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972
973화
박혜원의 머리를 쓰다듬은 박신예가 웃으며 말했다.
“잠시 있어.”
그러고는 박신예가 감독에게 걸어갔다. 그 모습을 보던 박혜원이 다시 자세를 잡고는 감정을 추슬렀다.
‘그리움에서 기쁨으로. 즐거움으로…….’
처음 박신예 연기의 감정선을 자신의 것으로 가져가는 것이 중요했다. 그리고 그 후에는 자신의 감정선으로 바꿔야 했다.
이게 어려웠다. 그리움에서 기쁨으로, 그리고 즐거움으로 표정을 바꿔야 하니 말이다.
자신이 해석한 대본의 느낌을 떠올리며 연습을 하는 박혜원에게 박신예와 감독이 다가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더니 감독이 웃으며 박혜원 머리를 쓰다듬고는 촬영을 시작했다.
“컷! 오케이!”
감독의 외침에 강진이 의아한 듯 황민성을 보았다.
“한 번에 오케이가 떨어진 것 같은데요?”
“그러게? 잘한 건가?”
거리가 멀어서 박혜원이 연기를 어떻게 했는지 잘 모르는 황민성이 촬영장을 볼 때,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아주 잘했나 보네요.”
“응?”
황민성이 보자, 강진이 박혜원을 가리켰다. 아니, 정확히는 박혜원 옆에 있는 김소희를 가리켰다.
“소희 아가씨가 웃잖아요.”
“웃으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김소희를 보았다.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박혜원에게 뭐라고 말을 하고 있었다.
물론 자신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것을 알지만, 그래도 뭐라고 하고 싶은 듯했다. 그리고 그 말은 아마도 칭찬일 것이다.
“그러네. 웃으시네.”
“못했으면 아가씨가 웃지 않으셨겠죠.”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미소를 지었다.
“우리 아가씨 웃으시니 저리 고우시네.”
“잘 봐 두세요. 아가씨 웃는 모습은 정말 보기 어려운 거니까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작게 웃었다.
‘나는 그래도 자주 본다.’
황민성은 속으로 뿌듯해하며 김소희를 보았다. 평소 표정 변화가 거의 없는 김소희지만…… 무장 해제가 되는 순간이 있다.
바로 투희와 놀아 줄 때였다. 투희와 놀 때는 김소희의 얼굴이 해바라기처럼 활짝 피어났다.
그래서 황민성은 웃는 김소희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미소를 보기 싫은 건 아니었다.
“사진에 담을 수 있다면 찍어 두고 싶은 미소네. 참…… 미소가 고우시다.”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소희 아가씨가 첫 촬영에 저렇게 만족스러워하시는 것을 보니 드라마 대박이 날 것 같네요.”
말을 하던 강진이 한쪽을 보았다. 드라마 촬영장 한쪽에는 박혜원의 어머니인 아주머니 귀신이 환하게 웃으며 손뼉을 치고 있었다.
“딸 잘했어. 파이팅! 우리 딸 너무 예쁘다!”
정말 좋아하는 아주머니 귀신의 모습에 강진이 웃을 때, 그녀가 시선을 느꼈는지 급히 자세를 가다듬더니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에 강진도 마주 고개를 숙였다.
“이 드라마가 잘 되면…… 아주머니도 승천하시려나?”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아주머니 귀신을 보고는 웃으며 말했다.
“그럴 수도 있죠. 딸이 혼자서 잘 해 나가는 것을 보는 거니까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잘 가셨으면 좋겠다.”
“그러면 가장 좋죠.”
두 사람은 커피를 마시며 촬영장을 보았다. 박혜원의 촬영은 끝이 났지만, 다른 촬영들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
강진은 황민성을 태우고 강원도 산길을 달리고 있었다.
덜컥! 덜컥!
흔들리는 산길을 가던 황민성이 힐끗 창밖을 보았다.
“정말 심산유곡이라는 말이 딱 이렇겠다.”
“산이 워낙 깊어서 전쟁 났을 때, 여기 분들은 전쟁이 벌어진 줄도 몰랐대요.”
“그래?”
“그런데…… 역시 전쟁의 포화는 산속도 피할 수 없었나 봐요.”
황민성이 보자,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말을 이었다.
“그때 마을에 숨어 들어온 군인들 치료해 줬다고 적군들한테 마을이 공격당했대요.”
“아…….”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작게 저었다.
“그때 다 돌아가신 모양이구나.”
“정말 고통스러우셨을 거예요. 마을 사람들…… 이웃, 가족, 부모 자식들이 눈앞에서 살해되는 것을 봤으니까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입맛을 다셨다.
