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176
175화
권영식은 품속에서 알약이 들어 있는 투명한 약통을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이건 무슨 약입니까?”
“화를 돋우는 기생 벌레가 분비하는 호르몬을 정제해서 만든 알약일세.”
강신이 알기로 해당 U.M.A가 내뿜는 호르몬에는 단 한 가지 효능밖에 없었다.
“이걸 먹으면 화를 내게 되는 겁니까?”
“음…. 맞는 말이긴 한데, 조금 다르네. 호르몬을 이번 사태에서 문제가 되었던 것처럼 응축하고 응축했지. 이걸 먹으면 화를 내는 정도가 아니라 이성을 잃고 분노하게 될 걸세.”
권영식은 쌍둥이 소녀가 U.M.A의 능력을 증폭시켰을 당시의 효과가 나는 알약을 만들었다.
“용도는 사용하기 나름이겠지만 그래도 자네라면 알아서 필요한 곳에 잘 쓸 것이라는 생각으로 가져왔네.”
“음….”
권영식의 말대로 그가 건넨 물건은 사용하기 꽤 난해한 물건이었다.
아군에게 먹이면 평소보다 강해지는 건 좋지만, 이성적인 판단이 되지 않고 피아를 구분하지 못하게 된다.
적에게 먹이자니, 먹이는 방법을 고민해야 했다.
어찌어찌 먹인다고 해도 적이 날뛰었을 때, 그 사람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강신은 사용 방법은 나중에 더 고민하기로 하고, 권영식이 준 약통을 들었다.
“감사히 쓰겠습니다.”
“알약이 더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하게, 만드는 건 그리 어렵지 않으니까. 그리고 정부에서 보내준 물건들 말이네만….”
권영식이 말꼬리를 흐렸다.
“재물을 가져다주는 황금 잉어의 사체는 연구에 들어갔는데, 보내준 알들이 조금 걱정이 되는군.”
권영식은 정부에서 보수로 지급한 U.M.A의 알을 부화시키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이곳에 찾아온 본래 목적이 바로 이것이었다.
“자네가 쓴 글만으로는 이 민감한 생명체를 부화시키기 어려울 것 같은데….”
권영식은 이미 U.M.A의 개복치 같은 특성을 전해 들은 것인지, 자신 없는 표정으로 강신을 바라봤다.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도와드리겠습니다.”
강신이 흔쾌히 허락하자, 권영식이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허허, 고맙군. 나중에 이 U.M.A를 부화시킬 큐브 제작에 들어갈 때부터 조언을 부탁하겠네.”
“알겠습니다.”
모든 용건이 끝난 권영식의 표정이 밝았다.
아직 용건이 남은 임상무가 개인 큐브로 들어왔을 때부터 가지고 있던 상자를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강선임 앞으로 온 물건입니다.”
임상무는 시간을 끌지 않고 상자를 열어 내용물을 보여주었다.
강신은 상자의 내용물을 확인하고 인상을 찌푸렸다.
“뭡니까, 이 인형은?”
상자 안에는 어린 여자아이들이 가지고 놀 법한 소녀 인형이 들어가 있었다.
인형은 금발에 물방울무늬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강신이 인상을 찌푸린 이유는 자신에게 인형을 주어서가 아니었다.
바로 인형이 가지고 있는 외모가 불쾌한 골짜기에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인간과 묘하게 유사해서 보고만 있어도 인상이 찌푸려질 만큼 불쾌했다.
“세그리드 조라 본점에서 보내온 겁니다. 용의 비늘을 거래해줘서 고맙다며 강선임에게 선물한 물건이죠.”
“이걸요?”
“네.”
강신은 어째서 세그레드 조라에서 이 인형을 자신에게 보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음…. 내가 인형을 가지고 놀 사람이 아니라는 정보는 있었을 텐데….’
“아…. 혹시 평범한 인형이 아닌가요?”
보낸 곳도 그렇고 받는 사람도 자신이다 보니, 강신의 의문은 당연했다.
하지만 임상무는 고개를 저으며 강신의 말을 부정했다.
“이곳으로 가지고 오기 전, 이미 인형을 전수 검사를 했습니다만…. 재질도 내용물도 모두 평범한 인형이더군요.”
“……정말 그냥 인형이라고요?”
