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61
262화
귀신들과 함께 TV를 보고 있을 때, 강진의 핸드폰이 울렸다.
그에 핸드폰을 본 강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건 무슨 번호야?’
010으로 시작하는 번호는 봤는데 이건 번호가 이상했다. 그에 강진이 스팸 전화인가 싶어 보다가 일단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강진의 말에 중국어가 들려왔다.
[강진 씨, 소령이에요.]“아! 소령 씨.”
[저 지금 가게 근처인데…… 가게가 안 보여요.]왕소령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제가 지금 나갈게요.”
강진의 말에 귀신들이 아쉽다는 듯 TV를 보다가 다들 뒷문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이제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나가는 귀신들을 보며 강진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핸드폰 가게 앞에서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는 왕소령과 왕소민을 볼 수 있었다.
“소령 씨.”
강진의 부름에 왕소령이 그를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가왔다.
“가게가…… 어?”
다른 사람들처럼 가게를 보며 놀란 눈을 하는 왕소령의 모습에 강진이 웃었다.
다들 비슷한 반응을 보였던 것이다. 방금 전까지 안 보이다가 보이는 이 기묘한 현상에 말이다.
“들어오세요.”
강진의 말에 왕소령과 왕소민이 가게를 보다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런 두 사람을 보던 강진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그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승천을 하신 건가?’
왕소령과 같이 다니던 수호령, 정대령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아마도 왕소령과 함께 하고 싶었던 한국 여행을 죽어서라도 같이 해서 승천을 한 모양이었다.
승천을 하지 않았다면 수호령인 그녀가 왕소령의 곁을 떠나지 못했을 테니 말이다.
그에 강진이 미소를 지으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한겨울의 청명한 파란 하늘을 보던 강진이 중얼거렸다.
“편지라도 한 통 보내주시지, 그냥 가셨습니까?”
돈이 없는 귀신들도 승천을 하면 편지라도 한 통 써서 보내주는데 정대령은 그냥 갔으니 조금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강진이 피식 웃으며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승천하셨으면 되신 거지.’
구천을 떠도는 안쓰러운 귀신 하나가 승천을 했으니 좋은 일이었다.
강진이 들어오자 왕소령이 웃으며 말했다.
“쉬는 시간인데 귀찮게 해 드리는 것 아닌가요?”
“아닙니다. 여행은 즐거우셨어요?”
강진의 말에 왕소령이 미소로 답을 했다.
“너무 즐거웠어요.”
“그런데 저번 주에 중국 들어가셔야 했던 것 아니세요?”
“기억을 하셨네요.”
“그럼요.”
“다니다 보니 가고 싶은 곳이 계속 생각이 나서 예약한 비행기 취소하고 며칠 더 있었어요. 지금도 아침까지 부산에 있다가 올라오는 길이에요.”
원래는 일주일 여행 계획인 것을, 며칠 더 연장한 것이었다.
“부산에 있으셨어요?”
“네.”
환하게 웃는 왕소령과는 달리 잔뜩 지친 표정의 왕소민이 한숨을 쉬었다.
그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말을 걸었다.
“소민 씨는 여행이 많이 힘드셨나 보네요.”
“평생 걸어야 할 것을 이 열흘 동안 다 걸은 것 같습니다. 지금도 다리 퉁퉁 붓고 장난 아닙니다.”
잔뜩 지쳐 있는 듯한 왕소민의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식사는 하셨어요?”
“누나가 한국에서의 마지막 밥은 여기서 먹고 싶다고 해서 점심도 못 먹었습니다.”
왕소민의 말에 왕소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 배고파요.”
“그럼 일단 식사부터 하시면서 이야기하시죠. 식사는 어떻게 해 드릴까요?”
강진의 말에 왕소령이 말했다.
“혹시 제가 해 먹을 수는 없을까요?”
“직접요?”
“라면이 먹고 싶어서요.”
라면이라는 말에 강진이 의아한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
“한국에서 드시는 마지막 식사인데 라면으로 드시게요?”
“지금은 김치 넣고 끓인 라면이 먹고 싶어서요.”
“다른 맛있는 것도 많은데요?”
“먹고 싶은 것이 가장 맛있는 음식이죠.”
왕소령의 말에 강진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정답이네요. 그럼 제가 끓여서 드릴게요.”
“제가 직접 끓여서 먹고 싶어서요.”
왕소령의 말에 강진이 재차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게 하세요.”
“파하고 계란 좀 부탁해요.”
“들어오세요.”
