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702
701화
초코의 도움을 받아 사람을 날려 보내는 것까지는 쉽다고 해도 문제는 날아간 이후, 착지였다.
베가의 탄성이 아닌 이상, 높은 곳에서 떨어졌을 때의 충격은 절대 무시할 수 없었다.
그 충격을 상쇄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장비를 사용해야 했지만, 지금 이 구역에서는 기계 장치 대부분을 사용하지 못하니, 오로지 자신이 가진 힘으로 충격을 상쇄해야 했다.
그러기 위해 있는 것이 바로 낙법이었다.
물론 자칫 낙법을 잘못하면 다리가 부서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이들이 누구인가, 많은 훈련을 받고 전투 경험이 풍부한 역전의 용사들이었다.
그런 이들이 고작 낙법에 실패할 리가 없었다.
강신에 의해 특이 개체 방향으로 날아간 이들이 지면으로 떨어지며 쓰러지는 것처럼 신체의 다섯 부위를 이용해 충격을 최소화하며 몸을 굴렀다.
다른 이들이 낙법을 하는 동안, 베가는 자신의 탄성으로 그대로 바닥에 부딪힌 힘을 이용해 특이 개체가 있는 방향으로 쏘아지듯 날아갔다.
빠르게 날아간 베가가 어떤 방해도 없이 특이 개체에게 주먹을 내질렀다.
하지만 특이 개체 바로 앞에서 일반 촉수 생물 하나가 몸을 날려 그 공격을 온몸으로 막아냈다.
퍼억! 콰직!
촉수 생물이 그대로 터져 나갔고, 자신의 기습이 실패로 돌아가자 베가가 기분이 좋지 않은 듯 강하게 혀를 쳤다.
“쯧.”
방금 공격이 성공했다면 시작부터 특이 개체 하나를 완전히 배제하고 시작했을 테니,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직후,
퉁!
보이지 않는 뭔가가 베가를 강하게 타격했다.
평범한 이들이 맞으면 꽤 큰 충격을 받았겠지만, 베가는 탄성 덕분에 큰 타격이 없었다.
다만, 특이 개체와 거리가 벌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렇게 베가는 낙법에 성공한 이들이 있는 곳까지 날려졌다.
베가가 바닥을 구르고 다시 자세를 잡자, 어느새 그의 주변에는 뒤늦게 도착한 일행들이 모두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이것 참, 어려운 전투가 되겠어. 다들 가지.”
베가가 그 말을 끝으로 다른 일행들과 함께 동시에 특이 개체가 있는 곳으로 달려들었다.
한편, 거대 개체에게 날아가고 있는 강신은 착지 지점을 확인하며 생각했다.
‘왜 그런지 모르지만, 촉수 생물은 인간의 형태를 고집하고 있단 말이지.’
구역 앞에서 인간 형태를 포기한 적이 있긴 했지만 그 외에는 모두 인간의 형태를 유지했다.
촉수 생물이 인간 형태를 유지한다고 해서 더 좋을 것이 없음에도 말이다.
아니, 오히려 형태가 고정되어 할 수 있는 것이 한정적이었다.
마치 스스로에게 족쇄를 거는 것처럼, 그들은 인간의 형태를 고집했다.
그리고 그건 강신이 상대할 거대 개체 또한 마찬가지였다.
‘뭐, 덕분에 저 개체를 처리하는 것은 어렵지 않게 되었지만….’
제대로 된 수단만 갖추면 오히려 특이 개체보다 더 상대하기 수월할지도 몰랐다.
‘크기만 크지, 저 거대 개체는 허점투성이란 말이지.’
외형은 인간을 따라 하고 있었지만, 그 몸은 엄연히 촉수들이 모이고 모여서 만들어진 결과물이었다.
즉, 저 거구의 하체 또한 촉수의 집합체라는 뜻이었고, 아래 있는 촉수들은 위에 있는 촉수들의 중량을 그대로 버텨내는 중이었다.
‘평소라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겠지.’
아마 거구를 움직이고 인간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았을 것이다.
‘어떤 공격도 통하지 않는 몸을 지녔으니, 아무리 많은 하중이 가해져도 멀쩡했을 거야.’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모노리스의 영향으로 촉수가 가진 특성을 잃었으니, 조금의 움직임만으로도 하체에 크게 부담이 될 것이다.
그 예로 이고르가 모노리스의 범위를 바꾸고 움직이자마자, 저 거대 개체는 거짓말처럼 단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지금으로서는 형태를 유지하는 게 최선이겠지.’
지금 이 개체는 움직이지 못하는 거대한 표적에 불과했다.
그렇다고 해서 대형 개체가 마냥 만만한 것만은 또 아니었다.
약점인 하체를 공격해 저걸 쓰러트린다고 끝이 아니었으니까.
‘저 거대한 체구에서 촉수가 쏟아져 내리겠지.’
그리고 그걸 뒤집어쓴다면?
그것만으로도 끔찍한 결과가 나올 것이다.
그러니, 신중히 공격해야 했다.
