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024
1025화
[오늘 첫눈이 내렸습니다. 미끄러운 눈길 안전운전하시기 바랍니다.]첫눈이 왔다는 뉴스를 보던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첫 방영 날 눈 오고 좋네.”
“그러게. 아가씨가 눈 오면 분위기 좋을 거라고 했는데.”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나저나…….”
강진은 식탁 옆에 세워져 있는 꽃 피어나다 책을 집었다.
“정말 드라마로 나오네.”
“그러게 말이다.”
이야기를 나누던 강진이 시간을 보았다.
“얼마 안 남았다.”
“혜원이 긴장되겠어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TV를 보다가 가게 안에 있는 귀신들을 보았다.
가게 안에는 여러 귀신들이 모여 있었다. 처녀 귀신들과 허연욱, 최호철, 그리고 장대방 등등이 와 있던 것이다.
오늘 드라마를 같이 보려고 강진이 조금 일찍 귀신들을 불러 모았다.
“선생님은 요즘도 병원에 계시죠?”
강진의 물음에 허연욱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야 늘 그렇지요.”
“요즘 자주 안 오셔서 어디 멀리 가셨나 했어요.”
“죄송합니다. 앞으로 자주 오겠습니다.”
“자주는 말고요. 가끔 오다가…… 좋은 날에 가셔야죠.”
자주 오다 보면 오래 오게 될 수 있으니 말이다.
“감사합니다.”
허연욱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진이 웃으며 그를 보았다.
‘그러고 보면 허 선생님한테 참 도움을 많이 받았어.’
식당 초반에 허연욱이 마사지도 해주고 침도 놔주고 해서 조금은 덜 피곤하게 일을 했었던 강진이었다.
그리고 여러 조언과 좋은 이야기를 해 준 것도 있었고 말이다.
허연욱을 보던 강진이 고개를 돌려 최호철을 보았다.
“형 덕에 광현 형 실적 잘 나온다고 하던데요.”
“내 도움이라기보다는 나쁜 놈들 잡겠다고 귀신 돼서도 열심히 탐문 조사하는 경찰 귀신들 덕이지.”
“그래도 형 도움이 없는 건 아니잖아요.”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최호철이 각 지역을 다니면서 만난 귀신 경찰들을 최광현에게 연결해 줘서 범인을 많이 잡았으니 말이다.
“아, 광현이 연애한다.”
“연애요?”
“이번에 경찰서에 새로 온 여경이 있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연애를 하게 됐어.”
“잘 됐네요.”
“잘 된 거지. 광현이 그 녀석도 나이가 있으니 여자 만나야지.”
“연애를 하면서 나한테는 이야기도 안 한 거네요.”
강진이 한마디 해야겠다며 말을 하자, 최호철이 웃었다.
“너 연애 안 하는데 말하기 어렵겠지. 그리고 너는 우리하고 가까이 있어서 연애 안 하는 것도 있잖아.”
“에이! 그렇지 않아요. 무슨 그런 생각을 하세요.”
신경 쓰지 말라고 말을 했지만, 사실 그런 이유도 있었다. 연애를 하면 숨겨야 할 것이 많으니 말이다.
숨기기 싫다고 해서 귀신 본다고 말했다간 상대가 떠나갈 확률이 높았다.
물론 여자를 만날 시간 자체도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점심 준비하고, 좀 쉬었다가 곧장 저녁 장사 준비를 해야 했다. 주말에는 봉사를 하러 다니고 말이다.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너무 저승식당에 묶여서 살지 마라.”
“알았어요.”
웃으며 대답한 강진이 장대방을 보았다.
“크리스마스에 불러 줄 테니까 그때는 집에서 보내.”
“고맙습니다.”
장대방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이 녀석도 어서 승천해야 할 텐데.’
장대방은 승천을 할 기회가 몇 번 있었다. 그런데 묘하게 승천을 못 하고 있었다.
이러다가는 강진이 부르지 않아도 혼자서 서울까지 올라올 정도로 묵은 귀신이 될 것 같았다.
