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932
933화
“어?”
박혜원이 주방을 볼 때, 배용수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강진이 같이 가자고 할 것 같아서 고무장갑을 벗은 순간 박혜원이 지나가며 주방을 본 것이다.
놀란 건 여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들도 강진이 간다 생각을 해서 보던 핸드폰을 내려놓은 상태였으니 말이다.
“혜원아, 가자.”
의아한 듯 주방을 보던 박혜원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서둘러 뒷문으로 나왔다.
“오빠, 주방에서 일하던 분 어디 가셨어요?”
“응?”
“김밥 만들어 주신 분요. 감사 인사 하려고 했는데 안 계시더라고요.”
박혜원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가게를 보고는 말했다.
“담배 피우러 갔나 보다.”
“담배 피워요? 담배는 몸에 나쁜데.”
“그러게 말이야.”
강진은 차 문을 열다가 박혜원을 보았다.
“아! 그리고 우리 가게 있을 때, 주방에 함부로 들어가고 하면 안 돼.”
“아! 식당 주방은 외부인 함부로 가면 안 되죠.”
“그런 것도 있는데, 주방 친구가 숫기가 없어서 낯을 많이 가려. 너 갑자기 들어오면 놀라서 칼에 손이 베일 수도 있어.”
“아 그래요?”
“여자를 한 번도 못 사귀어 본 놈이거든. 그래서 어린애라도 여자를 보면 바보가 되어 버려.”
“에이! 무슨 그런…… 진짜요?”
“진짜야.”
배용수가 들으면 화를 낼 만한 말을 하며 강진이 웃었다. 그런 강진을 보던 박혜원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담배 피우러 갔다고 한 배용수를 찾는 모양이었다.
“감사 인사 드려야 하는데.”
“다음에 내가 전해 줄게.”
강진이 차에 타자 박혜원이 조수석에 올라탔다.
“오늘 태워 주셔서 고맙습니다.”
“인사는 도착하고 해야지.”
“내려서 또 할게요.”
박혜원이 웃으며 하는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의 핸드폰을 내밀었다.
“너 전화번호 좀 찍어줘.”
“제 전화번호요?”
“아, 혹시 핸드폰 없나?”
“요즘 핸드폰 없는 애들이 있나요. 저도 있어요.”
말을 하며 박혜원은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 보였다. 좀 구식인 스마트폰이었다.
박혜원은 강진의 핸드폰에 자신의 번호를 찍고 전화를 걸었다.
우우웅! 우웅!
자신의 핸드폰에 제대로 전화가 오는 것을 확인한 박혜원은 전화를 끊고는 자신의 이름을 입력했다.
그렇게 입력을 한 박혜원이 핸드폰을 보여주자, 강진이 피식 웃으며 그것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그 사이 박혜원은 강진의 이름을 입력하고 있었다.
“내 이름 알지?”
“당연히 알죠. 이강진.”
박혜원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강진을 보며 박혜원은 마저 이름을 입력했다.
이름을 입력한 박혜원이 웃으며 강진을 보았다. 그 시선에 강진이 그녀를 힐끗 보았다.
“왜?”
“아니에요.”
강진이 다시 운전에 집중을 하자, 박혜원이 슬며시 이름을 바꿨다.
***
서신대에 들어가던 박혜원이 말했다.
“저 여기에 내려 주시면 돼요.”
“여기?”
“여기 앞에 학생회관 있어서 사람들 많이 오가거든요.”
박혜원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학생회관에 교내 식당도 있고 복사하는 곳도 있다 보니 학생들이 많이 오갔다.
강진이 차를 세우자 박혜원이 문을 열다가 문득 그를 보았다.
“그런데 오빠 일요일에 봉사 다녀요?”
“봉사?”
“아까 상식 오빠가 오늘 봉사 가냐고 하시던데?”
“아…….”
박혜원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음식 봉사.”
“음식 봉사요?”
“내가 음식 봉사 하러 다니는 보육원이 몇 곳 되거든. 그래서 일요일에는 대부분 거기로 음식 봉사를 하러 다녀.”
“대부분? 그럼 자주 가세요?”
“어쩌다 보니 인연 맺은 보육원이 몇 곳 되거든. 그래서 나에게는 매주지만, 거기 있는 아이들에게는 짧으면 삼 주, 길면 한 달에 한 번 나랑 만나는 거야. 그러니 일요일이라고 가게에 자주 있지는 않아.”