강진이 주방으로 들어가자 왕소령이 그를 따라 들어갔다. 강진이 냄비에 물을 넣고 불에 올리고는 김치 통과 재료들을 꺼냈다.
강진이 김치 통을 건네주자 왕소령이 냄비에 김치와 국물을 넣었다.
그러고는 파를 칼로 써는 왕소령의 모습에 강진이 말했다.
“칼질 잘하시네요.”
“식당 아르바이트 오래 했으니까요.”
왕소령이 웃으며 파를 써는 것을 보던 강진이 말했다.
“그런데 왜 라면이 드시고 싶으세요?”
“먹고 싶은 데에 이유가 있나요?”
웃으며 말을 한 왕소령이 파를 썰며 말을 이었다.
“한국에 오면 라면에 김치 넣어서 꼭 끓여 먹고 싶었어요.”
“중국에도 한국 라면 팔지 않습니까?”
“있죠. 근데 거기는 한국이 아니잖아요.”
왕소령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끓어오르는 냄비를 보았다.
물이 끓어오르자 왕소령이 면과 수프를 넣었다.
부글부글!
라면이 맛있는 냄새를 내며 끓어오르자 왕소령이 파와 계란을 넣었다.
김치 라면을 맛있게 끓인 왕소령이 강진을 보았다.
“그릇은 네 개 챙겨 주세요.”
강진이 그릇과 반찬을 챙기자 왕소령이 냄비를 들고는 홀로 나왔다.
그릇에 라면을 덜은 왕소령이 자신의 옆에 그릇을 놓았다. 그 모습에 강진이 의아한 듯 말했다.
“저는 안 먹어도 됩니다.”
“강진 씨 말고 대령이 거요. 그리고 이게 강진 씨 거.”
싱긋 웃으며 왕소령이 강진에게도 라면을 덜어 주었다. 그 모습에 강진이 비어 있는 자리에 놓인 라면을 보았다.
“여행 기간 동안에도 계속 대령 씨 음식을 챙기셨나요?”
“제가 먹는 것 보는 것 모두 대령이하고 함께 한다 생각하거든요. 그럼 대령이도 먹어야죠.”
싱긋 웃는 왕소령의 모습에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여행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마지막 여행은 제대로 하고 가셨네요.’
강진이 속으로 중얼거릴 때, 왕소령이 자신의 그릇에 라면과 국물을 덜어냈다.
라면을 후루룩 먹으며 왕소령이 미소를 지었다.
“역시 중국에서 먹던 것과는 맛이 다르네요.”
“같은 음식이라도 어디서 누구와 먹느냐에 따라 맛이 다른 법이죠.”
“맞는 말이네요.”
왕소령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라면은 추운 겨울, 야외에서 먹을 때가 가장 맛있습니다.”
“그래요?”
“특히 물가에서 먹을 때 가장 맛있습니다. 추운 것 참고 언제 한 번 도전해 보세요. 제 말이 맞다는 것을 아실 겁니다.”
“옷 단단히 입고 한 번 해 봐야겠어요.”
웃으며 말을 한 왕소령이 강진을 보며 말을 이었다.
“고마워요.”
“갑자기요?”
강진의 말에 왕소령이 미소를 지었다.
“여행 하고 맛있는 것 먹으라고 한 말…… 정말 고마워요. 그리고 이번 한국 여행 즐거웠어요.”
“즐거우셨다니 다행입니다.”
“드라마 나왔던 거리도 걷고, 집도 가 보고…… 아! 제주도도 갔다 왔어요.”
“제주도도 다녀오셨어요?”
“제주도에서 이틀 정도 있다가 부산으로 오늘 온 거예요.”
“알차게 많이 다니셨네요.”
“그럼요.”
라면을 먹으면서 왕소령이 그간 찍은 음식과 여행지 사진들을 보여주었다.
“한국에서 태어나 이때까지 살은 저보다 소령 씨가 더 많이 가 보신 것 같네요.”
“사는 것과 여행은 다르니까요.”
웃으며 말을 한 왕소령이 젓가락을 내려놓고는 입을 닦았다.
“잘 먹었어요.”
“차 한잔 드시겠어요?”
“커피로 주세요.”
왕소령의 말에 강진이 커피를 타서 주었다. 커피를 받은 왕소령이 한 모금 마시고는 미소를 지었다.
“오늘 기차에서 잠을 잤어요.”
“이동할 때는 잠을 자는 것이 가장 좋죠. 시간도 빨리 가고.”
강진의 말에 왕소령이 미소를 지었다.
