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806
808화
강진이 보자 서성식이 입맛을 다시며 말을 이었다.
“강원랜드에 미쳐서 다니는 저이니 공장이 제대로 돌아갔겠습니까? 뭐…… 일이야 직원들이 있고 관리자들이 있으니 돌아가지만…… 재료값 줘야 할 돈을 제가 도박으로 날리고 있으니……. 그러다가 제가 어르신에게 빌린 돈을 갚지 못하자 바로 공장을 가져가시더군요. 그래서 뺏겼다 생각을 했습니다. 어르신의 마음은 모른 채 말입니다.”
후회가 가득한 서성식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작게 고개를 저었다.
‘후회는…… 아무리 빨리 해도 늦는 건가?’
“도박을 하지 마시지.”
“그러게 말입니다. 어르신이 공장 가져가고 손에 쥔 것이 없었던 그때라도 그만뒀으면…….”
서성식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 모습을 보며 이충만이 말했다.
“이 친구 보면 알겠지만…… 그때 공장 어르신이 가져가고 다시 강원랜드로 갔습니다.”
“다시요?”
“그때는…… 잃은 돈을 다시 따기 전에는 돌아오지 않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십만 원으로 천만 원을 만들었으니 일억이면 백억을 만들 수 있겠다…… 멍청한 생각이었죠.”
“그래서요?”
“멍청한 생각에 그래서가 어디 있겠습니까?”
“공장을 뺏기셔서 돈이 없으셨을 텐데…….”
돈이 없는데 어떻게 다시 도박을 할 생각을 하나 싶어서 묻는 것이었다. 그런 강진의 물음에 서성식이 쓰게 웃었다.
“도박하는 놈들은 어떻게든 돈을 마련합니다. 그게 자기 죽이는 길인지도 모르고 말이죠. 가족에게 가져오고 친척한테 빌려오고…… 친구들한테 빌리고요.”
한숨을 쉬며 서성식이 말을 이었다.
“그렇게 있는 돈 없는 돈 끌어모아서 강원랜드에서 살다가 돈 다 잃고…… 굶어죽었습니다.”
“아…….”
강진이 눈을 찡그리자, 서성식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때 제 손이라도 잘랐어야 했는데…… 그럼 제가 살았을 텐데.”
“손을 자른다고 도박을 끊을 것 같나? 손을 잘라도 발로 하는 것이 바로 도박 중독자의 삶이네.”
“…….”
이충만의 말에 서성식이 말을 하지 않았다. 그 말이 맞다 생각을 한 것이다.
그때 자신이라면 돈이 없으면 몰라도 손이 없으면 발로라도 어떻게든 도박을 했을 것이다.
“그래서 귀신이 되신 거군요.”
“강원랜드 가면…… 귀신들 참 많습니다.”
작게 중얼거린 서성식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거기는…… 사람이 사는 곳이 아니라 지옥입니다.”
서성식의 중얼거림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그래서 귀신이 돼 해코지하려고 어르신에게 찾아온 건가요?”
“처음에는 그랬는데 알고 보니 어르신이 저를…… 아니, 저희 가족을 구해 주신 거였습니다.”
강진이 보자 서성식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르신한테 해코지하려고 왔는데…… 다가갈 수가 없더군요. 그리고 충만 형님이 저를 공장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가 보니 제 아들이 거기 사장으로 있더군요.”
“아드님이요?”
“제가 공장 담보로 빚을 여기저기서 당기니…… 어르신께서 공장을 뺏은 거였습니다. 공장 가치보다 제가 당긴 빚이 더 많아지면 가족들 다 거지가 되니까요. 저는 그런 줄도 모르고…… 제가 그렇게 된 것이 다 어르신 탓인 것 같아 원망만 했는데.”
작게 중얼거린 서성식이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거기에 저 죽고 나서 빚 받으러 온 사채업자들도 어르신이 다 막아 주셨더군요.”
“사채업자?”
“제가 강원랜드 쪽 사채업자들한테도 돈을 좀…….”
“사채도 당기셨어요? 그거 엄청 무섭다고 하던데.”
강진은 예전에 술집에서 알바할 때, 거기 사장으로 있던 조폭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먹고 죽으려고 해도, 돈이 없을 때라도 사채는 절대 빌리는 거 아니다. 흔히 길가에 던져져 있는 일수 종이들 있지? 거기에 전화를 하는 순간 네 인생은 저당 잡혀 버리는 거야. 절대, 절대 빌리면 안 돼.”
