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70
170화
“잘 먹고 갑니다.”
기분 좋게 계산을 하는 오자명의 손에는 쇼핑백이 들려 있었다.
쇼핑백에는 강진이 만든 도시락이 들어 있었다. 음식이 마음에 들었는지 오자명이 오늘 먹은 메뉴로 도시락을 부탁한 것이다.
“나이가 있으시니 피곤하실 때는 너무 무겁고 자극적인 음식은 자제하세요.”
“하하하! 알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오자명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돌려 나가자, 그 뒤를 따라 나가던 도영민이 강진을 보았다.
“가게 명함 하나 주시겠습니까.”
자신이 모시는 의원이 가게를 마음에 들어 하는 듯하니 가게 명함을 챙기려는 것이다.
“여기 있습니다.”
강진이 명함을 주자 도영민이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에 편하게 밥을 먹은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환하게 웃는 도영민의 모습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귀신이 매일 노려보고 있는데 밥을 먹어도 먹는 것이 아니겠지.’
느낌상인지는 모르겠지만 도영민이 가게 안에 들어왔을 때와 지금의 표정은 차이가 많이 났다.
무척 밝은 느낌이라고 할까?
그런 도영민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앞으로 편하게 식사하고 싶으시면 편하게 찾아오세요.”
최소한 한끼식당에서는 강진이 귀신을 통해 원귀를 밖으로 내보낼 수 있다.
그럼 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알겠습니다.”
고개를 숙인 도영민이 서둘러 가게 밖으로 나갔다.
그런 도영민을 보던 강진이 몸을 비틀었다.
우두둑!
“끄응!”
어쨌건 오늘 점심 장사는 성공이었다. 전에 선지해장국 끓일 때에 비하면 손님이 적기는 해도 이 정도면 근래 가장 많이 판 점심 장사이니 말이다.
몸을 푼 강진이 그릇들을 주방으로 가져다 놓고는 뒷문을 열어 귀신들을 들어오게 했다.
“선주 씨, 부탁해요.”
“네.”
강진의 말에 선주가 고무장갑을 끼고는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다.
최훈도 일회용 비닐장갑을 끼고 화장실로 가서는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아르바이트를 쓰니 편하기는 하네.’
평소였다면 자신이 뒷정리도 하고 화장실까지 청소를 다 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귀신 아르바이트가 있으니 최소한의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물론 그들에게 주는 시급이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돈이 좋기는 하네.’
돈이 많아서 행복한 것은 아니지만 돈이 있으면 확실히 편하기는 했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귀신에게 시킬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서로 윈윈이었다. 귀신들은 나중에 저승 가서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있고 자신은 편하고 말이다.
선주가 주방을 정리하고, 최훈이 화장실을 청소하는 사이 강진은 가게 문을 잠갔다.
귀신들이 안에서 청소하는데 사람이 문을 열고 들어오면 서로 불편한 상황을 맞이하니 말이다.
문을 잠근 강진이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겼다.
저녁 장사로 두 테이블 정도를 가볍게 받은 강진은 주방에서 신수용이 가져다준 물고기를 손질하고 있었다.
귀신들에게도 숙성회 맛을 보여 주려고 내일 팔 회를 손질하는 것이다.
스윽! 스윽!
배용수와 함께 물고기를 손질하고 다시마를 겹겹이 쌓을 때, 강진의 핸드폰이 울렸다.
띠링! 띠링!
핸드폰 벨 소리에 강진이 손을 닦고는 발신자를 보았다.
발신자에 모르는 번호가 뜬 것에 강진이 일단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혹시 지금 영업하시나요?]상대의 말에 강진이 시간을 확인했다.
‘아홉 시…….’
“영업하고 있습니다.”
[그럼 영업 언제까지 하시나요?]“손님이 있을 때까지는 하고 있습니다.”
11시에 귀신 손님들이 오기는 하지만, 어차피 가게 앞에 귀신들이 몰리면 사람 손님들은 버티지 못하고 가게를 알아서 나간다.
