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150
149화
“어떻게 해도 당신과 함께했던 그 날 저녁이 잊혀지지 않아서 찾아왔어요.”
강신은 현재 카밀라의 말과 상태를 보고 굉장히 혼란한 상태였다.
상기된 얼굴, 거칠어진 호흡 그리고 번들거리는 눈동자까지.
카밀라는 누가 봐도 정상적이지 않은 모습이었다.
강신은 눈치가 느린 편이 아니었는데도 왜 그녀가 저런 태도를 보이는 건지 알 수 없었다.
특히 그녀가 말한 잊지 못할 저녁이라는 게 언제를 말한 건지 궁금했다.
“잠깐만요. 카밀라,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후후…. 오랜 삶을 살아왔지만 그런 경험은 난생처음이었어요.”
자신의 질문에 동문서답을 하는 카밀라의 모습을 보며, 강신은 그녀가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한 상태라는 걸 깨달았다.
“그러니까…. 책임져 주실래요?”
“그건 또 무슨….”
자기도 모르게 거친 말이 나올뻔한 걸 간신히 참아냈다.
강신은 현재 상황이 그저 억울하기만 할 뿐이었다.
그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자신이 카밀라를 책임질만한 행동을 한 적이 없었다.
평소 강신은 U.M.A들 때문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고, 특별한 날이 아니면 서로 얼굴을 보기도 힘든 관계였다.
그리고 가끔 마주친 적은 있어도 카밀라와 단둘이 자리를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카밀라가 강신을 찾아왔을 때는 항상 김대리나 다른 사람들이 함께 있었다.
“카밀라, 지금 몸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아요. 우선은 휴식을 취하고 나중에 다시 대화하는 게 어떻습니까?”
강신은 우선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 카밀라에게 안정을 권했다.
“후후…. 제 몸 상태는 아주 멀쩡해요. 아니, 오히려 평소보다 기운이 넘치는걸요.”
웃음을 흘리는 카밀라의 모습은 이질적이었다.
누가 봐도 이상한 카밀라가 천천히 강신에게 접근했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무슨 말을 해도 듣지를 않아. 우선 이 자리를 벗어나고 나중에 상태가 진정되면 그때 다시 이야기를 나눠야겠어.’
카밀라의 모습에서 왠지 모를 불길함을 느낀 강신이 이대로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강신은 카밀라를 피해 개인 큐브에서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런 강신의 생각을 이미 알고 있는 것인지, 카밀라가 강신과 입구 사이를 막아섰다.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하는 거로 하죠.”
자신을 막는 카밀라를 보며 강신이 태연한 척 말을 던졌다.
그리고 막아선 카밀라를 지나쳐 가려고 하자, 카밀라가 강신의 손목을 빠르게 낚아챘다.
“잠…!”
갑작스러운 카밀라의 행동에 강신이 뭐라고 하려고 했다.
하지만 말을 채 꺼내기도 전에 카밀라는 강신을 넘어트리려고 했다.
카밀라가 인간이 아닌 특별한 존재이긴 하지만, 그녀는 전투원이 아니었다.
강신이 알기로 힘과 체력은 평범한 인간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터였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오늘은 달랐다.
쿠당탕!
강민수의 트레이닝과 척준신의 훈련을 소화하며 이제는 제법 튼튼한 몸을 가지고 있는 강신.
그런데 자신보다 힘이 약한 카밀라에게 밀려 쉽게 넘어졌다.
“큭….”
바닥에 쓰러진 강신의 입에서 당황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카밀라는 멈추지 않고, 양손으로 강신의 두 팔을 잡아 움직이지 못하도록 고정했다.
‘무슨 힘이…!’
원래라면 쉽게 떨쳐냈겠지만, 현재 카밀라는 모종의 이유로 굉장히 힘이 강해진 상태인 듯했다.
“카밀라! 우선 이 손을 놓고 대화로 풉시다. 도대체 갑자기 왜 이러는 겁니까!”
강신은 말이 통하지 않는 카밀라를 설득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말했지만, 강신의 목소리가 카밀라에게 닿지 않는 것 같았다.
