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926
927화
샤워를 하고 내려온 강진이 얼굴을 토닥거렸다.
“뭐하는 거야?”
“로션 흡수.”
“로션? 로션을 뭘 그렇게 발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아무래도…… 형이 여자를 데리고 올 모양이야.”
“여자?”
“여자 손님이니 씻고 얼굴에 로션이라도 바르라고 한 것 아니겠어? 설마 남자 손님 데리고 오는데 나보고 씻으라고 하겠어?”
강진의 설명에 이혜미가 그를 보았다.
“어머! 그럼 강진 씨 소개팅?”
이혜미의 물음에 강진이 웃었다.
“소개팅까지야……. 아마도 좋은 분 있어서 식사를 핑계로 자연스러운 자리를 마련해 주시는 것이 아닐까요?”
“그런데 기대하시는 거 같은데요?”
“기대까지는 아니고 어떤 분일까 하는 호기심 정도? 그리고 형 성의도 있으니 예쁘게 하고 있어야죠.”
강진의 말에 이혜미가 웃으며 주방을 보았다. 주방에서는 배용수가 음식을 만드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용수 씨 서운해하면 어떻게 하려고 그렇게 좋아하는 티를 내세요?”
“저놈도 있다가 없을 때의 서러움을 알아야죠.”
강진의 말에 주방에서 코웃음 소리가 들렸다.
“좀 사라져 줄래? 그러면 내가 서러운지 아닌지 좀 알게.”
“너무해! 서러워해 줘!”
강진의 외침에 배용수가 콧방귀를 뀔 때,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형 곧 들어간다.]그걸로 황민성이 전화를 끊자 강진이 머리를 손으로 다듬으며 말했다.
“이제 온대요.”
귀신들이 주방으로 후다닥 들어가자, 강진이 문을 바라보았다.
‘누구를 데리고 오시는 거지? 여자인 거 같긴 한데…….’
샤워를 하고 로션까지 바르라고 한 것을 보면 자신이 예쁘게 보여야 할 상대일 거 같다는 생각을 하며 강진은 살짝 기대감을 부풀렸다.
사실 여자 소개팅해 주겠다는 제안은 많았지만 대부분 거절했었던 강진이었다. 귀신을 상대하는 직업을 가졌는데 여자를 사귀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단 귀신에 대한 것부터 숨겨야 하니 사랑하는 사람에게 비밀을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다. 하지만 여자가 싫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기대가 되는 것이다.
소개팅은 뭔가 상대를 속이고 만나는 것 같지만, 자연스러운 만남은 그냥 자세히 말을 하지 않았을 뿐이니 말이다.
‘키는 클까? 어떤 스타일이려나? 민성 형이 내가 좋아하는 여자 성향을 아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 할수록 강진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배용수가 놀리기는 하지만…… 그의 말대로 모솔이니 말이다.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가게 문이 열렸다.
띠링!
황민성이 들어오는 것에 강진이 웃으며 그 뒤를 보았다.
“형 왔다.”
“오셨어요?”
강진이 자신의 뒤를 보는 것에 황민성이 웃으며 뒤를 보았다.
“아무도 없습니다. 들어오세요.”
황민성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젊은 남자가 들어와서 안을 둘러보더니 옆으로 비켜섰다. 그러자 청바지에 노란 박스티를 입고 마스크를 쓴 여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뭐지? 나 소개해 주려고 데려온 게 아닌가?’
남자와 같이 온 것을 보면 자신에게 소개해 주려고 데려온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의아해하는 강진을 보며 황민성이 말했다.
“박신예 씨야.”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놀란 눈으로 마스크를 쓴 여자를 보았다. 그리고 주방에 있던 귀신들도 모두 고개를 내밀었다.
“박신예?”
“연예인?”
“우와.”
직원들의 감탄을 들으며 강진도 박신예를 보았다. 그 시선에 박신예가 마스크를 벗었다.
“안녕하세요. 박신예입니다.”
잠시 멍하니 있던 강진은 급히 고개를 숙였다.
“아, 안녕하세요. 이강진입니다.”
강진이 급히 인사를 하는 것에 황민성이 웃었다.
“이 녀석이 신예 씨 보고 많이 놀랐나 보네요. 평소에는 이런 녀석이 아닌데 말이죠. 강진아, 자리 안내해 드려.”
“네.”