황민성처럼 특이한 케이스가 아닌 이상은 말이다.
그러니 가게 끝나는 시간은 귀신들이 몰려오는 타이밍이 끝나는 시간이었다.
[그럼 세 사람 예약하겠습니다.]“음식은 뭐로 준비해 드릴까요?”
[혹시 숙성회 될까요?]“죄송한데 그건 오늘 특식이라 지금은 다 떨어지고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십 분 후에 세 사람 가겠습니다.]“혹시 숙성회 말고 다른 드시고 싶은 메뉴 있으시면 미리 준비하겠습니다.”
[엄마, 뭐 먹고 싶어? 아무거나? 아빠는? 알았어.]음식 의논을 한 듯 상대방이 말했다.
[가서 고르겠습니다.]“편하게 하십시오.”
그걸로 통화를 끝내는 강진에게 배용수가 말했다.
“예약?”
“응.”
“빨리해야겠다.”
“거의 다 했잖아.”
그러고는 강진이 가림막을 마저 치고는 회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밀폐 통에 회와 다시마를 잘 담은 강진이 통을 김치냉장고에 넣었다.
시간을 본 강진은 곧 손님들이 올 시간이라 귀신들을 밖으로 내보냈다.
띠링! 띠링!
풍경 소리에 강진이 가림막을 열자 그의 눈에 도영민이 나이 좀 되는 중년 부부와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목소리만 들어서 누가 예약했는지 몰랐는데, 점심에 온 원귀 붙은 사람인 것이었다.
‘저 사람이었네.’
그에 강진이 손을 닦으며 홀로 나왔다.
“어서…… 오세요.”
뒷말을 하던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노부부 뒤로 할머니 귀신이 따라 들어오고 있었다.
가게 안으로 들어온 할머니 귀신이 강진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정신은 없어도 적의는 있는 모양이었다. 그 시선에 강진이 그녀를 잠시 보다가 도영민을 보았다.
“날씨가 춥죠.”
“많이 쌀쌀하네요.”
도영민의 말에 강진이 자리를 안내하고는 주방으로 들어가 약한 불에 올려져 있는 야관문 차를 내려놓았다.
“최호철, 최호철, 최호철.”
스윽!
다시 최호철이 모습을 드러내자 강진이 말했다.
“형, 저기 밖에 귀신 좀.”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홀을 보고는 말했다.
“또 잡고 있어?”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말했다.
“그냥 JS에 말하면 데려갈 텐데?”
“수배 떨어진 것은 아니잖아요.”
“저 모양 보니 조만간 떨어지기는 할 것 같은데…… 선 넘어가면 JS 금융에서 수배하겠지.”
그러고는 최호철이 주방을 나가자 할머니 귀신이 소리쳤다.
“오지 마! 저리 가!”
하지만 그런다고 안 갈 최호철이 아니었다.
“갑시다.”
두 말 하지 않고 다가간 최호철이 그대로 할머니 귀신을 끌어안고는 그대로 가게 밖으로 나갔다.
“놔! 놔!”
할머니 귀신이 나가는 것을 보며 강진이 주전자를 들고는 홀로 나왔다.
“날씨가 추우니 따뜻한 차 한 잔씩부터 하세요.”
강진이 잔을 놓고 차를 따라주며 사람들을 보았다. 들어올 때는 딱딱한 표정이었던 세 사람의 얼굴은 할머니 귀신이 나가서인지 얼굴이 많이 부드러워져 있었다.
“어머니, 좀 편안해진 것 같죠?”
“그러게. 신기하네.”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점심에 여기서 밥 먹는데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도영민의 말에 아줌마가 미소를 지었다.
“그러네. 갑자기 편해졌어. 당신은 어때요?”
“나도 좀 편하군. 집에 수맥이 흐르나?”
“이사라도 갈까요?”
“그러게 말이다. 요즘 집에만 들어가면 마음이 무겁고 서늘한 것이 기분이 좋지 않아.”
