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542
543화
촤아악! 촤아악!
임대강이 프라이팬 하나를 잡고 열심히 주걱을 움직이는 것을 보며 강진은 두 손으로 다른 프라이팬을 움직였다.
요리 초보인 임대강이 프라이팬 세 개를 동시에 쓸 수는 없으니, 강진이 나머지 두 개를 잡고 요리를 하는 것이었다.
물론 재료는 다 임대강이 손질한 것으로 쓰고 말이다.
“다 됐다. 이제 밥그릇에 옮겨 담자.”
강진은 적당히 속이 깊은 밥그릇을 임대강에게 내밀었다.
“여기다 담아요?”
“일단은 거기다 담아. 볶음밥이 뜨거우니 한 손에 행주 깔고.”
임호영이 하는 말을 강진이 따라 해주자, 임대강이 한 손에 행주를 올리고는 주걱으로 볶음밥을 떠서 밥그릇에 담았다.
스윽! 스윽!
“살짝 톡톡톡! 두드린다는 느낌으로…… 너무 강하게 누르면 떡처럼 눌리니 적당히 흩어지지만 않게 한다는 느낌으로.”
임호영이 임대강에게 하는 말을 따라하며 강진도 밥그릇에 볶음밥을 톡톡 담았다.
볶음밥을 다 덜자 사용했던 프라이팬을 닦고는 불을 올렸다. 그리고 기름을 두른 강진이 계란을 툭툭 까며 말했다.
“대강아, 계란 프라이 정도는 해 봤지?”
“네.”
강진은 가스레인지의 화력을 살짝 줄이며 말했다.
“처음에 계란 프라이를 센 불로 겉만 한 번 익히고 바로 약한 불로 속을 익혀. 그럼 부드러운 식감의 계란 프라이를 만들 수 있어.”
강진은 하얀 접시를 세 개 꺼내 놓고는 자신이 담은 볶음밥 밥그릇을 들었다.
“자, 봐.”
볶음밥 밥그릇 위에 접시를 덮은 강진이 그것을 휙 하고 뒤집었다.
그러고는 접시 위에 놓이게 된 밥그릇을 살살 좌우로 돌리며 들어 올렸다.
스윽!
그러자 접시 위에 김치볶음밥 언덕이 소복하게 만들어졌다.
“와! 중국집 볶음밥 같아요.”
“중국집도 이런 식으로 볶음밥 모양 만드니까. 한 번 해 봐.”
임대강은 강진이 했던 것처럼 조심히 접시를 밥그릇 위에 올려서는 뒤집었다.
그러곤 천천히 밥그릇을 들어 올리자 볶음밥 언덕이 나왔다.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라서 모양이 잘 나왔다.
“이제 계란 프라이 올리자.”
강진이 잘 익은 계란 프라이를 밥 위에 하나씩 올리고는 반찬들을 쟁반에 담아 홀로 가지고 나왔다.
“김치볶음밥 나왔습니다. 드시고 계시면 국물 음식 하나 만들어 오겠습니다.”
말을 하며 강진이 음식을 하나씩 놓고는 임대강이 만든 김치볶음밥을 두 사람 앞에 놓았다.
“3인분 전부를 대강이가 만드는 건 무리인 것 같아서, 2인분은 제가 하고 이건 대강이가 한 겁니다.”
“이걸 대강이가요?”
“우리 손주 잘 만들었네.”
임대강이 만든 김치볶음밥을 보던 할머니가 미소를 지었다.
“우리 아들도 김치볶음밥을 하면 이렇게 모양을 내고 위에 계란 프라이를 올려 주었는데.”
할머니의 말에 임호영이 웃으며 말했다.
“나야 그냥 먹으면 되지만, 엄마가 먹을 건 예쁘게 해서 줘야지.”
자신이 먹을 때야 프라이팬에 있는 그대로 먹으면 되지만, 어머니 드시는 걸 그렇게 줄 수는 없었던 임호영이었다.
그러했기에 그는 일부러 모양을 낼 밥그릇과 담는 접시까지 써서 김치볶음밥을 예쁘게 만들곤 했다.
이렇게 하면 설거지할 그릇이 두 개나 더 생기는데도 말이다.
“엄마, 어서 먹어 봐.”
나이 많은 아저씨의 모습을 한 임호영의 입에서 엄마라는 말이 나왔다.
나이가 많든 적든…… 역시 남자에게 어머니는 엄마라는 단어가 가장 편한 것이다.
임호영의 말을 듣기라도 한 것처럼, 할머니는 잠시 김치볶음밥을 보다가 한 숟가락 떠서는 입에 넣고 천천히 씹었다.
“할머니, 어때요?”
살짝 불안한 기색인 임대강이 묻자 할머니가 미소를 지으며 그 머리를 쓰다듬었다.
