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o heirs RAW novel - Chapter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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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비 전하.”
이제는 형의 부인이 된, 어릴 적부터 친하게 지냈던 먼 친척 누이인 레티시아가 하운을 보고 있었다. 예전과 다를 바 없이 기척을 숨기는 것에는 여전히 능숙한 모양이었다. 하운은 자리에서 일어나 예를 갖추고 인사를 했다. 레티시아는 그런 하운의 인사를 받으며 물었다.
“오는 길에 대신들이 대공을 걱정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몸은 괜찮습니까?”
어떤 말이 그녀에게 들어갔는지 알 것 같았다.
하운이 왕궁으로 돌아오자 서류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모두가 귀환 준비를 하고 있는 북부 전선의 처리에 대한 서류였다. 수백 장을 읽고 서명을 하는 도중에 몇 번이나 한숨을 내쉬었는지 모른다.
“괜찮습니다.”
“그렇다면 문제가 있는 것은 머리겠군요.”
레티시아는 그렇게 말하며 하운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콕 눌렀다.
“호슨 공작의 저택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러시겠지요.”
왕비가 되기 전 특수 부서에서 일하던 레티시아다. 그녀의 전문 분야는 잠입과 정보의 수집이었다. 또한 레티시아는 왕비가 되고 나서도 자신의 일을 꾸준히 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저택 안에서의 일도 어떻게든 알아냈을 것이다.
하운이 조용히 있자 레티시아는 그에게 말했다.
“결혼하세요, 리엘라 테니어와.”
“쿨럭!”
갑자기 나온 리엘라의 이름에 하운이 놀라 쿨럭거리며 레티시아를 바라보았다.
“갑자기 무슨 말씀이십니까? 제가 왜 그 여자와!”
“좋은 아가씨입니다. 신분은 낮으나 갖고 있는 것이 많지요. 그녀가 갖고 있는 호슨의 재산이 혹시라도 외국으로 빠져나갈 경우 곤란해질 일이 많습니다. 특히나 보석들이 제일 문제입니다. 그녀와 결혼해서 대공이 그것들을 함께 관리하면 카르디아 밖으로 나갈 일은 없겠지요.”
“…….”
레티시아의 말에 하운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레티시아의 말대로 호슨 공작의 재산이 국외로 나갈 가능성이 있긴 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신분이 낮은. 그것이 레티시아에게는 더욱 중요할 것이었다.
하운이 제가 사교계에 나가지 않는 이유를 떠올렸다.
오래전 한번 별생각 없이 이야기를 나누었던 영애가 있었다. 평소라면 짧은 대답으로 대화를 끝냈겠지만 그 영애는 보석술사였고 하운은 선배 된 도리로서 그녀에게 조언을 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잊고 있었다. 하지만 잊은 것은 하운뿐이었다.
단지 대화를 한 번 나눈 것뿐이었는데 어느새 그녀와 하운은 깊은 관계가 되어 있었으며 그녀의 아버지는 여러 파티에서 술에 취할 때마다 위험한 소리를 하고 다녔다.
아직 국왕 부부는 아이가 없다. 만약 하운이 자신의 딸과 결혼을 해서 자식을 낳는다면. 하운의 계승권은 소멸되었지만 그의 자식까지는 아니지 않는가. 그렇다면 무슨 일이 있을 경우 제 손자가….
그 후로 하운은 그 어떤 파티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북부 전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일정 이상의 신분을 가진 보석술사와는 되도록 팀을 꾸리지 않았으며 할 수 있다면 언제나 혼자서 움직였다.
“레이디라는 호칭을 허가했지만 리엘라 양은 여전히 평민이지요. 그리고 아시다시피 왕실의 법은….”
“평민과의 결혼에서 태어난 자식에게 계승권을 허가하지 않습니다.”
“그겁니다.”
레티시아는 그렇게 말하고 하운의 이마에 잘했다는 듯 입을 맞추었다. 왕비는 왕의 안전한 미래를 위해 하운에게서 왕위 계승권을 완전히 빼앗고 싶은 것이었다.
