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95
95화
명함에 적힌 회사명을 보던 강진이 말했다.
“보리지면 불가의 영향을 받은 건가요?”
강진의 말에 왕강신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부처께서 깨달음을 얻으신 보리수에서 이름을 딴 것이네. 내가 거래하는 부동산들에서 사람들이 행복하고 잘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었네.”
“그렇군요.”
강진을 보던 왕강신이 몸을 일으켰다.
“그럼 잘 먹었네. 또 보세나.”
“가시게요.”
“좀 쉬고 싶군.”
왕강신의 말에 강진이 따라 일어났다. 그리고 배웅을 할 때, 윤수홍이 슬며시 다가와 말했다.
“오늘 고맙습니다.”
그러고는 윤수홍이 봉투를 내밀자 강진이 감사히 그것을 받았다.
“그리고…… 조금 더 챙겨 넣었습니다.”
인당 이만 원 정도로 책정하기는 했지만, 오늘 나온 메뉴들은 시중에서 비싼 음식들이었다.
오늘 먹은 것 중 소갈비찜만 해도 다른 곳에서 먹으면 십만 원은 거뜬히 나올 양이었고 맛이었다.
거기에 다른 음식들도 먹었으니 원가만 해도 십만 원은 나올 금액이었다.
그래서 윤수홍이 더 돈을 넣은 것이다. 계산은 철저해야 다음에 와도 가볍게 올 수 있으니 말이다.
“감사합니다.”
“그럼 잘 먹고 가요.”
윤수홍의 말에 강진이 물었다.
“그런데…… 차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대리 불러 드릴까요?”
혹시라도 음주 운전을 할까 싶어 묻는 강진의 모습에 윤수홍이 웃었다.
“요즘 세상이 어떤데 음주 운전을 하겠습니까? 대리기사 불러야죠.”
웃으며 핸드폰을 흔드는 윤수홍을 보며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조심해서 가세요.”
“오늘 고생하셨습니다.”
윤수홍이 몸을 돌려 중국인들을 데리고 가는 것을 보던 강진이 자리에 앉았다.
“크윽!”
사람들이 가고 나서야 작게 신음을 토한 강진의 눈동자가 풀어졌다.
소주를 잔으로 마시고 고량주도 몇 잔 마셨더니 속이 타들어가는 듯 했다.
하지만 손님이 있어 정신력으로 버텼는데, 그들이 가고 나니 취기가 올라오는 것이다.
그에 강진이 눈을 찡그린 채 잠시 있다가 냉수를 한 잔 마셨다.
“괜찮아?”
배용수가 걱정스럽게 하는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죽을 정도는 아니다.”
작게 답을 한 강진이 윤수홍이 주고 간 봉투를 열었다. 봉투 안에는 이십만 원이 들어 있었다.
“이십이라…… 팁까지 합치면 사십이네.”
기분 좋게 웃은 강진이 목을 비틀었다.
우두둑! 우두둑!
술기운이 목 근육으로 몰린 듯 목을 비틀자 뼈마디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소리만큼 목이 시원해지는 것을 느낀 강진이 식탁을 치우기 시작했다.
“빨리 치우고 좀 자야겠다.”
작게 중얼거리며 강진이 서둘러 그릇들을 주방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
다음 날 아침 출근한 강진은 서류들을 검토하고 있었다. 요즘 들어 강진이 하는 일 중 대부분은 팀원들이 만든 사업 계획서를 보고 오타와 수치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강진이 서류들을 보며 오타들을 체크하고 있을 때, 임호진이 다가왔다.
“강진 씨!”
임호진의 부름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네.”
“어제 윤 선배가 손님 모시고 갔다면서요?”
“네.”
강진의 말에 임호진이 슬며시 의자를 가져다가 옆에 앉았다.
“왕 선생님이 마음에 들어 하셨다고 하던데요?”
“왕 선생님을 아세요?”
“보지는 못했고 이야기만 몇 번 들었습니다.”
웃으며 말을 한 임호진이 말을 이었다.
“어쨌든 왕 선생이 강진 씨 무척 좋게 본 모양이야.”
“좋은 분이셨습니다.”
강진의 말에 임호진이 그를 보다가 최동해를 보았다.
“동해 씨.”
임호진의 부름에 최동해가 그를 보았다.
“중국과 거래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뭡니까?”
임호진의 물음에 최동해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바로 답했다.
“콴시입니다.”
최동해의 답에 임호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진 씨는 콴시가 뭔지 아십니까?”
“관계라는 뜻 같은데요?”
