박들을 수리하고 다시금 항해를 시작해야 합니다!”
“맞습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일단, 당연하지만 RMS 켈틱 1호, 2호, 그리고 RMS 게르마닉 호는 증기선이다.
웬만하면 일주일, 못해도 열흘에서 2주에 한 번씩은 석탄을 다시 실어 연료를 채워줘야 한다는 뜻이다. 왜 산업혁명기 영국이 세계 곳곳에 해군기지와 저탄소를 마련하려 했겠는가?
그뿐만이 아니다. 수에즈 운하도 없을지 모를 이 시절, 희망봉을 돌아 스페인까지 향한다면 족히 수 주, 아니 수 개월은 걸릴 것은 명약관화. 그럼 그동안의 식량은 어떡할 것인가?
그러나 이런 합리적인 질문은 비합리적인 인간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석탄 산지는 대강 알고들 있을 테니 중간중간에 캐 가면 됩니다! 식량도 또한 어떻게든 현지 징발이 가능할 것입니다!”
먼 미래, 일본제국의 어느 초식동물 장군이 들었더라면 눈물을 흘리며 양인들에게도 야마토 정신이 있었냐며 감읍할 것이다.
“아니···그···애초에 막말로 지금 스페인이 레콩키스타 중일지, 아니면 중남미에서 금은보화를 끌어 모으는 식민제국일지, 나폴레옹에게 굴욕을 당하고 있을지 아무도 모르는 것 아닙니까? 우리가 대관절 왜 필요하겠습니까?”
“왜···왜냐하면···우리는 스페인으로 가야하니까···.”
그렇다. 이것도 현실도피의 한 형태다. 문제는 이런 현실도피자들이 꽤나 많다는 것.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원래의 행선지와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으로 순간이동을 했단다. 그런데 사실 과거로 시간여행을 했단다. 그래서 집으로 영원히 못 돌아가고 이곳에서 평생 살아야 할지도 모른단다.
이 소식을 듣고 정신이 나가는 대신 헛소리라도 하는 데서 그친 게 다행일지도 모른다.
당연하게도 이런 주장들은 회의에서든 투표에서든 손쉽게 물리쳐졌지만 여전히 세를 유지하면서 일반병사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었다. 언젠가는, 문제를 일으킬지도 모른다.
그 생각에 트로츠키는 살살 아파오는 이마를 지긋이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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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색목인이라던가? 저 치들이 온 뒤로 좀···낫구만.”
며칠 새 얼굴에 살이 좀 붙은 농부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하고 있다. 분위기만 보면 담배 타임 같지만, 이 땅에 담배가 들어오려면 100년은 더 이르다.
“그렇지. 좀 낫지.”
‘좀 낫다.’ 이 말 안에 얼마나 안도감, 얼떨떨함, 당혹감 등 얼마나 많은 감정이 담겨있는지 다들 짐작하고 있었다.
“왜구는 아닌 것 같지, 아마?”
“음, 왜구는 절대 아닐세. 우리 조부께서도 전조(前朝)에 왜구들이 크게 떼로 오는 걸 직접 보셨는데. 그 놈들은 뵈는 건 죽이고 태우지, 눌러앉아 한가롭게 농사나 짓지는 않는다더군.”
“지난번에는 석돌이네 지붕 이는 것도, 박씨 할머니네 땔감 베어오는 것도 도와주지 않았던가.”
바로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종자로 쓸 곡식까지 굶주림에 못 이겨 다 먹어버리고 나서는 얼마나 눈앞이 깜깜했던가.
이번 겨울까지는 나무껍질을 캐 먹어서든 해서 어떻게 나더라도, 그 다음해 뿌릴 씨가 없고 밭이 놀기만 한다면 무슨 수를 써서 살아나겠는가?
먹을 것이 없어서 이듬해 종자까지 먹고. 종자가 없어서 먹을 것이 없고. 그렇게 이어지기를 몇 년이었다. 근근이 살아오며 몇몇은 떠돌이 신세가 되어 마을을 벗어나고, 몇몇은 세상을 영영 떠나고 한 것이 몇 해나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던 것이 난데없이 들어온 왜구(?)들 덕에 다 굶어 죽어가던 이들이 간만에 배를 불렸다. 게다가 쌀, 밀과 갖은 곡식 종자를 받아 다음해 농사를 대비할 수 있게 되었고.
그 중에서도 ‘포테토’인지 뭔지 하는 것은 저들이 주면서 농사짓는 법도 가르쳐주었다. 돌멩이처럼 생긴 것이 의외로 맛도 대강 괜찮고 요리하거나 재배해 먹기도 편해, 벌써 사람들의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의원님들이야 뭐 사람 여럿 살렸으니 거진 산신령이나 다름없는 취급을 받고 있었고.
