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502
501화
약점을 모두 극복한 이레귤러의 등장은 행사장에 모여 있는 이들을 당황스럽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이레귤러가 난입했을 당시 주최 측에서 발 빠르게 움직여 관객들을 대피시켰다는 것이었다.
피해자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지만,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치고는 그 수가 적은 게 확실했다.
트롤과 대치 중인 병력의 지휘관으로 보이는 이는 부상당한 병력을 보며 빠르게 지시를 내렸다.
“부상자는 빨리 후방으로 수송하고 총기는 통하지 않는 것 같으니까, 화력이 강한 무기를 가져와!”
그의 지휘는 현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한 꽤 적절한 지휘였다.
병사들은 두려운 눈으로 이레귤러를 쫓으면서도 지휘관의 명령에 따라 움직였다.
다친 인원들을 빠르게 후방으로 후송했으며 RPG-7이라 불리는 대전차 무기와 유탄 발사기 같은 강한 파괴력을 가진 무기들을 가지고 왔다.
“준비된 사수로부터 사격 개시!”
지휘관은 무기가 병사들이 가지고 온 무기를 보며 사격 명령을 내렸다.
퉁퉁!
유탄 발사기에서 조금 귀여운 소리와 함께 고폭탄이 곡선을 그리며 날아갔다.
하지만 고폭탄이 터지자, 전혀 귀엽지 않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콰과광!
고폭탄이 터졌지만, 이레귤러에게는 큰 타격을 주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기분만 상하게 한 것인지 인상을 찌푸린 트롤이 피어를 내뱉었다.
-크우어워어어!
멀쩡한 트롤을 본 지휘관이 다급하게 병력에게 외쳤다.
“젠장, 대기하지 말고 준비된 인원들은 그냥 바로바로 쏴버려!”
그러자, 이레귤러가 있던 현장은 전쟁을 방불케 할 정도로 온갖 폭발로 휩싸였다.
콰과과광!
트롤에게 집중된 화력은 그렇게 한참이나 계속되었다.
유탄의 고폭탄뿐만 아니라 RPG-7, 메티스엠(Метис-М) 같은 대전차 무기도 사용되었다.
그 일대가 초토화될 정도로 화력이 집중되니, 외각에서 상황을 엿보던 딘과 베가는 지금 상황에서는 자신들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는 걸 인지하고 상황만 계속 지켜볼 뿐이었다.
폭발의 여파로 연기가 자욱하게 올라왔고 이레귤러가 보이지 않게 되자, 지휘관이 병력들에게 사격 중지 명령을 내렸다.
“사격 중지!”
방금까지 화력을 쏟아부었던 병사들은 지휘관의 말대로 사격을 멈추고는 트롤이 있던 곳을 바라봤다.
화력을 쏟아붓던 이들의 눈은 강력한 적을 해치웠다는 성취감과 희열이 엿보였다.
그들은 이 정도 화력이면 트롤이 아니라 트롤의 할애비가 와도 버틸 수 없다고 판단했다.
천천히 연기가 걷히기 시작했다.
이곳에 모여 있는 이들은 연기 속에 트롤의 시체가 있을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만약 트롤이 살아있었다면 앞뒤 가라지 않고 괴성을 내지르며 튀어 나왔을 게 분명했으니까.
연기가 거의 걷히자, 그 속에는 다른 이들이 기대했던 것처럼 트롤이 쓰러져 있었다.
쓰러진 트롤의 모습은 겉으로 보기에는 꽤 처참해 보였다.
몸을 감싸고 있던 회색 피부가 군데군데 벗겨져 녹색 피부가 드러나 있었고, 그런 트롤의 피부는 얼핏 보면 녹색 피를 흘리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이곳에 있는 이들의 머릿속에는 트롤은 멍청하고 참을성이 없으니, 꾀를 낼 수 없다는 고정관념이 박혀 있었다.
그래서 트롤을 상대하는 병력뿐 아니라 딘과 베가까지 방심하고 있었다.
“1분대 시체를 확인해.”
트롤이 죽었다고 생각한 지휘관이 트롤의 사체를 확인하기 위해 병력을 보냈다.
그리고 진짜 문제는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한 분대의 병력이 트롤에게 접근한 순간, 죽었다고 판단한 트롤이 눈을 떴다.
번뜩!
“어…. 어….”
털썩!
트롤과 직접 눈을 마주친 병사가 너무 놀란 나머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
그 모습을 본 트롤이 못생긴 미소를 짓고는 주저앉은 병사를 순식간에 낚아채 버렸다.
“으…. 으아아악!”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에 다들 우왕좌왕했다.