조폭이라 어두운 세계에 대해 잘 아는 사장님이 절대 하지 말라는 것이 바로 도박, 마약, 사채였다.
‘이분은 그중 두 개를 하셨네.’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서성식이 말했다.
“그때 어르신이 막아주지 않으셨으면…… 저희 집은 살아 있던 저로 한 번 망하고 죽은 저로 인해 또 한 번 망할 뻔했습니다.”
그러고는 서성식이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어르신 곁에 있습니다. 어떻게든 은혜를 갚으려고요.”
“어떻게 갚으시려고요?”
강진의 말에 서성식의 얼굴이 싸늘해졌다.
“어르신이 미워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에게 달라붙을 겁니다.”
서성식의 말에 강진이 급히 말했다.
“그럼 죄짓는 거예요. 정말 큰일 나요.”
“살아서 못 갚은 은혜…… 죽어서라도 갚을 겁니다. 그리고 그 죄 제가 안고 갈 겁니다.”
서성식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그를 보았다.
‘아이고야…… 큰일 나실 분이네. 영혼이 소멸당한다고 하던데.’
경중이야 있겠지만, 사람에게 해를 끼칠 경우 심하면 영혼이 소멸되는 것이다.
잠시 서성식을 보던 강진이 물었다.
“그럼 가족들은 잘 지내세요?”
“잘 지내고 있습니다.”
“공장은 완전히 아드님께 간 거고요?”
“그렇죠. 처음에는 어르신이 아들에게 공장 일을 시켰습니다. 그러다 아들이 일을 잘하고 믿을 만하다 생각이 드니 공장을 맡기신 것 같더군요. 투자 형식으로요.”
“투자요?”
“공장 수익으로 투자금을 갚으라는 거였지요. 그래서 이제는 진짜 우리 아들 공장입니다.”
서성식이 흐뭇한 얼굴로 미소를 짓는 것에 강진도 미소를 지었다.
“공장 투자 금액을 갚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훌륭한 아드님을 두셨습니다.”
“그러게요. 못난 아버지 대신…… 가족을 잘 건사하고 있습니다.”
서성식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이충만을 보았다.
“그럼…… 이충만 씨는?”
강진의 말에 이충만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쓰게 웃었다.
“저는 어르신 직원이었습니다.”
“직원요?”
“그게…… 어르신 돈을 좀 몰래 가져다 썼습니다.”
“횡령을?”
“그때 눈이 휙 돌았나 봅니다. 그리고 돈이 워낙에 많으니 좀 가져다 써도 모르시겠지, 하고…….”
“그래서 어떻게 되셨어요?”
“결론은…….”
이충만은 쓰게 웃으며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이런 셈이죠.”
“설마 어르신이…….”
‘죽였나요.’라는 뒷말을 차마 꺼내지 못하고 있는 사이, 이충만이 작게 고개를 돌리며 쓰게 웃었다. 맞으면 맞다, 아니면 아니다 말을 하지 않는 것에 강진은 등에 소름이 돋았다.
‘설마 죽이신 건가?’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 보면 이런 사채 쪽은 피도 눈물도 없으니 말이다.
게다가 한국에서 제일 가는 현금 부자라면…… 보통 사람은 아닐 것이다.
표정이 굳어진 강진을 보며 이충만이 고개를 저었다.
“어르신 원망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어르신을 배신했는데도…… 제 아들하고 딸 대학에 유학까지 보내주시고…… 정말 감사할 뿐입니다.”
“그것도 나중에 알게 되신 건가요?”
강진의 말에 이충만이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르신께서 자신의 집 옆에 저희 가족 살림을 차려 주셔서 그때 이미 피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래서 귀신으로라도 어르신 은혜에 보답하고자 남은 겁니다.”
이충만은 웃으며 말을 하다가 강진을 보았다.
“아! 그리고 어르신이 저를 죽인 것이 아닙니다. 저는 그냥…….”
이충만이 쓰게 웃으며 작게 고개를 젓자 강진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이충만이 그를 보았다.
“그러고 보니 황 사장님 애는 나왔습니까?”
“방금 순산했습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어르신이 표현은 안 했지만 이슬이 애가 없어서 걱정이 참 많으셨는데…….”
“이슬 씨 임신했다는 말 듣고 참 좋아하셨죠.”
서성식이 미소를 지으며 하는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어르신 수호령이 아니시면 돌아다니시는 데에 문제가 없으실 테니 저희 가게 한 번 와 주세요.”
