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543
544화
점심 장사를 마무리한 강진이 홀을 정리하고 있을 때, 강두치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장님.”
“아, 어서 오세…… 아?”
강두치를 보고 인사하던 강진은 그의 옆에 있는 강건희를 뒤늦게 발견했다. 강진이 의문 어린 시선으로 강건희를 보자 강두치 또한 그를 보고는 말했다.
“사장님을 보고 가고 싶다고 해서…….”
귀찮다는 투로 말하는 강두치에게 강진이 물었다.
“잠시 시간은 됩니까?”
“짧게 하세요.”
강진은 강건희에게 다가갔다. 그러곤 작게 고개를 숙였다.
“명복을 빌겠습니다.”
“상식이…… 잘 부탁드립니다.”
강건희가 고개를 숙이는 것에 놀란 강진이 손을 마구 내저었다.
“이러지 마세요.”
강진의 만류에도 고개를 숙이고 있던 강건희는 한숨을 쉬며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강두치를 보았다.
“이제 가시죠.”
정말 짧은 인사였지만 약속은 약속이었다. 강두치가 VIP도 아닌 사람에게 이 정도라도 시간을 만들어 준 것은, 그가 인사를 하겠다는 사람이 강진이었기 때문이었다.
강건희의 말에 강두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을 열었다.
스윽!
문을 열자 강진의 눈에 JS 금융을 배경으로 서 있는 사람이 보였다. 전에 본 JS 금융 인턴이었다.
“모시고 가.”
강두치의 말에 인턴이 강건희를 보았다.
“가시죠.”
인턴이 손을 내밀자 강건희가 잠시 JS 금융을 보다가 강진을 보았다.
“상식이한테…… 미안했다고 전해 주십시오.”
그러고는 강건희가 문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띠링!
그리고 문이 닫히는 것과 함께 풍경 소리가 들리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다행히 귀신은 안 되셨구나.”
강진의 중얼거림에 강두치가 가게를 둘러보다가 말했다.
“믹스 커피 한 잔 주십시오.”
“JS에서 사 온 커피 있는데 그거 드릴까요?”
“아닙니다. 가끔은 이승 믹스 커피가 마시고 싶을 때가 있어요. 믹스 커피가 달달해서 피곤할 때 마시면 당도 채워지고 좋더군요.”
“가끔 그럴 때가 있죠.”
웃으며 강진이 카운터 한쪽에 있던 믹스 커피를 뜨거운 물에 타서 가져다주었다.
그러고 강진이 맞은편에 앉자, 강두치가 허공을 보며 말했다.
“저번에…… 귀신 사진하고 동영상을 사람에게 보여줬더군요.”
뜨끔!
말 그대로 가슴이 뜨끔한 강진이 조심스레 강두치를 보았다. 올 것이 온 것이다.
“그게…….”
잠시 입맛을 다시던 강진은 한숨을 쉬고는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강진의 사과에 강두치가 그를 보다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물었다.
“변명은 안 하십니까?”
강진은 재차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두치 씨가 저에게 그동안 잘 해 주셨는데…… 변명보다는 사과를 하고 싶습니다. 변명은…….”
강진은 입맛을 다시고는 슬며시 말했다.
“JS 잔고에 돈 빠져나갈 때 하겠습니다.”
변명할 거리는 많다. 전에 신수호가 김소희 변호하겠다고 했던 내용들을 잘 기억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번 일을 굳이 변명하자면, 유훈이 사진과 동영상 속의 사람을 자신의 여자친구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알고 있다는 점을 이야기할 수도 있었다.
긴장한 기색의 강진을 지그시 보던 강두치는 고개를 저었다.
“일단 앞으로는 조심하십시오.”
이번은 봐주겠다는 투에 강진이 슬며시 물었다.
“그럼 이번 일은?”
“호 그 친구가 해결했습니다.”
“신수호 씨가요?”
“일 저지르시는 것 위에서 연락 왔었는데, 그 직후에 신수호가 연락을 하더군요. 그냥 두라고.”
“신수호 씨가요?”