입맛을 다시며 아저씨가 차를 마시는 것을 보던 강진이 슬쩍 아줌마를 보고는 눈을 찡그렸다.
아줌마의 미간 사이에 짙푸른 기운이 보였다.
‘저게…… 용수가 말한 그 기운이구나.’
원귀한테 괴롭힘 당하면 보인다는 그 기운이 아줌마의 미간 사이에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반대로 아저씨의 미간에는 그런 기운이 보이지 않았다. 원귀가 주도적으로 괴롭히는 것이 아들과 엄마인 모양이었다.
‘무슨 원한이 있기에 자식하고 엄마를 이렇게 괴롭히는 거지?’
그런 생각을 하며 강진이 말했다.
“식사 어떻게 해 드릴까요?”
“여기 김치찌개 맛있데요.”
도영민의 말에 아줌마가 아저씨를 보았다.
“김치찌개?”
“김치찌개야 매일 먹는 건데.”
아저씨가 메뉴판을 찾는 듯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화이트보드를 보고는 강진을 보았다.
“먹고 싶은 것을 만들어 주는 겁니까?”
“드시고 싶은 걸 말씀해 주시면 만들어 드립니다.”
강진의 말에 아저씨가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당신이 시켜.”
“그럴 거면서…….”
그러고는 아줌마가 강진을 보았다.
“먹고 싶은 것 아무거나 시켜도 되는 건가요?”
“일반적인 식재로 할 수 있는 음식들은 다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혹시 음식 취향을 말씀해 주시면 그에 맞게도 해 드립니다.”
강진의 말에 아줌마가 그를 보다가 말했다.
“홍합 미역국 될까요?”
“됩니다.”
“그리고 미역국 쌀뜨물로 해 주실 수 있을까요?”
쌀뜨물이라는 말에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던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해 드려야죠.”
미역국에 쌀뜨물을 쓰는 레시피는 없었지만, 배용수를 부르면 어떻게든 될 것이다.
강진이 도영민을 보자 그가 말했다.
“김치찌개하고 계란말이, 그리고…… 메인으로 할 만한 요리 하나 부탁드리겠습니다.”
“고기 요리로 하나 해 드릴까요?”
강진의 말에 문득 아저씨가 말했다.
“혹시…….”
잠시 머뭇거리던 아저씨가 말했다.
“삼겹살 찜도 될까요?”
“수육요?”
“수육은 아닙니다. 삼겹살을 깔고 그 위에 콩나물 깔고, 그 위에 삼겹살 깔고 콩나물 깔아서 찜기로 쪄서 양념장에 먹는 음식입니다.”
“어렵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럼 양념장은 간장에 파와 마늘 정도 섞으면 될까요?”
“그런 것 같습니다. 그리고 조금 매운 맛이 나던데…….”
“해 드신 적은 없나 보네요?”
“네.”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물었다.
“더 필요한 음식 있으십니까?”
“그렇게 해 주세요.”
아저씨의 말에 강진이 말했다.
“그럼 김치찌개는 2인분, 삼겹살 요리는 3인분으로 하겠습니다.”
괜찮냐는 듯 보자 아저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강진이 주방으로 들어와 뒷문으로 나가서는 배용수를 데리고 들어왔다.
그러고 메뉴를 말하자 배용수가 말했다.
“일단 미역하고 홍합부터 물에 불리자.”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미역과 마른 홍합을 꺼내서는 물에 담가두었다.
그런 강진을 보던 배용수가 턱을 쓰다듬었다.
“홍합 미역국은 물을 쌀뜨물로 하면 되니까 어렵지 않고, 삼겹살 찜이 조금 까다롭네.”
“왜?”
강진은 그냥 콩나물과 삼겹살을 겹겹이 쌓아서 찌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의문이 담긴 시선에 배용수가 고개를 저었다.
“식재 익는 시간이 다르잖아. 삼겹살이 익을 때까지 콩나물도 같이 찌면 흐물흐물해질걸.”
“아…….”
강진이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배용수가 말했다.