“전쟁이란 참 무섭고 슬픈 거네. 내 가족들이 죽는 걸 직접 보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거잖아. 마음이 정말…….”
말을 하던 황민성이 고개를 저었다. 차마 말을 더 할 수가 없었다.
내가 그런 상황이라면? 죽어도 죽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시겠죠.”
둘이 이야기를 나누며 달릴 때, 이혜미가 조수석 문을 통해 머리를 들이밀었다.
“아! 깜짝아!”
자주 보던 이혜미지만, 갑자기 옆에서 불쑥 나오는 것에 황민성이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그 모습에 이혜미가 웃으며 말했다.
“죄송해요. 놀라셨죠?”
“방금은 정말 놀랐습니다.”
황민성의 말에 이혜미가 미안한 듯 그를 보았다. 그 모습에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조금 놀란 것이니 괜찮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왜 들어오신 거예요?”
푸드 트럭 지붕에 타고 있던 이혜미가 갑자기 머리를 들이민 것이다.
황민성의 물음에 이혜미가 웃으며 숲 쪽을 가리켰다.
“저기 돼랑이 가족들 와 있어요.”
이혜미의 말에 황민성이 그녀가 가리키는 곳을 보았다. 그러자 나무들 사이로 멧돼지들이 뛰어오는 것이 보였다.
“저 녀석들이구나.”
황민성의 말에 강진도 밖을 힐끔 보고는 창문을 내렸다. 창문을 열자 진한 숲 냄새가 차 안으로 들어왔다.
벌레 들어올까 봐 창문을 닫아 놓고 있었던 터라 숲 냄새도 이제야 맡는 것이다. 강진은 창밖으로 손을 내밀며 고함을 질렀다.
“돼랑아!”
강진의 외침에 돼랑이가 크게 외쳤다.
꾸이잇!
반갑다는 듯 크게 울음을 토하는 돼랑이의 모습에 강진이 웃을 때, 황민성이 창밖을 보다가 말했다.
“와, 진짜 크다.”
“진짜 크죠?”
“저건 거의 송아지만 한데.”
말을 하던 강진이 천천히 차를 세웠다.
덜컥!
차가 작게 흔들리며 멈추자, 강진이 차에서 내렸다.
“돼랑아!”
강진의 외침에 돼랑이 가족들이 뛰어왔다.
두두둣! 두두!
우렁찬 발소리와 함께 달려오는 돼랑이 가족 모습에 황민성이 움찔해서는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강진에게 이야기를 들어서 애들이 영특한 줄은 알지만…… 이렇게 달려오는 모습을 보니 위압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거짓말 조금 보태면 황소만 한 멧돼지들이니 말이다. 물론 실제는 송아지보다 조금 더 큰 것 같지만…….
꾸이익!
커다란 울음과 함께 앞에 멈춰 서는 돼랑이 가족들의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애들 머리를 쓰다듬었다.
“잘들 지냈어?”
꾸이익!
강진의 손길에 애들이 웃으며 머리를 비볐다.
들썩! 들썩!
반갑다고 비비는 행동에 강진의 몸이 크게 흔들렸다. 그에 강진이 웃으며 황민성을 보았다.
“애들 좀 만져 보세요.”
“그래도 되는 거지?”
“그럼요. 저승 음식 오래 먹어서 말만 못 하지, 사람하고 거의 비슷하게 생각을 해요. 잘 해 주면 얘들도 저희한테 잘 해 줘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멧돼지들을 보다가 슬며시 다가갔다.
“이쪽은 나와 친한 형이야. 너희들 보고 싶다고 같이 왔어. 앞으로 친하게 지내.”
친하게 지내라는 말에 황민성이 웃으며 돼랑이 가족들을 보았다.
돼랑이 가족들을 보던 황민성의 몸이 살짝 굳어졌다. 세상 무서울 것 없는 상남자지만, 돼랑이 가족들은 조선 시대 그림에서나 나올 듯한 그런 멧돼지들이었다.
그러다 보니 본능적으로 두려움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 황민성의 모습에 돼랑이가 그를 보다가 다가와서는 다리에 머리를 비볐다.
마치 자신은 무서운 돼지가 아니라는 듯 말이다. 그 모습에 황민성이 돼랑이를 보다가 웃으며 그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만나서 반갑다.”
꾸잇……!
자기가 놀랄까 봐 작게 울음을 토하는 돼랑이를 보고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내가 너희들 주려고 맛있는 것들 많이 가져왔어.”
꾸잇? 꾸잇!
맛있는 거라는 말에 돼랑이가 기분 좋은 울음을 토하자 황민성이 웃으며 그 머리를 쓰다듬었다.
“형 애들 타 보실래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그를 보았다.
“얘를?”