‘저 거대 개체를 상대할 때 중요한 건 쓰러트리는 방향과 적절한 힘의 분배겠지.’
무너지는 개체를 벗어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했으니, 딱 무너지기 직전까지 공격하는 것이 가장 베스트였다.
그리고 그건 순전히 본인의 감각으로 해결해야 했다.
그런 감각은 개인마다 달랐기에 자신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냐가 중요했다.
그랬기에 강신은 재능을 가진 위치나, 다른 이가 아닌 이순자에게 거대 개체 하나를 맡아달라고 부탁한 것이었다.
이곳에서 누구보다 스스로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녀였으니까.
어느새 강신이 지면에 가까워지자, 초코가 그림자 속에서 튀어나와 강신을 안전하게 받아주었고, 강신은 물 흐르듯 바로 자신이 맡은 거대 개체의 다리가 있는 곳으로 달렸다.
‘이고르는 뭐….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지.’
이고르가 가진 힘의 끝을 본 적이 없었지만, 아마 이곳에서 가장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게 이고르일 테니 걱정조차 되지 않았다.
강신은 달리면서 길을 막는 촉수 생물을 향해 빠르게 왼손 잽을 날려댔다.
퍼버벅!
눈으로 좇기 힘들 정도로 빨랐지만, 강신의 주먹은 정확히 촉수 생물의 머리를 터트리고 녹여버렸다.
한시가 급한 상황임에도 강신이 굳이 길을 막는 촉수 생물을 처리하며 움직이는 것은 후에 그 생물들이 방해될 수도 있기 때문이기 했지만, 촉수 생물이 가진 내구성과 정확히 어느 정도의 힘으로 때려야 하는지 가늠하기 위해서였다.
퍽!
‘이것보다는 강하게 쳐야겠군.’
퍽!
‘이것보다는 약하게.’
빠르게 움직이며 힘 조절까지 하며 촉수 생물을 때리고 곁눈질로 자신이 공격했던 촉수 생물을 확인하는 것은 강신이라도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일이었다.
강신이 다른 곳에 신경을 쓰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퍽!
‘좋아, 딱 이정도야.’
시간만 있다면 더 정밀하게 확인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럴 시간도 그럴 필요도 없었다.
강신이 조금 실수해도 초코의 도움을 받는다면 쏟아지는 촉수 생물들 사이에서 충분히 몸을 지킬 수 있을 테니까.
강신은 차라리 그럴 시간에 빠르게 거대 개체를 처리하고 다른 이들을 돕는 게 더 나으리라 생각했다.
강신은 거대 개체의 다리 중 가장 약한 발목을 노릴 생각이었다.
촉수 생물을 처리하며 접근하고 있었기에 조금 늦어지긴 했지만, 강신이 거대 개체의 발목까지 도달하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좋아, 대충 확인할 것은 다 확인했으니. 제대로 달려볼까.’
강신의 앞길을 막기 위해서 수많은 촉수 생물이 몰려와 있었지만, 강신은 그런 느려터진 촉수 생물에게 붙잡혀 줄 생각 따위는 없었다.
“초코야!”
-컹!
강신이 초코를 부르자, 강신의 앞을 막고 있던 촉수 생물들이 초코의 거대한 앞발에 휩쓸려 사라졌다.
그리고 덕분에 거대 개체까지 직진할 수 있는 길이 생겨났다.
강신은 더 빠르게 지면을 박차며 몰려오는 촉수 생물을 무시하고 달렸다.
그렇게 강신은 거대 촉수 생물의 발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도착한 강신이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바로,
‘진짜 크네.’
크기에 대해 놀라움이었다.
멀리서 볼 때도 큰 건 알고 있었지만, 막상 바로 아래에서 올려다보려니, 그 크기가 더 실감이 났다.
‘아무래도 앞쪽보다는 아킬레스건이 있는 쪽을 공격하는 게 좋겠지.’
인간으로 치면 발목은 다리에서 가장 얇은 부분이었다.
그건 인간의 형태를 따라 하는 촉수 생물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앞쪽이 아닌 아킬레스를 노린 것은 다른 이유가 있어서였다.
‘촉수의 생물의 집합체라 앞쪽을 공격하든 뒤쪽을 공격하든 크게 차이는 없겠지만, 이왕이면 균열이 있는 뒤쪽으로 넘어트리는 편이 좋겠지.’
균열에서 나오는 다른 촉수 생물이 넘어지는 거대 개체에 깔리면 나름 괜찮은 피해를 줄 수도 있을 테니까.
아주 잠깐 고민한 강신이 망설임 없이 바로 아킬레스건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강신이 가까이 오고 취약한 지점을 노려 이동했지만, 거대 개체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쉬워서 좋네. 그럼 이대로….’
강신은 아까 느꼈던 감각을 떠올리면서 힘 조절을 하며 왼손을 내질렀다.
이제 강신의 주먹이 닿기만 한다면 닿은 부분의 촉수 생물들이 터지고 녹아내려 거대한 몸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넘어질 것이다.
하지만,
드드드드…….
강신이 주먹을 내지른 순간 지면이 떨려왔고 이내,
쿠콰과!