“콩나물은 익어도 그 아삭아삭한 식감이 있어야 더 맛이 좋은데 삼겹살하고 같이 익히면 그 식감이 안 살아.”
“그럼 따로 익혀?”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삼겹살 먼저 살짝 찌고, 그다음에 콩나물 올리고 찌자. 그리고 찜통에 들어가는 물은…… 생강즙하고 맛술 좀 넣어서 하자.”
“대패 삼겹살로 하는 건 어때?”
“대패 삼겹살?”
“대패 삼겹살은 얇아서 금방 익잖아.”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네. 그럼…… 그렇게 하자. 그리고 삼겹살에 마늘 좀 편 썰어서 올리고.”
“오케이.”
그러고는 강진이 재료를 꺼내자 배용수가 고무장갑을 끼고는 찜기를 꺼내놓았다.
강진이 콩나물을 한 겹 깔고는 그 위에 마늘 편을 깔고 그 위에 삼겹살을 놓았다.
그렇게 층층이 콩나물과 삼겹살을 깐 강진이 물을 붓고는 생강즙과 맛술을 좀 넣고는 뚜껑을 덮고 불 위에 올렸다.
“이렇게 먹어 본 적 없는데 맛있나?”
강진의 물음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삼겹살은 촉촉하게 익을 테고, 콩나물은 삼겹살 기름에 코팅이 되는 것처럼 익겠지. 콩나물하고 삼겹살 같이 양념장 찍어 먹으면…… 맛있겠다.”
배용수의 말을 들은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확실히 그 맛을 상상하니 맛이 있을 수밖에 없을 조합이었다.
171회
보글보글! 휘이이익!
김치찌개가 익어가고 찜통에서는 김이 미친 듯이 뿜어지고 있었다.
찜통에서 나는 김은 콩나물 특유의 향이 나고 있었다.
“콩나물 삼겹살 찜이 가장 먼저 될 것 같은데.”
강진의 말에 배용수도 찜통을 보다가 말했다.
“이건 너무 쪄도 안 될 것 같은데, 이것부터 내자.”
배용수의 말에 강진도 동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김치찌개도 금방 나오는 메뉴기는 하지만 김치와 고기의 맛이 나올 시간은 필요하다.
하지만 콩나물은 너무 익히면 식감이 죽고, 다른 음식과 같이 나가도록 불을 끄고 기다리면 기름이 굳을 수 있었다.
“그릇에 어떻게 담을래?”
배용수의 물음에 강진이 잠시 찜기를 보다가 말했다.
“이대로 주는 것이 따뜻하게 오래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건 손님한테 예의가 아니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커다란 접시를 꺼내서는 뜨거운 물을 담았다.
곧 접시가 따뜻하게 데워지자 물을 버리고는 찜기를 보았다.
“다 익었겠지.”
콩나물을 익힐 때는 뚜껑을 아예 열어 놓던가, 닫아 놓아야지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를 하면 비린내가 난다.
그래서 찜기에 넣고 뚜껑을 닫은 뒤로 안을 확인하지 않아 익었는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대패 삼겹살이야 불에 슥슥 하면 바로 익는 거고, 콩나물도 지금은 충분히 익었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뚜껑을 열었다.
화아악! 화아악!
뚜껑을 열자 하얀 수증기가 크게 피어올랐다. 손을 흔들어 수증기를 날린 강진이 찜기를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맨 위에 올려져 있는 대패 삼겹살이 촉촉하고 하얀 자태를 드러내는 것을 보면 아래에 깔려 있는 것도 잘 익었을 것이다.
그에 강진이 대패 삼겹살을 걷어내 놓고는 콩나물을 접시에 담았다.
최대한 예쁘게 담으려고 했지만 조금 지저분해 보였다.
“내가 할게.”
그것을 보다 못한 배용수가 집게를 대신 받아서는 콩나물과 삼겹살을 조심히 떠서 담았다.
