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266)
유대계 시온주의자들.
그들은 유대계 국가건설을 목표로 팔레스타인지방 고토를 수복하기를 원했고, 대영제국의 공인과 서포트를 받기 위해 영국정부에 딜을 제시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지방은 조금 문제가 있었고, 이에따라 대영제국이 팔레스타인 대체용으로 우간다를 제안했었는데….거절당했다.
사실, 영국정부도 어쩔 수 없었다.
팔레스타인 지방은 현재 오스만제국의 영토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종교에 진심인 시온주의자들이 아프리카대륙의 우간다를 받아들일 리가 없었다. 팔레스타인 지방의 예루살렘이야말로 그들의 진실된 고향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는 대영제국의 최심부, 총리실만이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설마 유대인 탄압을 피해 비밀주의로 꽁꽁싸맨 시온주의자들이 정보를 흘렸을리 없기 때문이다.
“흡…!”
숨을 들이켰다.
로버트 재무장관은 계속되는 충격에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식은땀을 흘렀다. 어떻게 대답해야할지 갈피를 도저히 못잡겠다.
“일단 답해주세요.”
하지만 모건장관은 아랑곳하지 않고 차분한 음성으로 재촉했다.
숨쉬기도 함들었다.
“하, 예. 장관님의 말씀대로입니다. 하지만 시온주의자들은 무조건 팔레스타인을 고집하더군요. 총리실 내부적으로 꽤 논의가 진지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최근에 더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고요.”
“예. 정말…다 알고 계시는군요.”
“제 귀가 워낙 좋아서.”
모건장관의 귀.
아마도 재무부 정보국을 통칭하는 은어일터. 로버트 재무장관은 본국에도 정보국 하나쯤은 있어도 좋을 것같다고 생각하면서 귀를 기울였다.
모건장관은 이미 다 알고 떠보는 것이 확실했다.
“그렇군요. 아무튼 이걸로 확신했습니다.”
“예? 확신하다니요?”
하지만 이어진 모건장관의 발언은 함부로 넘겨버릴 수 없을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팔레스타인….아니, 오스만제국을 미끼로 러시아제국을 끌어들일 심산이군요.”
“……!!!”
쾅-
로버트 재무장관을 벌떡 일어났지만, 천장에 머리를 부딪히고 다시 털썩 주저앉았다. 망치에 얻어맞은 듯 머리통이 울렸지만, 통증이 느껴질만한 정신상태가 아니었다.
방금 뭘 들은거지?
“아, 아니. 대체, 대체 왜 그런 결론으로 이어지는 겁니까!”
뇌정지가 온 로버트 재무장관은 제대로 말도 잇지 못한채 입술을 두번이나 씹었다. 하지만 모건장관은 잔잔한 호수처럼 평온했다.
“독일제국을 고립시키려면, 양면전선으로 짓누르는 방법밖엔 타개책이 없습니다. 그러려면 러시아제국의 개입은 필수적이죠.”
갑작스러운 튀어나온 러시아제국.
하지만 결코 갑작스럽지 않았다. 적어도 모건장관과 로버트 재무장관에게는 말이다.
“러시아제국을 낚을 미끼는 발칸반도의 화약고일테고요. 그쪽에 슬라브계통을 다 집어삼키고 싶어하는 러시아제국의 니즈를 꿰뚫은 대영제국은 그에 걸맞는 대가를 주고 싶었을 겁니다.”
러시아제국을 전선으로 끌어내고 싶었다.
대영제국은 폭격으로 초토화돤 런던을 망연자실하게 보고만 있지 않았다.
대영제국의 내각과 중앙부처, 특히 외무성은 발빠르게 세계정세를 토대로 대응책을 강구하기 시작했고,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제국이 러시아제국이었다.
“하지만 러시아제국은 러시아공황으로 대영제국과 철천지원수가 된 원수지간이었죠.”
러시아공황.
대영제국이 그레이트게임을 종식시키기 위해 러시아제국의 경제를 나락으로 떨어뜨린 인위적인 공황작전. 이때 대영제국은 막대한 차익을 거두었고, 러시아경제는 골로갔다.
철천지원수가 따로 없었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총리실은 극단적인 타개책을 내세웠겠지요. 어떻게든 차르의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 영국왕실의 조지 왕자를 앞세웠을 테고…..희생양은 오스만제국이었을 겁니다.”
오스만제국.
유럽의 병자가 도마위로 오른 이유는 명확했다. 이미 독일제국과 관계가 파투난 상태였기 때문이다. 바그다드반은 독일결제은행의 계약으로 이관되었고, 사실상 미국자본에 침식되었다.
오스만제국은 바그다드반의 크루프스캔들을 이유로 독일제국을 내쳐버렸다.
이것이 기회로 다가왔다.
“오스만제국을 러시아제국과 독일제국과 힘을 합쳐서 삼분할하자는 제안이겠지요.”
