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928
929화
황민성을 의아한 눈으로 보던 박신예가 물었다.
“지혁 오빠가 어떻게?”
“CG로요.”
“CG?”
“배우시니 저희보다 더 잘 아실 것 같네요. 요즘은 CG로 캐릭터를 만들어내지 않습니까. 강철맨도 그렇고 거기 나오는 악당도 CG로 만들어 냈고요.”
“하지만…… CG 비용이 많이 들 텐데요?”
“적지 않게는 들더군요.”
황민성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비용 생각하면 이병민을 데려다 써도 될 정도예요.”
할리우드 영화에도 몇 번 출연을 한 톱스타 이름을 말하는 것에 박신예가 그를 보았다.
“그런데 왜 지혁 오빠를, 그것도 CG로 출현시키려 하세요?”
“좋은 친구고 좋은 배우였습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그 별이 가진 빛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황민성의 말에 박신예가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혁 오빠 영상 보고 저도 감동했어요. 밝기만 하신 분인 줄 알았는데 그런 아픔이 있는 줄 몰랐고…… 그런 아픔을 가지고도 봉사 다니면서 자기 꿈을 위해 열심히 달리는 것도…….”
말끝을 흐린 박신예는 매니저에게 손을 내밀었다.
“책 주세요.”
매니저가 책을 건네자 박신예가 그것을 받아 펼치더니 휘리리릭 넘겼다. 분량이 대충 어느 정도나 되는지 보려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무언가를 발견한 박신혜는 책을 다시 원래대로 하고는 다시 휘리릭 넘겼다.
스스스스슥!
그리고 박신예가 웃었다.
“책을 넘기면 꽃이 피어나네요.”
책을 넘기니 책장 모서리에 있던 꽃송이가 활짝 피어나는 것이다.
“꽃 피어나다니까요.”
황민성의 말에 박신예가 그를 보다가 책으로 고개를 숙였다.
“책에 정성을 많이 들이셨네요.”
“소희 아가씨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니까요.”
“소희 아가씨를 무척 존경하시는군요.”
“세상에서 저희 어머니를 빼고 가장 존경하는 분입니다.”
“지금 읽어 보고 답을 해 드릴게요.”
박신예가 한쪽 구석에 있는 자리로 가서 앉자, 매니저가 당황한 듯 그녀를 보았다.
“여기서 보려고?”
“응.”
“커피숍이라도 가서 보지그래?”
매니저의 말에 박신예가 강진을 보았다.
“저 커피 한 잔 주시겠어요?”
“알겠습니다.”
강진이 주방으로 가자, 박신예는 더 할 말 있냐는 듯 매니저를 보았다. 그에 매니저가 한숨을 쉬고는 고개를 저었다.
“책 봐.”
박신예가 책을 읽는 사이, 믹스 커피를 꺼내던 강진이 멈칫하고는 말했다.
“저런 분은 믹스 커피 안 마시겠지? 핸드폰 가게 가서 아메리카노라도 받아와야 하나?”
“믹스 커피 CF 찍는 거 봤는데?”
“믹스 커피 광고?”
“잘 먹더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잔에 믹스 커피를 넣고 뜨거운 물을 부었다. 그렇게 몇 잔 완성한 강진은 황민성과 매니저에게 한 잔씩 주고는 박신예 앞에도 커피를 놓았다.
“식당이라 믹스 커피밖에 없네요.”
“살찔까 싶어 잘 안 마실 뿐인데…… 저 믹스 커피 좋아해요. 그리고 오늘 먹은 거 생각하면 이거 하나 더한다고 별 차이도 없을 것 같네요.”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신 박신예가 다시 고개를 숙이고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강진은 황민성이 있는 테이블에 와서 앉았다.
“그런데 스케줄 있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강진의 말에 매니저가 아차 하는 얼굴로 핸드폰을 들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 전화 좀 하고 오겠습니다.”
매니저가 가게를 나서자, 황민성이 작게 말했다.
“스케줄 없다는 것에 내…….”
말을 하던 황민성이 강진을 보았다.
“네 전 재산을 건다.”
“왜 제 재산이에요?”
“내 재산은 걸기에 너무 많잖아.”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아니라고 하기에는 차이가 너무 컸다.
“그건…… 그렇죠. 근데 스케줄이 없다뇨?”