“두 사람 뭐해?”
그때 국왕이 대기실로 들어오더니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볼멘소리를 내었다. 그러더니 왕비의 곁으로 다가와 제 얼굴을 들이댔다.
“난 여기에 해 줘.”
“얼마든지.”
왕의 얼굴을 돌려 잡고 진하게 입을 맞추는 레티시아의 모습에 하운은 얼굴을 쓸어내리며 일어섰다. 이 부부의 사이는 여전히 좋은 모양이었다. 동생이 보고 있든 말든 기어이 입맞춤을 받아 낸 국왕은 제 아내를 끌어안으며 물었다.
“무슨 이야기 하고 있었어?”
“별거 아니에요. 그보다 일은 다 끝났나요?”
“응, 오늘은 이만 돌아가도 될 것 같아. 아, 맞다!”
국왕은 기억났다는 듯이 하운을 바라보았다.
“아까 재무대신이 널 찾는 것 같던데 무슨 일 있었어?”
“하운 대공님 여기 계십니까!”
왕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노크도 없이 재무대신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의 무례를 탓하려던 국왕과 왕비는 하얗게 질려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재무대신의 얼굴에 일단 무슨 일인지 들어보자는 마음이 되었다. 하운이 재무대신에게 물었다.
“무슨 일인가?”
“혹시 서명하신 서류 중에 호슨 공작의 보석의 방에 대한 것이 있었습니까?”
하운은 자신이 서명했던 서류들을 떠올려 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기억을 되짚어 봐도 호슨 공작과 관련된 것은 없었다.
“없었네. 무슨 일이지?”
하운의 대답에 재무대신은 얼굴이 새파래졌다. 그는 더듬거리며 말했다.
“제 딸이, 그러니까 카밀라 레드버리가… 대공님의 명령을 받았다며… 보석의 방을 열겠다고 호슨 공작님의 저택으로 갔….”
거기까지 들은 하운은 곧바로 대기실의 문을 박차고 뛰쳐나왔다.
‘보석의 방을 열겠다고?’
당장 호슨 공작의 저택으로 가야 했다. 리엘라가 위험했다. 아니, 그곳에 있는 모두가 위험해질 것이다.
***
리엘라는 저택을 향해 달려갔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쫓아내고 말겠어!’
도대체 그 사람은 어디까지 무례해질 생각인 걸까. 첫날 느꼈던 공포는 이미 리엘라의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상속 받은 다음 한 번도 공작의 돈과 권세를 사용해 본 적은 없었지만 하운 대공을 막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해야 할 것 같았다.
리엘라가 현관을 들어서자 1층 로비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당장 안내하도록 해!”
“응?”
하운 대공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쩌렁쩌렁 울리고 있는 목소리는 높고 날카로운 여자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리엘라가 알고 있는 목소리였다.
“곤란합니다, 카밀라 아가씨!”
집사가 필사적으로 막아서고 있는 것은 리엘라가 저택에 왔던 첫날 만났던 카밀라였다. 네아와 싸운 다음에 정원에 내동댕이쳐진 이후로 볼 수 없었던 사람.
저택을 드나들게 되고 나서 네아에게 카밀라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카밀라 레드버리. 스무 살. 실력도 좋은 편이고 그녀의 아버지가 재무대신인 탓에 가문의 힘 있는 보석들을 넘겨받아 더욱 강한 보석술사가 되었다고 했었다.
‘그리고 보석을 노리는 보석술사.’
상속을 받기로 한 다음, 리엘라는 변호사들과 네아에게 보석의 방을 안내 받았다. 방이라고 불리지만 사실상 저택의 별채에 가까운 곳이었다. 하지만 그날, 볼 수 있었던 것은 보석의 방의 입구뿐이었다.
변호사들은 상속자인 리엘라와, 그녀가 지정한 보석술사가 그곳에 들어가서 어떤 보석들이 있는지 감정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 말에 리엘라는 곧바로 네아와 함께 들어가겠다고 했었다.
