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69
169화
스윽!
최호철이 모습을 드러내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왜?”
최호철의 물음에 강진이 홀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황민성이 편안히 회를 먹으며 식사를 하는 것과 반대로 오자명과 이유비 쪽 사람들은 몸을 손으로 쓸어내리고 있었다.
추위를 느끼는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 가게 안에는 허연욱과 최호철, 거기에 할머니 귀신까지 셋이나 있으니 추위를 느끼는 것이다.
그에 강진이 최호철을 보았다.
“저기 할머니 귀신 밖으로 내보내 주실 수 있으세요?”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고개를 돌려 할머니 귀신을 보고는 눈을 찡그렸다.
“원귀네.”
“하실 수 있으세요?”
“내가 원귀 한둘 때려잡은 줄 알아? 당연히 할 수 있지.”
“원귀하고도 싸우세요?”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인 법이야.”
“형 군대 안 가셨잖아요?”
최호철이나 자신이나 상황이 비슷하기에 그 역시 군대 면제인 것이다.
“말이 그렇다는 거지. 그리고 형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경찰이다.”
최호철이 주방을 나서자 강진이 작게 말했다.
“난폭하게는 말고요.”
“걱정하지 마.”
그러고는 최호철이 할머니 귀신에게 가는 것을 보며 강진이 허연욱에게 말했다.
“저기…….”
“알겠습니다.”
허연욱이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몸을 돌렸다. 그렇지 않아도 사람들이 귀신들 때문에 추위를 느끼는 것을 본 것이다.
허연욱이 가게를 나가는 것을 보며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이거…… 미안하네.’
그런 생각을 하며 강진이 홀을 보았다. 홀에서 최호철은 할머니 귀신을 양손으로 붙들고 있었다.
“놔! 놔! 내가 누군 줄 알고! 놔!”
고함을 지르며 발버둥을 치는 할머니 귀신이지만, 배용수의 말대로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래서 죽은 지 좀 되는 최호철의 힘에 저항을 하지 못하고 그대로 문을 통해 밖으로 나갔다.
스르륵!
문을 통해 최호철과 할머니 귀신이 나가자 사람들이 언제 추위를 느꼈냐는 듯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도영민이 문득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방금 전까지 등골이 오싹거리는 기분이었는데 갑자기 편안해졌다.
갑자기 몸이 따스해진 느낌이랄까?
거기에 마음도 편안해졌다.
“하아!”
어쩐지 안도의 한숨이 나오는 것에 도영민이 깊게 한숨을 토했다.
“왜 그러나?”
앞에 앉아 있던 오자명의 물음에 도영민이 미소를 지었다.
“어쩐지 긴장이 풀리는 것 같습니다.”
도영민의 말에 이유비가 눈을 찡그렸다.
“벌써부터 긴장이 풀리면 어쩌나? 내일부터 전쟁일 텐데.”
이유비의 말에 오자명이 웃었다.
“밥 먹을 때까지 긴장할 것 있나. 자네 말대로 내일부터 전쟁일 텐데.”
“휴! 그나저나 국민들에게 욕먹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옵니다.”
그러고는 이유비가 오자명을 보았다.
“늘 먹던 욕 조금 더 먹는다 생각해.”
“국회의원들이 장수하는 이유가 있어요.”
“그러게 말이야.”
농을 나누며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을 보는 도영민의 얼굴에 살짝 미소가 어렸다.
두 사람의 농이 재미가 있다기보다는 그냥 기분이 좋았다. 추운 겨울날 따스한 봄 햇살을 맞는 느낌이랄까?
몸이 따스해지는 기분과 함께 나른해지는 좋은 기분에 도영민이 웃었다.
툭!
그런 도영민의 발을 한명현이 가볍게 건드렸다.
윗사람이 편하게 대해준다고 자신들도 편하게 그들을 대하면 안 된다.
특히 다른 의원이 있는 자리에서 보좌관이 감정 표현을 해서 좋을 것이 없었다.
보좌관은 있어도 없는 듯, 없어도 있는 듯이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한명현의 주의에 도영민도 자신의 실수를 알고는 표정을 지웠다.
그러는 사이 강진이 주방에서 음식들을 들고 나왔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음식을 본 오자명이 의아한 듯 말했다.
“양배추입니까?”