“저는 여기 오면 애들 타고 다니거든요. 처음에는 좀 무서운데 타 보면 재밌어요.”
강진은 돼랑이의 자식 중 가장 큰 애의 등에 올라탔다. 예전에는 돼순이 등에도 탔지만, 그래도 암컷인데 타기 좀 그러니 말이다.
강진이 멧돼지 등에 올라타자, 황민성이 그 모습을 보다가 돼랑이를 보았다.
그 시선에 돼랑이가 무릎을 구부려 몸을 숙였다. 그 모습에 황민성이 잠시 망설이다가 그 등에 살짝 올라탔다.
황민성이 등에 타자, 돼랑이가 조심히 몸을 일으켰다. 황민성이 처음 타는 것을 알고 있으니 최대한 조심히 배려해서 일어나는 것이다.
“귀를 잡든가 목털을 잡으세요.”
“귀? 목털?”
“단단히 잡아도 괜찮아요. 안 아파해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슬며시 귀를 잡으려다가 멈췄다. 앞뒤로 움직이는 귀를 보고 있자니 만지기가 좀 뭐한 것이다.
그에 황민성이 입맛을 다시고는 목을 잡았다.
“잡으셨어요?”
“응.”
그에 강진이 돼랑이를 보았다.
“천천히 근처 한 바퀴만 돌고 오자.”
근처라는 말에 돼랑이가 그를 보고는 한쪽을 보았다. 마치 마을로 안 가냐는 듯 말이다. 그 시선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마을에는 차 타고 가야 해. 지금은 민성 형 너 한 번 태워 주려고 그래.”
강진의 말에 돼랑이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천천히 앞으로 움직였다. 그에 황민성이 흠칫해서는 털을 움켜쥐었다.
하지만 걱정했던 것과 달리 꽤 편안한 등에 황민성이 강진을 보았다.
“꽤 편하네?”
“천천히 움직여서 그래요. 달리면 꽤 무서울걸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돼랑이를 보다가 말했다.
“너는 털 강하게 움켜쥐어도 괜찮아?”
꾸이잇!
괜찮다는 듯 우는 돼랑이를 보며 황민성이 털을 강하게 쥐었다. 사람이라면 머리카락이 뽑힐 정도였지만, 돼랑이는 전혀 반응이 없었다.
나무껍질이 벗겨질 정도로 머리와 몸을 비비는 멧돼지에게 이 정도 자극은 간지러울 뿐이었다.
돼랑이가 아무렇지도 않아 하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달려도 될 것 같은데.”
“말은 좀 타기 힘들어하시던데 얘들은 괜찮아요?”
“말은 고삐를 쥐고 있어도 너무 강하게 당기거나 하면 말이 놀라서 넘어질 수 있는데, 이 녀석은 내가 힘으로 잡고 버티면 되잖아.”
황민성이 돼랑이 목을 툭 치며 말했다.
“우리 집에도 너처럼 영물 같은 개가 한 마리 있거든? 그 애는 내가 하는 말 잘 알아듣던데, 너도 알아듣지?”
꾸잇!
작게 답을 하는 돼랑이를 보며 황민성이 말했다.
“그럼 천천히 속도 올리면서 달려 보자. 가자!”
황민성의 말에 돼랑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 그러다가 다시 앞을 보더니 그대로 튀어나갔다.
“으윽!”
순간 비명을 지를 뻔했던 황민성이 급히 입을 다물었다. 동생들한테 멋지게 말을 했는데 비명을 지를 수는 없었다.
그런 황민성의 모습에 배용수가 피식 웃고는 돼랑이 새끼의 등에 올라탔다.
“아빠 따라가자!”
배용수의 외침에 새끼가 그대로 앞으로 튀어나갔다. 돼랑이는 황민성을 배려해 적당히 속도를 내고 있지만 새끼는 그렇지 않았다.
배용수를 몇 번이나 자신의 등에 태운 경험이 있는 것이다.
파앗!
그 모습을 보던 강진도 자신이 탄 새끼를 두들겼다. 그에 새끼가 신호를 알아듣고는 튀어나가는 아빠와 형제를 쫓아 내달렸다.
두다다다!
질풍처럼 내달리는 돼랑이 새끼를 탄 강진이 황민성의 옆으로 바짝 붙으며 그를 보았다. 황민성은 긴장감이 많이 사라진 듯 웃고 있었다.
“타실 만해요?”
“재밌다!”
“그래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웃으며 소리쳤다.
“더 빨리 달리자!”
황민성의 외침에 돼랑이가 본격적으로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이야호!”
꾸이잇!
황민성의 외침에 돼랑이가 크게 소리를 지르고는 더 속도를 높였다.
“기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