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810
812화
강진은 공원에서 이강혜, 오혁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김성수가 가고 난 후 강진은 애들 밥 주러 공원에 온 것이다.
“어제 사모님 순산하셨구나.”
이강혜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장인어른께서 새벽에 저희 가게로 미역국 끓이러 오셨어요.”
“장인어른이면…… 김성수 어르신?”
“아세요?”
“우리 쪽에서는 유명하신 분이니까.”
이강혜의 말에 오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 어르신 한 번 뵌 적이 있지.”
“만나신 적이 있으세요?”
“아버지가 한 번 전주에 데려가서 인사시킨 적이 있어.”
“그래요?”
“우리가 아무리 대기업 그룹이라고 해도 사업하다 보면 갑자기 급전이 필요할 때가 있으니까. 어르신 알고 지내면 좋지.”
그러고는 오혁이 작게 웃었다.
“어르신 음식 같은 거 전혀 안 하실 분으로 보이던데…… 딸한테 미역국을 직접 끓여 주시다니 색다른 모습이네.”
오혁의 말에 이강혜가 미소를 짓다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입맛을 다셨다.
“사모님…… 울면서 드셨겠다.”
이강혜는 말을 하며 오혁을 보았다.
“어머님께서 일찍 돌아가셨다고 들었는데.”
“내가 인사드리러 갔을 때도 돌아가신 지 꽤 됐으니…… 한 이십 년은 됐을 것 같은데.”
“사모님 대신 딸 미역국 끓여 주셨나 보네요.”
이강혜가 중얼거리고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순산해서 잘 됐어요.”
이강혜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오혁을 보았다. 그는 양손에 고무공을 쥐고 주물럭거리고 있었다.
게다가 무릎에는 검은색 고무줄을 걸어 놓고는 천천히 벌렸다가 오므리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효과가 있어요?”
강진이 고무줄을 보며 하는 말에 오혁이 웃으며 고무줄을 풀어 내밀었다.
“당연히 효과가 있지. 해 볼래?”
그에 강진이 앉은 상태로 고무줄을 다리에 끼우고는 무릎을 좌우로 벌렸다.
“오! 이거…… 꽤 힘 들어가네요.”
몇 번 하던 강진이 고무줄을 풀었다. 몇 번 안 했지만 근육이 살짝 긴장되는 것이 느껴졌다.
“이거 꽤 힘드네요.”
살짝 놀란 강진을 보며 오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 안 쓰는 근육을 써서 그래. 하다 보면 이것도 아령처럼 익숙해져.”
오혁이 고무줄을 다시 무릎에 끼우는 것을 보며 이강혜가 웃었다.
“가만히 있지를 못해. 밖에서는 좀 하지 마.”
“빨리 회복해야지.”
오혁은 가방에서 물통을 꺼내서는 흔들었다.
“단백질 음료 안 지겨우세요?”
“이것이 헬창의 인생인 거지. 너도 마셔. 몸에 좋은 거야.”
오혁이 음료를 한 모금 마시고는 내밀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는 괜찮아요.”
“왜. 이거 단백질이지만, 비타민하고 필수 아미노산도 섞인 거라 몸에 진짜 좋은 거야.”
“저는 그냥 이렇게 살렵니다.”
강진의 말에 오혁이 더는 권하지 않고 음료를 마시기 시작했다. 단숨에 단백질 음료를 마신 오혁이 숨을 고르고는 이강혜를 보았다.
“우리 오늘은 뭐 할까?”
오혁의 말에 이강혜가 손수건을 꺼내 그의 입가에 묻은 음료를 닦아 주었다.
“오늘은 어디 가지 말고 이따가 민성 씨 아내분 병문안 가요.”
“병원?”
살짝 눈을 찡그리는 오혁의 모습에 이강혜가 웃었다.
“왜, 병원 싫어요?”
“병원이야…… 너무 많이 갔으니까.”
오혁은 다시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도 우리 처남이 형으로 모시는 민성 씨 아내가 애를 낳았으니 인사는 가야지.”
그런 두 사람을 보며 강진이 물었다.
“그런데 왜 아침에 오늘 뭐 할지 이야기를 해요? 보통은 전날에 내일 뭐할지 생각하지 않아요?”
강진의 말에 오혁이 웃었다.
“전날 생각하면 뭐해. 다음날 생각이 바뀔 수도 있고…….”
잠시 말을 멈춘 오혁이 이강혜의 손을 잡았다.
“자다가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는데 계획을 미리 세울 필요 있나.”
“아.”
강진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오혁이 말했다.
“그래서 아침에 애들 밥 주고 오늘 뭐 할지 생각나는 거 하기로 했어.”