“우리 대강이, 다 컸네.”
“맛있어요?”
“아주 맛이 좋네. 네 아빠가 해 준 맛 같아.”
할머니는 웃으며 슬며시 김영지의 손을 쥐고는 말했다.
“너도 먹어 보렴.”
“네.”
아들이 처음으로 만든 김치볶음밥을 맛본 김영지는 임대강을 보았다.
“아들, 가끔 할머니하고 엄마한테 이거 해 줘야 해.”
“맛있어?”
“맛있으니 또 해 달라고 하지.”
김영지는 김치볶음밥을 한 숟가락 더 먹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맛이 좋아.”
김영지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럼 식사 편히 하세요.”
“고마워요.”
“아닙니다. 편히 드세요. 같이 드실 계란국 끓여 오겠습니다.”
강진이 몸을 돌려 주방으로 들어가자, 할머니가 그의 뒷모습을 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좋은 사람이구나.”
“그렇죠?”
“사람을 배려해 주는 마음이 있어.”
자신이 직접 김치볶음밥을 하는 것이 더 쉽고 간편했을 것이다. 하지만 임대강에게 알려줘서 음식에 의미를 만들어 주었다.
아들이 해 주던 김치볶음밥을 아들의 아들이 해 주는 것으로 말이다.
그래서…… 맛이 더 있고 가슴이 따뜻했다.
“종수가 대강이한테 좋은 형을 소개해 줬구나.”
임대강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진 형 좋은 사람이에요.”
임대강의 말에 할머니는 강진이 들어간 주방을 한 번 보고는 김치볶음밥을 먹기 시작했다.
식사를 마친 후, 임대강 식구들은 강진과 함께 차를 마시고 있었다.
“손님이 이리 없어서 어떻게 해요?”
할머니가 걱정스럽게 가게를 보는 것에 강진이 웃었다.
“저희 가게는 평일 직장인들 위주로 영업을 해서요. 오늘 같은 날은 손님이 많이 없습니다.”
“그래도…… 여기 임대료도 상당할 것 같은데.”
할머니 집도 상가가 있다 보니 이런 임대료에 대해서 좀 아는 것이다.
“다행히 이 건물이 제 거라서요. 임대료 걱정은 없습니다.”
“호오! 이 동네 비쌀 텐데…… 젊은 사장님이 성공하셨네요.”
성공이라는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젓다가 김영지를 보며 슬며시 말했다.
“어머니, 봉사 활동 어떻게 생각하세요?”
“봉사 활동요?”
“대강이하고 이야기하다 들었거든요. 어머니 집에만 계셔서 답답해하신다고요.”
할머니가 싫어해서 집에 있는 것이지만 강진은 모르는 척하며 말했다.
강진의 말에 김영지가 당황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대강 엄마, 집에만 있어서 답답했니?”
“아니에요.”
연신 고개를 젓는 김영지를 할머니는 안타까운 눈으로 보았다.
사실 그녀도 며느리가 밖에 나가서 일을 하고 싶어 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젊은 여자가 집에서 애 학교 보내고 자신과 운동하거나 산책하고 놀러 다니는 것…… 좋아할 수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할머니는 김영지를 밖이 아닌 자신의 옆에 두고 싶었다.
외국에서 시집 온 여성을 은근히 깔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싫고, 과부라고 무시당할 것도 싫었다.
-외국에서 온 여자들, 한국에 올 때 남자친구하고 같이 들어온대.
-돈 보고 오는 거지, 남자 보고 오는 거겠어?
-내가 아는 집 며느리도 베트남에서 왔는데, 세상에. 오고 딱 일 년 살고는 돈 들고 도망을 쳤다니깐?
할머니는 걱정이라는 이름하에 며느리 험담을 하며 비꼬는 친구들과 대판 싸우고 연을 끊은 적도 있었다.
그래서 김영지가 밖에서 일하는 것이 걱정이고 또 걱정이었다.
한국 사람들은 정이 있고 나쁜 사람보다 좋은 사람이 더 많은 것을 알지만, 일부 사람들은 남의 상처를 아무렇지도 않게 후벼 파기도 하니 말이다.
과부에 외국인인 김영지가 혹시라도 이상한 사람들을 만났다가 상처받을까 봐 늘 걱정인 것이었다.
그래서 할머니는 김영지를 자신의 옆에 두고자 했다. 나이 많은 아들 따라 온 착한 며느리를 보호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러다 보니 며느리가 일하고 싶다고 하면 슬며시 만류하곤 했다.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무슨 일이냐고, 돈 필요하면 애들에게 집에 보내는 돈을 더 보내라고 하겠다고 하면서 말이다.
