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940
941화
강진이 김이슬에게 만 원을 받는 것을 보던 강상식이 말했다.
“너 경마는 할 줄 알아?”
“모르는데요.”
“그럼 같이 가자.”
“형도 하시게요?”
“경마가 알면 쉬운데 모르면 좀 복잡해.”
그러고는 강상식이 문지나를 보았다.
“당신도 같이 가서 몇 게임 해 볼래?”
“나는 됐어. 그리고 당신 지갑 줘.”
“지갑? 뭐 사게?”
강상식이 지갑을 꺼내 주자, 문지나가 그 안에서 돈을 꺼내려다가 눈을 찡그렸다.
“무슨 현금을 이렇게 많이 가지고 다녀?”
“많나?”
강상식이 모르겠다는 듯 하는 말에 문지나가 한숨을 쉬고는 지갑을 보았다.
지갑에는 만 원짜리 지폐 한 장 없고, 오만 원 권과 수표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그런 강상식의 지갑을 보던 문지나가 고개를 젓고는 자신의 지갑에서 만 원짜리를 하나 꺼내 내밀었다.
“당신도 이걸로만 해요.”
문지나의 말에 강상식이 피식 웃었다.
“당신이 하라면 당연히 이렇게 해야지.”
웃으며 만 원을 받는 강상식을 보며 문지나가 물었다.
“그런데 당신 경마 자주 해요?”
걱정스럽게 묻는 문지나를 보며 강상식이 고개를 저었다.
“자주는 아니고 사업차 사람 만날 때 가끔 오지.”
“무슨 사업을 경마장에서 해?”
“중국하고 일본 사람 중엔 경마 좋아하는 사람들이 꽤 있어. 그리고 자기가 좋아하는 게임을 상대도 좋아한다고 하면 호감이 생기니까.”
그러고는 강상식이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나 도박은 안 좋아해. 걱정하지 마.”
강상식의 말에 문지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적당히만 해.”
“알았어. 그럼 다녀올게요.”
강상식이 웃으며 황민성을 보자, 그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상식이는 자주 온 것 같으니까, 강진이가 혹하는 것 같으면 잘 타일러서 데리고 와.”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그를 보았다.
“저보다 상식 형을 더 믿는 거예요?”
“너는 처음이잖아. 처음 하는 애들이 빠지는 거야.”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요. 제가 잘 알려주겠습니다.”
“아냐. 잘 알려주라는 소리가 아니고, 그냥 룰만 알려줘. 그리고 만 원만 해.”
“알았습니다.”
강상식이 자신의 어깨를 치고는 몸을 돌리자 강진이 그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런 강진의 뒤를 귀신들이 우르르 따라왔다.
“다 같이 가시게요?”
“정숙이는 경마 해 봤는데 우리는 안 해 봤잖아요. 우리도 재미로 해 볼래요.”
이혜미의 말에 임정숙이 웃었다.
“내가 돈 따 드릴게요. 내가 찍어 주는 것만 사세요.”
임정숙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잘하시나 봐요?”
“그럼요. 아빠 따라서 경마장 자주 와서 보고 들은 것이 많아요.”
“에이, 돈 따려고 하나요. 그냥 재미로 하는 거죠.”
“그래도 잃는 것보다는 따는 것이 좋죠.”
임정숙이 앞장서서 걸음을 옮기자, 강진이 웃으며 그 뒤를 따랐다.
강진과 함께 걸음을 옮기던 강상식이 주위를 보다가 말했다.
“지금 직원분들 다 같이 가는 거지?”
“네.”
“혹시 저승 음식 뭐 가져온 거 없어?”
“드시게요?”
강진이 보자 강상식이 웃으며 말했다.
“옆에 계시는데 인사도 못 하고 그냥 이렇게 가는 것도 이상하잖아. 저승 음식 자주 먹으면 안 좋다고 하지만…… 자주 먹는 것도 아니고.”
강진은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주머니에서 향수를 꺼냈다. 지금 저승 음식이라고 할 것은 없고 있는 건 향수뿐이니 말이다.
“입에 대고 치익 하세요.”
향수를 받아든 강상식은 그것을 받아 입에 대고는 치익 뿌렸다. 그러고는 입맛을 몇 번 다시더니 말했다.
“딱히 별 맛은 없네.”
“물 같은 그런 느낌이니까요.”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강상식이 흠칫했다. 피를 흘리고 있는 배용수가 보이자, 살짝 심장이 철렁한 것이다.
귀신인 모습을 몇 번 보기는 했지만…… 갑자기 보이니 놀란 것이다. 자주 봤다고 해도 익숙해지기에는 쉬운 모습이 아니니 더더욱 그랬다.
강상식은 머쓱하게 웃으며 배용수에게 손을 내밀었다.
“너는 봐도 봐도 좀 무섭다.”
“제가 좀 정통 귀신 스타일이기는 하죠.”
강상식이 가볍게 농처럼 한 말인 것을 알기에 배용수도 웃으며 가볍게 말을 받았다.
