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390
389화
고래 고기를 먹는 사람이 없는 건 아니었다.
실제로 한국에서도 고래를 사냥하는 건 불법이었지만, 우연히 그물에 잡힌 고래는 거래하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고래 고기는 아는 사람들만 아는 별미였다.
‘이건 평범한 고래라고 보기 어려운데….’
외형과 행동 습성이 아무리 고래를 닮았다고는 하나, 하늘 고래는 엄연히 U.M.A라고 불리는 생물이었다.
미확인 생명체, 그 무엇도 제대로 밝혀진 것이 없는 생물이다.
그런데 그런 생물을 입에 넣겠다는 소리였다.
‘만약 식용이 가능하다고 해도 고작 먹는 걸 위해 이렇게까지 수고를 한다고?’
정체불명의 먹거리를 위해 일본의 자위대를 동원하고 천문학적인 돈을 사용하다니, 강신으로서는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이런 일을 벌이기는 쉽지 않았다.
‘자위대뿐만 아니라, 나라에서도 숨겨진 극비의 부서를 수족처럼 부릴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당장 떠오르는 사람은 단 한 명이었다.
“일본의 총리입니까?”
일본의 실질적인 수장, 그가 아니면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총리가 아니라도 이번 일은 확실히 총리의 귀에 들어갔을 거야.’
모리 요우타가 강신의 대답을 듣고는 몸을 움찔했지만 이내, 차분하게 대답했다.
“글쎄요. 저는 위에서 시킨 일을 할 뿐이라 정확히 어떤 분이 이번 일을 지시했는지, 잘 모르겠군요.”
거짓말이었다.
뒤늦게 태연한척했지만, 그의 당황한 듯한 움직임은 강신의 눈을 피해갈 수 없었다.
“크흠, 누가 시켰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잖습니까. 지금은 눈앞에 있는 협상이 더 중요하죠.”
모리 요우타는 화제를 바꾸기 위해 말을 돌렸지만, 오히려 그런 태도는 강신에게 확신을 심어주기 충분했다.
“그래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가 다시 한번 강신에게 대답을 재촉했다.
하지만 강신은 그가 원하는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죄송하지만, 그 제안을 받아들이기 힘들겠군요.”
“네? 아니, 왜요? 지금 상황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으신 것 같은데, 나중에 점유권 싸움을 해도 저희가 더 유리합니다? 그런데도 제가 그쪽에 유리한 제의를 하는 건 오로지 저 요괴의 신선도 때문입니다.”
성신이 이곳에서 양보하지 않는다면 일본은 U.M.A 국제회의에서 하늘 고래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것이다.
그러면 성신과 일본의 분쟁으로 이어질 게 분명했다.
그렇게 된다면 높은 확률로 모리 요우타가 말한 대로 일본이 하늘 고래에 대한 지분을 더 많이 가져갈 게 분명했다.
문제는 그 소유권 싸움에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었다.
모리 요우타의 입장에서는 시간이 지나 오래된 고기보다는 막 잡은 신선한 고기가 필요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만, 하늘 고래가 우리 영해에서 사망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정도는 저도 알고 있습니다.”
“아니, 지금 그걸 아시는 분이….”
화가 난 것일까, 얼굴이 벌게진 모리 요우타는 말을 끝까지 이어갈 수가 없었다.
“아니까, 말씀드린 겁니다.”
강신의 대답에 모리 요우타가 이상하다는 듯이 강신을 바라봤다.
“뭔가 오해를 하고 계시는 것 같으니, 확실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는 하늘 고래를 살릴 겁니다.”
“허?”
모리 요우타는 강신이 이제까지 거절한 이유가 기껏 해봐야 더 많은 보상을 요구하려고 뜸을 들이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미 치명상을 입은 요괴를 굳이 살리시겠다 이 말입니까?”
“네.”
“아니, 도대체 왜요?”
성신이 가진 기술력이라면 치명상을 입은 요괴를 살리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굳이 그럴 이유가 없었다.
“그쪽에서 원하는 용연향을 드린 다고 하잖습니까? 그런데 굳이 살려서 뭐 하시려고요?”
어차피 원하는 물건만 있으면 요괴의 상태가 어떻든 무슨 상관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강신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모리 요우타가 제안한 것은 권영식이 원하는 용연향을 얻을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었으니까.
그런데도 강신이 하늘 고래를 살리려는 이유가 따로 있었다.