핵심은 오스만제국의 삼분할.
러시아제국은 오스만제국과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일단 슬라브계통이 독립운동을 위해 오스만제국과의 전쟁을 원했다.
그뿐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로마를 계승했다고 주장하는 러시아제국에게 콘스탄티노플은 반드시 점령해야할 로마의 성지였다.
그리고 콘스탄티노플은 오스만제국의 수도였다.
오스만제국, 이슬람제국의 존재자체가 정교회인 러시아제국에게 이단이었고, 처단해야할 죄악이었다.
독일제국?
독일제국과 오스만제국은 이미 갈라졌고.
사실 독일제국보단 오스트리아-헝가리 이중제국이 타겟이었다. 이쪽은 게르만주의에 따라 발칸반도에 영향력을 피고싶어하는 부류였다.
“사실 이쯤되니 세계급 대전인지, 종교전쟁인지 햇갈리기 시작하는군요.”
러시아정교회와 이슬람.
프랑스가톨릭과 독일제국.
로버트 재무장관 또한 참으로 종교계가 깊이 관여한다고 생각했다.
독일제국과 러시아제국.
게르만주의와 슬라브주의.
두 세력이 오스만제국이란 하나의 표적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게 되는 구도. 대영제국은 이 둘을 어떻게든 갈라치기하기 위해 이간질시키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어차피 러시아제국이 불가침조약을 맺은 이유는 국가 경제복원을 위한 시간벌기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그들은 영국을 싫어하는만큼 독일도 싫어한다.
게다가 콘스탄티노플이 걸려있다.
오스만제국과 12번 넘는 전쟁을 벌이며 어떻게든 콘스탄티노플을 차지하려고 악을 쓰던 러시아제국이었다.
미끼로는 충분했다.
“아무튼, 러시아제국을 화유하기 위해 오스만제국을 미끼로 던지는 김에, 시온주의자들도 한번에 처리해버리자는 것이 영국내각의 입장이라고 저는 추측했고, 방금 확신했습니다.”
오스만제국은 불쌍하게도 동맹국도 협상국도 포함되지 못하고 갈갈이 찢길 운명인 셈이다.
팔레스타인 지역은 그참에 시온주의자들에게 던져주겠다는 계약이겠지.
“로버트 재무장관님, 남의 땅으로 토지거래를 걸다니, 이게 부동산 사기가 아니면 뭐겠습니까.”
“….하하. 면목없습니다.”
멀쩡이 있는 오스만제국을 해체시킬 계획을 세웠다. 그것으로 러시아제국을 전장으로 끌어낼 계획까지 세워놓았다.
콘스탄티노플을 러시아제국에 양도하갰다는 조건으로 손을 잡을 생각이었고. 팔레스타인 지방은 시온주의자들에게 양도한다는 조건이었다.
모건장관의 예측은 전부 적중했다.
“음….”
모건장관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의 목소리가 낮아지며 갑자기 차갑게 얼어붙었다. 누군가 실제로 목을 조르는 듯, 숨통이 답답하게 조여온다.
“그걸 알고도 사기치려 했어요?”
순간 차량내 온도가 영하로 떨어진 것 같았다. 얼어붙은 손끝이 잘게 떨려오기 시작한다.
모건장관의 무심한 말투 하나하나가 심장을 손톱으로 긁었다.
“재미있네.”
꿀꺽.
로버트는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
“예, 예?”
파르르…
눈꺼풀에 경련이 일었다.
하지만 되물은 말에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
잠시의 침묵이 이어졌다.
모건장관은 웃음기 싹 뺀 정색한 얼굴로 한동안 로버트 재무장관을 노려보았다.
목이 바싹 말라온다.
쩍쩍 갈라지는 듯했다.
얼어붙은 자세로 몸을 잘게 떨었다.
하지만 모건장관은 이내 콧웃음을 치더니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농담입니다. 아메리칸식 농담. 너무 굳어계시는데요? 누가보면 장관님이 사기친줄 알겠습니다.”
숨막히던 공기가 탁 풀렸다.
모건장관은 평소의 말투로 돌아왔다. 그는 웃음을 터뜨리며 핸들을 탕탕 두드렸다.
아찔하다.
들었다놨다 하는 모건장관에 로버트 재무장관은 순간 정신줄을 놓칠뻔했다.
하지만 짐승같은 본능으로 붙들었다.
놓치면 죽는다.
“하, 하하. 노, 농담이셨군요.”
“예. 서인도 제도 건은 벨푸어총리의 압박이었을 거라고 믿습니다. 설마 저와 오랫동안 일해보신 로버트 재무장관님께서 제 뒤통수를 치려고 하진 않았을 것 같거든요.”
벨푸어 총리면 모를까.
모건장관은 웃으며 말했지만, 로버트 재무장관에겐 더없이 살떨리는 발언이었다.
로버트 재무장관은 심장 속으로 경련을 일으키며 온몸을 뒤틀었다.