그것을 보는 강진의 입에 침이 돌았다. 삼겹살이 익으면서 흐른 돼지기름이 콩나물을 적셔 놓았고, 삼겹살은 콩나물의 수분으로 익어 촉촉했다.
‘진짜 부드럽겠다. 게다가 콩나물하고 같이 먹으면 입안도 풍성하고 아삭하고…….’
멍하니 배용수가 담는 콩나물과 삼겹살을 보던 강진이 옆에 놓인 양념장을 보았다.
청색, 홍색 두 고추를 다지고, 맛술과 식초, 간장을 넣은 양념장은 짜지 않으면서도 매콤한 맛을 가지고 있었다.
“양념장에 찍어 먹으면 맛있겠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도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도 이따 해 먹자.”
“그러자.”
웃으며 이야기를 나눈 배용수가 마지막으로 콩나물 위에 삼겹살을 예쁘게 올려놓았다.
“여기에…….”
배용수가 냉장고에서 실파를 꺼내서는 타타탓! 칼로 얇게 썰어 음식 위에 뿌렸다.
“됐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음식을 보다가 쟁반에 올렸다.
그러고 양념장도 챙긴 강진이 밑반찬도 같이 올리고는 들고 홀로 나왔다.
“콩나물 삼겹살 찜 먼저 나왔습니다. 다른 음식은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맛있어 보입니다.”
아저씨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좋은 레시피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음식 처음 해 봤거든요.”
요리 연습장에 여러 요리가 있지만 콩나물 삼겹살 찜은 없었다.
그래서 강진도 이건 처음 보는 것이다.
“술 먹은 다음 날 어머니가 해장 음식으로 해 주던 겁니다.”
“삼겹살을요?”
“생각보다 해장에 좋습니다.”
아저씨의 말에 도영민이 젓가락을 들었다.
“아버지 드시죠.”
도영민의 말에 아저씨가 그를 보았다.
“넌 이거 처음 먹어 보지.”
“네.”
도영민의 말에 아저씨가 웃으며 말했다.
“삼겹살을 이렇게 깔고 콩나물을 올려. 그리고 양념장을 위에 살짝 올리고…… 삼겹살로 싸서…….”
아저씨가 콩나물을 품은 삼겹살을 집어 도영민에게 내밀었다.
“제가 먹을게요.”
“먹어 봐.”
아저씨의 말에 도영민이 강진의 눈치를 보았다. 서른은 되어 보이는 남자가 아빠가 주는 음식을 입으로 받으려니 민망한 것이다.
그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맛있게 드십시오.”
스윽!
강진이 몸을 돌려 주방으로 향하자 도영민이 입을 벌려 아버지가 주는 삼겹살을 받아먹었다.
도영민이 몇 번 씹고는 웃었다.
“맛있네요.”
“그렇지?”
“삼겹살을 쪄서 그런지 부드럽고 돼지기름도 고소하고 콩나물 식감도 좋고요.”
도영민의 말에 아저씨도 삼겹살에 콩나물을 싸서는 먹었다.
그러고는 그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오랜만에 먹어서 그런지 나도 맛이 좋구나.”
“그런데 이거 집에서 해 먹는 것 본 적 없는데? 왜…….”
안 해 드셨냐고 물으려는 도영민의 발을 아저씨가 가볍게 툭 쳤다.
그에 도영민이 급히 하던 말을 멈추고는 슬쩍 아줌마의 눈치를 살폈다.
그에 아줌마가 웃었다.
“뭘 눈치를 주고 그래요. 그나저나 당신도 이거 좋아하면 말을 하지. 내가 집에서 해 줬을 텐데.”
“그냥 생각나는 정도지.”
아저씨의 말에 아줌마가 한숨을 쉬었다.
“어머니 보고 싶죠.”
“쓸데없는 소리…….”
“괜찮아요. 휴우! 어머니도 너무하시지…… 돌아가시면서 장례식에 오지도 못하게 하시고.”
“그만해.”
아저씨의 말에 아줌마가 입맛을 다시고는 콩나물과 삼겹살을 집어 양념장을 찍은 뒤 입에 넣었다.