“저승식당 말입니까?”
“네. 와서 식사하고 내려가세요.”
강진이 가게 위치를 말해주자, 그 둘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저희도 애를 좀 보고 싶은데…….”
“지금 위에 소희 아가씨 계셔서 오셔도 보지 못할 겁니다.”
자기 조카가 있는 곳에 귀신이 있게 할 김소희가 아니었다.
“아! 그런데 그분 누구십니까? 처녀귀신인 건 알겠는데…… 그렇게 무서우신 분은 처음 봤습니다.”
이충만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처녀귀신이면서 무신이십니다.”
“무신?”
“조선 시대 의병장이신 분입니다.”
답을 한 강진은 고개를 숙이고는 출산실이 있는 곳으로 올라갔다. 출산실 앞에는 강상식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왜 이리 늦게 와?”
“밑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서요.”
“병원에서?”
“가족이 아프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야기 좀 하다가 늦었네요.”
그러고는 강진이 출산실을 보았다.
“형 아직 안 나왔어요?”
“아까 나왔지. 지금 회복실로 이동했어. 가자.”
“저 기다린 거예요?”
고개를 끄덕이며 강상식이 걸음을 옮기자, 강진이 웃었다.
“전화를 하지 그랬어요.”
“올 때 되면 오겠지, 하고 기다렸지.”
말을 하던 강상식은 의자에 놓인 음료수 컵들을 집어서는 봉투에 담았다. 다들 정신이 없어서 쓰던 컵을 그대로 두고 간 것이다.
“화장실 가서 음료 버리고 내려가자.”
“네.”
강상식은 화장실 세면대에 음료를 버리고는 컵에 물을 담아 옆에 튄 걸 씻어냈다.
“나 참 많이 변했다.”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요. 예전 형이면 그냥 두고 오셨을 텐데.”
강상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의 자신이었다면 남이 먹고 남긴 음료수 컵들을 챙겨서 버릴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두고 간 음료수 컵을 챙기고, 그것을 바로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이 아니라 내용물을 비우기까지 하고 있었다.
거기에 세면대에 튄 음료수까지 닦고 있었으니…….
세면대에 물을 부어 커피를 닦아낸 강상식이 컵들을 쓰레기통에 버리고는 몸을 돌렸다.
“강진아.”
강상식의 부름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웃으며 말했다.
“저한테 하실 말씀 있어서 기다린 거였어요?”
강진의 물음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너하고 민성 형 나 모르는 뭔가 있는 거 아는데…… 나도 알면 안 되냐?”
“아…….”
강진이 우물거리자, 강상식이 웃으며 말했다.
“가끔 그럴 때가 있어. 너 혼자 허공을 보면서 중얼거리는 거 말이야.”
“제가…… 혼잣말하는 걸 좋아해서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저었다.
“혼잣말하는 것치고는 시선이 늘 고정되어 있어. 마치 누군가를 보는 것처럼.”
“아…….”
강진이 입맛을 다시자, 강상식이 말했다.
“걱정이 돼서 민성 형한테 말을 했는데…… 민성 형은 그냥 웃으면서 습관이라고 하더라.”
“걱정을 하셨군요.”
“그럼. 내가 좋아하는 녀석이 혼자 중얼거리는데.”
그러고는 강상식이 강진을 보았다.
“너하고 많이 친해진 것 같지만…… 사실 나보다 민성 형이 너하고 더 오래됐고 더 많이 친하잖아.”
“형도 많이 친해요.”
“그럼 고맙고.”
잠시 말을 멈춘 강상식은 세면대에 기대려다가 물기를 느끼고는 다시 몸을 세웠다.
“근데 민성 형은 네 버릇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지 별일 아니라 하시더라고. 근데…… 아까 보니 민성 형도 혼자 중얼거리더라고. 너처럼 누군가에게 말을 하는 것처럼 말이야.”
“그냥 혼잣말하신 거죠.”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저었다.
“형도 눈치라는 것이 있어서…… 너하고 민성 형이 그 일에 대해 말을 안 하려 한다는 것 알아. 근데 나도 왜 그러는지 알아야 이상하게 생각을 안 하지.”
그러고는 강상식이 강진을 보았다.
“그래서…… 뭐야?”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강상식의 얼굴에는 호기심과 의문보다는 두려움이 어려 있었다.
강상식은 자신이 좋아하는…… 피가 섞이지는 않았지만 가족이라 생각을 하는 두 사람의 이런 행동이 두려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