“…..이.”
일순 말이 턱 막혔다.
하지만 로버트는 젖먹던 힘까지 끌어올려 말을 끝마쳤다.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요. 중간에 끼어서 고생하시는 로버트 재무장관님이 제일 고생이시죠.”
모건장관은 이해한다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로버트 재무장관은 모건장관의 가증스러운 가식이 너무 살떨렸다.
부르르 몸을 떤 로버트는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이러다 진짜 정신병이라도 생길것 같군.’
로버트 재무장관은 자신의 처지를 저주했다.
하나하나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사건들이 한번에 폭죽처럼 터져나가고 있었다.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았지만, 로버트 재무장관은 대영제국을 위해 꽉 붙들었다.
‘영국대사도 그렇고, 모건장관도 그렇고, 나를 왜이리 힘들게 조인단 말인가.’
충격적인 이슈는 그것만이 아니었으니까.
“제 용건은 이걸로 끝인데…로버트 재무장관님은 뭐 하실 말씀 없으십니까?”
모건장관은 진짜 용건은 끝났는지, 시동을 걸 준비를 하고 자신에게 물어왔다. 도보에 일렬로 쭉 늘어선 모델 T 차량들이 일제히 시동을 키기 시작했다.
전부가 모건장관의 의전을 위해 동원된 차량이었고, 경호원들과 보좌관들이었다.
앞차량에서 뒤를 돌아본 제임스 국장과 눈이 마주쳤고, 로버트 재무장관은 꾸벅 목례했다.
“저도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모델 T 차량에 올라타기 전.
영국대사에게 들었던 충격적인 내용을 모건장관에게 들려줄 차례였다.
아마도 전세계를 뒤흔들 정보였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었다.
“경청하겠습니다.”
철컥.
모건장관은 아이스박스에서 콜라를 꺼냈다.
***
치익-
콜라병을 까 목을 축인 모건장관은 동그랗게 파인 홈에 병을 꽂아넣었다.
“한잔 하시겠습니까?”
“예, 부디.”
로버트 재무장관은 그가 광적인 콜라광임을 떠올리면서 혀를 내둘렀다. 설마 차량의 일부를 콜라를 위해 아이스박스로 개조할 줄은 몰랐다.
“말씀하시죠.”
모건장관은 말을 재촉했다.
로버트 재무장관은 큼 목을 가다듬었다. 바싹 마른 목에 물이라도 축이고 싶어 그도 콜라병 한병을 꺼내들었다.
치익-
“영국대사관을 나오는 길에, 영국전권대사께서 제게 건네준 소식이 있었는데, 좀 많이 충격적이더군요.”
꿀꺽꿀꺽.
콜라를 들이붓자 시원한 목넘김을 느꼈다.
회담장에서 퇴실하기 전, 영국대사가 자신에게 언질한 전보내용은 충격적이었다. 모건장관은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일단 알려는 줘야할 것 같았다.
시티오브런던에 커다란 이슈가 터졌으니, 전세계 경제가 흔들릴수도 있는 문제였다.
곧 알게될 소식이기도 했고.
“영란은행에 이어서 런던증권거래소(LSE)가 폭격당했답니다. 이번에도 백린탄에 전소(全燒)했고요.”
시티오브런던.
영란은행과 런던증권거래소(LSE).
전세계 금융을 통제하는 국제도시가 근본부터 뿌리채 흔들리고 있었다.
“영국정부는 즉시 런던증권거래소(LSE) 주변을 폐쇄시켰고, 전국의 주식거래소를 정지시켰습니다. 내각에선 은행폐쇄령까지 거론되었지만, 아직 운이 좋게도 뱅크런의 징조는 없었다고 합니다.”
“그나마 다행이군요.”
다행이라.
아니, 절대 다행이 아니었다.
영란은행에 이어 런던증권거래소까지 폐쇄되었단 소리는 시티오브런던의 신뢰성과 위상이 그만큼 추락했다는 것이다.
독일제국은 진심으로 영국을 멸하기 위해 폭격을 쏟아붓고 있었다.
1달 반이나 유린당하고 있었다.
“아니요. 이젠 언제 버블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사실상 시한부가 내려졌다.
대영제국의 안보는 폭격에 작살났고, 경제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하지만 로버트 재무장관은 보지 못했다.
“그렇군요.”
모건장관의 씰룩이며 살짝 희미하게 올라간 입꼬리를 말이다.
손가락으로 툭툭 핸들을 두드렸다.
마치 당장이라도 어디론가 달려가고 싶다는 것처럼. 그곳이 월스트리트일지 재무부청사일지는 본인만이 알고 있겠지.
“그렇겠네요.”
할렐루야.
모건장관은 속으로 환호성을 터뜨리고 있었고, 시티오브런던은 시한부라는 폭탄을 끌어안은채 서서히 침몰하고 있었다.
끝