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Life, The Greatest Star In The Universe RAW novel - Chapter (1055)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055화
우리 뉴씨 집안에는 가훈이 있다.
물론 그 가훈이란 게 한두 개가 아니지만 그중에서 몹시 중요한 가훈 하나가 있으니…….
-자의식 과잉 방지하고, 건전한 연예계 생활 하자!
아무래도 우리 직업은 특성상 자아가 굉장히 비대해지기 쉽다.
계속해서 큰 관심을 받다 보면 어느샌가 저도 모르게 스스로를 과대평가하고 중요한 사람처럼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대표적인 증상은 이렇다.
-크하하하! 본좌가 사회 이슈에 대해 말 한마디만 하면 대한민국 사회가 격변한다 이 말이야!
-큰일이군. 내가 없어지면 대한민국 연예계 어떻게 굴러가지?
-앗… 감자칼에 손가락 베였네. 어떡하지? 시청자들이 내가 아파하는 모습을 보면서 식음을 전폐하고 눈시울을 붉히겠군!
이러다 보면 ‘왜 저래?’ 하는 류의 구설수가 생기기 마련이라 항상 자기객관화에 신경을 쓰는 편이었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선 박살 난다는 게 우리 김덕순 여사의 지론.
대중들을 팬들 대하듯이 대하다 보면 큰일이 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일반 대중에게 나라는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내 이미지가 어떤지를 명확히 알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객관적인 자기 인식은…….
-이웃집 애들처럼 친근한데 노래 잘하는 애들. 어찌어찌하다 보니 인기가 굉장히 많아짐.
객관적으로 봐도 요즘은 정말 인기가 많은 시기였다.
우리가 뭘 광고하면 그게 완판되고, 무슨 행사를 하면 사람들이 어마어마하게 모이니까.
“그래서 가을 축제로 일정을 잡은 거였는데….”
“그니까요.”
다 같이 제작진이 보내 준 기획안을 살피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대학 축제 특집 접수 현황]접수한 대학교 숫자를 보고는 어안이 벙벙했다.
가을에 이 정도 숫자라니.
대학마다 다르지만 내가 알기로 가을보다는 봄에 여는 대동제가 훨씬 더 숫자가 많은 걸로 알고 있다.
“진짜여?”
“아니, 나도 사실 잘 몰라. 대학을 가 봤어야 알지.”
“…….”
“대학 문턱 밟으려다가 바나나 밟듯이 미끄러졌잖아.”
동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도 그 덕분에 너희랑 만나게 됐지만.”
“저도 형이 대학 못 가서 넘 좋아요. 형 대학교 갔으면 우리랑 못 만났을 거잖아요.”
“그치. 안 가길 잘했지.”
“따지고 보면 안 간 건 아니고 못 간 거 아니에요?”
리혁이의 말에 내가 중현이를 바라보고 턱짓했다.
‘중현아.’
‘네.’
빠르게 응징하고는 다시 안건으로 돌아왔다.
“어쨌거나 대학 축제에서 봄이랑 가을은 좀 다르잖아.”
신촌이나 안암에서 열리는 유명 대학축제들은 전부 다 봄 축제.
보통 유명한 아이돌들이 등장해서 화제가 된 축제들은 대부분 봄철에 몰려 있었다.
리혁이가 말했다.
“우리가 그래서 가을 축제를 선택한 거였잖아요. 봄에 비하면 아무래도 축제가 큰 편도 아니고.”
만약 본격 대학축제 특집을 하고 싶었다면 내년 봄에 했을 것이다.
이번에 가을을 선택한 건 가을이 상대적으로 봄에 비해서는 한산하기 때문이었다.
봄철에 했으면 정말 상상하기 힘든 대혼란이 벌어졌을 테니까.
-저희 가수 그래서 섭외한다는 건가요? 아닌 건가요?
-잠시만요. 저희가 뉴블랙 섭외 중이라서… 뉴블랙 섭외 안 되면 그다음에 이야기해도 될까요?
-아니 뉴블랙은 왜 이 바쁜 때에 자기들 예능 특집을 한다는 거야!?
봄 대학 행사는 가수들에게 대목이다.
저 바쁜 와중에 우리가 끼어든다면 어떤 혼란이 벌어질지 상상하기조차 두려웠다.
우리야 예능 특집으로 한철 뛰고 가는 사람들이지만, 다른 가수들은 그게 아니니까.
게다가 대학 축제 준비하면서 할 일이 많은 학생들에게도 우리가 피해를 주면 안 되고.
그래서 여유로운 가을을 골랐다.