그 말에 변호사들도 네아도 곤란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가씨. 저는 사정이 있어서 이제 허가가 없는 한 이 저택을 지키는 문스톤과 치료의 보석 외에는 다른 보석을 사용할 수 없어요. 그리고 저 보석의 방은….”
힘없이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 네아가 말했었다.
“제가 감당할 수 없어요.”
그때 보았던 네아의 모습을 떠올리며 리엘라는 카밀라에게 다가갔다.
처음 만났을 때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자신이 보석술사라는 것을 모두에게 알리고 싶은 듯이 귀걸이 목걸이 그리고 팔찌와 손가락마다 반지를 끼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리엘라는 눈이 부셔 잠시 눈을 깜빡거렸다.
“무슨 일이신가요, 카밀라 님.”
리엘라가 나타나자 카밀라는 집사의 손을 뿌리치더니 들고 있던 종이를 리엘라의 앞에 내밀었다.
“드디어 말을 좀 들어 먹을 사람이 왔군.”
카밀라는 아랫사람을 부리는 듯한 눈빛으로 리엘라를 보았다.
“너, 어서 날 보석의 방으로 안내해.”
“네?”
리엘라는 카밀라의 당당한 태도가 이해되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권리로 이리도 당당하게 안내하라 말을 하는 걸까.
“카밀라 영애께서는 그곳에 접근할 권리가 없습니다.”
“있어! 똑바로 봐!”
그럴 리가.
리엘라는 상속을 받기로 한 이후, 변호사들에게 매일 설명을 들었다. 전부 유언장의 내용과 그에 관한 법에 관련된 것들이었다. 그중에서 변호사들은 보석의 방에 대해서는 며칠 동안 더욱 힘을 주어서 설명을 했다.
쏟아지는 많은 설명 중에서 리엘라가 확실하게 인지한 사실이 있었다.
보석의 방은 자신 또는 자신의 지명을 받은 보석술사가 아니면 들어갈 수 없다. 그 외에 보석의 방에 접근할 권한을 갖는 사람이라면 왕이 보낸 감사관 정도였다. 그리고 보석의 방이 열릴 때는 언제나 리엘라가 동행해야 했고.
카밀라가 내민 종이를 받아 든 리엘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녀가 리엘라에게 내민 것은 임명장이었다. 카밀라를 하운 대공의 대리인으로 임명한다는 임명장. 리엘라가 다 읽은 것을 본 카밀라는 임명장을 빼앗듯이 가져가 제 품에 넣었다.
“하운 대공님의 대리인으로 지금부터 보석의 방을 열 것이니 어서 안내하도록.”
“안 됩니다. 카밀라 아가씨의 능력으로는 위험합니다.”
대화 사이에 끼어든 것은 네아였다. 건방지다고 말할 줄 알았는데 카밀라는 진지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각오하고 온 거야.”
그렇게 대답하는 카밀라의 얼굴에는 결연한 빛이 스쳤다. 그런 카밀라의 표정에 리엘라는 의아함을 느꼈다.
카밀라에 대해서 말을 들었을 때는 그저 욕심에 눈이 멀어 보석의 방을 노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얼굴에서 그런 욕심은 보이지 않았다.
상속을 받고 나서 저택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리엘라를 찾아왔었다. 만나고 싶다고 하는 사람들의 목적은 대부분 뻔했다. 리엘라가 받은 유산에서 자신의 몫이 있다고 주장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모두 변호사들이 상대했기에 리엘라는 직접 만나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가끔 슬쩍 문틈 사이로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 볼 수는 있었다. 남자건 여자건. 나이가 많건 적건. 소리를 치건 조용조용히 말하건. 그들의 말속에서는 억울함과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제 것을 빼앗겼다는 억울함. 그러니 그것을 다시 되찾고 말겠다는 분노.
하지만 카밀라에게는 어느 쪽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에게는 오직 절박함만이 느껴질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