“맛있네요.”
“그럼 맛있지.”
아내가 맛있게 먹는 것에 아저씨는 기분이 좋았다. 지금 먹는 콩나물 삼겹살은 술을 먹고 난 다음 날에 어머니가 해 주던 음식이다.
아내와 아들 둘 다 어머니와 할머니의 음식을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다.
아내와 자신의 만남을 어머니가 반대를 했고, 아저씨는 아내와 아기부터 만들었다.
아기가 생기면 어머니도 받아 줄 것이라 생각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아이가 생긴 것에 어머니는 더 화를 냈고 그 이후로 연을 끊어 버리셨다.
그 연은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도, 두 달 전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장례식에 갔을 때도 이어지지 못했다.
어머니의 유언이 장례식장에 도영민 가족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라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살아 있을 때는 아버지의 장례식에도 못 갔고, 어머니가 죽어서는 그 유언 때문에 도영민 가족은 그 장례식에도 가지 못했었다.
‘어머니…….’
콩나물 삼겹살을 먹으니 어머니가 떠올랐고, 아저씨는 기분이 울적해졌다.
아내가 좋아 결혼을 했지만, 아저씨라고 어머니가 싫고 미웠던 것은 아니다.
그저 어머니는 계속 자신의 옆에 있을 줄 알았고, 아내는 헤어지면 이별일까 싶어 그녀를 잡았던 것이다.
만약 어머니가 이렇게 단호하게 연을 끊어 버리실 줄 알았다면…….
고개를 저은 아저씨가 삼겹살에 콩나물을 싸서 입에 넣을 때 그의 앞에 잔이 하나 놓였다.
“아버지, 한 잔 드세요.”
자신이 조금 침울해진 것을 알았는지 아들이 그의 앞에 소주를 들고 있었다.
“그래 한 잔 먹자. 이게 또 해장에도 좋지만 술안주로도 좋아.”
웃으며 아저씨가 잔을 들자 도영민이 소주를 따라 주었다. 그러고는 아저씨도 도영민의 잔에 소주를 따라주고는 아내를 보았다.
“당신도 한잔해.”
“차는?”
“대리 부르면 되지.”
“그래요.”
웃으며 아줌마도 잔을 들었다. 그렇게 세 사람은 소주를 따라 마시며 콩나물 삼겹살 찜을 먹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의 앞에 곧 김치찌개와 홍합 미역국이 놓였다.
“할머니는…… 좋은 분이신데 조금 고집이 강한 분이셨어.”
“알고 있어요.”
“할아버지가 젊었을 때 민주화 운동하다가 감옥도 자주 가시고, 경찰들이 우리 집에 수시로 들락날락했잖아.”
“네.”
“그리고 정치한다고 고생도 많이 하시고…… 아! 옛날에 군사 정권 때 남산 놈들이 할아버지 발에 돌멩이 매달고 저수지로 끌고 갔었다는 이야기했었지?”
“네.”
“그때 끌고 간 놈 중 하나가 할아버지 동네 선배셨지. 그때 그분이 몰래 줄을 끊어주고 물에 빠뜨려서 겨우 살아나셨지. 사람들이야 대단하다 하지만 할머니는 집에서 마음고생이 심하셨지. 그래서 할머니가 나만 보고 나한테 기대를 하셨던 거다. 그러니까 너도 할머니 원망하고 그러면 안 돼.”
“원망 안 해요.”
강진은 주방에서 가림막을 사이로 두고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일부러 엿들으려는 것은 아니었다. 술이 들어가서인지 밖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아저씨의 목소리가 꽤 커서 주방에서도 소리가 다 들렸다.
그러다 보니 강진은 원귀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황당하게도…….
‘손주한테 들러붙은 할머니 원귀라…….’
할머니에게 손주는 물고 빨 대상인데 원귀한테는 아닌 것이다.
-너만…… 아니었으면…… 네가 내 자식을 망쳤어. 너만…….