봄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한산하고, 대학 축제 관심도도 조금 낮은 편이니까.
그때, 지호와 중현이가 번갈아가면서 말했다.
“그렇게 깊은 생각 끝에 대학 축제 특집을 가을로 진행하기로 한 결과!”
“결과…!”
“전국의 모든 대학 축제에서 섭외가 들어왔네염.”
“두둥.”
동생들과 모니터를 바라보면서 어처구니없는 웃음을 터뜨렸다.
가을 축제를 여는 모든 대학교에서 섭외가 들어온 건 물론이고, 원래는 축제 일정이 없던 대학교도 있다.
“이 학교는 가을 축제가 없지 않나?”
“오면 만들겠대요.”
“…….”
봄에만 축제를 하는 대학교들도 ‘너희가 오면 만들게’ 하고 손을 흔들고 있었다.
-여러분이 오시면 그게 바로 대학축제 아닐까요~?
마치 그런 말을 하는 느낌.
지금 이 순간에도 접수 신청이 몰려들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먼 산을 바라보았다.
“일단…….”
리혁이가 말했다.
“구 피디님한테 보내 줄 가이드라인 만들어요. 우리.”
“그러자.”
최종 후보를 선발할 때 어떤 기준으로 뽑으면 좋을지 가이드라인을 건네드리기로 했다.
비주가 웃으며 말했다.
“저는 우리가 신인 시절에 갔던 학교들 위주로 골랐으면 좋겠어요. 저희를 불러 줬던 곳들이요.”
우리 모두 공감했다.
1순위는 우리를 대학 축제에 불러 줬던 학교들.
중현이가 슬쩍 제안했다.
“농대가 있는 곳.”
“중현아.”
“그냥 던져 본 거예요.”
우리 셋째가 미안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혹시 미안할 때 부르는 노래가 뭔지 아시나요. 형.”
“?”
“죄song.”
“그 사과 기쁘게 받아들이겠다.”
중현이의 농담을 듣고 웃음을 터뜨리며 좋아하는 내 모습에 동생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지호가 화제를 돌렸다.
“근데 우리가 갔던 학교라도 무조건 뽑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예전에 어떤 학교 갔을 때 좀 그랬는데.”
“뭐 있었어?”
“그런 학교 몇 개 있었잖아요. 맨 앞줄에서 학생회장? 그런 사람들끼리 막 팔짱 끼면서 거만하게 앉아 있고 그러던데.”
“아. 기억난다, 거기.”
두 번째 기준으로는 행사 준비가 전체적으로 잘 이뤄지고 있고, 평이 좋은 곳들을 고르기로 했다.
그렇게 하나둘씩 자기가 생각하는 기준을 말하는 한편.
“형은요? 형은 뭐 없어요?”
“음…….”
내가 마지막으로 제안했다.
“우리가 추가로 컨텐츠를 찍을 만한 대학교였으면 좋겠어. 기왕 이렇게 된 거 분량 뽑아야지.”
“?”
“중현이가 아까 농대 이야기했잖아.”
“네.”
“생각해 보면 재미있을 거 같지 않아?”
귀를 쫑긋하는 동생들에게 내가 제안했다.
“뉴블랙의 대학 체험.”
“!”
“선우주의 작곡과 강좌 청강, 서리혁의 물리학 강좌 청강… 왕지호의 연기과 강좌 청강 같은 거.”
멤버들 모두가 몹시 솔깃해했다.
곧장 PD님에게 보내드릴 제안서에 굵은 피라루쿠체로 강조하고 빨간색으로 칠할 때.
리혁이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그냥 대학 축제를 핑계로 사심을 채우겠다는 거죠? 학교생활 체험하고.”
“아닌데?”
“맞는 거 같은데…….”
“아이고, 리허설 할 시간이네~”
인이어를 챙기면서 리혁이의 시선을 모른 척 외면했다.
하여간 예리한 우리 애였다.
* * *
어두운 밤.
피유유우웅- 팡-!
허공을 색색으로 물들이는 화려한 불꽃놀이.
리프트를 타고 등장하는 청량한 미청년들이 마이크를 붙잡는다.
“와아아아아아아아-!”
뉴블랙이 싱가포르의 내셔널 스타디움에서 4만 명이 넘는 관객들을 열광시키고 있을 때.
한국인들 역시 뉴블랙의 새로운 떡밥에 한껏 달아오르고 있었다.
[뉴블랙, 2018 가을 대학 축제 뜬다.. “오버쿡 프로모션 일환”]네티즌, 특히 젊은 대학생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소식이었다.