“그것도 좋네요. 어제 하고 싶은 것이 오늘 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맞아. 그래서 그날그날 최대한 즐겁게 살려고 한다.”
오혁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강혜를 보았다.
“누나는 집에서 쉬는 거 할 만해요?”
“나야 늘 즐겁지. 마음 같아서는 퇴사하고 싶은데…… 아버님이 그러면 경영 관리 힘들다고 그냥 자리라도 맡고 있으라 하시네. 그래서 가끔 회사 가서 업무만 보고 들어오고 있어.”
말을 하며 이강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우리는 백화점부터 좀 다녀와야겠다.”
“백화점요?”
“애 낳았으니 아이 용품이라도 좀 선물해야지.”
“뭐 사실 건데요?”
“음…… 귀여운 아기 신발하고 용품들?”
이강혜의 말에 오혁이 고무공을 주물럭거리며 말했다.
“유모차 같은 거 좋지 않아?”
“그런 큰 건 두 분이 사게 놔둬야지.”
“왜?”
“아기 용품 작은 건 귀여우니 마음에 안 들어도 장식이라도 하는데, 유모차는 아이들 자주 타야 하니까. 엄마 마음에 드는 걸로 사야지.”
유모차가 비싸서가 아니라 김이슬이 정말 마음에 들어 하는 것으로 쓰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강혜의 말에 오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당신 알아서 해.”
그러고는 오혁이 미소를 지었다.
“우리 아기도 엄청 예쁘고 귀여울 텐데.”
오혁의 말에 이강혜가 웃었다.
“일단 몸부터 회복해. 그리고 밤에 잠이나 푹 자. 아직 몸도 회복 안 됐는데 왜 그러는 거야.”
“어허! 그래서 내가 이렇게 열심히 운동을 하잖아. 그리고…… 그 체력 정도는 벌써 회복이 됐어. 지금도 충분히 가능해.”
“그래도 안 돼. 의사가 무리하면 안 된다고 했잖아.”
이강혜의 말에 오혁이 작게 입맛을 다셨다.
“선생님은 쓸데없는 소리를 해서. 내 몸은 내가 잘 아는데.”
작게 투덜거리는 오혁의 모습에 강진이 작게 헛기침을 했다.
“험! 험! 그런 이야기는 저 없을 때 하시면…… 좀 감사하겠는데.”
“아…… 미안.”
이강혜가 살짝 얼굴을 붉히는 것에 오혁이 웃었다.
“다 큰 성인끼리 못 할 말도 아닌데 뭐. 그리고 너도 형이 빨리 회복해서 조카 보면 얼마나 좋냐.”
“그야 물론이죠.”
“나도 민성 씨처럼 쌍둥이, 아니 삼둥이 낳고 싶다.”
“삼둥이요?”
강진이 놀라 보자, 이강혜도 황당한 듯 말했다.
“당신이 애 낳는 것도 아니고, 지금 나 보고 한 번에 셋을 낳으라는 거야?”
“빨리 낳아야 빨리 키우지.”
“쌍둥이 안고 있는 것도 얼마나 힘든데 셋이나 안고 있으래.”
“내가 열심히 키울게. 낳기만 해 줘.”
“셋이나 어떻게?”
“등에 하나 매고, 앞에 하나 안고, 어깨에 하나 올리고 키우지 뭐.”
오혁의 말에 이강혜가 피식 웃으며 그를 보았다.
“어서 몸이나 회복하고 그런 말 하세요.”
“그래. 알았어.”
오혁은 지팡이를 잡고는 힘을 주며 일어났다.
“크응!”
오혁의 몸은 상당히 좋아져서 이제는 보조 보행기가 아닌 지팡이 정도만으로도 거동이 가능했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오혁이 강진을 보았다.
“너 일요일에는 보육원에 봉사 활동 간다고 했지?”
“네.”
“다음에 갈 때는 형도 같이 가자.”
“좀 먼데 괜찮으시겠어요?”
“차 타고 가는데 안 괜찮을 이유가 있나. 가서 어린애들 기운으로 보양 좀 해야겠다.”
“애들 기운으로요?”
“건강하게 밝게 씩씩하게 노는 애들 보는 것이 보양이지. 가서 김밥도 좀 먹고.”
“알았어요. 보육원 오는 사람이 많으면 좋죠. 아! 그리고 보육원 올 때는 마음 가볍게 오시는 거예요. 대신 양손은 무겁게요.”
강진의 말에 오혁이 피식 웃었다.
“알았어.”
“그럼 이번 주 일요일에 시간 비워 두세요. 이번 주에도 갈 테니까요.”