“네.”
이런 물건을 보낸 세그레드 조라의 의도를 알 수 없었고, 인형의 외형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음…. 썩 내키지 않은 물건이네요.”
보는 것만으로도 불쾌함을 주는 인형이라니, 강신은 이 인형을 굳이 받아야 하나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선물이라고 보낸 건데 그냥 버리는 건 조금 그렇지 않겠나?”
권영식이 선물을 강조하자, 강신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하긴 선물을 버린다는 게 더 찝찝하긴 하겠네요.”
상대방이 어떤 마음으로 보낸 건지는 모르지만, 보낸 대상이 우호를 다져야 하는 단체였다.
강신은 결국 인형을 개인 큐브 구석에 있는 잘 보이지 선반에 두기로 했다.
그렇게 강신과 인형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되었다.
* * *
권영식과 임상무가 떠나고 조금 늦은 시간.
강신은 홀로 남은 개인 큐브에서 떠오른 영감을 정리하고 있었다.
타닥, 타닥….
조용한 큐브 안에는 강신이 두들기는 키보드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하지만 그때, 어디선가 어린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는데, 녹음된 것처럼 기계음이 섞여 있었다.
“hola(안녕) Encantada(반가워).”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강신은 순간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헉, 뭐야.”
강신이 소리의 출처를 찾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다시 한번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Yo te conseguiré la felicidad(내가 너에게 행복을 가져다줄게).”
강신은 털이 곤두서는 느낌과 함께 그 소리의 근원을 찾았다.
범인은 바로 임상무가 놓고 간 인형이었다.
불쾌한 느낌이 드는 인형은 고개를 움직이고 눈을 깜빡이며 녹음된 말을 내뱉고 있었다.
“어…. 뭐지….”
갑자기 작동하는 인형의 모습을 보고 강신의 머릿속에는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U.M.A를 상대할 때도 겁이 없던 강신이 고작 인형에 겁을 먹은 것이다.
“으음……. 오늘은 이만 퇴근할까….”
그는 인형을 무시하고 개인 큐브에서 나갈까 고민했다.
그러나 그놈의 호기심이 뭔지 자꾸 강신의 발을 붙잡았다.
어쩔 수 없이 강신은 천천히 선반에 다가가 고개를 좌우로 움직이고, 눈을 깜빡이는 인형을 조심히 양손으로 잡았다.
손으로 잡았음에도 인형은 말과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잔뜩 긴장했던 강신은 곧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인형을 잡은 손끝에 딱딱한 플라스틱 재질의 배터리 팩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뭐야, 건전지로 작동하는 거였어? 이 인형을 보낸 곳이 세그레드 조라의 본점이어서 괜히 긴장했네….”
강신은 인형을 돌려서 등을 살펴보았다.
인형의 배터리 팩과 함께 인형의 전원을 끄고 켤 수 있는 스위치가 있는 걸 확인했다.
그리고 시끄럽게 스페인어를 내뱉으며 고개를 움직이는 인형의 전원을 꺼버렸다.
달칵.
스위치를 끄자, 인형이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내가 예민해진 건가….”
임상무가 조사를 통해 평범한 인형이라는 걸 확인했다.
아마 소재뿐만 아니라 X-RAY를 이용해 내부까지 철저하게 했을 것이다.
배터리 팩을 본 강신이 안도한 이유는 더 있었다.
강신이 작성한 소설에도 인형을 주제로 한 이야기는 많이 있었다.
하지만 강신이 쓴 글에 나오는 평범하지 않은 인형들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건 바로 공산품이 없다는 점이었다.
제작자가 염원을 담아 만드는 인형도 특별한 인형이 되는 건 극히 낮은 확률이었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인형이 특별한 인형이 될 확률은 매우 낮았다.
“괜히 사람 놀라게 말이야.”
강신은 스위치를 끈 인형을 다시 선반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하던 일을 마무리하고 퇴근했다.
* * *
다음 날 아침,
훈련 층에서 땀을 흘린 강신이 개인 큐브로 돌아왔을 때, 이미 세 명의 방문자가 개인 큐브 내부에 있었다.
그들은 카밀라와 백소은, 그리고 김만복이었다.
강신은 자신과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 개인 큐브에서 놀다 갈 수 있도록 자신의 큐브를 오픈하고 있었다.