장대방과 이야기를 나누던 강진이 가게를 둘러볼 때, 문이 흔들렸다.
띠링! 띠링!
닫혀 있는 문이 흔들리는 것에 강진이 의아한 듯 보고 있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진아, 형이다.”
익숙한 목소리에 강진이 웃으며 문을 열었다.
띠링!
문이 열리자 황민성이 강상식과 함께 안으로 들어왔다.
“어떻게 두 분이 오세요? 집에서 보시는 거 아니었어요?”
오늘 첫 방영이라 집에서 가족들과 드라마를 볼 줄 알았는데 이곳에 온 것이다.
황민성은 뒤에서 자신을 따라 들어오는 김소희를 슬쩍 보고는 말했다.
“드라마는 이야기하면서 봐야 재밌는데, 아가씨 우리 집에서 보면 혼자 보셔야 하잖아. 그래서 여기로 왔어.”
“나는 형이 오라고 해서 왔지.”
“잘 하셨어요.”
두 사람의 말에 웃으며 답한 강진이 김소희에게 고개를 숙였다.
“오늘 드디어 방송입니다.”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작품이니 많이들 봐야 할 텐테…….”
말을 하며 김소희가 자신을 보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이미 제가 아는 사람들한테는 모두 보라고 했습니다.”
강진의 답이 마음에 드는 듯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지. 좋은 이야기는 많이 보면 좋으니까. 나도 내 주위 아는 이들에게 모두 알리라 했으니 많이들 볼 것이네.”
“아는 이들이면 저승식당 사장님들요?”
“그이들도 있고, 나를 모시는 무당과 스님들에게도 다 말을 했지. 좋은 작품이니 많이들 보라고.”
“무당요?”
“요즘 가짜 무당이 많기는 하지만 여전히 신과 소통하는 진짜 무당은 있지. 손님들에게 이 드라마 자주 보면 건강에 좋다 했으니 많이들 보겠지.”
“드라마를 보는데 건강에 좋습니까?”
허연욱이 의아한 듯 슬며시 물었다.
의사인 그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드라마 제목을 소희 아가씨가 친필로 쓰셨거든요. 무신의 가호가 담겨 있어서 글을 자주 보고 하면 건강에 도움이 된대요.”
“아!”
허연욱이 고개를 끄덕였다. 살아 있는 상태라면 그게 말이 되나 싶겠지만, 귀신인 상태로 김소희를 알다 보니 이해가 된 것이다.
“병원에서 틀어주면 좋겠습니다.”
“그것도 좋겠네요.”
대답하며 강진이 자리를 가리키자, 김소희가 그곳에 앉았다.
강진은 자리에 앉은 그녀의 앞에 조각 케이크와 음료를 가져다 놓았다.
“제가 직접 만든 겁니다.”
“이런 것도 만들 줄 아나?”
김소희의 물음에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용수가 요즘 제과 제빵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제과와 제빵이라…….”
김소희의 중얼거림에 배용수가 말했다.
“한식 요리사라도 다른 쪽 요리를 조금씩이라도 할 줄 알면 도움이 됩니다.”
“그렇군. 잘 먹겠네.”
포크로 조각 케이크를 자르던 김소희가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불투명한 포크에 진짜 케이크가 들린 것이다.
“저승 식재로 만들었군.”
“케이크는 귀신분들이 드실 것 같아서 더 맛있게 드시라고요.”
“그렇군.”
김소희가 케이크가 입에 넣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저승 식재를 쓴 데다가 강진이 만들어서 더 맛이 좋았다.
김소희가 맛있게 케이크를 먹는 것을 보던 강진이 시간을 확인하고는 말했다.
“이제 곧 시작하겠네요.”
강진의 말에 귀신들과 사람들이 모두 TV를 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웅장하면서도 잔잔한 사극풍 음악이 흐르고, 화면에 검은 붓글씨로 꽃 피어나다가 한 획씩 쓰여 나갔다.