-ㅁㅊ ㅋㅋㅋㅋㅋㅋㅋ
-와 진짜 2일차 폐교 볼 수 있는 건가???
-아니 근데 어케 섭외함? 대학 축제 정도 예산으로 가능하긴 해?
-본문 읽어봐 행사비 낮췄대
-와 뉴블랙이 대학축젴ㅋㅋㅋㅋ
뉴블랙이 행사를 뛰기 위해서 행사비를 조정했다는 소식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아니꼽게 바라보는 이들도 있었다.
-왤케 난리임?ㅋㅋㅋㅋㅋ 무급으로 하는 것도 아닌데 오바육바 쩌네
-야 누가 보면 무슨 봉사활동하는중ㅋㅋ
-연예인 팔자 참 부럽다ㅠ 5곡 부르고 5천 땡겨가는데 찬양해주고 참 좋겠네~
-조정한게 5천ㅋㅋㅋㅋㅋ 대학 축제 크게 하는데도 연예인 섭외비는 1억 정도 아닌가
그런 반응이 계속 나왔지만 대부분은 고개를 갸웃했다.
당연한 게 아니냐는 반응이었다.
-아이고.. 어린 친구들아. 원래 업계탑은 자기 페이 깎는 거 아니야ㅠㅠ
-잘 모르는 것 같아서 말해 주는데 업계탑이 페이 깎기 시작하면 골치 아파지는 일 생겨. 뉴블랙이 싸게 하면 다른 가수들한테 분명 뉴블랙도 저 정도 받았는데 너네 왜 많이 받냐고 할걸ㅋㅋ
-저런 애들 특) 막상 무상으로 하면 또 난리침
-기사 안 읽었나.. 뉴블랙 한번 움직일 때마다 거의 군부대 급으로 보조 인력들 이동한다는데 그사람들 비용은 그럼 누가 냄??
-자꾸 비싸다는 애들한테 말해 주는 건데 저게 원래 섭외비의 10프로도 안 되는 금액이라니깐?
그리고 무엇보다 뉴블랙의 행사비를 당연하게 여기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었다.
-ㅁㅊ 빌보드 가수를 저 가격에 섭외???
-내한공연 단돈 5천ㅋㅋㅋㅋㄱㅋㅋ 진짜 이거 잡는 대학교는 평생 자랑거리로 써도 된다
-자소서에 써도 됨ㅋㅋㅋ
-“저는 당시 학생회 임원으로서 뉴블랙 내한 공연을 성사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였으며..”
-영업직 면접 프리패스ㅋㅋㅋㄱㅋㅋ
거기에 이번에 나오는 신곡 무대를 직접 볼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모두 눈을 초롱초롱 빛냈다.
‘보고 싶다!’
솔직히 뉴블랙 공연은 모두가 보고 싶어 하는 무대였다.
희소성과 명성.
특히나 최근 들어서는 미국에 진출하면서 그래미까지 넘본다는 소식에 모두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심지어 다른 아이돌 팬들도 마치 내한 가수처럼 여기고 있었다.
‘최애는 귀엽고, 뉴블랙은 뉴블랙이다.’
그랬기에 모두가 대학생들을 부러워하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부럽다ㅠㅠㅠㅠㅠㅠ
-졸업생 참가 그런 거 되나.. 대학원생은 요새 못들어간다매
-ㄴㄴ 그거아닐걸
-나도 대학교 다시 갈래ㅠㅠㅠㅠ 회사 너무 싫어
그리고 모두의 관심을 받고 있는 대학생들은 자신들의 학생회를 바라보고 있는 중이었다.
[선광대학교 대신 전해 드립니다]#13789번째 게시글
학생회 여러분 저 뉴블랙 보고 싶어요
불러줄 때까지 숨 참을꺼임! 후웁!!
-요즘에는 유언을 페북에 남기나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뉴블랙 보고 싶다ㅠㅠㅠㅠㅠ
-지금부터 매일 아침마다 모닝글로리하면서 기도하겠습니다. 여러분 제게 힘을 보태주세요
┕미라클 모닝 아닌가요?
┕물리학과입니다. 힘(J) 보태요!
갑자기 쏟아지는 관심.
각 대학의 학생회들이 저마다 학교 커뮤니티를 통해서 ‘현재 섭외 진행 중이다’ 라는 글을 올리고 있었다.
심지어 원래 축제가 없는 대학들도 뉴블랙 공연을 알아보겠다고 하는 분위기.
‘그치. 이건 일단 알아봐야지.’
축제가 없어도 뉴블랙을 부르면 그게 축제 아니겠는가.