“하아…. 얼마나 참기 어려웠는지, 당신은 절대 모를 거예요. 다른 사람들로는 이 욕구를 충족시킬 수가 없었어요.”
뜨거운 호흡을 내뱉으며 눈동자가 붉게 번들거리는 카밀라가 얼굴을 강신에게 들이댔다.
“우앗!”
강신이 화들짝 놀라 재빨리 고개를 틀어 카밀라의 얼굴을 피해냈다.
처음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자, 카밀라가 강신을 바라보며 말했다.
“후후…. 강선임님, 그렇게 피하는 건 숙녀에 대한 예의가 아니죠…. 가만히 있어 줄래요?”
그녀는 실망하는 기색 하나 없이 오히려 이 순간을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카밀라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강신은 안간힘을 썼지만, 이상하게도 카밀라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급했던 첫 번째 시도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아주 천천히 얼굴을 접근시켰다.
그녀의 얼굴이 점점 가까워졌고, 강신은 다급하게 외쳤다.
“모두 스스로 자초한 일입니다! 초코야! 후려쳐!”
혹여나 카밀라가 다칠까, 이제까지 거친 수단을 쓰지 않고 있었던 강신이었다.
그러나 더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멍!
초코도 강신과 카밀라의 관계를 알고 있는 것인지, 그림자에서 평소보다 작고 앙증맞은 앞발을 꺼냈다.
그리고 강신 위에 올라탄 카밀라를 후려쳤다.
퍽!
“꺄악!”
갑작스러운 초코의 공격에 카밀라는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굴렀다.
몸이 자유로워진 강신은 선명하게 손자국이 남은 손목을 만지작거리며 카밀라에게 말했다.
“더는 대화가 통하질 않는 것 같으니까, 우선 머리를 식힐 시간을 줘야겠군요. 초코야 그대로 눌러!”
-멍!
초코가 그림자에서 발을 꺼내 카밀라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짓눌러버렸다.
그러자, 웬일인지 잘 나서지 않던 설야가 카밀라의 얼굴로 날아가 더듬이로 그녀의 뺨을 찰싹하고 때렸다.
카밀라는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뺨의 고통에 깜짝 놀랐다.
하지만 설야를 볼 수 없었기에 누가 자신을 때리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카밀라가 제압되자,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척준신과 김대리, 그리고 장웨이가 강신의 개인 큐브로 들어왔다.
“강선임님! 괜찮습니까!”
김대리가 바로 쓰러져있는 강신에게 다가와 안위를 물었다.
그들은 카밀라를 제압하고 있는 초코를 보고도 크게 놀란 눈치가 아니었다.
강신은 들어온 이들의 무장상태를 확인했는데, 이곳에서 있었던 일들을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다들 어떻게 알고 오신 겁니까?”
-네가 위험해 보여서 내가 불렀어.
프로네시스가 강신과 카밀라의 상황을 보고 바로 다른 사람들에게 연락한 것이었다.
강신을 돕기 위해서 서둘러 왔지만, 이미 상황은 끝났다.
사람들은 들고 온 무기들을 내려놓았다.
“그래서, 다친 곳은 없나?”
척준신이 검을 납검하며 강신에게 묻자, 강신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카밀라에게 잡혀있던 자신의 팔은 척준신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살짝 가렸다.
“다친 곳은 없습니다. 그냥 조금 놀란 정도입니다.”
“흠…. 카밀라가 갑자기 자네를 공격하다니, 전혀 이해할 수가 없군.”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 꼭 들어봐야겠네요.”
* * *
강신은 카밀라가 제정신으로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고, 이번 일에 대해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긴급하게 열린 청문회였지만 권영식을 비롯한 울프팀 전원이 참석했다.
그리고 청문회 내용을 기록하기 위해 김한수 수석과 김수진 대리도 개인 큐브 안으로 들어왔다.
강신은 멀쩡해진 카밀라를 의자 앉히고 바로 청문회를 시작했다.
카밀라는 조금 전 이상할 정도로 흥분했던 자신의 모습이 창피했는지,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자자, 다들 바쁠 텐데. 슬슬 시작하지.”