“소희 아가씨가 쓴 글입니다.”
“쉿.”
무신의 가호를 담아 쓴 글씨가 나타나자 강진이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에 김소희가 주의를 주자 강진이 조용히 화면을 보았다.
타이틀이 지나간 이후, 출연진들의 모습이 하나씩 화면을 채우기 시작했다.
“아…….”
강진은 작게 탄식을 토했다. 주연들의 모습이 지나간 뒤, 문지혁이 까맣게 분장한 얼굴로 웃고 있는 모습이 화면 가득 나왔기 때문이었다.
강상식도 화면을 보고는 급히 핸드폰을 꺼내려다가 황민성을 보았다.
“형 저 아무래도…….”
“그래. 지나 씨한테 가 봐.”
“네!”
서둘러 가게를 나서던 강상식은 김소희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저…….”
“가 보게.”
무슨 말을 할지 아는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이자, 강상식이 더는 말을 하지 않고 가게를 서둘러 나섰다.
지금 문지나는 TV 속 CG로 나오는 문지혁을 보며 울고 있을 테니…… 그녀의 옆에 있어 줘야 했다.
강상식이 서둘러 가게를 나서는 것을 보던 강진이 TV를 보았다. 이미 문지혁의 모습은 사라지고 없었다.
오프닝에 잠시 나오는 거라 나오는 장면이 짧은 것이다.
“지혁 씨 정말 사람처럼 나왔네요.”
“요즘은 CG 기술이 좋잖아. 검둥이 나오는 장면 보면 정말 지혁 씨가 연기하는 것 같을 거야.”
촬영하는 것을 종종 보곤 했던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미소를 지었다.
“지나 씨가 좋아하겠네요.”
“시청자들도 좋아하겠지. 좋은 연기를 하는 배우니까.”
비록 CG이기는 하지만, 문지혁의 목소리와 연기하는 모습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즉, 문지혁이 좋은 배우라서 좋은 CG가 나온 것이었다.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광고가 끝나고, 드디어 꽃 피어나다가 시작을 했다.
처음 장면은 그림 같은 강가에서 왜구들과 싸우는 박신예의 모습이었다.
‘이건 내가 본 그곳이네.’
강진이 푸드 트럭으로 음식을 해 주러 갔던 촬영장이었다.
그에 강진이 입을 열려고 할 때 김소희가 그를 보았다.
“조용.”
그녀의 제지에 강진이 입을 다물고는 드라마를 보았다.
아름다운 배경에서 피를 흘리며 검을 휘두르는 박신예가 있었다.
그녀의 가슴에 검이 박혀 들어가는 순간, 박신예는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을 보았다.
잠시 후, 구름을 보는 박신예의 모습이 어린 김소희로 변했다.
어린 김소희는 연무장에 복실이와 함께 기웃거리고 그것을 걸려 아버님에게 혼이 나고…… 연무장 청소를 하는 검둥이를 불러 목검을 훔쳐 오게 했다.
‘정말 말썽장이셨네.’
웃으며 드라마를 보던 강진이 슬며시 김소희를 보았다. 김소희는 그리움이 가득한 얼굴로 화면을 보고 있었다.
그녀는 그때 그 시절 자신의 모습과 복실이, 그리고 사랑했던 가족들을 떠올리는 것 같았다.
‘우리 아가씨 정말 행복하시구나.’
화면 속 김소희는 정말 행복하게 웃고, 즐겁게 놀았다. 게다가 주위엔 좋은 사람들이 넘쳐났다.
자상하면서도 호랑이 같은 어머니, 무섭게 보이지만 속으로는 정이 가득한 아버지, 그리고 늘 옆에서 살펴주는 다정한 오라버니, 누이처럼 옆에서 보살펴 주는 복실이까지…….
‘귀신도 꿈을 꿀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럼 오늘 김소희는 정말 좋은 꿈을 꿀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미소를 지으며 김소희를 보던 강진이 화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화면에서는 마을에 온 사당패의 공연을 보며 환하게 웃는, 박혜원이자 어린 김소희의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화면 속 박혜원이 웃는 것처럼 김소희도 미소 짓고 있었다.
