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19
18화
그날부터 강신은 3팀을 따라 현장을 따라다녔다.
굉장히 특이한 경험을 했던 첫날을 제외하면 특별한 일은 없었다.
감지기의 오감지로 허탕을 치거나 회사에서 이미 포획한 경험이 있어 대처가 순조로운 U.M.A.들뿐이었다.
강신이 나설 자리는 없었지만, 그는 조금씩 현장을 경험해 가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강신은 운동을 빼먹지 않았고, 그렇게 두 달이라는 시간이 흘러갔다.
두 달이 지났어도 아직 계절은 겨울이었고 날씨는 추웠다.
운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의 몸에는 변화가 나타났다.
고작 두 달 동안 운동을 해서 어떤 변화가 있겠냐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강민수가 강신을 ‘훈련’시키는 모습을 보았다면 입을 열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성신 그룹에서 비밀 연구소 소속으로 뽑는 보안 요원과 현장 요원들은 대부분 특전사, UDT 같은 특수부대 출신이었다.
그런 그들조차 멀리서 강신이 운동하는 모습을 보면 치를 떨었다.
그렇게 가혹할 정도의 운동을 하면서 강신이 멀쩡히 다음 날에도 운동을 이어 갈 수 있었다.
그 이유는 강신의 모든 근육을 골고루 돌아가면서 운동을 시키는 강민수의 특별한 루틴 때문만은 아니었다.
‘강 선임님의 근육 회복 속도가 이상하게 높은데…….’
그는 강신의 회복 속도를 보며 운동하기 전 사용하는 근육의 부위를 철저하게 다시 분석하고 루틴을 짰다.
또한 몸의 회복을 돕는 각종 영양제를 추천하고 식단까지 관리했다.
현재 강신은 다른 요원들만큼 근육질은 아니었지만 실용적인 잔근육이 단단하게 붙어 있는 건강한 몸을 완성했다.
다른 사람들이라면 불가능했겠지만, 설야에게 물리고 자연 회복력이 높아진 강신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 강신의 몸을 본 강민수는 만족하며 그동안 운동 방법을 알려 줬으니, 앞으론 스스로 운동을 하라고 말했다.
강민수와 함께했던 지옥 같은 시간이 끝났다는 생각에 강신은 속으로 눈물을 흘리며 환호성을 질렀다.
‘드디어! 끝났다. 한동안은 운동을 좀 쉬어야지…….’
“혹시라도 제가 보지 않는다고 해서 운동을 게을리하시면 처음부터 다시 봐 드릴 테니, 각오하십시오.”
“윽…….”
마치 강신의 마음을 내다보기라도 한 듯이 강민수가 경고했다.
익숙해질 것 같으면 그때마다 한 단계씩 강도를 높이던 그의 미소가 떠올라 강신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동안 제 운동법을 따라오신다고 정말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가, 감사합니다.”
그가 진심 어린 목소리로 강신을 격려하자, 강신은 자기도 모르게 울컥하는 기분을 느꼈다.
강민수가 그런 강신의 표정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비워 주자, 그동안 강신이 운동하는 모습을 지켜봐 왔던 다른 요원들이 그의 어깨를 툭툭 위로하듯 두들겨 주었다.
“이야……. 보기만 해도 지옥 같은 루틴이었는데, 이걸 버티네. 강 선임님 정말 다시 봤습니다.”
“저는 버티실 줄 알았습니다.”
“저걸 견디고 살아 있는 사람도 있구나. 심지어 정신도 멀쩡해 보이는데…….”
조금 무서운 이야기도 들려왔지만, 강신은 이제 힘쓰는 일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강신의 착각이었으니…….
강민수의 트레이닝이 종료되자, 상부에서는 강신의 몸이 신입 요원들의 훈련에서 따라올 수 있을 정도가 됐다고 판단했다.
새로 들어온 요원들과 함께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짜 주었다.
강신이 싫다면 거부할 수 있었지만, 지옥 같은 강민수의 트레이닝도 버텨 낸 자부심을 가지고 훈련에 참가했다.