“봉사라…… 오빠는 좋은 일을 많이 하시네요.”
“그냥 나한테 많은 거 필요한 분들에게 주는 거지.”
강진의 말에 박혜원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그게 좋은 사람이에요.”
“그럼 혜원이도 나중에 크면 좋은 사람 되어라.”
“제가요?”
“혜원이는 돈 많은 어른이 꿈이니까. 돈 많이 벌면 부족하신 분들한테 좀 나눠 주고 그래.”
강진의 말에 박혜원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웃으며 말했다.
“남을 도울 만큼 일단 좀 벌어 보고요.”
“그래.”
박혜원은 차에서 내리고는 자신의 가방을 앞으로 해 보였다.
“김밥 잘 먹을게요.”
“그래. 잘 가. 아! 그리고 아까 내가 이야기한…… 연기도 생각해 보고.”
“에이! 제가 무슨…… 잘 가요!”
웃으며 손을 흔든 박혜원이 걸음을 옮기자 강진이 그 뒷모습을 보다가 입을 열었다.
“김소희, 김소희, 김소희.”
화아악!
강진의 부름에 김소희가 모습을 드러냈다. 조수석에 나타난 김소희는 앞을 보다가 강진을 보았다.
“무슨 일인가?”
“바로 이렇게 와 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아기들 낮잠 자는 시간이네.”
아기들 낮잠 자서 왔다는 말에 강진이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움찔!
자신의 얼굴을 지나가는 손에 작게 몸을 움츠린 김소희가 말했다.
“뭐…… 뭐하는 짓인가?”
“아! 죄송합니다.”
강진은 손을 당기며 걸어가는 박혜원을 가리켰다.
“저 아이 보이세요?”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박혜원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여자아이 말인가?”
“네. 애가 당찬 것이 아가씨 어릴 때와 좀 비슷해 보여서요.”
“나와?”
의아한 듯 박혜원의 뒷모습을 보던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뒤태가 날씬한 것이 어찌 보면 나와 닮은 것도 같군.”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생긴 건 잘 모르겠지만 제 생각에 아가씨 아역을 맡으면 잘할 것 같아서 한 번 보시라고 모셨습니다.”
“호오! 청탁을 하는 건가?”
“청탁요?”
“배역을 뽑는 나에게 미리 저 아이를 보라고 하니 말이네. 청탁이 아닌가.”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청탁이라고 하면 청탁이겠네요. 하지만 제 마음 아시죠?”
순순히 인정하는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그를 한 번 보고는 다시 박혜원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아가씨와 비슷하면서도 조금은 다릅니다.”
“그런가?”
“정확하게 말하면…… 소설 속 어린 소희 아가씨를 보는 느낌입니다.”
“소설 속의 어린 나?”
“그…….”
잠시 입맛을 다시던 강진이 조심스레 말했다.
“아가씨가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소설 속의 어린 아가씨는 조금은 당돌하면서도 영악한 구석이 있지 않습니까?”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작게 눈을 찡그렸다.
“물론 그때의 소희 아가씨는 어린 소녀였으니 그런 모습도 사랑스럽고 귀엽습니다.”
“그…… 그런가?”
“네. 여우짓 하는 딸이 우직한 딸보다는 더 귀엽지 않겠습니까? 때로는 용돈 달라고 애교도 부리고 어깨도 주무르고요.”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박혜원을 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내 어렸을 때 아버님 다리를 주물러 드리면 그리도 좋아하셨지.”
“그러셨습니까?”
“아버님께서 북방에서 오랑캐들과 싸우다 무릎에 화살을 맞으셨지. 그것이 잘 낫지 않아 날이 안 좋으면 그곳을 유독 저려 하셨네. 착한 효녀인 내가 그걸 그냥 두고 볼 수 있겠는가.”
아버지 생각을 하며 미소 지은 김소희가 말을 이었다.
“그때 아버님 다리를 주물러 드리면 평소에는 못 먹게 하는 한과도 주고, 용돈도 주고는 하셨지.”
“그런 아이인 것 같습니다.”
“그런가?”