“기차에서 잠깐 잤는데 좋은 꿈을 꿨어요.”
“어떤 꿈을 꾸셨는데요?”
“대령이하고 제가 한국에서 여행을 하는 꿈이었어요.”
왕소령의 입가에 어리는 미소에 강진이 웃었다.
“꿈에서 한 여행이 즐거우셨나 보네요.”
강진의 말에 왕소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행복하면 눈물이 난다는데…… 깨어 보니 울고 있더라고요.”
왕소령의 말에 왕소민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자는데 옆에서 우는 소리가 들려서 보니까 펑펑 울고 있더라고요. 그거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왕소민의 말에 왕소령이 눈을 찡그리며 그를 노려보았다.
“네가 깨워서 깼잖아.”
“눈물 콧물 질질 흘리면서 우는데 어떻게 보고만 있어?”
왕소민의 말에 왕소령이 입맛을 다시다가 미소를 지었다.
“어쨌든…….”
왕소령이 눈을 감았다. 그러자 꿈에서 봤던 정대령의 모습이 떠올랐다.
꿈속에서 자신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던 정대령의 모습…….
-하루하루 재밌게 살아.
자신에게 미소를 지으며 했던 정대령의 말을 떠올리며 왕소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몫까지 두 배는 더 열심히, 그리고 재밌게 살게. 정말 최선을 다해 재밌게 살 거야.’
속으로 중얼거리며 왕소령이 강진을 보았다.
“제가 강진 씨에게 고마운 마음이 큰가 봐요.”
“오늘 민망한 말을 많이 하시네요.”
“꿈에서 대령이가 강진 씨에게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 전해 주라고 하더라고요.”
“대령 씨가요?”
“강진 씨에게 고마운 마음에 그런 꿈을 꿨나 봐요.”
왕소령의 말에 강진이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편지를 보내기는 하셨군요.’
왕소령의 입을 빌려 정대령은 자신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 것이다.
“중국에 한 번 오세요. 제 친구 중에 이쁜 애들 많아요.”
가게를 나서며 왕소령이 웃으며 하는 말에 강진이 손을 들었다.
“꼭 한번 가야겠네요. 잘 가세요.”
강진의 말에 왕소령이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에 강진도 손을 흔들어 주었다.
***
토요일 오전, 강진의 가게 앞에는 푸드 트럭이 한 대 서 있었다.
그리고 그 푸드 트럭 안에서 강진은 음식 재료들을 채우고 있었다.
“이게 푸드 트럭이라는 거구만.”
배용수가 옆에서 푸드 트럭 내부를 살피는 것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 봐라. 앞으로 네가 일해야 할 곳이니까.”
“이거 우리 것도 아니잖아.”
“우리 것은 아니지만 차이 얼마 있겠어? 구조는 거기서 거기겠지.”
“하긴, 이 좁은 공간에 조리 공간 만들려면 별 차이는 없겠네.”
말을 한 배용수가 강진을 보았다.
“그런데 우리 푸드 트럭은 언제 오는 거야? 일월 중순쯤에 들어온다고 하지 않았어?”
“정확하게 언제라고는 하지 않았으니까. 아마 다음 주쯤에 나오지 않을까?”
“일찍 왔으면 좋겠다.”
“이따가 전화 한 번 해 볼게.”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일 때, 식당에서 황민성이 나왔다.
“도와줄까?”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제가 정리해야 요리하기 편해요.”
그리고는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푸드 트럭을 가져오셨네요.”
오늘 강진과 황민성 가족은 보육원으로 음식 봉사를 하러 가기로 했다.
식재와 음식은 강진이 준비를 해서 보육원 주방에서 만들려고 했는데 황민성이 푸드 트럭을 한 대 빌려 온 것이다.
“보육원에 전화했더니 아이들이 푸드 트럭 좋아한대.”
“하긴 애들 눈에는 푸드 트럭이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겠네요.”
트럭에서 음식을 만들어서 주니 말이다.
황민성과 이야기를 나누며 재료들을 잘 정리해서 놓은 강진이 트럭에서 내렸다.
“다 됐어?”
“네.”
“메뉴는 뭐야?”
“떡볶이와 어묵국, 그리고 야채 튀김하고 쫄면하고 닭 튀김요.”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황민성이 가족들을 차에 태우고는 보육원이 있는 곳으로 출발을 했다.
경기도에 위치한 보육원에 황민성과 강진이 탄 차가 들어서고 있었다.
‘여기구나.’
오늘 온 보육원은 황민성 집 지박령들이 봉사활동을 했던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