그러는 사이 트롤은 손으로 잡은 병사를 던지지 않고 그대로 벌떡 일어나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병사들을 발로 차버렸다.
퍼억!
“으악!!”
인간이 축구공처럼 하늘을 날았다.
그것으로 만족하지 못했는지,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은 손을 이용해 마치 날벌레를 쫓는 것처럼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한 개 분대의 병력이 순식간에 와해되어 버렸다.
트롤의 행동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크워엉!
바로 피어를 내뱉은 트롤이 사람들이 잠깐 굳어버린 틈을 타, 어딘가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쿵! 쿵! 쿵!
트롤이 다리를 놀릴 때마다 지면이 흔들렸다.
사람들은 트롤이 꾀를 부릴 줄 아니, 지금 상황이 불리하다고 생각해 도주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트롤이 선택한 건 도주가 아니었다.
트롤이 향한 곳은 아까부터 병력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있던 지휘관이 있는 곳이었다.
“으…. 으어어! 막아! 막으라고!”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그가 다른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렸지만, 트롤의 행동은 워낙 재빨랐다.
그리고 잠깐이지만 피어의 영향을 받은 탓에 행동이 늦어져 트롤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결국, 트롤은 지휘관 앞까지 아무런 피해도 없이 도착했고 지휘관의 바지는 이미 축축해진 지 오래였다.
소변의 냄새를 맡은 것일까, 트롤이 끔찍한 미소를 지으며 들고 있던 병사를 아무 곳에나 던져버리고는 그대로 지휘관을 잡았다.
“으악! 으아악!!”
트롤에게 잡힌 지휘관이 경기를 일으켰지만 트롤은 지휘관을 해칠 생각이 없어 보였다.
“트롤이 인질을 잡은 것 같은데….”
일말의 상황을 모두 지켜보던 베가가 중얼거렸다.
“멍청하다는 약점도 극복한 개체군요.”
딘 조차도 이레귤러를 보고 표정 관리가 쉽지 않았다.
트롤이 위험하다고 죽은 척을 하고, 인질을 잡는 발상을 한다는 게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으아아아! 쏘지 마! 쏘지 말라고!”
트롤에게 붙잡힌 지휘관이 트롤을 조준하고 있는 병사들을 보며 소리쳤다.
과연 트롤이 이것을 노린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인질 때문에 더는 화기를 사용하기 어려워졌다.
그러자, 트롤은 물을 만난 물고기처럼 날뛰기 시작했다.
-크워어!!
피어를 내뱉는 것은 물론 당황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병사들을 향해 손을 휘두르거나 발로 차버렸다.
“으악! 피해!”
“젠장, 물러나! 뒤로 빠지라고!”
“사격하지마!”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수많은 부상자가 속출했다.
그렇게 주최 측에서 준비한 병력들이 트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지만, 트롤 사냥에 참여했던 참가자 중에서 그들을 돕기 위해 나서는 이는 하나도 없었다.
어찌 보면 당연할지도 몰랐다.
트롤을 사냥한 이들은 눈앞에 있는 이레귤러가 얼마나 터무니없는 개체인지 모를 리 없었으니까.
자신들이 저런 이레귤러를 상대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느낄 테니, 트롤에게 공격당하는 병력들을 보고도 쉽게 뛰어들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냥팀이 그렇게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쯧, 아무래도 안 되겠군.”
베가는 자신의 장비를 점검하고는 옆에 있는 딘에게 물었다.
“나는 저기로 가볼 생각인데, 자네는 어떻게 할 생각인가?”
그의 물음에 딘은 자신의 애검을 들어 올리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 했다.
“정말로 위험할 텐데, 괜찮겠나?”
이레귤러는 베가와 딘이라고 해도 위험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베가도 딘에게 자신과 함께하자는 말을 차마 하지 못했다.
이레귤러와 싸우려면 오로지 자신의 의지로 가야 했다.
그곳은 사지였으니까.
딘은 들고 있던 검을 빠르게 허공을 몇 번 찌르고는 대꾸했다.
“안 그래도 어디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아 화풀이할 곳이 필요했는데, 잘됐군요. 그리고 아무래도 혼자보다는 둘이 낫지 않겠습니까?”
딘의 대답이 마음에 든 것인지, 베가가 호탕하게 웃었다.
“크하하, 역시 내가 인정한 전사다워! 다른 겁쟁이들과는 차원이 다르단 말이지! 그럼 더 부상자가 나오기 전에 얼른 가자고!”
그렇게 베가와 딘은 스스로 사지를 향해 걸어갔다.
둘은 따로 호흡을 맞춘 적이 없었음에도 예전부터 함께해왔던 것처럼 서로의 부족한 부분은 채워주며 협공을 이어갔다.