“지금의 아가씨와 비슷한 아이를 찾지 마시고 어린 시절의 아가씨와 닮은 아이인지 봐 주십시오. 특히 마음이 아주 강한 아이입니다.”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그를 보았다. 그 시선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제가 저 아이를 많이 보지는 않았지만 저 아이는 아가씨를 잘 연기할 것 같습니다.”
“그래?”
“그리고 저 아이는 책도 읽었습니다.”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멀어지는 박혜원을 보다가 말했다.
“뭐라고 하던가.”
“주위에 있던 분들이 하나씩 사라졌을 때 아가씨가 느꼈을 마음을 생각하니 눈물이 난다 하더군요.”
“눈물이 난다라…….”
화아악!
돌연 김소희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에 강진이 주위를 두리번거릴 때, 박혜원의 옆에 김소희가 모습을 드러냈다.
박혜원을 지그시 보며 같이 걸어가는 김소희의 모습에 강진이 웃었다.
‘키는 일단 비슷하네.’
나란히 걷는 둘의 키가 비슷한 것이다. 박혜원이 나이에 비해 키가 좀 큰 것도 있지만, 김소희가 자기 나이에 비해 키가 작은 것도 있어 서로 비슷한 것이다.
걸음을 옮기는 김소희와 박혜원을 보던 강진이 차를 몰았다. 그가 향하는 곳은 학교 실험실이었다.
실험실에 도착한 강진이 문을 열었다.
덜컥!
실험실 안으로 들어간 강진은 최광현이 후배들과 함께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들 뒤에 있는 이동식 칠판에는 종이가 여럿 붙어 있었고, 그 앞에서 최광현이 후배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형 계시네요?”
강진의 말에 최광현이 그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종이를 붙였다.
“인수인계 좀 하려고.”
“인수인계요?”
“그동안 내가 교수님 모시고 여기저기 다녔는데, 이제 나도 직장인 아니냐. 나도 슬슬 손 놓을 준비를 해야지.”
그러고는 최광현이 후배들을 보았다.
“그리고 언제까지 내가 왕고 할 수도 없는 거고.”
“하긴, 형이 오래 있기는 했죠.”
최광현 동기들은 이미 다 졸업해서 학교를 나갔는데, 최광현만 조교라는 이름으로 학교에 계속 남아 있었으니 말이다.
“그럼 학교는 더 안 오시는 거예요?”
“그렇지는 않지. 경찰 쪽하고 교수님하고 연결해야 하니까. 자주 오겠지만…… 여기에서 교수님 옆에 있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지.”
말을 하던 최광현은 다시 강진을 보았다.
“그런데 빈손이야?”
“뭐 들고 와야 하는 건가요?”
“농담이야.”
최광현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후배들을 보았다.
“그럼 경호가 왕고 되는 건가?”
“네.”
대학원을 다니는 임경호가 답하자 강진이 웃었다.
“너도 좋은 시절 다 갔다.”
“그러게요. 광현 형이 그냥 계속 여기 있으면 좋은데.”
왕고라고 해서 좋을 것 같지만, 실험실 애들 챙겨야 하고 교수님 심부름도 해야 하고…… 그냥 일 많이 하는 것이 왕고였다.
임경호의 어깨를 두들긴 강진이 말했다.
“그럼 왕고인 너한테 형 부탁할 것이 있는데.”
“부탁요?”
“너 사람 돕는 거 좋아해?”
“싫어하지는 않죠.”
“좋아하지도 않는다는 거네.”
“보이면 하는데, 굳이 찾아서 하지는 않는 정도…….”
솔직하게 말을 하는 임경호를 보며 강진이 웃었다.
“보통은 다 그런 편이지.”
나쁜 짓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대부분 착한 일을 좋아하고 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굳이 찾아 나서서 하지는 않는다. 그저 보이면 하는 정도가 보통 사람이 하는 선행이었다.
물론 남을 도울 기회가 눈앞에 있어도 그냥 스쳐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말이다.
계단을 오르는 어른들 짐 들어주기나, 길 잃은 아이와 같이 있어 주는 것……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냥 스쳐갈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럼 남을 도울 일이 있으면 돕기는 하는 거지?”
“누구 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어요?”
임경호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학생들과 연구실을 보았다.
‘서신대 학생들과 비바람을 막아 줄 공간이 필요한 사람이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