강진은 종종걸음으로 빈자리에 가서 의자를 뺐다.
“여기 앉으세요.”
강진의 말에 박신예와 같이 온 남자가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황민성이 맞은편에 앉으며 말했다.
“제가 좋아하는 가게에서 식사라도 하면서 이야기하고 싶어서 여기로 모셨습니다.”
“가게가 정감 있어 보이네요.”
박신예의 말에 옆에 같이 온 남자도 고개를 끄덕였다.
“강남에 이런 식당이 있는 줄 몰랐네요.”
“도시에 오아시스 같은 곳이죠. 여기가 가게는 작지만 아는 사람들은 다 인정하는 그런 곳입니다.”
“사장님이 이런 가게를 좋아하시는지는 몰랐습니다.”
남자의 말에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음식도 음식이지만 동생이 정말 보기 드물게 좋은 녀석이라서요.”
황민성은 다시 박신예를 보며 말을 이었다.
“좋아하는 음식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이 녀석 솜씨가 좋아서 어지간한 음식은 다 만들어 냅니다.”
“황 사장님이 좋아하는 식당이면 음식 맛도 아주 좋겠네요.”
“물론입니다.”
황민성의 답에 박신예가 가게를 보다가 한쪽에 세워져 있는 아크릴 판을 보았다. 점심때 밖에 꺼내 놓는 메뉴판이었다.
아크릴 판을 보던 박신예가 웃었다.
“좋은 일 하시네요.”
“네?”
“꿈나무 카드 밥 먹기 힘든 아이들에게 주는 카드죠?”
“아시네요?”
“전에 한 드라마에서 저 카드 나온 적 있어요. 형, 오빠 하면 사장님이 쏜다니…… 좋은 일 하시네요.”
“좋은 일은요. 그냥 밥 한 끼 주는 건데요.”
“배고픈 사람에게 한 끼는 소중하죠.”
“저도 배 많이 고파 봐서 저걸 적어 놨는데 많이는 안 오더라고요. 많이 오면 좋은데 말이에요.”
강진의 말에 그를 보던 박신예가 황민성을 보았다.
“좋은 가게에 데려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 음식은 드시지 않았는데 좋은 가게라는 걸 알아보시네요.”
황민성의 말에 박신예가 웃으며 말했다.
“배고픈 사람들에게 밥을 주고 싶어 하는 분이 운영하는 가게면 좋은 식당이죠.”
“그럼 주문하시죠.”
황민성의 말에 같이 온 남자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신예는 여섯 시 이후에는 먹지 않아서요. 음식 말고 간단한 차와 다과 있으면 그걸로 주시겠습니까?”
남자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강진을 보았다.
“오미자차 좋더라. 그거하고 과일 있으면 좀 줘.”
“알겠습니다.”
강진이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박신예가 문득 말했다.
“그런데 주방에서 무슨 요리를 하는 건가요?”
박신예의 말에 강진이 주방을 보자, 배용수가 말했다.
“손님 온다고 해서 냄비 밥하고 해물찜 좀 했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형이 손님 모시고 온다고 해서 해물찜 하고 냄비 밥을 좀 했습니다.”
“냄비 밥에 해물찜?”
“오늘 소래포구 다녀왔거든요. 그리고 냄비 밥은 맛있잖아요.”
강진의 말에 박신예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과일 말고 그걸로 좀 주세요.”
“신예야.”
남자가 말리려 하자 박신예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손님 오신다고 음식을 했는데 조금은 먹어 봐야지. 그리고 사장님 말씀대로 냄비 밥 맛있어.”
“맛은 있는데.”
남자가 입맛을 다시자, 박신예가 고개를 저었다.
“내 몸 관리는 내가 알아서 할게.”
“맛있는 거 먹고 스트레스 푸는 것도 좋죠.”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물었다.
“매운 강도 어떻게 조절해 드릴까요?”
“아주 맵게 해 주세요.”
“아주 맵게요?”
“맛있고 매운 것을 먹으면 스트레스가 더 풀리는 법이죠.”
박신예의 말에 강진이 주방에 가서는 배용수에게 말했다.
“해물찜 아주 맵게 해 달래.”
“알았어.”
해물찜은 거의 완성되기 직전이었던 터라 덜 맵게는 안 되지만 더 맵게는 가능했다. 양념을 좀 더 하면 되니 말이다.