“이야기 끝났으니 자리를 피하려고 스케줄 있다고 한 거지. 내가 박신예 스케줄도 안 알아보고 오늘 약속을 잡았을까.”
“그렇군요.”
강진이 박신예를 보자, 황민성이 슬며시 물었다.
“네가 보기에는 어때? 할 것 같아?”
“글쎄요. 지혁 형 이야기 듣기 전에는 아예 안 할 것 같았는데, 지혁 형 이야기 듣고 나서는 한 반반 정도는 될 것 같은데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입맛을 다셨다.
“안 한다고 하면 소희 아가씨가 실망하시겠지?”
“그러시겠죠. 꼭 집어서 말씀하셨으니…….”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한숨을 쉬다가 말했다.
“내가 보기에는 아가씨가 박신예 얼굴이 마음에 드는 것 같아.”
“그런 것도 있어요. 소희 아가씨는 자기가 예쁜 사람이라 생각을 하거든요.”
“아니라는 건가?”
“물론…….”
말을 하던 강진은 싸한 기분에 슬며시 고개를 돌렸다. 그러다 맞은편에 앉아 있는 김소희와 눈이 마주쳤다.
꿀꺽!
“내가 물었는데…… 답이 없군.”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급히 말했다.
“제가 방금 한 말은 소희 아가씨는 자기가 예쁜 사람이라 생각을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니라는 말로 들리는군.”
김소희가 눈을 찡그리자 강진이 급히 고개를 저었다.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야 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제가 뒤에 더 할 말은 ‘물론 예쁘기는 하시지만, 예쁘다는 말보단 아름답다는 말이 더 어울리신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름답다?”
“그렇습니다. 어린애들한테나 예쁘다는 말이 어울리지, 아가씨처럼 성인에게는 아름답다는 말이 더 어울리죠.”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그를 감탄한 눈으로 보았다.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살아남는다고 하더니…… 내 동생 대단하네.’
황민성이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강진은 속이 타들어갔다. 어떤 불호령이 떨어질지 몰라서 불안한 것이었다.
그러던 강진의 얼굴에 안도감이 어렸다.
김소희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것이 보인 것이다. 그냥 보면 모를 정도로 아주 조금 올라갔지만, 강진은 그 변화를 알아볼 만큼 김소희를 잘 알았다.
“향수 가져오게.”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벌떡 일어나서는 카운터에서 향수를 가져다가 뿌려 주었다.
치익! 치익!
강진이 뿌려준 향수를 목에 바른 김소희가 박신예를 보았다.
“박신예군.”
“꽃 피어나다 배역 이야기를 하려고 만나고 있었습니다.”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문득 그를 보았다.
“어? 형 어떻게 아가씨를 보세요?”
저승 음식을 먹은 것도 아닌데 황민성이 김소희의 목소리를 듣다니 의아한 것이다. 강진의 물음에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얼마 전부터 아가씨가 보여.”
“아가씨만요? 다른 귀신은 안 보이고요?”
강진이 걱정스럽게 보자, 황민성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다른 귀신은 안 보여.”
“내 민성의 집에 있는데, 집 주인의 눈에 안 보이게 다니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이 사람만 나를 보게 하였네.”
“그러셨군요.”
“놀랐어?”
황민성의 물음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승 음식 많이 먹어서 귀신을 보나 싶어서 놀랐어요.”
“보면 보는 거지. 괜찮아. 괜찮아.”
별거 아니라는 듯 말하는 황민성을 보며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평범한 사람은 귀신 안 보는 것이 가장 좋아요.’
강진이 속으로 중얼거릴 때, 김소희가 박신예를 지그시 보았다.
“코가 생각보다 좀 크군.”
“코가 큰 것이 아니라 살짝 두툼하기는 하죠. 근데 사람들이 그게 매력이라고 하잖아요.”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자신의 코를 손으로 쓰다듬다가 말했다.
“내 코는 저렇지 않은데.”
“물론 그렇죠. 아가씨 코야 적당한 높이에 아담하고 날렵해서 그림으로 그리신 것 같죠.”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눈을 찡그렸다.
“놀리는 건가?”
“그럴 리가요. 진심입니다. 어떻게, 커피 한 잔 드릴까요?”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강진이 주방에 가서는 믹스 커피를 타 가지고 와 그녀의 앞에 놓았다.