지면이 뒤집히며 흙으로 만들어진 거대 가시들이 튀어나와 강신의 진로를 방해하고 공격했다.
“큭!”
갑작스러운 기습에 강신이 몸을 틀어 지면에서 튀어나온 가시를 간신히 피했지만, 강신의 공격도 거대 개체에게 닿지 못했다.
지면이 뒤집힌 영향으로 강신이 살짝 뒤로 물러나게 되자, 주변에 있던 촉수 생물이 강신을 향해 움직였다.
강신은 빠르게 그들을 처리하고는 자신을 공격했던 이를 찾기 위해 주변을 살폈다.
‘젠장, 특이 개체의 재능인 것 같은데.’
베가와 다른 이들이 상대하고 있는 특이 개체는 이곳과 거리가 떨어져 있었기에 그곳에 있던 개체는 아닐 것이다.
그러면 자신이 정찰하며 놓친 특이 개체가 이곳에 있다는 소리였다.
‘어디지? 어디에 있는 거지?’
그렇게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강신은 그 특이 개체를 기어코 찾아냈다.
그것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저러니, 정찰할 때 볼 수가 없었지….’
강신을 공격한 특이 개체가 있는 곳은 바로 거대 개체의 몸이었다.
그것도 강신이 공격하려던 아킬레스에 있었다.
몸의 반쯤은 잠겨 있는 듯한 괴상한 모습을 한 특이 개체는 강신을 향해 손을 뻗으며 비릿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런 특이 개체의 모습은 어째서인지, 자신을 매우 얕잡아 보고 있다는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아마 자신의 공격을 간신히 회피해서일 테지.’
그게 아니라면 지금 상황을 뒤집으려는 강신과 일행들의 모습이 우습게 보인 것일 수도 있었다.
뭐가 되었든 저 특이 개체가 지금 자신을 얕보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그래서일까, 강신의 이마에는 혈관이 도드라졌다.
‘광신도 따위가 감히….’
이 사단을 만든 이들에게 무시를 당한다니, 그것보다 기분 나쁜 것은 없었다.
“내가 정말 만만하게 보였나 본데. 후회하게 해주지.”
강신이 다시금 아킬레스건을 향해 달렸다.
그러자, 특이 개체가 마치 악단을 지휘하는 지휘자처럼 손가락을 휘둘렀고, 그에 맞추어 지면에서 가시들이 튀어나와 강신을 노렸다.
쿠과과과!
이전과 다르게 앞과 뒤, 좌우할 것 없이 가시가 튀어 나왔지만, 강신은 지면이 흔들리는 지점을 느끼고 가시가 튀어나올 것을 파악해 빠르게 가시를 피하며 아킬레스건을 향해 다가갔다.
전과 다르게 가시가 나오기도 전에 피하는 강신의 모습에 특이 개체의 얼굴이 굳어지는 게 실시간으로 보였다.
그리고 이내 강신은 자신을 얕봤던 특이 개체 바로 앞에 설 수 있었다.
강신이 오른손으로 특이 개체의 머리를 붙잡자, 특이 개체가 당황한 듯 괴상한 소리를 내뱉었다.
“키헤엑! 놔…. 노아아라!”
약간 어눌한 말이었지만, 강신은 이 생명체와 대화할 마음은 눈곱만치도 없었다.
강신이 특이 개체를 잡은 오른손에 힘을 주고 특이 개체를 잡아당겼다.
트드득….
특이 개체를 거대 개체에 잡고 있던 촉수 생물들이 끊어지며 특이 개체의 몸통이 점점 드러났고 3분의 1 정도 뽑았을 때, 강신은 단번에 특이 개체를 뽑아냈다.
“키에에에엑!”
특이 개체가 고통스러운지 비명을 질렀지만, 강신은 빠져나온 특이 개체를 짐짝 던지듯 그대로 뒤로 집어 던지며 말했다.
“초코야, 물어.”
-컹!
콰직!
그렇게 강신을 방해하던 특이 개체는 사라졌고, 강신은 그대로 아킬레스건에 왼손을 내질렀다.
퍽! 콰직!
강신의 주먹이 닿자, 촉수가 터져 나갔고 그 주변에 있던 촉수들이 전염병에 걸린 것처럼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좋아, 그럼 빠질까.”
점점 녹아내리는 지점이 넓어지자, 거대 개체의 몸이 결국 하중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뒤로 넘어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강신은 빠르게 그 자리를 벗어났다.
콰아아앙~!
거대한 촉수 생물이 넘어지자, 지면이 흔들릴 정도로 강한 충격이 가해졌고, 강신의 예상대로 균열 주변에 있던 촉수 생물들이 그 충격에 휩쓸렸다.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지만, 강신은 쉴 수가 없었다.
‘이부장님을 도와드리러 가야….’
그런 강신의 생각은 길게 이어질 수가 없었다.
콰르르릉!!
번쩍!
천둥소리와 함께 이순자가 상대하기로 했던 거대한 촉수 생물이 아주 천천히 무너져 내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