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689
688화
강신은 속으로 경악했다.
시간이 멈추었다고 착각할 만큼 느려진 세계에서 누군가가 자신의 내지른 팔을 잡았다는 게 놀라웠다.
그리고 그가 접근하는 것 자체를 자신이 몰랐다는 사실에도 놀랐다.
‘방금 쓰러트린 사제의 재능인가?’
자신의 앞을 막고 팔을 잡을 때까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으니, 아마 맞을 것이다.
‘그 재능을 남에게도 사용해 줄 수 있었다고?’
만약 저 광신도가 대사제의 곁을 지키는 이가 아니라 처음부터 강신과 일행들을 괴롭혔다면 엄청나게 큰 피해를 봤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이 있었으니, 자신의 팔을 붙잡은 이의 정체였다.
‘최태원.’
강신과 전투하다 말고 다른 사제들을 버리고 도망갔던 최태원이 자신의 팔을 붙잡고 있었다.
‘내지른 주먹을 멈출 수는 없어.’
이미 힘이 가득 담겨 있는 발경이었다.
여기서 회수는커녕 궤도를 조금만 틀어도 자신이 내지른 주먹은 제 위력을 내지 못한다.
게다가 제대로 뻗어 나가지 못한 힘은 그대로 자신의 몸을 다치게 할 것이었다.
“드으으으으디이이이이어어어어.”
자신의 팔을 잡은 최태원은 연신 뭔가를 떠들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너무 늘어지는 말투에 강신은 정확히 그가 뭐라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최태원이 무엇을 하려는지는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야 자신이 내지른 발경의 힘을 실시간으로 간섭해 다른 방향으로 발산하는 것이 느껴졌으니까.
강신은 그가 발경을 막았다는 것보다 다른 의미로 더 놀란 상태였다.
‘대사제가 공격당할 때는 나타나지 않다가 이제 와서 움직인다고?’
그들에게 있어 대사제는 신 다음으로 중요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가 코가 부러지고 이빨이 빠지는 동안에는 가만히 있다고 이제 와서 나타났으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강신이 당황하자, 집중이 풀려버렸고 느려졌던 세계의 시간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이 정상으로 돌아오자, 강신은 어느새 자신이 하늘을 날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최태원이 자신의 힘을 이용해 그대로 하늘로 던져버린 것이다.
발경에 담겨 있던 힘이 보통이 아니었으니, 강신이 던져진 힘 또한, 보통은 아니었다.
잘못하면 그대로 낭떠러지로 떨어질 뻔했으니까.
하늘을 날고 있는 강신은 탄식을 감추지 못했다.
‘젠장, 방심했어….’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를 기회를 그 한순간의 방심으로 날려 먹었으니, 탄식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방금까지 끓어 넘치던 힘이 서서히 빠져나가는 게 느껴졌다.
그래서일까, 공중에서 제대로 몸을 가눌 수가 없었지만, 강신은 이를 악물고 대사제와 자신을 던진 최태원이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눈을 질끈 감아버리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우선 자신을 던진 최태원은 녹색 건틀릿의 힘까지 모두 흘려낸 것이 아니었는지, 마치 산성용액을 온몸에 뒤집어쓴 사람처럼 몸 반절이 녹아내리고 있으면서도 큰 소리로 웃고 있었다.
“크하하하하! 쿨럭, 쿨럭! 마지막은 내가…. 내가 이겼다!”
그는 대사제와는 다른 광기를 보여주었다.
단지 그가 좋아하는 것으로 끝이었다면 강신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겠지만, 그의 뒤쪽으로는 그의 방해로 파괴하지 못한 붉은 보석이 공간에 실금을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공간은 조금씩 범위를 넓혀가고 있었다.
쩌적, 쩍.
마지막으로 바닥에 쓰러졌던 대사제는 아직도 그 자세 그대로 붉은 보석을 감격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오오…. 정당한 신좌의 주인이신 그분이 드디어 현세에 강림하신다. 죄지은 이단자들은 마땅히 그 벌을 받으리라.”