씁쓸한 맛이 아닌 달달한 맛으로 커피를 마시던 김소희는 박신예를 다시 지그시 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강진이 슬며시 물었다.
“연예인 처음 보세요?”
“여럿 보았네.”
“어? 그러세요?”
“일부러 보러 찾아 간 적은 없지만…… 내가 있는 곳에 공연이나 촬영을 하러 오는 이들은 몇 보았지.”
말을 하던 김소희가 문득 허공을 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지금은 죽었지만, 옛날 배우 중에 한 이는 정말…….”
뭔가 멍한 표정을 짓던 김소희가 급히 고개를 저었다.
“지금 배우들도 좋지만 옛날 배우들은 정말 대단한 이들이 많았지.”
“옛날 배우들도 많이 보셨겠네요.”
“옛날 배우뿐이겠나. 옛날 가수들도 많이 보았지.”
말을 하던 김소희가 황민성을 보았다.
“그래서 촬영은 언제 하는 건가?”
“아직 주연 배우들 캐스팅 협상이 완료되지 않았습니다.”
황민성의 말에 김소희가 눈을 찡그렸다.
“협상? 이렇게 좋은 작품에 출연하기 싫다는 이들이 있다는 건가?”
“그건 아닙니다. 그저 조건들과 스케줄이 걸려서요.”
“흠…….”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작게 침음을 토하는 김소희를 보며 강진이 속으로 웃었다.
‘왜 이 좋은 걸 안 하는지 답답해하는 사람 같네.’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운동을 권한다. 이 좋은 걸 왜 안 하냐고 말이다. 그것처럼 김소희도 이 좋은 작품을 왜 안 하는지 답답한 것이다.
그런 김소희를 보던 강진이 물었다.
“그런데 청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오신 거예요?”
“내 못 올 곳을 온 것인가?”
“그럴 리가요. 아가씨야 언제든 오셔도 환영이죠.”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온 김에 오늘 저녁은 여기에서 해야겠군.”
“드시고 싶으신 거 있으세요?”
“육개장이나 한 그릇 하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이야기를 나눌 때, 가게 밖에서 통화를 하는 척하다 돌아온 매니저가 웃으며 다가오다가 멈칫했다.
어쩐지 자신이 앉아 있던 자리에 다가가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에 매니저는 슬며시 박신예의 맞은편에 가서 앉았다. 그 모습에 강진이 작게 웃으며 커피를 그의 앞에 가져다 놓았다.
스르륵!
마지막 장까지 모두 넘기고는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박신예는 책을 손으로 쓰다듬고는 매니저를 보았다.
“대본 봤다면서요?”
“봤지.”
“내가 들은 것과는 다른데요?”
“그야…… 내가 본 건 삼 회 대본까지니까. 내가 본 것에서만 말을 해 준 거지.”
“책은 안 봤어요?”
“그…… 좀 보기는 했는데. 왜? 마음에 들어?”
매니저의 물음에 박신예가 잠시 책을 보다가 말했다.
“오빠는 대본 보는 눈 좀 키워야겠어. 이런 대본이면 배우가 싫다고 해도 어떻게든 설득을 해야죠.”
박신예는 돌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더니 의자를 하나 끌어다가 식탁 근처에 놓고는 거기에 앉았다.
빈자리 두 개가 버젓이 있었지만, 그 자리에는 어쩐지 앉을 생각이 들지 않아 의자를 하나 더 가져다 앉은 것이다. 그게 이상하다는 걸 인식도 못 한 채 말이다.
자리에 앉은 박신예가 황민성을 보았다.
“책 읽었어요.”
“벌써요?”
한 시간 조금 지났는데 벌써 다 읽었다고 하니 말이다.
“대본을 빨리 보는 것이 버릇이 돼서 글을 빨리 읽는 편이에요.”
박신예는 진중한 얼굴로 황민성을 보았다.
“조건이 하나 있어요.”
“말씀하십시오.”
“화장실이 있어야 해요.”
“화장실요?”
“제가 사극을 싫어하는 건 아시죠?”
“이야기 들었습니다.”
“그때 화장실로 치를 떨었어요. 촬영장에 이동식 화장실을 설치해 주세요.”
박신예의 말에 황민성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대한 건 이미 생각을 해 놓은 상태였다. 박신예가 사극을 싫어하는 이유가 화장실 때문이라는 이야긴 유명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