베가가 트롤의 공격을 몸으로 막고 딘이 트롤을 공격한 것이다.
트롤의 공격은 보호 장비를 뚫을 정도로 강력했지만, 베가는 그 충격을 받고도 멀쩡하게 일어나 다시 트롤에게 주저 없이 몸을 날렸다.
딘은 트롤의 신경이 베가에게 쏠려 있는 틈을 타 천천히 살을 깎아 먹듯이 트롤의 회색 피부를 조금씩 벗겨냈다.
계속 공격해도 쓰러지지 않는 인간과 조금이지만 자신의 껍질을 벗겨내는 인간이 등장했으니, 트롤은 더는 다른 인간에게 관심을 둘 수 없었다.
그 덕분에 혼란에 빠져있던 병사들이 정신을 추스르고 서둘러 부상자를 챙겨 후방으로 빠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자신들을 위해 나서준 딘과 베가에게 고맙다는 듯이 눈인사를 건넸다.
그렇게 딘과 베가는 한참을 전투를 이어가자 어느새 트롤에게 붙잡힌 지휘관을 제외한 이들은 모두 전장에서 이탈할 수 있었다.
인원은 모두 빠져나갔지만 딘과 베가는 계속해서 치열하게 트롤을 밀어붙였다.
베가의 몸을 보호하던 보호 장비는 넝마가 되어버린 지 오래였지만 베가는 쉽게 쓰러지지 않았다.
넝마가 된 보호 장비와 마찬가지로 트롤의 회색 피부 또한 군데군데 벗겨져 있었다.
아주 조금씩 피해가 누적되고 있는 모습에 사람들은 이레귤러를 쓰러트릴지 모른다는 희망을 품었다.
그러던 그때,
“쿨럭!”
돌연 베가가 피를 토했다.
한계 이상의 충격을 받으며 버텼으니 어쩔 수 없었다.
협공을 이어가던 베가가 피를 토하자, 순간 딘의 동작이 잠깐 느려졌다.
그리고 트롤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퍼억!
“커헉!”
딘이 처음으로 트롤에게 공격을 받았다.
다행히 대충 휘두른 듯한 공격이라 베가가 받은 충격보다 덜 했지만 그래도 몸이 진탕되는 기분이었다.
딘은 자신을 공격했던 트롤이 자신을 향해 뛰어오고 있었기에 억지로 몸을 일으켜야 했다.
‘젠장, 늦겠어.’
트롤의 행동이 생각보다 빠른 탓에 딘은 자신이 피하기 전에 트롤의 공격이 닿을 거라고 직감했다.
하지만,
까강!
딘을 향해 뛰어가던 트롤을 베가가 팔꿈치에서 사출한 송곳으로 공격했다.
딘의 공격처럼 피부를 벗겨내지는 못했지만, 이목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베가가 공격한 것은 생물의 항문이 위치한 곳이었으니까.
어느 정도 지능을 가진 이레귤러는 그 공격이 매우 기분이 나빴는지, 베가에게 시선을 돌렸다.
-크워어!
퍽!
괴성과 함께 자신을 공격한 베가에게 손을 휘둘렀고 베가는 다시금 날아갔다.
베가가 잠깐의 시간을 벌어준 덕분에 딘은 빠르게 몸을 추스르고 움직일 수 있었다.
“쿨럭, 쿨럭.”
넘어졌던 베가가 일어서자 더 많은 피를 토했다.
“딘! 나는 신경 쓰지 말고 공격에 더 집중하게! 저 녀석을 쓰러트릴 수 있는 건 자네밖에 없네!”
피를 토하는 베가가 딘이 망설이는 것을 보고 외쳤다.
이곳에서 도망갈 수는 없었다.
트롤은 절대 자신들을 놔줄 생각이 없어 보였으니까.
이곳에서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이레귤러를 쓰러트리는 수밖에 없었다.
딘이 입가에 흐르는 피를 소매로 닦아내고는 베가의 말대로 집중했다.
‘더…. 더…. 빠르게 내질러야 돼.’
피를 흘리며 이렇게 치열한 전투는 정말로 오랜만이었다.
그래서일까, 딘은 오래전부터 정체되어 있던 자신의 한계를 넘을 수가 있었다.
푸부부북!
섬광 같은 찌르기였다.
수십 번의 찌르기는 회색 피부가 벗겨진 트롤의 몸에 빠르게 박혔다가 회수되었고, 트롤의 몸에는 작은 구멍들과 함께 녹색 피가 튀었다.
그러자, 트롤이 고통의 비명을 질렀다.
-크어어어!
이곳에서 처음으로 이레귤러가 상처를 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