강진이 놀란 눈으로 다시 한 번 같은 말을 하자, 강두치가 고개를 끄덕이며 허공을 보았다.
“강진 씨가 여기 운영하는 것이 마음에 드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자신이 커버해 준다고, 그냥 두라고 했습니다. 귀신 상대하면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말도 못 하는데 가끔은 이런 짓도 해야 하지 않느냐고 하면서요.”
강두치의 말에 그를 보던 강진이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신수호 씨가 저를 위해서 그렇게 말을 많이 하셨다고요?”
평소 과묵하고 할 말만 하는 신수호다. 그런데 자신을 위해 길게 변명을 하디니…….
강진이 살짝 감동을 받은 듯하자 강두치가 말을 덧붙였다.
“호가 말이 좀 적기는 해도 변호사라 말을 해야 할 때는 잘합니다.”
그러고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
“어쨌든…… 앞으로는 주의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신경 쓰게 해서 죄송합니다.”
강진의 말에 강두치가 고개를 저었다. 그러다가 강진을 보았다.
“그리고…… 이번엔 조금 잘했습니다.”
“네?”
“그 사람에게 사진이나 동영상에 나오는 인물이 귀신과 관련이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지 않습니까? 그리고 사진이나 동영상에는 사람인 상대에게 뭔가 의미를 전달하는 메시지나 내용이 없는 그저 먹방일 뿐이었고.”
“아.”
“그래서 좀 쉽게 넘어간 겁니다. 그렇지 않았으면 호라고 해도 강진 씨 잔고에서 돈 좀 나가야 했을 겁니다.”
말을 한 강두치가 커피를 다시 마시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음에 또 이렇게 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저승의 소식을 이승에 전하는 것은 엄연히 불법입니다.”
“주의하겠습니다.”
주의하겠다는 말에 강두치가 그를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안 하겠다는 소리는 안 하네.’
하지만 강두치는 별다른 소리를 더 하지 않았다. 이 일을 한 수백 년 동안 강진처럼 귀신들을 돕다가 제재를 받았던 저승식당 주인이 한둘이 아니었던 것이다.
저승식당 주인들은 대부분 마음이 착하고 선한 이들이다. 그런 이들이다 보니 불쌍한 귀신들의 사연에 쉽게 동화되고 도와주다 보니 이런 일이 한두 번씩 생기는 것이다.
강두치가 고개를 저으며 몸을 돌리자, 그 뒤를 따르던 강진이 문득 그를 보았다.
“저기.”
강진의 부름에 강두치가 그를 보았다.
“왜 그러십니까?”
“저 묻고 싶은 것이 있는데요.”
“말씀하세요.”
“무당 있잖습니까.”
“무당?”
“무당은 귀신의 이야기를 듣고 사람들에게 전하잖습니까. 아! 물론 가짜 무당 빼고 진짜 무당요.”
“그렇죠.”
“그럼 그들은 대가 같은 것 안 치르나요?”
강두치는 잠시 무언가 생각하는가 싶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대가를 이미 치렀습니다.”
“네?”
“보통 사람들이 무당을 어떻게 봅니까?”
“그야…….”
말을 하던 강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당이라고 하면 귀신을 보거나, 귀신과 대화를 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일반인들은 무당에게 점을 보러 갈 때 외에는 가까이하지 않는다.
“아…… 대가라는 것이?”
강진이 보자 강두치가 고개를 끄덕였다.
“외로움이라는 대가를 이미 치르고 있습니다. 무당이 된다는 이유만으로 가족과 연이 끊기는 이들도 꽤 많습니다. 그들도 자기가 하고 싶어서 무당의 길을 들어선 것도 아닌데 말이죠.”
“아…….”
강진이 입맛을 다시자 강두치가 말을 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이미 대가를 치르고 귀신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입니다. 물론 그 이야기를 믿고 안 믿고는 사람의 선택이지만요.”
그러고는 강두치가 다시 몸을 돌렸다.
“자! 그럼 갑니다.”
걸음을 떼려던 강두치는 강진을 힐끗 보며 말했다.
“제가 회사에 속해서 자제하라고 하지만…… 저는 사장님이 하는 일 응원합니다.”