그렇게 신입 요원들과 매일 호흡을 맞추기 시작했는데, 훈련은 예상보다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다.
함께 훈련하는 신입 요원들은 그런 강신을 보고 괴물을 보듯이 했다.
사실 강민수의 트레이닝이 상부에서도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혹독했기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렇게 작전 현장과 운동, 훈련으로 시간을 보내며, 다른 신입 요원이 그렇듯 강신 또한 어느새 자연스럽게 성신 그룹이라는 회사의 일원으로 거듭나고 있었다.
* * *
이제는 일상이 되어 버린 아침 운동을 끝내고 헬스장 밖으로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설야가 어디에선가 날아와 강신의 머리 위로 사뿐히 내려앉았다.
“많이 기다렸어?”
그동안 설야에게도 여러 일이 있었다.
설야도 겨울 나비였기 때문에 식사인 피가 필요했다.
처음에는 회사에 요청한 수혈 팩을 주었지만 강신의 피가 아닌 다른 피를 섭취하는 것을 거부했고, 강신은 일주일에 한 번씩 설야에게 피를 주었다.
그리고 가장 큰 변화라고 한다면 인간의 언어를 완벽히 이해하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이었다.
그 전까지는 분위기를 보고 행동했다면 이제는 강신이 하는 말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 같았다.
만약 설야에게도 성대가 있었다면 말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들 정도였다.
지능이 뛰어나서 자신의 의사 표현 또한 몸짓을 이용해 강신이 어느 정도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런 똑똑한 설야를 보자, 강신은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후후, 우리 설야는 똑똑하기도 하지.”
그의 칭찬을 듣자, 설야가 기분이 좋은 듯 날개를 살랑였고, 미약한 바람이 강신의 머리카락을 살짝 흔들었다.
그렇게 둘은 강신의 개인 큐브로 돌아갔고 강신은 평소처럼 컴퓨터로 자신의 글들을 수정했다.
큐브 내부에는 강신이 두들기는 키보드 소리만이 들리고 있었다.
그때, 권영식이 개인 큐브를 방문했다.
“일하는 중이었나?”
“팰로우님? 어서 오세요.”
요즘 들어 부쩍 바빠진 권영식을 본 강신은 그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그동안 권영식은 강신이 수정하는 소설의 내용에 맞춰 연구의 진행 방향을 변경하고, 겨울 나비의 연구를 위해 월광등 개발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었다.
쉬는 시간과 잠을 자는 시간도 줄여 가면서 연구를 진행했지만, 그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그렇게나 바쁜 권영식이 갑자기 자신을 찾아왔으니 강신은 이유가 궁금해졌다.
“바쁘실 텐데 어쩐 일로 오신 건가요?”
“후후……. 드디어 월광등 개발이 끝났네. 그래서 본격적으로 겨울 나비 연구에 들어가기 전 최종 확인을 할 예정인데, 자네도 월광등 시연에 참여했으면 해서 왔다네.”
다른 일로 바쁜 권영식이 월광등 개발에 손을 놓지 못하고 겨울 나비에게 집착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권영식이 두 눈으로 확인 가능했던 것은 유리 용기 속의 사체뿐이었지만 그럼에도 겨울 나비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아름다운 자태를 뽐냈다.
사람들이 한눈에 반한다는 말을 믿지 않았던 권영식은 그 뜻을 이제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벌써 완성하신 건가요?”
“물론이네. 그래서 어떻게 하겠나?”
“당연히 참가해야죠.”
그동안 그가 얼마나 고생한지 알고 있었던 강신은 권영식의 권유를 마다하지 않았다.
“후후, 자네라면 그렇게 말할 줄 알고 있었지, 이미 준비는 해 놓고 있으니. 자네와 나만 가면 바로 시작할걸세.”
조금이라도 빨리 보고 싶은 것인지 강신을 재촉했고, 둘은 겨울 나비가 살고 있는 큐브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그곳에는 스탠딩형 조명 장치가 잔뜩 큐브 주위를 감싸고 있었는데, 많은 연구원과 사고를 대비해 보안 요원들도 모여 있었다.