꽃 피어나다 1회가 끝이 나자 강진이 가게 안을 보았다. 가게 안에는 이미 귀신들이 현신을 한 상태였다.
드라마가 11시 넘어서 끝나다 보니, 중간에 현신을 한 것이다.
“드라마 잘 보셨습니까?”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미소를 지었다.
“내…… 이런 시절이 생각나더군.”
“그러셨습니까.”
“참으로 아름다운 곳이었고, 아름다운 시절이었지.”
광고가 나오는 화면을 지그시 보던 김소희가 잠시 있다가 몸을 일으켰다.
“주방 좀 쓰겠네.”
“주방요?”
“내 음식 몇 가지 하고 싶군.”
“드시고 싶은 음식 있으면 말씀하시면 제가…….”
“아니네. 오늘은 어머니가 해 주던 음식을 먹고 싶군.”
“알겠습니다.”
김소희와 함께 주방으로 들어간 강진은 그녀가 음식 만드는 것을 도왔다.
김소희가 만든 건 배추전과 몇 가지 나물무침이었다.
음식을 다 만든 김소희는 그것을 가지고 홀로 나왔다.
“맛들 보시게나.”
김소희가 수건으로 손을 닦으며 하는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아가씨께서 손수 만드신 음식을 먹으니 참 황송합니다.”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작게 웃으며 말했다.
“내 가끔 해 주도록 하지.”
“앞으로도 해 주신다고요?”
강진이 눈을 휘둥그레 뜨자 김소희가 작게 헛기침을 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가끔이라 하였네.”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그녀를 보았다.
김소희가 손수 음식을 해 주겠다니……. 물론 가끔이라는 단서가 붙기는 했지만 김소희의 성격을 생각하면 정말 큰 결심이었다.
‘가끔 말고 자주 얻어먹겠습니다.’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은 눈앞에서 쪽지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는 급히 그것을 받았다.
탓!
쪽지를 받아 든 강진이 그것을 펼쳤다.
박혜원 어머니가 보낸 쪽지에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혜원이 드라마 잘 나온 것 보고 승천을 하셨나 보구나.’
작게 웃으며 강진이 쪽지를 보았다.
쪽지에는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혼자서도 이렇게 잘 해나가는 딸을 보니 안심이 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쪽지 끝부분엔 앞으로도 딸을 잘 봐 달라는 부탁도 적혀 있었다.
강진은 웃으며 쪽지를 주머니에 넣었다.
‘혜원이는 앞으로도 잘 해나갈 겁니다.’
아는 귀신이 한 명 더 승천했다는 것에 마음이 좀 편안해진 강진이 웃으며 가게에 있는 귀신들을 보았다.
귀신들은 김소희가 요리를 하는 사이 내어 온 음식과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하하하!”
“드라마 재밌더라고요.”
“그러게 말이야.”
귀신들이 꽃 피어나다를 화제로 이야기를 나누며 웃는 것을 보던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부디 여기에 계시는 동안은 늘 이렇게 웃으면서 지내세요. 그리고…… 좋은 날 햇살 따뜻할 때 웃으며 승천들 하세요.’
속으로 귀신들에게 말을 건넨 강진이 김소희의 앞에 앉았다.
“그럼 저도 한 입 먹겠습니다.”
“먹어 보게.”
김소희가 기대감 어린 눈으로 자신을 보는 것에 강진이 웃으며 배추전을 뜯어 입에 넣었다.
배추전을 먹는 자신을 지그시 보는 김소희의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정말 맛이 좋습니다.”
“그래. 많이 먹게나.”
환하게 웃는 김소희의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배추전을 한 젓가락 뜯어 내밀었다.
“아가씨도 드세요.”
그에 잠시 머뭇거리던 김소희가 슬며시 젓가락으로 배추전을 건네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