할머니의 얼굴에 어린 안쓰러움을 본 강진은 의외로 말이 잘 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느리가 집밖을 나가는 것에 대한 불안함이 아닌 안쓰러움…… 내가 생각했던 그런 것은 아닌가 보네.’
임호영에게 김영지의 사정을 들었을 때, 강진은 ‘할머니가 걱정하시는 게 며느리가 새 남자를 만나는 건가?’ 하고 생각했었다.
그런 걱정을 하는 게 이해도 됐었다. 며느리가 새 남자를 만나 시집을 새로 가면 이별해야 하니 싫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할머니의 얼굴을 보니…… 그게 아니었음을 강진은 알아챘다.
당황해하는 김영지를 안쓰러운 눈으로 보는 할머니에게 강진이 말했다.
“다문화 가정 지원 센터가 있더군요.”
“다문화 가정 지원 센터요?”
당황해하면서도 강진의 말에 관심이 있는 듯 김영지가 되묻자 강진이 말을 이었다.
“다문화 가정 지원 센터에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 여성들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한국어도 가르쳐 주시고, 한국 문화를 비롯해 여러 가지 한국에 살면서 알아두면 좋은 것을 가르쳐 주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제가 가르쳐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영지는 당황스럽다는 듯 그를 보다가 말했다.
“저 학교도 잘 안 나와서…… 제가 사람을 가르칠 수 있을까요?”
“가르치는 것이 별건가요? 한국어로 이야기 나누시고, 상대가 못 알아들으면 모국어로 이야기하시면 되죠. 그렇게 한국어와 베트남어 번갈아 사용하면서 말하고 의문점 풀어 주시면 되죠.”
“아…….”
“어머님은 한국어와 모국어 둘 다 잘하시잖아요.”
“그야…… 오래 살았으니까요.”
“그리고 모국 이야기도 나누면 좋지 않겠어요?”
모국이라는 말이 나오자 김영지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한국에 있기는 하지만 고향이 그립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다행히 모국에 가는 비행기 표 값이 부담되는 처지는 아니라서, 여름과 겨울에 대강이가 방학을 하면 집에 다녀오고는 했다. 그럼에도 고향 가족들이 그리운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김영지의 얼굴이 밝아지는 것을 지그시 보던 할머니가 웃었다.
“잘 됐네.”
“네?”
“젊은 애가 집에만 있어서 답답해 보였는데 그렇게 좋은 곳이 있으면 봉사도 하고 바람도 쐬고 얼마나 좋겠니.”
할머니의 말에 김영지가 그녀를 보았다.
“그럼 저 해도…….”
“네가 일을 한다고 하면 고생할까 싶어 말리고 싶지만, 봉사는 네가 힘들면 언제든지 그만둬도 되는 것 아니겠니.”
“그야…… 그렇죠.”
‘그리고…… 같은 나라 사람들하고 있으면 이상하게 보지도 않을 것이고.’
속으로 중얼거린 할머니는 미소를 지으며 강진을 보았다.
“고마워요.”
“네?”
“우리 며느리 생각해서 이것저것 알아봐 준 거잖아요.”
할머니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저 여기 오는 손님들한테 들었을 뿐이에요.”
“그래도 물었으니 들었을 것 아니겠어요. 고마워요.”
고개를 끄덕인 강진은 핸드폰을 꺼냈다.
“제가 좀 알아봤거든요.”
“알아보셨어요?”
“이건 구청에서 운영하는 다문화 가정 지원 센터인데요. 구청 내에 문화 센터도 있으니 할머니도 같이 가셔서 여가생활 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말을 하며 강진은 핸드폰으로 구청 사이트에 들어갔다. 그러곤 다문화 가정 지원 센터와 문화 센터가 찍힌 사진을 찾아 두 사람에게 보여주었다.
할머니와 김영지가 그것을 유심히 보더니 말했다.
“저희 동네 구청은 아니네요.”
“그쪽 동네도 있기는 한데…… 어머니 봉사활동 가시면 할머니 심심하실 것 같으니 이쪽이 괜찮을 것 같더라고요.”
김영지 혼자 외출하는 걸 반대할 경우를 대비해서 아예 같이 갈 수 있는 곳까지 찾아본 강진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이유가 있습니다.”
“뭔데요?”
“거기 구내식당이 맛있대요.”
“구내식당?”
김영지가 의아한 듯 보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제가 회사를 다녀 보니, 맛있는 구내식당이 있는 회사가 최고더라고요.”
강진의 말에 김영지가 피식 웃었다. 그녀도 남편과 같이 일할 때, 점심에 뭘 먹나 하는 걱정은 많이 했었던 것이다.
미소 짓는 김영지를 보던 강진은 힐끗 임호영을 보았다.
옆에 서 있던 임호영이 허리를 깊숙이 숙이며 고개를 숙였기 때문이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강진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이 열리고 손님들이 들어오자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서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