모르는 사람이 자기를 보고 이렇게 놀라면 마음에 상처가 되겠지만, 강상식은 자신을 보려고 향수까지 먹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자신이 무섭게 생긴 건 사실이었다.
강상식이 여직원들에게도 인사를 하자, 강진이 말했다.
“정숙 씨가 경마 박사랍니다.”
강진의 말에 임정숙이 급히 말했다.
“박사는 아니에요.”
“왜요? 돈 따게 해 준다면서요?”
“그건…… 그냥…….”
수줍음이 많은 그녀이다 보니 강상식이 보는 앞에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이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그런 임정숙의 모습에 강상식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어디 정숙 씨 믿고 한 번 가 봅시다. 아! 그리고 경마장에 군것질거리 파는데 그거 맛있어.”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만 원을 꺼냈다.
“저희 지갑 봉인인데 이걸로 간식 먹으면 경마는 어떻게 해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피식 웃으며 핸드폰을 꺼냈다.
“요즘 누가 현금으로 물건 사냐?”
“아…… 근데 그거 써도 돼요? 형수님이…….”
“형수가 하지 말라는 건 경마지, 뭐 사 먹지 말라고는 안 했잖아. 사람이 유도리가 있어야지. 가자.”
그러고는 강상식이 직원들을 보았다.
“오늘은 제가 쏩니다.”
강상식의 말에 이혜미가 웃었다.
“어머, 오빠 최고!”
“오빠?”
“돈 많으면 오빠죠.”
이혜미의 말에 강상식이 웃었다.
“하하하! 그 말이 맞습니다. 오빠라고들 부르세요.”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사실…… 이혜미와 다른 여자 귀신들의 죽은 모습은 아주 섬뜩한 편이었다.
저승식당 시간에야 생전 모습이니 괜찮지만, 귀신일 때는…… 살해당한 모습 그대로이니 말이다.
그것도 욕실에서 살해를 당해서 물에 축 젖어 있는 모습이라 더 무서웠다.
몇 번을 봤다고 해도 놀랄 모습인데 강상식이 웃으며 농을 하니 강진은 그가 고마웠다.
귀신들도 자신들의 모습이 무서운 것을 알지만 상대가 대놓고 무서워하면 상처를 받는다. 그리고 안 좋은 기억이 떠오를 수도 있고 말이다.
웃으며 경마장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기는 강진을 배용수가 툭 쳤다.
“응?”
그에 강진이 보자 배용수가 입맛을 다시며 한쪽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서성식이 서 있었다. 멍하니 자판기 같은 것을 보고 있는 서성식의 옆에는 어느새 이충만이 가서 뭐라고 말을 하고 있었다.
“이 사람아, 죽어서도 이러면 어떻게 해.”
이충만이 답답하다는 듯 말하고 있었지만 서성식은 여전히 자판기를 보고 있었다.
그 근처에는 다른 귀신들도 있었다. 강진과 같이 온 귀신들이 아니라 원래 여기에 있는 귀신들인 모양이었다.
“저 양반이라고 여기 다시 오고 싶어서 왔겠소? 그냥…… 오게 되는 거지.”
“에휴! 적당히 합시다. 여기 오고 싶어서 다시 오는 귀신들이 어디 있는 줄 아나.”
다들 도박에 빠져 죽은 귀신들인 듯, 이충만에게 적당히 하라 하고는 서성식에게 말을 걸었다.
“그래도 당신은 팔자가 좋네. 당신 말려 주러 여기까지 쫓아오는 친구도 있고 말이야.”
“오늘 처음 본 것을 보면 여기는 처음인 것 같은데, 오늘은 구경이나 하고 가요. 여긴 자주 올 곳이 못 돼.”
“에휴! 자네도 참……. 죽었으면 그냥 승천하지, 뭐 먹을 것이 있다고 여기를 기어 오나?”
동병상련이라 그런지 귀신들은 서성식을 위로했다. 그 모습을 강진이 볼 때, 강상식이 슬며시 옆에 서서는 말했다.
“저분 찾으러 왔던 거구나.”
향수를 먹어서 귀신을 볼 수 있게 된 강상식이 서성식을 알아본 것이다.
“네.”
“그런데 저분 도박 중독이야?”
자세한 사정은 잘 모르지만, 귀신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서 대충 상황을 파악한 모양이었다.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상식이 입맛을 다시며 서성식을 보았다.
“거참…… 도박이 무섭네. 귀신이 되어서도 여기에 홀린 듯이 온 것을 보면 말이야.”
강상식의 중얼거림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도박만 무섭나요? 모든 중독이 다 무섭죠. 알코올 중독, 담배 중독, 스릴 중독…….”
“스릴 중독?”
“위험한 스포츠 즐기는 분들요. 그런 분들이 많이 죽잖아요. 좀 더 위험한 걸 하고 싶어서 무리하게 되니까요.”
강진의 말에 이혜미가 동감이라는 듯 말했다.
“더욱더 자극적인 것을 원하는 법이죠.”
“그럼 약으로는 치료 못 하나?”
“그래서 심한 사람들은 정신과에서 약 처방받잖아요. 근데 어디까지나 보조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뿐이지, 해결책은 아니라서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죠.”