해물찜에 양념을 좀 더 넣고 끓이던 배용수가 힐끗 홀을 보았다.
“근데…… 정말 예쁘네.”
“그러게요. TV에서도 예쁜데 실제는 여신이네.”
이혜미가 홀을 보며 중얼거리는 것에 강진도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보고 완전 놀랐잖아.”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피식 웃었다.
“민성 형이 너 소개해 주러 데려온 여자가 아니라서 실망이 크겠다.”
“그 대신 네 기쁨은 크겠지?”
“내가?”
“나한테 여자가 안 생긴다는 안도감에 피어나는 기쁨?”
“네가 헛물 켰다는 것에 대한 기쁨이겠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사실 헛물을 켠 것은 맞았다.
‘박신예…… 가당치도 않지.’
강진이 속으로 중얼거릴 때 이혜미가 말했다.
“그런데 민성 씨가 왜 박신예 씨를 데리고 온 거죠?”
“그야 꽃 피어나다 배역 때문이겠죠.”
강진의 말에 이혜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 소희 아가씨 배역 말이군요.”
“그렇죠. 소희 아가씨가 꼭 집어서 박신예 씨가 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전에 들으니 박신예 씨가 사극을 힘들어해서 섭외가 어렵다고 했었어요.”
강진은 홀을 보며 말을 이었다.
“아마 그래서 저희 가게 데려온 것 같아요.”
박신예는 식탁 옆에 세워져 있는 책을 보고 있었고, 황민성은 작게 뭔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같이 온 사람은 매니저인가?”
“그렇겠죠.”
강진의 말에 이혜미가 신기한 듯 매니저를 보았다.
“나 매니저도 처음 봐요.”
이혜미의 말에 배용수가 웃었다.
“연예인이 별건가요.”
“용수 씨는 연예인 많이 봤어요?”
“제가 운암정 출신인데 당연히 많이 봤죠. 저희 운암정을 배경으로 드라마도 많이 찍었거든요.”
“그래요?”
“그럼요. 옛날에 나온 숙수라는 음식 드라마는 저희 운암정이 드라마 배경이기도 했는걸요. 그리고 드라마가 아니더라도 연예인들 저희 식당에 자주 와서 먹기도 하고.”
별거 아니라는 듯 말을 하는 배용수의 모습에 강진이 웃었다.
“주방에만 있으면서 어떻게 연예인들을 본 거야?”
“음식 하다가 손님들 갈 때 되면 알려 달라고 해서 간다고 하면 슬며시 나와서 보고 왔지.”
배용수는 찜을 뒤적이며 소스가 잘 스며들게 했다.
“그런데 여자 연예인들보다 남자 연예인들이 실제로 보면 확 달라.”
“그래요?”
“여자 연예인들은 실제로 봐도 예쁜데, 뭐랄까 남자 연예인들은 평소에 잘생겼다 생각을 하지 못한 분들도 실제로 보면 ‘와…… 이래서 연예인이구나.’ 하는 그런 포스가 있어요.”
말을 하며 배용수가 강진을 보았다.
“다 됐다.”
배용수가 해물찜을 접시에 담아 쟁반에 올리고는 깨를 뿌리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맛있어 보이네.”
배용수는 종지에 간장에 고추냉이를 올리고는 냄비 밥도 쟁반에 올렸다.
“통으로 들고 가?”
“앞에 가서 떠 드려. 음식은 입으로도 먹지만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기대감으로도 먹으니까.”
배용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은 쟁반을 들고 홀로 나왔다.
“대본을 보셨으면 아시겠지만, 이번 소희 아가씨 역할은 신예 씨가 정말 잘 하실 수 있다 생각을 합니다.”
황민성의 목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웃은 강진이 쟁반을 식탁에 올렸다.
“음식 나왔습니다.”
“일단 음식 좀 드셔 보세요. 여기가 정말 맛집입니다.”
“일단은 여기 주목해 주세요.”
사람들의 시선이 몰리자 강진이 냄비 뚜껑을 잡고는 그대로 열었다.
화아악!
그러자 하얀 김이 화아악! 하고 솟아올랐다.
“와…….”
“와.”
그 모습에 매니저와 박신예가 감탄을 했다. 만화나 영화에서나 보던 그런 김이 뿜어지니 신기한 것이다.
그리고 밥에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것이 무척 맛이 좋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