“하나만 묻겠습니다. 모리 요우타, 당신은 저 U.M.A가 어떤 개체인지 알고 계십니까?”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잘 알죠. 당신들이 뿌린 정보는 저희도 접했으니까요.”
그는 한국 내부에 사람을 심어두었다는 걸 부정하지 않았다.
“아, 혹시 요괴의 생명도 소중하다, 같은 비살상 주의 같은 겁니까?”
타당한 의심이었지만 강신은 고개를 저었다.
강신은 이제까지 많은 U.M.A를 상대하며 최대한 포획을 목적으로 두고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U.M.A를 무조건 살린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건 오만이야.’
강대하고 공격적인 U.M.A는 만만한 존재가 아니었으니까.
그러면 어째서 강신은 하늘 고래를 살리려고 하는 것일까.
“하늘 고래는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니까요.”
하늘 고래가 헤엄치는 곳은 적란운처럼 커다란 구름이었다.
그리고 적란운은 비를 내리는 구름 중 하나였다.
따로 말하지 않아, 사람들이 하늘 고래에 대해서 착각하는 게 있었다.
그건 바로 하늘 고래가 적란운을 찾아 헤엄친다는 착각이었다.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자신이 헤엄치기 좋게 구름을 적란운으로 만드는 겁니다, 그리고 그 적란운은 비를 뿌리죠.”
메마른 땅에서 비는 생명과도 같았다.
그래서 아주 옛날 어떤 나라에서는 우연히 하늘 고래를 보고, 신이 보낸 동물이라 추앙하기도 했다.
포획이라면 모를까, 그런 생명체를 죽이는 건 강신이라도 조금은 찝찝했다.
“하, 어떻게 해도 저 요괴를 살리겠다는 소리시군요.”
“네, 무슨 조건을 제시해도 마음을 바꿀 생각은 없습니다.”
강신의 대답을 들은 모리 요우타는 그가 설득되지 않으리란 걸 직감하고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냥 좋게좋게 받아들였으면 좋을 텐데.”
고성이 오가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 호의가 담긴 시선을 보냈던 모리 요우타의 태도가 돌변했다.
누가 봐도 그의 시선은 경멸에 가까웠다.
“강신 책임, 당신의 소문이라면 이미 우리 쪽에도 알려졌습니다.”
일부러 모르는 척하고 있었지만, 그는 강신이 정보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쯧, 기업 소속답게 이익만 추구하면 될 것을….”
한국과 달리 일본은 U.M.A를 정부가 관리했고, U.M.A를 연구하기 위해 기업들이 정부에 잘 보여야 했다.
그런 문화 때문인지, 모리 요우타는 정부 소속인 자신의 제안을 거절한 게 상당히 기분 나쁜 듯했다.
그가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두 번 두드리자, 물러갔던 자위대 인원들이 무장한 상태로 몰려와 강신이 도망가지 못하게 주변을 에워쌌다.
“지금이라도 마음을 바꾸시는 게 어떻습니까?”
그는 마치 강신에게 자비를 베푸는 것처럼 거들먹거리며 말했다.
“제가 거절하면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강신이 현재 상황에서도 겁먹지 않고 할 말을 다 하자, 모리 요우타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우리는 해적이 아니니, 목숨을 빼앗지는 않을 겁니다. 다만 그쪽 회사에서 그토록 아끼는 사람이라면 다 죽어가는 U.M.A와 교환하는 건 어렵지 않겠죠.”
“저를 인질로 잡겠다는 소리인 것 같군요.”
“그러게 순순히 협조했으면 서로 좋았을 텐데요.”
“더는 대화를 할 수 없겠군요.”
강신이 모리 요우타를 뻔히 바라봤다.
그런 도중 갑자기 강신의 몸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슬슬 효과가 돌 시간이군.’
강신의 피부가 붉게 변했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하얀 수증기가 흘러나왔다.
“스으….”
위험한 건 분명 강신인데, 그의 시선을 받은 모리 요우타는 뭔가 위축되는 기분이었다.
그래서일까, 그는 자신이 순간 위축되었다는 걸 감추기 위해 대기 중인 자위대에게 명령을 내렸다.
“죽이지 말고 사로잡으세요!”
그의 지시와 함께 대기 중인 자위대가 움직였다.
그들은 죽이지 말라고 했지만, 강신을 향해 들고 있는 개인 화기의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총알이 강신에게 날아갔다.
날아오는 총알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아무리 강신이라고 해도 날아오는 총알을 피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아니, 그는 애초에 피하려고조차 하지 않았다.