말을 하며 강진이 배용수를 툭 쳤다.
“오늘 너의 역할이 크다.”
“내 역할?”
배용수가 무슨 말이냐는 듯 보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내가 저분들한테 언제 다 이야기를 하냐.”
“무슨…….”
‘무슨 이야기?’라고 하려던 배용수가 한숨을 쉬었다. 무슨 말인지 이해를 한 것이다.
자판기 같은 곳 주위에는 귀신도 있지만 사람들도 많았다. 그런 곳에서 강진이 귀신들과 대화를 하긴 어려웠다.
배용수를 보며 웃은 강진이 주머니에서 무선 이어폰을 꺼내 귀에 꽂았다.
요즘 나오는 무선 이어폰은 귀에 쏘옥 들어가는 형태라 잘 안 보였지만, 강진이 귀에 꽂는 것은 조금 사이즈가 컸다.
이유는 간단했다. 귀신들하고 대화를 하는 것을 통화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서 일부러 좀 사이즈가 큰 걸로 산 것이다.
게다가 색깔도 빨간색으로 해서 다른 사람들의 눈에 잘 보이도록 했고 말이다.
귀에 이어폰을 꽂은 강진이 서성식에게 다가갔다.
“여기 계셨네요?”
서성식은 강진을 보고는 고개를 푸욱 숙였다. 부끄러운 것이다.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서성식을 보던 강진이 자판기를 보았다. 이제 보니 이건 자판기가 아니라 경마 발권 기계였다.
“발권 기계가 자판기처럼 생겼네요.”
강진의 말에 임정숙도 의아한 듯 기기를 보았다.
“나 다닐 때는 이런 거 없었는데…….”
임정숙이 자판기를 보는 사이 배용수는 손뼉을 치고 있었다.
“자, 주목해 주세요. 여기 이 친구는…….”
다른 귀신들이 여러 번 묻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배용수는 귀신들 시선을 모아서는 한 번에 설명을 하고 있었다.
“이 친구가 귀신을 본다고?”
“그럼 혹시 우리 집에 연락을…….”
“딸이 보고 싶은데.”
“내가 친구한테 빌려준 돈이 있는데 그 자식이 안 갚…….”
강진이 자신들을 보고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말에 귀신들이 각자의 사정을 빠르게 이야기했다. 그에 배용수가 다시 손뼉을 쳤다.
짝! 짝! 짝!
“주목! 주목해 주세요.”
귀신들이 말을 멈추고 자신을 보자, 배용수가 말했다.
“강진이가 귀신을 보지만, 귀신들 사연을 듣고 그 사연 다 풀어드릴 수는 없어요. 애초에 사연을 다 풀 수 있었으면 저희가 강진이하고 계속 있겠어요? 진작 승천을 했겠죠.”
“그건…….”
귀신들이 입맛을 다시자, 배용수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여러분들이 하는 말대로 이승에 있는 가족들에게 사연을 전하는 것도 어려워요. 예를 들어서 전화할 때 통화비가 들죠? 여러분들 소식을 가족들에게 전하려면 마찬가지로 통화비가 들어요.”
“얼마나 듭니까?”
“JS 돈으로 엄청 듭니다. 그래서 어려워요. 그러니…… 죄송하지만 그냥 강진이라는 애가 있구나 정도로 생각을 해 주세요. 그리고 각 지역마다 저승식당이 있으니 거기 가서 식사를 하세요. 귀신한테는 저승식당 음식이 최고로 맛있습니다.”
배용수의 말에 귀신 중 하나가 그를 보다가 말했다.
“그럼 그쪽은 가족들하고 연락을 한 적이 없습니까?”
“없습니다.”
배용수의 말에 귀신이 멈칫했다. 있다고 하면 당신들은 되고 왜 우리는 안 되냐고 말을 하려고 했던 것이다. 한 걸음 뒤로 물러난 귀신이 다른 여자 귀신들을 보았다.
그 시선에 서로를 보던 여자 귀신 중 이혜미가 말했다.
“저희는 집에 가서 부모님을 봤어요.”
“그럼 우리도…….”
귀신이 급히 말을 하려 하자, 강진이 그를 보았다.
“그럼 가서 만나세요.”
“그…….”
귀신이 뭔가 말을 할 듯 말 듯 입을 우물거리자, 강진이 말했다.
“보니 지박령도 아니신 것 같은데, 가족이 보고 싶으면 가서 보시면 되죠.”
강진의 말에 귀신이 작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됐습니다.”
귀신이 터벅터벅 다른 곳으로 가자, 다른 귀신들도 한숨을 쉬며 흩어졌다. 그 모습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내가 말을 심하게 했나?”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저으며 그 어깨를 툭 쳤다.
“네 말대로 가족이 보고 싶으면 가족한테 가야지, 여기 죽치고 있는 저 사람들이 잘못이지.”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한숨을 쉬며 귀신들을 보았다.
저들은 지박령이 아니라서 언제든지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었다. 그런데도 그들은 여기에 있었다.
죽어서도 도박 중독에 빠져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