말 그대로 한자를 읽으면 관계라는 뜻이 된다.
“맞습니다. 콴시란 말 그대로 관계를 말합니다. 그리고 흔히들 중국 무역은 콴시 무역이라고 합니다.”
“관계 무역?”
강진의 말에 임호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중국인들은 사업을 할 때 자신이 아는 사람, 혹은 자신이 아는 사람에게 소개 받은 사람이 아니면 사업을 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좋은 아이템을 갖다 보여주고 사업 제안서를 보여줘도…… 콴시가 없으면 거래를 하지 않습니다.”
“그렇군요.”
“그래서 흔히 콴시 무역, 접대 무역이라고 합니다.”
“접대를 잘해야 관계를 잘 맺을 수 있다는 거군요.”
강진의 말에 임호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무실에서 열흘 동안 이야기하는 것보다 술자리에서 기분 좋게 접대를 하루 하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그렇군요.”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임호진을 보았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해 주시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좋은 콴시를 맺었다고 말을 해 주고 싶었습니다.”
“왕 선생님이 대단하신 분인가 보네요?”
강진의 말에 임호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에서는 보통 다리 하나 건너면 대부분 아는 사람이라고 하지요?”
“네.”
“왕 선생의 경우에는 다리 두 개만 건너면 중국 주석하고도 만날 수 있는 사람입니다.”
“대단하네요.”
“대단한 분이죠.”
말을 하며 임호진이 슬며시 말했다.
“가게에 또 온다고 안 했습니까?”
“왜요?”
“혹시라도 가게에 왕 선생님이 오게 되면 전화 한 번 해 주겠어요?”
“전화요?”
“제가 아직 왕 선생과 인연이 없습니다. 한국에 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니 저도 이번에 콴시를 맺었으면 합니다.”
임호진의 말에 강진이 의아한 듯 말했다.
“윤수홍 씨한테 소개 받으면 되지 않나요?”
“윤 선배가 저와 친하기는 하지만 자기 밥그릇까지 넘겨주지는 않습니다.”
“아…….”
임호진의 말을 강진은 이해를 했다.
윤수홍에게 왕강신은 중국 콴시의 기반이었다. 그래서 친한 후배인 임호진에게도 소개를 해 주지 않은 것이다.
임호진의 말에 잠시 그를 보던 강진이 말했다.
“전화는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가게 안에서 인사는 드리지 말아 주십시오.”
“네?”
그럼 어디서 인사를 하나 싶어 보는 임호진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식당은 편하게 식사를 하러 오는 곳이라 생각을 합니다. 왕 선생님이 또 오신다는 보장도 없지만, 오신다면 그건 편하게 식사를 하러 오시는 것일 텐데…….”
뒷말을 하지 않아도 임호진은 강진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았다.
“내가 불편하게 할까 걱정하는군요.”
“회사에서는 제가 인턴이지만. 퇴근하면 식당 주인이라서요.”
회사에서야 임호진의 부하 직원이지만, 밖에서는 식당 주인이니 사정을 봐 달라는 의미였다.
강진의 말에 임호진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그럼 식사 다 하시고 나가시는 길에 잠깐 인사라도 드리게 해 주겠어요?”
“그건 제가 식사 다 하시고 난 후에 물어보고 허락하시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알겠어요. 그럼 일단 전화는 주세요. 나도 무턱대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을 테니까.”
“알겠습니다.”
강진의 답에 임호진이 그를 보다가 웃었다.
“강진 씨는 좋은 식당 주인입니다.”
“부하 직원으로서는 별로지요.”
강진의 말에 임호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후! 괜찮아요. 언제까지 내 밑에 있을 사람도 아니고…… 두 달 후면 제 단골 식당 주인이 될 테니까요.”
임호진이 웃으며 자리로 돌아가자 최동해가 살며시 물었다.
“왕 선생이라는 분이 정말 대단하신 분인가 보네요.”
“대단하다기보다는 중국 특성이 있으니 그렇겠지.”
콴시라는 문화는 다른 나라에는 없는 중국만의 특성이었다. 그러니 인맥이 두꺼운 왕강신이 더 대단해지는 것이다.
그러다가 강진이 최동해를 보았다.
“중국어 좀 하지?”
전에 최동해가 중국 업체와 통화하는 것을 들었었다.
“조금요.”
최동해의 말에 강진이 중국어로 말을 걸었다.
“내 발음 어때?”
강진의 말에 최동해가 웃었다.
“중국어도 할 줄 아세요?”
“현장 아르바이트할 때 중국 노동자한테 조금 배웠어. 그래서 내 발음 어때?”