할머니 귀신이 도영민을 보며 했던 말을 떠올린 강진은 이제야 그 말이 의미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 자식을 망쳤다고 해서 저 사람이 친구를 어떻게 한 줄 알았더니…….”
아들이 마음에 안 드는 여자와 살게 된 것을 손주 탓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보통은 결혼을 반대하더라도 손주가 태어나면, 최소한 손주는 예뻐할 텐데 말이다.
‘너무 사랑해서 그런가?’
어머니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건 도가 지나친 사랑인 것 같았다.
스륵!
살짝 가림막을 벌린 강진이 홀을 보았다. 아들이 따라주는 소주를 마시며 아버지는 지난 이야기를 하고, 엄마는 옆에서 웃으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아주 평범한 가족의 모습이었다. 강진은 그 평범함이 좋았다.
‘평범하게 사는 것이 가장 좋은 일인데…….’
부자라고 하루에 네 끼 다섯 끼 먹는 것 아니고, 금으로 된 침대에서 자는 것도 아니다.
아니, 오히려 금으로 된 침대는 불편할 것이다.
밥 걱정하지 않고 누울 곳 걱정하지 않고 가족끼리 사는 것이 어쩌면 가장 좋은 행복일 것이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아버지 술 한 잔 못 따라 드렸네.’
부모님 돌아가실 때가 고2 때니 아버지에게 술을 따라주기에는 아직 어렸다.
그러고 학교 끝나고 학원 다녀오면 얼굴 볼 시간도 많지 않았고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할 때 문을 뚫고 원귀가 뛰어 들어왔다. 그리고 그 뒤를 최호철이 급히 따라 들어왔다.
“으아악!”
고함을 지르며 할머니 원귀가 식사를 하는 가족에게 달려들 때, 최호철이 한 발 먼저 그 손을 움켜쥐고는 당겼다.
“무슨 힘이 이리 좋아.”
그러고는 최호철이 주방을 향해 소리쳤다.
“용수야 도와줘.”
최호철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고 나가려 할 때, 강진이 말했다.
“너는 뒷문으로 나가.”
그리고는 강진이 최호철을 향해 손을 들어 주방을 가리켰다.
그에 최호철이 할머니 귀신을 붙들고 주방으로 들어왔다.
“놔! 놔! 저년이 내 아들을 망쳤어! 놔!”
“시끄러 죽겠네! 조용히 좀 해요!”
“놔! 놔!”
고함을 지르는 할머니 귀신을 붙들고 들어온 최호철이 강진을 보았다.
“힘들어 죽겠다.”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고는 할머니 귀신을 보았다.
할머니 귀신은 강진을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그런 할머니 귀신을 보며 강진이 가림막을 활짝 열었다.
촤아악!
가림막을 활짝 열은 강진이 홀을 보았다. 술이 들어가서인지 아니면 원귀가 달려들다가 잡혀와서인지 가족은 여전히 화기애애하게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 홀을 보던 강진이 찜기를 열었다. 찜기 안에는 콩나물과 삼겹살이 조금 남아 있었다.
그것을 작은 그릇에 담은 강진이 할머니 귀신 앞에 놓았다.
“소리 지르지 말고 이거나 좀 드시죠.”
“놔!”
“아드님이 좋아하는 음식이라던데 기억 안 나십니까?”
“놔!”
다시 고함을 지르는 할머니 귀신을 보며 최호철이 말했다.
“원귀는 정신이 없어서 말해도 못 알아들어.”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할머니 귀신을 보다가 힐끗 홀을 보았다.
“정신은 없어도 아들은 알아보시네요.”
도영민과 아줌마는 괴롭혀도, 최소한 아들인 아저씨는 괴롭히지 않으니 말이다.
그에 강진이 할머니 귀신을 보았다.
“보세요. 할머니 아들이 지금 불행하게 사는지 아니면 행복하게 사는지.”
그리고는 강진이 접시에 담긴 콩나물 삼겹살 찜을 들고는 홀로 나왔다.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