강진이 미소를 지으려 할 때, 강두치가 손가락을 들었다.
“물론 개인적으로입니다. 일은 일이라 다음에 이런 일 생기면…… 저 인상 쓰고 옵니다.”
“아…… 알겠습니다.”
강진이 고개를 숙이자 강두치가 피식 웃으며 걸음을 옮겼다.
‘복래 사장님이 후임은 잘 정하셨네.’
저승식당은 배고프고 외로운 귀신들을 위한 곳이다. 그런 곳의 사장이 외롭고 안쓰러운 귀신을 외면한다면…… 사장으로서의 자격이 없는 것이었다.
물론…… 적당히 커버할 수 있는 선에서 일만 벌인다면 말이다.
강두치가 나가고 닫히는 문을 보며 강진이 작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렇지 않아도 강두치와 신수호가 유훈의 일에 대해 말을 하지 않아서 조마조마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런데 강두치가 이렇게 와서 말을 해 주고 나니 안도감이 들었다.
강진은 허공을 보며 말했다.
“변호사님,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잠시 후 그의 핸드폰에 신수호의 문자가 왔다.
스윽!
신수호의 짧은 문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
강두치가 가고 난 후, 강진은 조금은 홀가분하고 편한 마음으로 TV를 보고 있었다.
“사고치고 수습이 돼서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혼날까 봐 걱정 좀 했지.”
“그러게 사고를 왜 쳐.”
강진은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저었다.
“슬프잖아.”
강진의 말에 배용수는 고개를 젓다가 문득 고개를 돌렸다. 잠시간 한쪽 테이블을 보던 배용수가 말했다.
“변 어르신 태블릿도 안 가져갔는데…… 바둑은 어떻게 두시는지 모르겠네.”
강진도 그가 보는 테이블을 보았다. 그 테이블은 평소 변대두가 앉아서 바둑을 두던 곳이었다.
“내일 오신다고 했으니 그때 태블릿하고 비닐장갑 챙겨 드리면 되겠지.”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쇼핑백에 잘 챙겨 놔야겠다.”
이야기를 나눌 때, 황민성이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오셨어요?”
황민성이 들어오는 것에 강진이 웃으며 일어나다가 그 뒤를 따라 들어오는 오 실장을 보고는 반갑게 그를 보았다.
“오 실장님.”
강진이 반갑게 맞이해 주자 오 실장이 고개를 숙였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여행 잘 다녀오셨어요?”
“네. 대표님이 배려해 주셔서 가족들과 함께 편히 쉬다 왔습니다.”
“잘 하셨네요. 가끔 쉴 때도 필요한 법이죠.”
강진의 말에 오 실장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식사는 하셨어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저었다.
“상식이 올 거야. 오면 같이 먹을게.”
“상식 씨…… 아니, 상식이 형 온대요?”
“응.”
자리에 앉는 황민성을 보며 강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상 끝나면 보통 가족들하고 식사…… 아.”
강진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 상이 끝나면 가족들끼리 유품을 정리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게 아니라면 최소한 식사라도 하고 헤어지거나 말이다.
하지만 강상식과 오성그룹 관계를 생각한다면…… 그런 일은 있을 수가 없었다.
“그럼 3일 동안 고생을 했을 테니 몸보신 음식을…….”
“삼겹살 먹고 싶대.”
“삼겹살요?”
“냉동 삼겹살에 한잔한 뒤에 집에 가서 푹 자고 싶다고 하더라. 아! 육개장 국수도.”
“냉동보다는 냉장이 더 좋지 않아요?”
“가끔은 냉동 삼겹살이 먹고 싶을 때도 있지.”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야…….
“그럼 가서 냉동 삼겹살 사 올게요.”
“괜찮아. 내가 사 왔어.”
황민성이 오 실장을 보자, 그가 검은 봉지를 내밀며 말했다.
“여기에는 냉장 삼겹살밖에 없을 거라고 하시기에, 대표님과 오는 길에 사 왔습니다.”
검은 봉지를 받아든 강진이 그 안을 보았다. 안에는 냉동 삼겹살과 파채가 담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