강신이 집중하자, 시간이 천천히 느려졌다.
그리고 자신에게 날아오는 일반탄보다 크고 뾰족한 탄을 바라봤다.
그 탄이 정확히 강신의 어깨를 강타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어깨에 부딪힌 탄이 찌그러지는 모습이 강신에 눈에 들어왔다.
쩌저적….
보호 장비에 부딪힌 탄이 목표를 이루지 못한 채 튕겨서 바닥에 떨어졌고, 쇠와 쇠가 부딪히는 소리가 울렸다.
팅.
천천히 흐르는 것처럼 느껴지던 시간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고, 사람들은 방금 일어난 상황에 마치 돌이 된 것처럼 굳어있었다.
그렇게 잠시 적막이 흘렀다.
“지금 사용한 탄환 뭐였죠?”
모리 요우타가 자위대에게 묻자, 자위대의 지휘관으로 보이는 사람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
“대 U.M.A 전용탄입니다….”
두꺼운 가죽을 뚫기 위해 만들어진 탄으로 웬만한 기업에서 만든 보호 장비는 종이처럼 찢어버리는 탄이었다.
당황한 그들을 보며 강신은 탄에 맞은 어깨를 툭툭 털고는 말했다.
“다 끝났습니까?”
이제까지 건방이란 건방은 다 떨었던 모리 요우타가 수치심에 얼굴을 붉혔다.
“이익…. 쏴요! 죽어도 좋으니, 그냥 쏴버려요!”
잠시 굳어있던 자위대들이 그의 명령을 받고 일제히 사격을 시작했다.
타다다다다당!
수많은 탄환이 강신에게 빗발처럼 쏟아졌다.
그러나 결과는 변하는 것이 없었다.
퍼버버벅!
티딩, 티딩, 티딩!
어느새 강신의 얼굴에는 소모형 보호 장비가 작동되어 있었으며 찌그러진 탄환들이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아주 끝을 보겠다는 것인지, 그들은 일사불란하게 사격과 재장전을 번갈아가며 쉬지 않고 총을 쏴댔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발밑에 찌그러진 탄두가 수북하게 쌓여있을 때쯤, 강신은 처음과 크게 다르지 않은 태연한 자세로 생각했다.
‘이 정도면 충분하려나.’
“하린아.”
강신이 신하린을 부르자, 전장에 이변이 생겼다.
“으악!”
“악!”
“컥!”
강신에게 발포하고 있는 자위대 중 돌연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처박히는 이들이 생겼다.
“뭐, 뭐야!”
“습격! 어디선가 공격이 날아온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을 공격하는 게 누구인지 찾아낼 수 없었다.
모든 화력을 쏟아부어도 멀쩡한 적과 정체불명의 공격으로 인해 자위대원들은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네시스.”
시끄러운 소란 속에서 강신이 프로네시스를 부르자, 그녀가 대답했다.
-거의 도착했어. 이제 탈출해도 될 것 같아.
“좋아, 하린아 탈출하자!”
강신은 그 말이 끝나자마자, 눈앞에 있던 모리 요우타에게 달려들었다.
“어, 어…. 다가오지 마!”
빗발치는 탄을 뚫고 다가오는 강신의 모습에 깜짝 놀란 모리 요우타가 몸을 날려 강신을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설야의 날개 가루를 섭취한 강신에게 통할 리 없었다.
강신이 도망치려는 모리 요우타의 목덜미를 낚아챘다.
“으아악! 쏘지 마!”
“사격 중지!”
강신이 모리 요우타를 잡자, 자위대들이 사격을 멈추고는 강신을 노려봤다.
“다가오면 이 사람 그대로 바다로 던질 겁니다.”
강신이 모리 요우타를 마치 인형처럼 가볍게 휘두르는 모습에 자위대원들은 강신의 말을 무시할 수 없었다.
“다들 멈춰!”
위기감을 느낀 모리 요우타가 자위대에게 외쳤다.
그들이 행동을 멈추자 강신은 천천히 갑판의 끝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모리 요우타가 그새를 못 참고 강신에게 말했다.
“이, 이러고도 네가 무사할 것 같아? 이미 네가 타고 온 구명정은 우리가 점거했어! 이곳에서 빠져나갈 방법은 없다고!”
필사적으로 외치는 모리 요우타, 강신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이며 대답했다.
“정말 빠져나갈 곳이 없다고 생각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