강진이 다시 중국어로 말을 하자 최동해 역시 중국어로 말했다.
“한국 사람끼리 중국어로 말을 하면 대충은 다 알아듣죠.”
“그래?”
“영어로 생각을 해 보면, 한국인들끼리 밀크 하면 우유라고 알아듣잖아요. 하지만 영어권 사람들은 밀크라고 하면 못 알아듣죠. 발음 차이가 있으니까.”
콩글리시를 사용하는 한국 사람끼리 영어로 이야기하면 대충 통한다.
하지만 콩글리시로 미국인과 대화를 하면 상대는 이게 뭔 소리인가 할 것이다.
“너는 중국어 어느 정도 해?”
“간단한 의사소통은 할 줄 알죠.”
최동해의 말에 강진이 대단하다는 듯 그를 보았다.
“너 영어는 현지 사람처럼 하지?”
“네.”
“그럼 영어도 잘하고 중국어도 할 줄 아는 거네.”
“무역을 하려면 외국어 두 개쯤은 해야죠. 그리고 형도 영어하고 중국어 하잖아요.”
“그거야 스트리트지.”
길거리 외국어라는 의미로 강진이 말을 하자 최동해가 말했다.
“어쨌든 할 줄 안다는 것이 중요하죠.”
최동해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국말로 말했다.
“중국어 공부할 책 좀 있어?”
“집에 가면 좀 있는데 가져다드려요?”
“부탁 좀 하자.”
“그럼…… 저도 부탁 좀 해도 돼요?”
“뭘?”
“인턴 끝나고 난 후에…… 연락해도 돼요?”
최동해의 말에 그를 보던 강진이 피식 웃었다.
“그럼 안 하려고 했어?”
강진의 말에 최동해가 환하게 웃었다.
“고맙습니다.”
“일하자.”
강진의 말에 최동해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서류를 보기 시작했다.
퇴근을 한 강진은 가게로 걸어가고 있었다. 가게로 걸어가며 강진은 신수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이강진입니다.”
[무슨 일이십니까?]“그…… 어제 제가 한 분 승천시킨 것 아세요?”
전에 채영호가 변호사가 필요하다고 했을 때, 신수호는 귀신처럼 알고 나타났었다.
그래서 말을 하지 않아도 어제 일을 아나 물어보는 것이다.
[알고 있습니다.]“음…… 혹시 CCTV 같은 것 설치된 건 아니죠?”
[아닙니다.]“그런데 너무 잘 아시네요?”
[제가 살던 집입니다.]그것으로 모든 설명이 다 된다는 듯, 신수호가 더 말을 하지 않자 강진이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전화드린 건 다른 것이 아니고요. 혹시 제가 귀신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걸 사람들에게 숨겨야 하나요?”
[말하고 싶습니까?]“굳이 숨겨야 할 이유가 없을 것 같아서요. 무당도 귀신하고 대화한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고, 또 드라마나 영화 보면 귀신 보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도 있잖아요.”
강진이 주절주절 변명처럼 설명을 하자 그것을 듣고 있던 신수호가 말했다.
[영화 이야기를 하시니 영화로 비유를 해서 말하겠습니다. 왜 영화 속 히어로들이 자신의 신분을 감추는 줄 아십니까?]“그야 세상의 이목을 피하려고?”
[맞습니다. 슈퍼맨이 총이나 칼이 무서워서 정체를 숨기는 것이 아닙니다. 세상의 이목이 모이면 귀찮기 때문입니다.]“제가 귀찮아질 것이란 말씀인가요?”
“그 말은 귀신들이 저에게 몰려들 것이라는 말씀인가요?”
[저희 형제들은 그 집에서 살았습니다.]신수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인지 이해했습니다.”
신수호와 그 형제들은 이 집에서 살았고, 귀신들을 상대했다.
그렇다면 강진이 이때까지 본 귀신들보다 더 많은 귀신들을 봤을 것이고, 더 가여운 사연들도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중에는 그들이 도운 사연도 있을 것이다. 즉 강진의 지금 상황은 신수호 변호사도 어렸거나 젊었을 때 겪은 일이었다.
[더 필요하신 것 있으십니까?]“어떻게 해야 할지 조언을 해 주실 수 있으신지요?
[답은 하나입니다. 마음 가는 대로 하세요.]신수호의 답에 강진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언 감사합니다.”
[더 필요하신 것 있으십니까?]같은 질문을 하는 신수호의 물음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없습니다.”
그걸로 통화를 끝낸 강진이 핸드폰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마음 가는 대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