학교 운동장에 공연장을 만들고 뉴블랙이 노래를 부르고 가면 그것이 바로 축제였다.
그러는 한편 대학교의 익명 커뮤니티들에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지금까지 즐거웠다 SKY]지금까진 너희가 하늘(sky:하늘이라는뜻)이었지
하지만 ‘뉴블랙이 섭외되면’ 어떨까?
이제 우리 명성대가 새로운 sky가 되겠다
-괄호 개열 받네ㅋㅋㅋㅋㅋㅋㅋ
-저기서 제일 중요한 거 ‘뉴블랙이 섭외되면’
-연고전 준비로 바쁜 틈을 타서 우리 명성대가 새로운 하늘이 된다 후후후
-서울대는 왜 빠짐ㅋㅋㅋ
-? 서울대 축제 있음?
벌써부터 설레하는 글들.
[나 뉴블랙 응원봉 샀어](1미터 달봉이 오픈 사진.jpg)
일단 큰거 쓰는 게 좋겠지?? 뉴블랙한테 잘 보여야 되니까
-아니 섭외 소식도안 떴는데 왜 사냐고ㅋㅋㅋㅋㅋㅋ
-이런 애들이 음이온팔찌랑 옥장판 사는구나
-섭외 되고 사라고ㅋㅋㅋㅋ
-응원봉 뭐냐ㅋㅋㅋㅋㅋ 왤케 큼? 안티들 때려잡는 용도임??
-나는 지금 응원법 암기하는 중ㅠㅠ 너무 어렵다
다양한 유머글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자 지금부터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자]섭외시: 세계 최고의 가수이자 인류의 희망 뉴블랙을 직접 볼 수 있다니!
섭외 불발: 총장 사퇴해 ㅅㅂ
-원래 불발시 내려치기하는거 국룰 아니었냐고ㅋㅋㅋ
-[글쓴이] 내려치려다가 손 부서질거 같음
-ㅋㅋㅋㅋㅋㅋ
-???: 뉴블랙이 뭐 별거냐ㅋㅋ 동요 1억뷰에 라이브에 천만 명 동원하고 빌보드 최장기간 1위에 전 세계에서 스타디움 콘서트 도는 흔한 가수 아님? (구질구질)
-후려치기엔 너무나 어마어마한 커리어였다..
온라인상에서 각종 드립 파티가 펼쳐지고 있었다.
그만큼 관심이 뜨거웠다.
‘아 진짜 우리 학교 왔으면 좋겠다.’
콩닥콩닥.
현재 미국에서도 어마어마한 인기를 누리는 가수의 내한 공연을 직관할 수 있는 기회!
거기에 뉴블랙의 신곡은 물론이고 최근 핫한 토끼삼촌과 가왕전 노래들까지.
‘학생회야 힘내!’
‘학교야 힘내!’
모두가 이 상황을 해결하고 있을 대학교와 학생회 측의 늠름한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때.
정작 축제 준비를 하는 학생회 학생들은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경쟁자가 몇이라고?”
“아마 전국의 모든 대학교…?”
“…….”
1등 상품이 빌보드 팝스타의 내한 공연인 공모전이 개최된 듯한 분위기.
잠시 아찔한 기분을 느낀 학생회 학생들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기 시작했다.
‘이걸 성사시키면 역사가 된다.’
학교 측이 제출한 기획안 등을 보고 나서 뉴블랙이 미팅을 하겠다고 한 이야기에 대학생들이 철저한 준비에 들어갔다.
하지만 아무리 준비를 해도 대학생은 대학생.
사회 초년생도 아닌 이들이 버벅거리며 고민을 하는 모습에 어른들이 끼어들기 시작했다.
-PPT 프레젠테이션 할 사람 필요하지?
-네.
-저는 여러분의 선배이자 PBS 아나운서인 사람이에요.
-!!!
졸업생들이 프레젠테이션에 도움을 주기 시작하고, 광고 업체에 진출한 현직자들이 도움을 주고, 그 밖에 각계각층에 진출한 졸업생들도 끼어들고 있었다.
그리고.
속속들이 들어오는 자료를 바라보는 구재영 피디와 뉴니버스 제작진 역시 두려운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뭐지.’
‘이… 이게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우린 그냥 예능인데.’
모두가 눈을 지그시 감는 가운데.
구재영 피디가 슬픈 얼굴로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피디님, 뭐 하세요?”
“와이프한테 문자 보내는 중이야. 며칠 동안 못 들어간다고.”
“…….”