권영식은 웃음기가 전혀 없는 진지한 얼굴로 청문회를 진행했다.
카밀라의 의도는 알 수 없었지만, 성신 그룹 최심부에서 그것도 중요 인물인 강신이 공격당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은 듯했다.
“카밀라,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이야기를 해보게.”
권영식이 시작을 알렸음에도 카밀라는 계속 말을 아꼈고, 고개만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강신이 나서서 말했다.
“카밀라 이제 정상적인 대화를 좀 해볼까요? 오늘 저를 찾아온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알려주세요.”
사건의 당사자인 강신이 묻자, 카밀라는 입술을 잠시 들썩이다 이내 강신의 질문에 답했다.
“죄송해요…. 공격하려는 의도는 없었어요…. 하지만 어떻게 해도 그날 저녁에 있었던 일들을 잊을 수가 없어서….”
카밀라가 말하자 순간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의 시선이 강신에게 향했다.
잊을 수 없는 그날 저녁이라는 말에 다들 놀란 것이다.
불편한 시선 속에서 강신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남들이 오해하지 않도록 주어와 목적어를 확실하게 해서 말해 주실래요? 그날 저녁이 언제를 말하는 건가요?”
“아, 네. 그러니까…. 제가 주말 저녁에 30층에 내려왔다가, 강선임님이 누더기를 걸친 이상한 U.M.A에게서 저를 구해주셨던 날을 말하는 거예요….”
정확히는 강신이 인지하면 안 되는 존재를 끌고 비밀 연구소로 들어왔던 날이었다.
그녀는 강신을 도와주려고 했지만, 그 행동으로 인해 오히려 강신에게 민폐를 끼쳤다.
인지하면 안 되는 존재에게 카밀라의 유혹은 먹히지 않았고, 오히려 U.M.A의 힘을 강하게 만들었다.
U.M.A가 그녀를 공격하는 위험한 상황에서 강신은 큰 상처를 입으면서까지 카밀라를 구해주었다.
그날 이후, 카밀라는 강신을 제대로 마주할 수가 없었다.
계속 강신을 보면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고, 끝없는 욕망이 그녀를 괴롭혔다.
강신을 볼 때마다 자신의 본능이 튀어나오려고 했기에 더 조심했다.
그러나 그것도 한계에 부딪혔다.
“음…. 잠깐만요.”
갑자기 김대리가 카밀라의 말을 끊었다.
“그거 설마….”
그날 저녁에 있었던 일이 무엇을 뜻하는 건지 밝혀졌다.
그러나 카밀라의 말을 들은 김대리는 끝까지 말을 잇지 못했다.
김대리는 카밀라가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김대리에게도 최근 연인으로 발전한 여성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강신을 보고 느끼는 그 감정들은 김대리가 자신의 연인을 생각할 때 드는 감정과 똑같았다.
김대리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깨달은 강신도 한숨을 푹 내쉬었다.
강신이 공격당했다는 사실에 딱딱한 표정을 하고 있던 사람들의 안면이 말랑말랑해졌고, 입꼬리가 슬슬 한쪽으로 올라가기도 했다.
“김대리, 상대의 말을 끊었으면 자신의 의견을 끝까지 말해 주세요.”
김한수 수석이 장난스러운 미소로 웃으며 말하자, 김대리가 카밀라에게 대놓고 물어봤다.
“그러니까…. 카밀라가 강선임님을 좋아하게 되었다는 거고…. 그래서 오늘 이렇게 강선임을 찾아왔다는 건가요?”
강신의 눈에는 김대리의 말을 들은 사람들이 웃음을 참는 모습이 들어왔다.
그런데 얼굴을 붉히고 부끄러워할 것 같던 카밀라는 당황한 듯 큰 눈을 껌뻑거렸다.
그녀는 김대리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네? 그게 무슨 소리인가요? 물론…. 강선임님을 싫어하진 않지만, 제가 잊지 못하겠다고 한 건 강선임님의 피를 말한 건데요?”
카밀라를 제외한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