칼칼한 김치찌개를 기대하고 왔기에 조금 실망감이 어린 오자명의 목소리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양배추가 소화에 좋고 맛도 좋습니다.”
“건강식 같군요.”
“건강식입니다. 하지만 맛이 있는 건강식입니다.”
그러고는 강진이 음식을 테이블에 깔고는 된장국을 놓았다.
“된장국이 소화에도 좋고 어울릴 것 같아 준비했습니다.”
된장국은 마음에 드는 듯 오자명의 얼굴이 밝아졌다.
“냄새 좋군요.”
웃으며 오자명이 수저로 된장국을 가볍게 떠먹었다. 그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진하지 않으면서도 구수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
“양배추 롤에 소스를 발라드시면 됩니다.”
강진이 양념이 담긴 두 그릇을 가리켰다.
“이건 간장 소스, 이건 우렁 된장 소스입니다.”
강진의 말에 오자명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양배추 롤을 집었다.
그러곤 된장 소스를 발라 입에 넣었다.
“음…….”
맛있다는 듯 탄성을 토한 오자명이 강진을 보았다.
“그런데 여기 견과류 들어간 건가요?”
“고소하게 드시라고 호두와 아몬드를 좀 썰어 넣었습니다. 마음에 드십니까?”
“마음에 듭니다.”
기분 좋은 얼굴을 하는 오자명을 보며 강진이 식사 편히 하도록 몸을 돌리려 할 때, 이유비가 말했다.
“그런데 여기 회도 있습니까?”
이유비가 황민성이 먹는 회를 보며 묻자, 강진이 한쪽에 있는 화이트보드를 가리켰다.
“오늘만 특식으로 숙성회를 만들었습니다.”
“숙성회?”
“부산에 유명한 숙성 횟집이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한 번 만들어 봤습니다.”
“혹시 일원입니까?”
“아세요?”
“전에 부산에 갔을 때 먹어 본 적이 있습니다.”
일원에 대한 이야기에 황민성이 슬쩍 고개를 돌려 이유비 쪽을 보다가 눈이 마주치자 작게 고개를 숙였다.
그에 이유비도 웃으며 마주 고개를 작게 숙였다. 곧 황민성이 다시 식사를 하자 이유비가 강진을 보았다.
“그래서 숙성회를 하셨습니까?
“어제 만들어서 오늘이 가장 맛있을 때입니다. 그리고 오늘 점심에 냈는데 손님들도 맛있다고 하시더군요.”
강진의 말에 오자명이 웃으며 말했다.
“특식이면 추천 좀 해 주지 그러셨습니까?”
“김치찌개 드시고 싶다고 하셔서요.”
“아…….”
강진의 말에 이유비가 물었다.
“그럼 저희도 회 먹어도 되는 겁니까?”
김치찌개는 무겁다고 추천하지 않았으니 혹시 회도 그런가 싶은 것이다.
“제가 팔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회는 고단백질이라 피로 회복에 좋고, 각종 아미노산이 풍부해서 좋습니다.”
“그럼 사 인분…….”
이유비의 말에 오자명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여기 있는 것도 있으니 이 인분만 줘 보십시오. 모자라면 더 시키도록 하지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인당 만 오천 원만 받겠습니다.”
“할인해 주시는 겁니까?”
“그건 아닙니다. 양배추 롤이 있어서 서비스 안주는 빼고 회만 드리려고요. 서비스 안주까지 드시면 과식을 하게 돼서 소화에도 안 좋을 겁니다.”
“하하하! 이거 몸까지 생각을 해 주니 고맙습니다.”
“음식 내오겠습니다.”
주방으로 들어간 강진이 회를 썰어 꽃을 만들고는 묵은지와 파김치, 그리고 간장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숙성회 나왔습니다.”
“회 꽃이라…… 이쁘군요.”
“처음에는 그냥 드셔 보시고, 다음에는 간장, 그리고 묵은지와 함께 드셔도 좋습니다.”
그러고는 강진이 주방으로 향했다.
“형님, 회가 차집니다.”
“그러게. 이거 맛있는데.”
“파김치…… 너무 좋군.”
뒤에서 들리는 맛있다는 소리를 들으며 강진이 주방에 들어왔다.
“강진아.”
황민성의 부름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회 삼 인분 포장해 줘.”