쉽게 말해 그곳은 눈 돌리고 싶은 난장판이었다.
그렇게 하늘을 날던 강신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무력하게 지면에 곤두박질쳤다.
쿵!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 와중에 머리는 다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크윽….”
큰 충격은 아니었지만, 몸에는 손가락 하나 까닥할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하지만 강신은 이를 악물고 덜덜 떨리는 손으로 미리 꺼내기 쉽게 넣어둔 알약 하나를 어렵게 입속에 넣고는 그대로 어금니로 깨물었다.
으득.
연질 캡슐 안에 들어 있던 액체가 터져 나왔고 이내, 입속에는 지독할 정도의 비릿한 맛이 강신을 괴롭게 만들었다.
당장이라도 입 밖으로 뱉어내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약효는 금방 몸에 스며들었고 메마른 대지에 단비가 내리는 것처럼 무기력했던 몸이 조금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힘이 돌아왔다.
천천히 몸을 일으킨 강신은 막막한 지금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쩌저적!
물론 그러는 순간에도 붉은 보석 주위로는 실금이 범위를 넓혀가는 중이었고, 강신은 한숨을 내쉬고는 우선 무거운 몸을 이끌고 그곳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보석이 있는 곳에 도착한다 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자신도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멀리서 구경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걸어가는 강신은 생각했다.
‘대사제를 홀린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대사제는 분명 뭔가에 홀려 있었다.
그가 한 모든 행동이 그저 망상에 의한 것이라고는 치부하기 어려웠으니까.
그는 분명 누군가의 모습을 보고 대화를 나누었으며 그가 원하는 걸 들어주었고 의식까지 진행한 것일 터다.
‘그래, 크툴루가 아닌 어떠한 존재와 말이지.’
그게 어떤 존재인지는 알지 못했지만 크툴루라는 이름을 이용하였으니, 적어도 인간 사회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며 높은 지성을 가지고 있을 게 분명했다.
‘확실한 건 인간은 아닐 거야.’
만약 대사제와 접촉한 이가 인간이었다면 대사제가 모를 리가 없을 테니까.
인간으로서는 이룰 수 없는 기적을 보여주었을 테니, 저 대사제가 크툴루라는 존재에게 매몰되어버린 것이다.
‘그런 존재가 지시한 의식이니.’
적어도 의식에 사용된 에너지가 갈 곳을 잃어 폭발하는 일은 없겠지만, 안도할 수는 없었다.
‘뭔가를 이곳으로 불러내려고 하는 거야. 적어도 그 존재는 인간은 아니겠지.’
그게 정말 신적인 존재인지, 심연에 사는 괴물인지 지금도 알지는 못했지만 확실한 건 이대로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인간이 아닌 뭔가가 튀어나온다면 그 존재가 과연 인간에게 우호적일 가능성이 얼마나 되겠는가.
아무리 계산해봐도 그럴 확률은 매우 낮았다.
‘해봐야 자신들을 불러준 광신도들에게만 우호적일 수도 있어.’
지금 보면 강신과 일행들은 그들의 행사를 방해하는 방해자였으니, 어찌 보면 당연했다.
그러니, 저 보석이 완전히 공간을 연결하기 전에 막아야만 했다.
‘그래, 내 몸을 던져서라도 막아야 해.’
세상을 구한다는 그런 고귀한 희생정신 같은 것이 아니었다.
단지, 자신이 알고 지내는 모든 이들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자신의 목숨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아마 이 생각을 이순자가 알았다면 잔소리했겠지만, 어쩌겠는가 자신은 원래 이런 사람인걸.
마침 자신을 공격했던 최태원은 완전히 숨이 끊어졌는지, 더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대사제 또한 보석에 눈이 팔려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러니, 자신들이 이겼다고 생각한 지금이 강신에게 있어서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랐다.
‘더는 방해할 사람이 없어.’
그렇게 희망을 품고 조금씩 다가갔지만, 그건 강신의 착각이었다.