이 때문에 소문을 듣고 쪽박만 차고 이 지역을 떴던 이들이나, 근처 유랑민들도 하나 둘씩 모여 원산이 점차 붐벼 나가게 되었다.
색목인들도 대거 옮겨와 벌써 근처에 마을들을 이루고 있기도 했으니 한적한 어촌의 사람들은 난생처음으로 ‘바글바글하다’라는 말의 의미를 실감하고 있었다.
그렇게 괜스레 외지인이 늘어나는 점은 주민들 입장에서 곱게만 뵈지 않았지만, 애초에 노는 땅도 많았고 선주민들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도록 자원자들이 신경 쓴 덕에 큰 일이 벌어진 적은 없었다.
물론 나랏님들이 동병을 하였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다들 혼비백산했지만은···. 근처를 오가다 그 광경을 본 이들이 얘기하지 않았던가?
관군이 가루처럼 흩어져 죽었다고.
한동안 그 뒤로 모두들 바짝 떨었지만 정작 별일 없었던 듯 시간이 흐르자 원산현민들은 그냥 그 싸움에 대해 싹 잊어버리기로 하였다.
“저···기···말입···니요?”
얘기를 하던 중,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그 ‘색목인’ 중 하나가 걸어오고 있다. 처음에 왜말을 쓰며 대화를 시도하던 이들이었다. 왜말과 조선말이 비슷해서인지 다른 색목인들보다야 훨씬 빠르게 조선사람들과 소통이 가능해지고 있었다.
“다음···지붕···고치기눈···호석 씨···집으로···괜찮습까?”
“아, 좋소! 좋소! 대신 그쪽 우물 터잡는 것도 도와주겠소.”
자원자들은 원산 선주민들의 집을 수리하고, 농사일을 도우며, 이전처럼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우호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갖은 수를 쓰고 있었다.
원산의 선주민들과 어떻게든 소통을 시도하면서 상호간 협력도를 높여야 한다.
이곳에서 영원히 머무르게 될 수도 있다면 말이다.
그렇게 다음 집 수리에 관해 더듬더듬 이야기를 이어나가던 중. 누군가가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근데 저기 박씨 할머니 텃밭에서 색목인들이 떼 지어서 무얼 하나? 자네들 지난번에 박씨 할머니네 뗄감은 다 챙겨주지 않았나?”
“예? 뭐 말입···이런 Merde(젠장)!”
“어···어? 저 양반들 남의 텃밭에서 왜 쌈박질을···이 보오! 멈추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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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한대로, 생활 문제를 해결하고 일탈과 갈등을 제어하는 것이 지난 조직 개편의 성과였다면.
반대로 그 조직 개편에 속하지 못했던 이들은 문제와 일탈과 갈등을 일으킬 수밖에.
“···마이클 오리오던, 그리고 조크 해스턴 등 15인의 폭력사태에 대한 임시재판을 선언합니다.”
‘영국, 또 너야?’
트로츠키에게 쉴 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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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정리 (4)
“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 모두 정숙해 주십시오.”
올리버 로가 한숨을 내쉬며 이야기하자 시끄럽던 장안이 겨우 조용해졌다.
재판장··· 즉 김밀의 저택 마당에는 세 무리의 사람이 모여 있었다.
첫째로, 당연히 배심원과 진행자들. 즉 각국 지도자 회의의 멤버들이 마루 쪽에 서 있었다.
그 다음으로, 분쟁에 참여했거나 아니면 그들을 옹호하고자 하는 영국인들이 마당 왼편에 있었고.
마찬가지로 아일랜드인들이 마당 오른편에 무리 지어 있다.
“둘 사이의 발언 순서는 동전던지기로 정합니다. 그림이 나오면 아일랜드 측이 선, 숫자 면이 나오면 영국 측이 선. 이의 있습니까?”
미국 측 대표로서 같은 영어권이라는 이유로 재판장을 떠맡은 로는 정말 귀찮음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무슨 발언 순서 같은 사소한 것도 선후를 가지고 싸울까 봐 동전던지기를 해야 하는지···.
그 뒤로 이어지는 영국 측과 아일랜드 측의 갑론을박에도 로는 귀찮은 듯이 발언수위 정도만 조절하고 있었다. 뭐, 어차피 판결은 배심원들이 내릴 것이고···.
그러다 영국 측 변호인 로버트 ‘밥’ 에드워즈가 의기양양하게 입을 열었다.
“저희는 이 건이 지난 조직 개편에서 아일랜드인들이 영어권 회의를 사보타주한 사건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맞습니다! 민족주의를 타파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