시시각각으로 폭증하는 업무량.
뉴블랙 멤버들이 가볍게 굴린 스노우볼에 제작진이 빙글빙글 굴러가는 있는 중이었다.
* * *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뉴블랙의 대학축제 특집으로 난리가 나 있을 때.
“으음… 으으음…….”
한국으로 돌아온 서리혁은 차량 안에서 악몽을 꾸고 있었다.
-미남돌, 대세돌, 그런 다양한 수식어가 있죠. 리혁 씨에게 붙은 수식어 아시나요?
-아뇨. 모르는데요.
-조약돌입니다! 하하!
돌멩이처럼 귀엽다는 뜻인가, 하며 갸웃하는 그에게 MC가 외친다.
-바로 을사조약돌이죠!
-안 돼!
-늑약돌! 우우우우우!
그쯤에서 서리혁은 꿈에서 깨어났다.
“후욱… 후우욱…….”
차창에 머리를 기대고 있어서 그런지, 여름 햇볕에 땀을 흘린 모양이었다.
서리혁이 손수건으로 땀을 훔쳤다.
‘왜 이런 비상식적인 꿈을 꾼 거지?’
땀을 훔치고 있는 동안 귓가에 들려오는 낭랑한 목소리.
리더가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내 마음은 조약돌~ 비바람에 시달려도~ 둥글게 살아가리~♬”
“…….”
옛날 트로트 곡을 부르는 입술을 한 대 촙촙 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서리혁은 참았다.
다른 날은 몰라도 오늘은 리더를 때리면 안 되는 날이기 때문이었다.
눈이 마주친 우주가 생긋 웃는다.
“리혁이 일어났어?”
“네.”
“더 자지 그랬어~”
“악몽 꿨어요. 누구 때문에.”
“지호 때문이구나. 그럴 수 있지.”
“…….”
다정한 목소리에 고개를 가볍게 흔든 리혁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잔뜩 곯아떨어져 있는 멤버들.
지호와 중현이 서로 얽혀서 입을 하아아아- 소리 내며 자고 있고, 비주도 코로 물방울을 만들고 있다.
‘피곤하네.’
아시아 투어 일부를 마치고 잠시 한국으로 돌아온 길이었다.
그리고 서리혁이 지난 몇 주 동안 계속해서 기다렸던 일정이기도 했다.
[서리혁 어린이 도서관]군산에 지어진 서리혁 도서관과 김덕순 도서관이 개관하는 날이었다.
리더가 유명 은행과 함께 뉴블랙 멤버들의 이름으로 전국에 도서관을 짓는 프로젝트.
서리혁은 가슴이 콩닥거렸다.
‘내 이름으로 도서관. 그것도 어린이 도서관…!’
뺨이 발그레하게 변한 서리혁의 모습에 리더가 물었다.
“설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이요. 내 이름이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이 될 수 있다니…….”
“나도 설레.”
“그래요?”
역시 동생의 기분에 공감해 주는 건가 싶어 할 때.
“김덕순 만난당. 헤헷.”
“…….”
“헤헷… 에헤헷…….”
빙구처럼 웃는 리더를 보고 작게 웃은 리혁이 말했다.
“고마워요.”
“?”
“할머님 도서관 옆에다가 내 이름으로 도서관을 세워 준 거잖아요. 형 이름으로 세우고 싶었을 텐데.”
“그… 뭐, 그렇지.”
“큰 맘 썼네요. 고마워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선우주가 김덕순 여사의 옆자리를 양보했다?
이건 정말 큰일이었다.
그랬기에 리혁이 진심으로 배려해 준 맏형에게 감사 인사를 전할 때.
“그… 그래.”
무언가 숨기는 구석이 있는 사람처럼 리더가 어정쩡하게 답했다.
‘뭐지?’
하지만 의문은 길어지지 않았다.
멀찍이서 ‘김덕순 도서관’이라는 팻말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다른 멤버들을 하나씩 깨우고 있는 동안, 천천히 달리던 차량이 도서관의 야외 주차장에 진입했다.
개관식 준비가 한창인 곳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음?”
서리혁이 눈을 깜빡이며 무언가를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토끼 삼촌 동상이었다.
[김덕순 도서관]…이라는 글자가 보이는 곳 바로 아래에 위치하도록, 특히 어린이들의 시선을 끌도록 설치된 조형물.
토끼삼촌이 소심하게 들고 있는 팻말에 주차장의 이름이 적혀 있다.
[선우주차장]멀찍이 시선을 회피하는 리더를 바라보며 서리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완전히 옆자리를 포기하진 못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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