애초에 광신도들은 더는 강신을 방해할 필요가 없었다.
“안돼!”
강신이 보석이 있는 장소까지 다가가지도 못했음에도,
쩌저정!
금이 간 공간이 깨져 그 조각들이 바닥으로 후드득 떨어져 내렸으니까.
공간이 깨지자, 위아래로 길쭉한 마름모 형태로 검은 균열이 생겨났다.
그리고 이내,
쿠구구구….
그 균열로 대기가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건 이전에 지니즈 랜드에서 봤던 모든 것을 삼키던 그 작은 블랙홀과 비슷해 보였다.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그때처럼 점차 그 크기를 키워가지 않는다는 것과 이전 블랙홀보다 빨아들이는 힘이 더 강하다는 것이었다.
조금 떨어진 강신의 몸이 그 균열로 빨려 들어갈 정도였다.
그러니, 당연히 그 아래 있던 대사제와 최태원, 그리고 이름 모를 광신도는 이미 그 균열로 빨려 들어간 후였다.
‘크윽, 몸을 지탱할 수가….’
평소라면 충분히 버틸 수 있었겠지만, 지금 강신은 간신히 몸을 움직일 정도의 힘밖에 없었다.
그러니, 흡입력에 버티지 못하고 조금씩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마땅히 잡을 것조차 없었다.
‘젠장….’
아무리 안간힘을 써봐도 강신의 몸은 점차 균열에 가까워졌다.
더는 안간힘도 이를 악물 힘도 없었다.
저 균열 속으로 빨려 들어가면 어떻게 될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절대 무사하지는 않을 것이다.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정말 이대로 끝이라고?’
식은땀이 흘렀다.
적어도 강신이 생각했던 마지막은 이런 허무한 것이 아니었다.
차라리 신하린을 안고 이동했던 그 순간이 최후의 순간으로는 더 나았다.
누구도 이런 허무한 죽음은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건 아무리 강신이라도 똑같았다.
그리고 그 순간,
“엇차.”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강신의 몸을 붙드는 이가 있었다.
그녀는 강신을 어깨에 지고 천천히 균열에서 멀어지기 위해 이동했고 그러면서 열린 균열을 보고 중얼거렸다.
“상황이 그리 좋지 않나 보네요.”
“이부장님.”
“네, 강책임. 고생했어요.”
균열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잡아 준 것은 바로 이순자였다.
총 일곱, 그것도 복수의 종교자 중에서 엄선된 이들이었다.
아무리 그녀가 강신 못지않을 정도로 강하다고 해도 이 짧은 시간 동안 그들을 모두 처리하고 강신을 돕는 건 불가능했다.
그런데도 그녀는 지금 이곳에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그녀가 멀쩡한 상태는 아니었다.
그녀의 보호 장비는 베이고 베여 처음 모습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넝마가 되어 있었으며 그사이로는 얇게 베인 자잘한 상처가 가득했다.
그 상처에서 피가 흘러 겉으로 보면 피를 뒤집어쓴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괜찮으신 겁니까?”
“네, 이 정도는 경상이에요.”
이순자가 강한 척 말했지만, 강신은 그녀가 지금 강한 척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강신은 그녀의 자존심을 생각해 더는 부상에 대해 묻지 않고 다른 질문을 이어갔다.
“다른 광신도들은요?”
“음…. 그건 고개 돌려보면 아실 거예요.”
강신이 바로 전에까지 이순자가 사투를 벌였던 곳을 바라봤다.
거기에는 6명의 광신도가 처음 강신이 이곳에 도착했던 것처럼 균열을 바라보며 바닥에 엎드려 절을 하고 있었다.
다른 한 명은 이순자에게 제압된 것인지,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저 균열이 생기자, 싸우던 걸 멈추더라고요.”
그녀는 갑자기 싸움을 멈춘 그들을 제압할까 생각했지만, 균열 앞에서 강신이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보고는 급하게 뛰어온 것이었다.
그리고 갑자기 괴상한 행동을 하는 건, 이순자가 상대한 광신도뿐만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