권영식이 없는 그곳의 모든 총괄은 강신도 알고 있는 김한수 수석이었다.
권영식이 그에게 다가가 일의 진행도를 물었다.
“준비는 끝났는가?”
“아, 팰로우님 금방 오셨군요. 거의 마무리 단계입니다.”
권영식에게 대답한 김한수는 뒤쪽에 있는 강신을 보고 반가운 마음으로 손을 흔들었다.
“오, 강 선임도 왔군요!”
“네, 이런 중요한 실험을 저만 빠질 수는 없죠.”
강신이 능글맞게 웃으며 너스레를 떨자, 김한수가 피식 웃었다.
“처음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네요.”
“이제 익숙해진 거죠.”
“쌓인 이야기는 나중에 하도록 하고 기다리는 사람이 많으니, 진행부터 하지.”
권영식이 둘 사이에 끼어들어, 자신의 조급한 마음을 어필했다.
“이런,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시작해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지!”
김한수가 손목에 있는 웨어러블 시계를 조작하고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아, 아. 들리십니까? 모두 잠시 주목해 주세요.”
확성기를 쓴 것처럼 그의 목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순간 어수선했던 분위기가 조용히 김한수에게 집중되었다.
“그럼, 실험에 앞서서 이번 실험을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간단하게 이번 연구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실험 진행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일련번호 NOT. U.T-20024B의 연구는 월광을 요구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인위적으로 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실험입니다.
김한수는 월광등을 가리키며 말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큐브 주위에 있는 스탠드 조명은 이번 실험의 주체인 월광등이며, U.M.A.-20024, 일명 겨울 나비라는 개체들이 들어가 있는 큐브를 통해 검증하기로 했습니다.”
이번에는 앞에 놓인 큐브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이 큐브는 특수 제작한 큐브로 다른 큐브들과 다르게 밖에서 들어오는 빛이 내부까지 투과할 수 있도록 미리 개조가 되어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계시길 바라겠습니다. 저희의 이론대로 월광등이 제 기능을 하게 된다면 큐브 내부에 있는 겨울 나비가 모습을 보이게 될 것입니다.”
김한수는 장문의 내용을 미리 외워 둔 것인지 쉬지 않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연구원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잔뜩 기대에 찬 눈으로 겨울 나비의 큐브를 지켜봤다.
모든 설명을 끝낸 김한수가 권영식을 슬그머니 바라보며 무언으로 허락을 요구하자, 권영식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김한수가 다시 한번 시계를 조작하자, 큐브 내부가 보이게 되었다.
큐브 내부에는 여러 꽃이 활짝 만개해 있었고, 그 외에는 어떠한 것들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설야와 함께 있는 강신의 눈은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광경을 보고 있었다.
꽃들 위에서 쉬고 있는 겨울 나비들의 모습.
혹시 다른 사람들 눈에도 보이는지, 주변을 둘러봤지만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요즘 들어 회복력이 좋아진 거나 보이면 안 되는 겨울 나비들이 보이는 것도 그렇고. 혹시 설야가 나를 따르는 것과 관계가 있는 건가?’
강신이 혼자서 고민하고 있을 때, 김한수가 본격적으로 실험을 시작했다.
“그럼, 월광등을 켜겠습니다.”
김한수의 음성에 맞추어 스탠드 조명들이 일제히 켜졌다.
스위치가 켜지는 소리와 함께 조명에서는 밝은 빛이 아닌 은은한 느낌의 빛이 새어 나왔다.
‘어두운 빛?’
월광등에서 스산한 느낌이 들었고 등골이 오싹해졌다.
분명 빛이 흘러나왔음에도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와 동시에 큐브 내부에서는 방금까지 보이지 않던 푸른색으로 빛나는 아름다운 나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정말, 정말로 놀랍고 아름답군…….”
그간 노력을 보상받은 것처럼 권영식의 눈은 겨울 나비에게 고정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