그들이 강신의 개인 큐브에서 사용하는 건 어디까지나 휴식공간뿐이었다.
그런 강신의 배려를 아는 것인지,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다른 건 몰라도 강신의 개인 물건은 절대 건들지 않았다.
그리고 강신이 사용하는 컴퓨터는 강신의 생체 정보가 없으면 사용하지 못하도록 락이 걸려 있었다.
카밀라는 따로 마련된 혈액 냉장고에서 강신이 미리 채혈해 둔 혈액 팩을 꺼내 조심스럽게 마시고 있었다.
그녀에게서 한 방울의 피도 흘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강신의 혈액을 섭취한 카밀라는 피 맛에 취해 몽롱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조용히 피를 빨고 있는 카밀라와는 달리 다른 두 명은 오늘도 활기차게 떠들고 있었다.
“하핳! 이거 귀엽지 않아?”
아이들 앞에는 어제 세그레드 조라에게서 선물 받은 소녀 인형이 놓여 있었다.
미적 감각을 의심하게 만드는 백소은의 발언에 김만복은 질색하는 표정이었다.
“뭐? 이게 귀엽다고?”
“하하핳, 왜 귀엽잖아. 이거 봐. 얘 이상한 말도 해!”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스페인어를 듣고도 백소은은 아이처럼 인형을 좋아했다.
“그 인형이 마음에 들어?”
강신이 불쑥 끼어들며 말하자, 그때서야 아이들은 강신을 발견했다.
“하핳, 안녕하세요. 아저씨 이 인형 어디서 구했어요?”
“왜? 갖고 싶어? 그렇게 마음에 들면 가져가도 되는데?”
강신은 인형이 선물이라 버리기 껄끄러웠을 뿐이지, 만약 인형을 마음에 들어 하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든지 인형을 줄 의향이 있었다.
하지만 백소은은 고개를 저으며 명백하게 거부했다.
“하핳, 아니요. 이건 여기 있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래?”
마음에 들어 하는 것치고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거부했다.
백소은의 태도가 의아했지만, 강신은 백소은에게 인형을 더 권하지는 않았다.
강신은 아이들이 자기들끼리 놀게 놔두고, 다음에 나갈 작전 지역을 확인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강신의 개인 큐브에 사람들이 찾아왔다.
훈련을 막 끝낸 척준신과 김대리, 볼일을 마친 장웨이, 그리고 산토와 산책 중인 최태준이 큐브를 방문했다.
예전과는 달리 개인 큐브의 크기가 커졌고, 많은 사람이 들어 왔음에도 큐브 내부는 쾌적한 공간을 자랑했다.
사람들은 개인 큐브에서 각자 휴식을 취하거나 수다를 떨었다.
그렇게 오후가 지나서야 각자 할 일들을 마무리하기 위해 개인 큐브를 떠나갔다.
“흐음…. 가끔 보면 이래도 되나 싶네요.”
모든 사람이 떠나고 마지막으로 남은 김대리를 보며 강신이 말을 꺼냈다.
하지만 김대리는 강신이 순화한 말을 직설적으로 풀어서 대답했다.
“왜요? 다들 월급루팡인 것 같아요?”
오전부터 이곳에서 놀고 있는 모습을 누군가 본다면 강신과 똑같이 생각했을 것이다.
김대리는 피식 웃으며 강신을 안심시켰다.
“다른 사람들이 여기서 근무시간에 놀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죠. 그런데 사실 이곳에 온 사람들은 모두 휴식 시간에 오는 겁니다.”
“아…. 그랬군요.”
그때야 강신은 다른 사람들이 이곳에서 보내는 시간을 모두 근무 외 시간으로 빼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비밀 연구소는 자율출근제였고, 자신의 근무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었다.
가끔 오는 임상무가 큐브에서 놀고 있는 이들을 보고도 딱히 뭐라고 하지 않았던 게 납득되는 순간이었다.
김대리가 개인 큐브 중앙에 설치된 게임기와 정리되지 않은 보드게임을 확인했다.
“음…. 그래도 아이들에게는 이곳을 너무 어지럽히지 말라고 이야기해두어야겠네요.”
그는 아직도 스페인어로 시끄럽게 떠드는 인형을 잡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