공원을 나선 이강혜는 차에 타는 오혁을 부축했다. 오혁이 자리에 앉자, 이강혜가 반대쪽 문으로 가며 말했다.
“그럼 갈게.”
“가요.”
이강혜에게 손을 흔들어 준 강진이 오혁을 보았다.
“형 들어가요.”
“형 내장이 좀 많이 좋아지면 술 거하게 먹자.”
“그날 기다릴게요.”
“아! 그때는 민성 씨하고 상식이하고도 같이 보자.”
“상식 형도 형하고 술 마시는 거 좋아할 거예요.”
강진의 말에 오혁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을 흔들었다.
“간다.”
오혁의 말과 함께 차가 출발을 했다.
부릉!
작은 소리와 함께 멀어져 가는 차를 보던 강진은 옆에 있는 배용수와 함께 걸음을 옮겼다.
“너는 뭐 살 거야?”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우리는 아기 운동복을 사려고.”
“아기 운동복?”
“성인 운동복을 아기 사이즈로 만든 건데 정말 귀엽더라. 그래서 우리끼리 돈 모아서 운동복 사려고. 아! JS 금융에 이야기했어?”
“전화했어.”
“해 준대?”
“너희 일한 거 이승 돈으로 변환해 주는 것뿐이라 하니까 해 주겠대.”
이야기를 나누며 가게로 향하던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뭔가 걱정이 있는 듯한 강진의 모습에 배용수가 의아한 듯 보았다.
“왜?”
“상식 형이 저승식당에 대해 알고 싶어 하잖아.”
“아…… 점심 이후에 온다고 했지.”
“그때 이야기해 주려고 하는데…… 감당이 될지 모르겠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그를 보다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냥 잘 설명해.”
“잘?”
“사실 귀신이라고 하기는 하지만…… 우리는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귀신하고는 다르잖아. 그냥 죽은 사람일 뿐이지. 상식 형도 우리에 대해 알면 무서워하지 않을 거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케이! 대신…… 저승 음식은 나중에 너하고 친해지고 난 후에 먹게 해야겠다.”
“그래. 지금 나나 우리 직원들 보면…… 경기 일으키시겠다. 좀 익숙해지고 나서 알게 하자.”
이야기를 나누며 걷다가 어느새 가게에 도착한 강진이 안으로 들어갔다.
***
점심 장사를 마무리할 때쯤 강상식이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나 왔다.”
“식사는요?”
“아직 안 먹었어.”
“점심이 늦네요?”
“일 좀 처리하다 보니 좀 늦었어. 갈치조림 줘. 아, 감자 좀 더 주고.”
강상식이 치워 놓은 자리에 앉자 강진이 음식을 가지고 나왔다. 오늘 점심은 갈치조림이 주인장 차림이었다.
갈치조림을 앞에 놓고 강상식이 밥을 먹기 시작하자 그것을 보던 강진이 손님들을 살폈다.
손님들이 가고 식사를 마친 강상식은 오미자차를 마시고 있었다.
“오미자차 좋다.”
“시원하고 달콤하죠.”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이며 잔을 놓았다.
“자! 그럼…… 말해 봐.”
강상식이 진지한 얼굴로 보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잠시만요. 저도 커피 한 잔 타 올게요.”
강진은 주방에서 커피를 타서는 밖으로 나왔다.
“응?”
커피를 가지고 나오는 강진을 보던 강상식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쟁반에 있는 커피가 한두 잔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커피는 총 여섯 잔이었다.
“뭘 그렇게 많이 가지고 와.”
“형도 한 잔 드세요.”
강상식의 앞에 커피를 놓은 강진은 남은 커피들을 옆 테이블에 하나씩 놓고는 두 잔을 가지고 와 식탁에 놓았다.
그 모습에 강상식이 입맛을 다셨다. 빈자리에 커피를 놓는 것이 누구 마시라고 하는 것 같으니 말이다.
“야…… 좀…… 무섭다.”
살짝 떨리는 강상식의 목소리에 강진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굳게 닫혀 있는 비밀의 문을 열겠다는 사람이 이 정도에 놀라면 안 되죠.”
살짝 낮게 깔린 강진의 목소리에 강상식이 침을 삼켰다. 그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야기해 봐. 난 네가 귀신을 본다고 해도 놀라지 않는다.”
“저 귀신 봐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그를 보다가 웃었다.
“휴!”
“왜 웃어요.”
“괜찮으니까 사실대로 이야기해. 형 긴장 풀어 주려고 그런 말 하지 말고.”
자신의 말을 농담으로 듣는 강상식을 보며 강진이 진지하게 다시 입을 열었다.
“저 귀신 봐요.”
그런 강진의 표정과 말에 강상식의 얼굴이 굳어졌다.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