“가져가시게요?”
“사무실 직원들 좀 가져다주려고.”
“그럼…… 도시락처럼 싸 드릴까요?”
“부탁해.”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반찬통을 꺼냈다.
“형 근데 가게 도시락 통은 따로 없어서 반찬통으로 싸 드릴게요.”
“아무려면 어때.”
그에 강진이 연어와 회를 보고는 냉장고를 열었다. 그러고는 계란을 아홉 개 꺼내서는 소금과 설탕과 다시마 육수를 넣고는 빠르게 섞었다.
촤아악! 촤아악!
골고루 섞이자, 이번엔 프라이팬에 계란을 붓고는 일본식 계란말이를 만들기 시작했다.
촤아악! 촤아악!
계란말이를 순식간에 만든 강진이 그것을 도마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살짝 잘라 맛을 한 번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맛이 있다. 다만…….
‘계란 초밥이 되려나?’
연어가 삼 인분이 나오지 않을 것 같아서 계란 초밥으로 대체를 하려 했다.
다만 이 계란말이가 초밥용 계란말이처럼 맛이 나올지는 몰랐다.
일단 계란말이가 식을 동안 강진이 회를 뜨기 시작했다. 회를 떠 반찬통에 잘 깔은 강진이 삼 인분 정도를 담고는, 묵은지와 파김치도 통에 담았다.
그러고 양념 통에 간장과 초장을 따로 담았다.
연어 초밥도 쥐어 담은 강진이 살짝 식은 계란을 썰어서는 초밥과 함께 쥐었다.
생긴 건 일식집 계란 초밥 모양이었지만…….
‘맛은 모르겠네.’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계란 초밥을 입에 넣었다.
맛을 본 강진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맛있네.’
뷔페에서 먹는 계란 초밥보다 더 맛이 좋았다. 그에 만족스러운 얼굴로 강진이 계란 초밥을 더 쥐기 시작했다.
황민성이 회와 초밥이 담긴 쇼핑백을 조심히 들고 가게를 나서자 강진이 배웅해주었다.
“그거 흔들리지 않게 하세요. 초밥도 넣어서 흔들리면 보기 흉해져요.”
“그래, 고맙다. 저녁에 그릇 가져다줄게.”
“편하게 하세요.”
웃으며 황민성이 가게 앞에 세워진 차에 다가가자 기사가 나와서는 문을 열어주었다.
스륵!
조심히 차에 올라탄 황민성이 가는 것을 보던 강진이 힐끗 가게 앞을 보았다.
가게 앞에는 할머니 귀신이 발버둥을 치고 있었고, 그녀를 최호철이 붙들고 있었다.
“놔! 놔! 죽여 버릴 거야! 아아악! 아악!”
연신 비명과 같은 괴성을 지르며 발버둥을 치는 할머니 귀신을 최호철이 꼭 안은 채 강진을 보았다.
“다른 데로 데려갈까?”
“데려갈 수 있어요?”
“데려가면 데려갈 수 있지. 근데……”
최호철이 할머니 귀신을 슬쩍 보고는 말했다.
“내가 계속 데리고 있을 수 없으니 다시 저 사람 쫓아갈 거야.”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가게 안을 보다가 할머니 귀신을 보았다.
“할머니.”
“놔!”
“무슨 사정 있는지 모르겠지만 왜 사람 괴롭히세요. 혹시 저 사람이 나쁜 짓 했으면 저한테 말하세요. 제가 법적으로 처벌받을 수 있도록 도와……”
“놔! 으아악! 아아악!”
괴성을 지르며 발버둥을 치는 할머니 귀신의 모습에 강진이 눈을 찡그렸다.
그런 강진을 보며 최호철이 말했다.
“원귀하고는 말이 안 통해.”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할머니 귀신을 보다가 말했다.
“현신을 해도 말이 안 통하나요?”
“몰라. 원귀가 저승식당에 온 적이 없으니까.”
“놔!”
다시 고함을 지르며 발버둥을 치는 할머니 귀신을 보던 강진이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좀 멀리 데려다 놓고 한 시간쯤 있다가 놔 주세요.”
“알았어.”
“저녁에 맛있는 거 해 드릴게요.”
“맛있는 거야 아무거나 맛있지.”
그러고는 최호철이 할머니 귀신을 데리고 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